1화. 친구 아빠와 잔 다음 날내 침대 옆 협탁에 남자 시계가 놓여 있었다.처음 보는 물건은 아니었다.은색 케이스, 검은 가죽줄.문제는 그 시계가 지금 내 침대 옆에 있다는 거였다.나는 눈을 뜬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옆자리는 비어 있었다.대신 침구가 깊게 눌려 있었다.짙은 우디 향.그리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어젯밤이 생각났다.정확히는 생각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목덜미가 당겼고 허리께가 묘하게 무거웠다.바닥에는 내 블라우스가 떨어져 있었고, 그 옆에는 검은 남자 양말 한 짝이 얌전히 뒤집혀 있었다.나는 눈을 감았다.미쳤다.다른 말이 없었다.어젯밤 나는 윤태성과 잤다.내 절친의 아버지와.우리 아빠가 30년 가까이 친구라고 부른 남자와.며칠 전까지 내 앞에 피의자로 앉아 있던 남자와.그리고 내가 먼저 입을 맞춘 남자와.부엌에서 칼이 도마에 닿는 소리가 났다.딱, 딱.놀랄 만큼 평온한 소리였다.나는 침대 끝에 앉아 바닥의 셔츠를 집어 들었다.내 것이 아니었다.흰색 남자 셔츠.단추 두 개가 풀린 채였다.어젯밤 내가 그 단추를 어떻게 풀었는지가 떠올라 재빨리 손을 놓았다.이 상황에 부엌에서 뭘 하고 있는 거야.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아니지.만든 건 나였다.내가 먼저 잡아당겼고, 내가 먼저 입을 맞췄다.나는 침대 옆에 걸쳐 둔 로브를 대충 여미고 방문을 열었다.내 집은 넓지 않았다.그런데 식탁 위에 컵이 두 개였다.윤태성이 내 주방에 서 있었다.어젯밤보다 단정했다.바지는 그대로였고 셔츠는 다시 입었지만 맨 위 단추 두 개는 잠그지 못했다.소매는 팔꿈치까지 걷혀 있었다.그가 냄비 뚜껑을 열었다.“깼습니까?”목소리까지 평온했다.나는 잠깐 말이 나오지 않았다.“뭐 하세요?”“아침 만들고 있습니다.”“그건 보여요.”“그럼 질문을 잘못한 것 같은데.”태성이 아주 조금 웃었다.그 웃음이 얄미워야 하는데, 시선이 입술에 먼저 갔다.어젯밤 내 입술에 닿았던 입술.나는 곧장 냄비 쪽
Huling Na-update : 2026-09-07 Magbasa p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