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내가 구속한 아빠 절친이 나한테 집착한다: Capítulo 11 - Capítulo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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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그럼 멈추지 마요

11화. 그럼 멈추지 마요“그럼 멈추지 마요.”내가 그렇게 말한 뒤 윤태성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정확히는 말을 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그런데 내가 마지막 선까지 넘어가 버리자 더 세울 게 남지 않은 것 같았다.태성의 손이 내 허리를 감쌌다.벽에 등이 닿기 직전 다른 손이 먼저 뒤통수를 받쳤다.세게 끌어당기면서도 내가 부딪힐 곳부터 막는 사람.그게 윤태성이었다.입술이 다시 닿았다.이번에는 내가 시작한 키스와 달랐다.확인하려는 움직임이 아니었다.참던 사람이 더 참지 않기로 한 순간에 가까웠다.나는 그의 셔츠를 놓지 않았다.손 안에서 천이 구겨졌다.평소에는 주름 하나 없이 반듯한 셔츠였다.그걸 망가뜨리는 게 이상하게 좋았다.태성이 입술을 떼었다.숨이 가까웠다.“지안아.”또 내 이름이었다.그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머릿속에서 하나씩 지워졌다.회장님.아저씨.아빠 친구.서하 아버지.남는 건 윤태성이었다.“왜요.”내 목소리가 생각보다 작게 나왔다.그가 내 얼굴을 보았다.시선이 급하지 않았다.오히려 그래서 더 숨이 막혔다.이 사람이 지금도 마지막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게 보였다.“지금 문 열고 나가라고 하면 나갑니다.”나는 헛웃음처럼 숨을 내쉬었다.“그 말 방금도 한 거나 마찬가지잖아요.”“한 번은 내가 직접 말해야 할 것 같아서.”“왜 그렇게 끝까지 착해요.”“착해서 이러는 건 아닌데.”처음 듣는 대답이었다.태성의 손이 내 허리에서 아주 조금 움직였다.그 움직임만으로도 방금 전보다 가까워졌다.“그럼 뭔데요.”내가 묻자 그가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나를 봤다.그 시선을 모른 척할 수가 없었다.나는 먼저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안 나가도 돼요.”그 말이 끝나자 태성은 더 묻지 않았다.그 뒤로는 말보다 행동이 빨랐다.내가 셔츠 단추를 두 개쯤 잘못 풀었을 때 태성이 낮게 웃었다.“웃어요?”“아닙니다.”“방금 웃었잖아요.”“손 떨려서.”그 말을 듣고 내 손이 멈췄다.“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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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친구 아빠와 마지막 선을 넘었다

12화. 친구 아빠와 마지막 선을 넘었다창밖 자동차 불빛이 천장을 지나갈 때마다 서로의 얼굴이 잠깐씩 보였다가 어두워졌다.윤태성은 끝까지 내 반응을 기다렸고, 나는 기다리게 두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누구의 딸이나 친구가 아니라 내 이름으로 그를 붙잡았다.옷이 벗겨지는 동안 나는 그의 눈을 보고 있었다.단추를 푸는 손가락이 내 시선을 확인할 때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블라우스가 어깨에서 흘러내려 바닥에 떨어졌고, 그의 셔츠도 내 손으로 풀었다.단단한 가슴이 드러나자 나는 숨을 삼켰다.나이만큼 살아온 남자의 몸이었다.옅은 흉터 두 개, 가슴 한가운데에서 배꼽으로 이어지는 옅은 근육, 내가 닿자 긴장하는 단단한 근육.그가 나를 침대 위로 밀었다.등을 대는 순간 입술이 젖가슴을 감쌌다.혀끝이 젖꼭지를 훑고, 오므린 입술이 끝을 빨아들였다.……아.내 입에서 나온 소리가 내 목소리가 아니었다.짧고 높고 가늘었다.검사실에서 증인을 몰아붙이던 목소리도, 서류에 서명하던 목소리도 아닌, 나 자신도 처음 듣는 소리.젖꼭지가 입술 사이에 잡힐 때마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다리를 오므리자 그가 무릎으로 허벅지를 밀어 벌렸다.반대쪽 젖꼭지를 엄지로 누르며 빨기를 반복하자 나는 손등으로 입을 막았다.그가 내 손목을 잡아 내렸다.“가리지 마.”“보여주기 싫어요..”“네가 내는 소리가 제일 듣고 싶어.”그 말에 얼굴이 뜨거워졌다.대답할 틈을 주지 않고 그의 입술이 젖가슴을 떠나 배꼽을 지나 내려갔다.뜨거운 숨이 보지 가까이 닿자 다리가 떨렸다.“거기…… 문질러 줘요.”그가 고개를 들었다.확인하는 눈이었다.나는 부끄러워 손을 거두는 대신, 그의 손을 내 보지 위에 올렸다.젖어 있던 살갗이 손가락을 적셨다.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가 음핵을 찾아냈다.처음엔 곁을 스치는 듯 얕게, 내가 숨을 멈추는 자리를 확인하듯 움직였다.그다음 원을 그리듯 눌러 문지르기 시작했다.……아, 거기…… 거기예요……좋았다.젖꼭지도, 목덜미도 아닌 정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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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오늘은 보내고 싶지 않았다

13화. 오늘은 보내고 싶지 않았다“천천히…… 넣어 줘요.”그가 고개를 숙여 내 이마에 입술을 눌렀다.자지 끝이 보지 입구에 닿았다.뜨거웠다.벌어진 틈을 따라 천천히 밀려 들어왔다.……아.짧고 높은 소리가 또 새 나왔다.속이 꽉 차는 느낌이었다.들어오는 만큼 내가 밀려나는 것 같았다.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그는 한 번에 끝까지 넣지 않았다.조금 들어왔다가 멈추고, 내가 숨을 고르면 조금 더 들어왔다. 몇 번을 나누어, 마지막까지.“괜찮아?”나는 대답 대신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끌어당겼다.괜찮다는 말 대신, 움직여도 된다는 표시로.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처음엔 깊지 않았다.내가 익숙해질 때까지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단단한 골반이 내 살에 닿을 때마다 깊은 곳에서 묵직한 쾌감이 올라왔다.“아…… 아……”내 목소리는 계속 짧고 높았다.감출 수 없었다.손으로 입을 막으려 할 때마다 그가 손목을 잡아 이불 위로 눌렀다.“듣게 해줘.”“……싫어요. 창피해요.”“창피할 거 없어. 나는——”그가 말을 끝맺지 못하고 깊이 박아 넣었다.그 깊이에 나는 등을 활처럼 휘며 울었다.그가 멈추지 않았다.깊이가 더해지고 리듬이 빨라졌다.침대가 낮게 울었고, 머리맡에 걸쳐 두었던 셔츠가 바닥으로 미끄러졌다.“태성 씨…… 태성 씨……”내가 이름을 부를 때마다 그는 더 깊이 들어왔다.절정이 다시 올라오는 게 느껴졌다.그때 그의 엄지가 우리가 이어진 곳에서 음핵을 찾아내 문지르기 시작했다.위와 아래, 두 갈래에서 밀려오는 감각에 나는 울먹였다.“같이…… 같이 가요……”그가 손을 멈추지 않은 채 마지막까지 깊이 박아 넣었다.절정은 한꺼번에 무너졌다.나는 그의 등에 손톱을 박고 짧고 높게 울었다.그의 단단한 몸이 한 번 크게 떨린 뒤, 내 안에 뜨거운 것이 퍼졌다.그가 천천히 무거움을 덜었다.뜨거운 숨이 서로의 얼굴 위에 닿았다.숨이 정리되지 않았다.태성의 손이 내 등을 천천히 쓸었다.“지안아.”“또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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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잔 다음 날, 없던 일로 하자고 했다

14화. 잔 다음 날, 없던 일로 하자고 했다아침에 눈을 뜨자 협탁 위 시계와 빈 옆자리가 먼저 보였다.부엌에는 태성이 있었고, 조금 뒤 서하에게 전화가 왔다.나는 혼자 있었다고 거짓말했다.통화를 끊고 처음으로 그를 회장님도 아저씨도 아닌 ‘태성 씨’라고 불렀다.그는 어젯밤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나는 국을 반쯤 먹고 일어났다.“씻고 출근 준비해야겠어요.”“오늘 출근합니까?”“당연하죠.”“잠을 거의 못 잤는데.”“그 얘기 회장님이 하면 더 이상하거든요.”태성이 입을 다물었다.내가 욕실로 들어가려다 돌아봤다.그는 식탁 위에 놓인 자기 시계를 차고 있었다.내 침대 옆에 있었던 시계가 다시 그의 손목으로 돌아갔다.그 모습을 보는 게 이상했다.어젯밤도 정리되는 기분.“태성 씨.”그가 고개를 들었다.“오늘은 연락하지 마요.”말하고 바로 후회했다.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다.“알겠습니다.”너무 쉽게 대답했다.“진짜 안 할 거예요?”태성이 나를 한동안 보았다.“하지 말라면서요.”“그렇긴 한데.”말이 이상해졌다.나는 욕실 문을 열었다.“아무튼 하지 마요.”“알겠습니다.”이번에는 그가 웃지 않았다.***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태성은 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나는 대꾸하려다 휴대전화를 봤다.메시지가 와 있었다.윤서하였다.〈야. 나 진짜 이상한 거 발견함.〉아래에 하나가 더 왔다.〈우리 아빠 여자 생긴 거 같아.〉메시지를 읽고도 한동안 손가락이 움직이지 않았다.서하가 찾고 있다는 자기 아빠의 여자.그게 나였다.태성은 현관 앞에 서 있었다.재킷을 입고 넥타이까지 다시 맸다.몇 시간 전 내 손에 구겨졌던 셔츠도 그럴듯하게 펴져 있었다.바깥에 나가면 다시 윤태성 회장이 될 얼굴이었다.“서하예요?”그가 물었다.나는 휴대전화를 가슴 쪽으로 붙였다.“어떻게 알았어요.”“방금 표정이 그랬습니다.”“내 표정을 그렇게 잘 알아요?”“요 며칠 사이에 많이 봤으니까.”요 며칠.겨우 며칠이었다.그 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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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내 전 남친이 사건에 들어왔다

15화. 내 전 남친이 사건에 들어왔다태성이 현관문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그러니까 혼자 실수한 사람처럼 말하지 마요.”“내가 혼자 그랬다는 뜻은 아니에요.”“그럼 더더욱.”그는 잠깐 눈을 내렸다가 다시 나를 봤다.“없던 일로 만들지는 맙시다.”심장이 이상하게 뛰었다.그가 이 관계를 당장 연애라고 부르는 것도 아니었다.책임지겠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었다.그저 어젯밤이 실제였다는 걸 지우지 말자고 했다.그게 이상하게 더 무거웠다.나는 팔짱을 꼈다.“사건이 아직 안 끝났어요.”“압니다.”“나는 검사고.”“그것도 압니다.”“당신은 아직 사건 관계인이고요.”“그래서 지금 나가려고 하는 겁니다.”그가 문을 열었다.찬 공기가 들어왔다.태성이 문 밖으로 한 걸음 나갔다가 돌아봤다.“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뭔데요.”“내가 다시 연락하지 않으면.”말이 잠깐 멈췄다.“편할 것 같습니까?”대답이 나오지 않았다.편해야 했다.그게 정상이다.그런데 그가 정말 연락을 안 한다고 생각하자 어젯밤보다 아침이 더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나는 대답하지 못했다.태성은 그걸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알겠습니다.”“뭘요.”“대답 못 한 거.”그가 아주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나도 내 방식대로 생각하겠습니다.”문이 닫혔다.나는 한동안 현관 앞에 서 있었다.뒤늦게 화가 났다.무슨 방식.그게 뭔데.그런데 더 화나는 건 내가 그 말을 궁금해하고 있다는 거였다.***출근하자마자 부장실로 갔다.문 앞에서 두 번이나 발이 멈췄다.검사 생활을 하면서 잘못을 숨기는 사람을 수도 없이 봤다.처음에는 다 비슷했다.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말할 시기를 놓쳤다.문제 될 줄 몰랐다.나는 그런 변명을 듣고 기록했다.이제 내 차례였다.문을 두드렸다.“들어와.”부장은 결재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뭐야. 윤태성 건?”나는 문을 닫았다.“보고드릴 게 있습니다.”그제야 그가 고개를 들었다.“말해.”입안이 말랐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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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절친 앞에서 그 남자를 숨겼다

16화. 절친 앞에서 그 남자를 숨겼다백준서 이름을 본 뒤부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정확히는 손대면 안 되는 일이 됐다.전날까지만 해도 내가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접속기록을 보고, 소환 일정을 잡고, 누가 누구에게 보고했는지 따져 물으면 됐다.지금은 아니었다.나는 스스로 사건에서 빠졌다.그게 맞았다.그런데 맞는 선택과 편한 선택은 전혀 다른 일이었다.오후가 되자 휴대전화가 세 번 울렸다.윤태성은 아니었다.윤서하였다.〈점심 먹었냐〉〈나 너네 청사 근처임〉〈나와. 십오 분 준다.〉나는 마지막 메시지를 보고 잠깐 웃었다.평소 같았으면 바로 나갔을 텐데 오늘은 서하 얼굴을 보는 게 무서웠다.휴대전화를 뒤집었다가 다시 들었다.안 만나는 게 더 이상했다.나는 코트를 챙겼다.***“너 왜 이렇게 늦어.”식당 입구에 앉아 있던 서하가 손을 흔들었다.나는 맞은편에 앉으며 가방을 내려놓았다.“일하다 나왔으니까.”“검사님 바쁘셔서 친구는 예약하고 만나야겠네요.”“네 아빠 사건 때문에 더 바빴거든.”말이 나가자 심장이 한번 뛰었다.서하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 얘기 하지 마. 나 밥 먹을 때는 회사 얘기 안 하려고.”“좋은 습관이네.”“대신 연애 얘기할 거야.”물을 마시려던 손이 멈췄다.서하가 눈을 가늘게 떴다.“왜 그렇게 놀라.”“안 놀랐어.”“놀랐는데.”나는 물잔을 내려놓았다.“누구 연애.”서하가 젓가락 포장을 뜯으며 말했다.“우리 아빠.”역시.심장이 두 번째로 내려앉았다.“어제 문자 보냈잖아. 진짜 이상하다니까.”“뭐가.”“첫째, 폰을 자꾸 봐.”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반찬통을 열었다.“원래도 보겠지. 회장인데.”“업무폰 말고 개인폰.”“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내가 딸인데 모르겠냐.”정확히는 그 개인폰으로 나한테 문자를 보냈다.손목 병원 갔냐고.식사했냐고.그리고 오늘은 연락하지 말라는 말 때문에 실제로 아무 연락도 하지 않고 있었다.그게 더 신경 쓰였다.서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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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절친이 아빠의 여자를 찾아달라고 했다

17화. 절친이 아빠의 여자를 찾아달라고 했다손이 목으로 올라갈 뻔했다.오늘 나는 단추를 끝까지 잠갔다.특별한 흔적이 남아 있는 건 아니었다.그런데 괜히 신경 쓰여서 평소보다 목이 높은 셔츠를 골랐다.“추워서.”“실내인데.”“아까 밖에 있었잖아.”서하가 의자에서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너도 이상하다.”“뭐가.”“어제 전화도 안 받고.”“잤다니까.”“아침 목소리 완전 이상했고.”“피곤했다니까.”“그리고 지금 내가 아빠 여자 얘기하는데 얼굴이 빨개져.”나는 정말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왜 그걸 나랑 엮어.”“안 엮었는데?”서하가 입꼬리를 올렸다.걸렸다.“너 남자 생겼지.”나는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대답처럼 보였는지 서하 눈이 커졌다.“미친. 진짜네.”“아니거든.”“지금 한 박자 늦었어. 검사님, 진술 신빙성 없음.”이럴 때만 내가 가르친 말을 잘 썼다.“누군데.”“없어.”“백준서는 아니지?”그 이름이 나오자 웃음기가 사라졌다.서하도 바로 알아챘다.“아, 미안.”“괜찮아.”“그 새끼 얘기할 생각 아니었는데.”“진짜 괜찮아.”괜찮지 않았다.하지만 이유는 서하가 생각하는 것과 달랐다.서하는 내 손등을 툭 쳤다.“아무튼 새로 생긴 사람 있으면 말해. 내가 봐줄게.”“네가 왜 봐.”“친구 남친 검증은 절친의 권리.”“그럼 나도 네 아빠 여자 검증해야겠네.”말하고 나서 둘 다 잠깐 멈췄다.나는 속으로 욕했다.왜 그 말을 했지.그런데 서하는 너무 자연스럽게 웃었다.“좋지.”“농담이야.”“아니, 진짜 해줘.”“뭘.”“우리 아빠 여자.”나는 표정을 굳히지 않으려고 애썼다.서하는 진심이었다.“내가 직접 캐면 아빠가 눈치챌 거 아냐. 너는 자연스럽게 물어볼 수 있잖아.”“내가 왜 자연스러워.”“우리 집이랑도 오래 알았고, 아빠도 너 좋아하잖아.”그 문장에서 마지막만 이상하게 크게 들렸다.아빠도 너 좋아하잖아.서하는 다른 의미로 말했다.나는 다른 의미로 들었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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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사건에서 빠졌는데 그가 더 신경 쓰였다

18화. 사건에서 빠졌는데 그가 더 신경 쓰였다서하와 헤어지고 청사로 돌아오는 길에 백준서에게 전화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습관이었다.답을 모르면 확인하고 싶었다.사람이 의심되면 불러서 묻고 싶었다.그게 내 일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전화를 할 수 없었다.사건에서 빠졌으니까.백준서가 전 남자친구라서가 아니라, 윤태성과 사적 관계가 생겼기 때문에.그 사실이 더 기분 나빴다.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휴대전화를 껐다.백준서 번호는 삭제한 지 오래였다.그래도 외우고 있었다.사람이 기억에서 지워지는 것과 전화번호가 지워지는 건 전혀 다른 일이었다.***백준서를 처음 윤태성에게 소개한 건 삼 년 전이었다.거창한 자리가 아니었다.서하 생일 저녁이었다.가족끼리 오래 알고 지낸 덕에 나도 초대받았고, 당시 만나던 백준서를 데려갔다.“처음 뵙겠습니다. 백준서입니다.”그때 준서는 지금보다 조금 더 마르고, 조금 덜 비싼 시계를 차고 있었다.태성은 악수를 하며 웃었다.“지안이가 사람 데려온 건 처음 보는군요.”나는 바로 말했다.“그런 말 하지 마세요.”서하가 옆에서 더 크게 웃었다.“아빠, 얘 긴장하잖아.”준서는 긴장하지 않았다.오히려 자연스러웠다.재무 쪽 일을 한다는 얘기가 나왔고, 태성은 몇 가지 질문을 했다.준서는 대답을 잘했다.숫자로만 설명하지 않고 사람과 조직 얘기를 섞었다.나는 그게 좋았다.그때는.나중에 태성이 준서를 회사 사람들과 몇 번 더 만나게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처음에는 외부 프로젝트 자문.그다음은 계열사 구조조정 TF.그리고 결국 태성그룹 재무전략실로 들어갔다.내가 추천서를 써준 것도 아니었다.채용하라고 한 적도 없었다.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문장이 하나 남았다.내가 소개했다.윤태성은 사람을 오래 믿는 사람이었다.그리고 그 시작에 내가 있었다.***오후 다섯 시가 넘어 후임 담당 검사가 내 자리로 왔다.“선배, 인계 하나만 더 확인해 주세요.”“사건 내용이면 안 돼.”“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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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연락하지 말랬더니 하루를 참았다

19화. 연락하지 말랬더니 하루를 참았다화면을 보고도 바로 받지 않았다.세 번 울리고 나서야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세요.”- 퇴근했습니까?목소리를 듣자 이상하게 긴장이 풀렸다.“연락하지 말라니까요.”- 그래서 하루 종일 안 했습니다.“지금은 하루 안 지났는데.”- 업무가 끝났을 시간이라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자의적 해석이네요.”- 싫으면 끊겠습니다.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태성이 짧게 웃었다.- 안 끊어도 되겠군요.“이럴 때만 눈치 빨라요.”잠깐 침묵이 생겼다.차창 밖으로 신호등이 흘렀다.태성이 먼저 말했다.- 오늘 회사 쪽에서 백준서 이름이 나왔습니다.심장이 내려앉았다.“사건 얘기하려고 전화했어요?”- 아니요.대답이 빨랐다.- 그 얘기는 당신한테 물을 생각 없습니다.물어서도 안 되고.나는 손에 힘을 풀었다.태성이 계속 말했다.- 언론 문의가 들어왔고 회사 법무팀에서도 이름을 확인했습니다.그 정도는 내가 당사자로서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그럼 왜 나한테 말해요.”- 하나 확인하고 싶어서.“뭘.”잠깐 침묵.- 그 사람이 그 백준서입니까?나는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았다.그 백준서.내가 예전에 태성에게 소개했던 남자.서하 생일에 같이 앉아 밥을 먹었던 남자.태성은 사건을 묻는 게 아니었다.나와의 관계를 묻고 있었다.“맞아요.”내가 대답했다.“내가 만났던 백준서.”전화기 너머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왜 말이 없어요.”- 생각 중입니다.“또요?”- 네.“사건 생각?”태성이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태성 씨.”- 듣고 있습니다.“뭘 생각하는데요.”이번에는 그가 숨을 한번 내쉬었다.- 이 질문은 사건이랑 상관없습니다.“알아요.”- 그러니까 대답 안 해도 됩니다.“뭔데요.”태성은 한동안 말을 고르는 것 같았다.그렇게 조심스럽게 말을 고르는 사람이 결국 꺼낸 질문은 뜻밖에 단순했다.- 얼마나 오래 만났습니까?나는 창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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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당신한테는 아빠 친구로 있고 싶지 않다

20화. 당신한테는 아빠 친구로 있고 싶지 않다다음 날은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다.윤태성 사건에서 빠졌다고 일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기존에 들고 있던 다른 사건들이 그대로 있었고, 오히려 인계와 보고 때문에 더 늦게까지 남았다.저녁 여덟 시.아홉 시 반.열한 시.커피 세 잔째를 마시다 속이 쓰렸다.후임 담당 검사들이 회의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몇 번 봤다.그 안에 내가 있지 않다는 게 아직 어색했다.백준서 이름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그렇다고 물을 수도 없었다.나는 모니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늘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자고 싶었다.***집에 도착한 건 자정을 조금 넘긴 뒤였다.현관 앞에 보냉가방 하나가 놓여 있었다.택배 기사 문자는 없었다.가방 위에 작은 종이가 접혀 있었다.나는 한참 서서 그걸 봤다.설마.종이를 펼쳤다.〈냄비로 옮겨서 끓으면 4분 - 윤태성〉웃음이 터졌다.생각보다 귀여워서 정말 어이가 없었다.나는 가방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안에는 반찬통 두 개와 국통 하나가 있었다.맑은 무국.계란말이.멸치볶음.그리고 마트 영수증.비싼 음식도 아니었다.누가 봐도 집에서 먹으라고 산 평범한 재료.영수증 뒷면에 한 줄이 더 적혀 있었다.〈안 먹으면 버리지 말고 냉동실에 넣어 두세요.〉“진짜 잔소리.”말은 그렇게 했는데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았다.나는 국통을 꺼냈다.차가웠다.태성이 언제 두고 갔는지 알 수 없었다.전화를 들었다가 내려놨다.오늘 연락하지 말라고 한 건 나였다.어제도 그랬다.그런데 음식은 연락이 아니라는 식으로 이 사람이 자꾸 옆으로 들어왔다.문자를 보냈다.〈이런 건 연락 아닌가요.〉보내자마자 답이 왔다.〈문자는 연락입니다. 음식은 아니고.〉나는 소리 내서 웃었다.〈왜 이런 걸 해요?〉이번에는 답이 조금 늦었다.〈안 먹으니까.〉너무 간단했다.나는 냄비에 국을 옮겼다.불을 켰다.〈내가 굶든 말든 회장님이 왜 신경 써요.〉메시지를 보내고 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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