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난 집안에서 늘 찬밥 신세였다.다쳐도 참았고 아파도 꾹 참았다.푹 자고 나면 다 괜찮아질 거라 생각하면서.하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허공에 둥둥 떠 있었다.내 육신은 이미 폐차가 된 자동차 곁에 누워 있었고 비서 허은채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조심스럽게 티슈를 꺼내 내 이마의 상처를 틀어막으며 흘러나오는 피를 멈추려 애쓰고 있었다.앳된 얼굴의 그녀는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채 나를 애타게 불렀다.“변호사님, 정신 차려요... 조금만 더 버텨요, 잠들지 말고.”나는 허은채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려고 했다.하지만 손을 뻗은 순간, 내 손가락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그대로 통과했다.바닥에 쓰러진 채 파리하게 질려 숨이 끊어진 내 몸을 내려다보며,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아, 난 죽었구나.’허은채를 바라보는 내 마음에 깊은 죄책감이 일었다.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연구생으로 버텨내던 아이였다. 집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곱게 자랐을 텐데, 참혹한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것도 모자라 내 시체와 단둘이 남게 되었으니.그녀는 두려움에 손끝까지 벌벌 떨고 있었다.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던 차에 무려 열두 번이나 치였으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무사할 리 없었다.그러나 강시후의 온 신경은 오직 서해원에게만 쏠려 있었다.그는 내가 나중에 서해원에게 보복해 그녀가 다치거나 마음의 상처를 입을까 봐 두려웠던 것인지 내 몸이 얼마나 심하게 다쳤는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억지로 내 손가락을 붙잡아 지장을 찍게 했다.나는 진작에 깨달았어야 했다.강시후에게 서해원은 세상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심지어 한 사람의 목숨보다도 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허은채도 그 소리를 듣고는 눈물을 터뜨리며 기뻐했다.“변호사님, 구급차가 왔어요, 구급차가 왔다고요...”구급차의 불빛이 짙은 안개를 뚫고 다가와 멀지 않은 곳에 멈춰 섰고 곧 의사와 간호사들이 긴장한 표정으로 서둘러 달려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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