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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낮잠요정
한참이 지나서야 강시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로 걸어 나갔다.

그리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나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그의 담배를 낚아채려 했다.

“그만 피워, 몸에 해로워.”

하지만 손가락은 그대로 허공을 통과했다.

나는 순간 멍하니 굳었다가 이내 씁쓸하게 웃었다.

‘맞다, 나 이미 죽었지.’

오랜 세월 몸에 밴 습관이란 게 무서운 모양이었다.

나는 이미 죽었는데도 여전히 무의식적으로 강시후를 걱정하고 있었다.

강시후의 눈빛은 차가웠다. 그는 담배 연기를 깊이 들이마신 뒤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목소리에는 본인조차 깨닫지 못한 초조함이 묻어 있었다.

“요즘 심유나가 찾아와서 소란 피우면 일단 막아. 병원 근처에는 얼씬도 못 하게 해, 해원이 요양에 방해되면 안 되니까.”

비서가 잠시 머뭇거리며 침묵했다.

“그동안 심유나 씨는 연락이 없으셨습니다만...”

비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시후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는 마지막으로 나와 나눈 대화창을 힐끗 보더니, 손가락으로 화면을 꾹 눌러 심술이라도 부리듯 나를 차단해 버렸다.

그러고는 아예 휴대폰 전원까지 꺼버렸다.

예전의 나였다면 잔뜩 겁을 먹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 그를 찾아내 사과를 하고, 제발 차단만은 풀어달라고, 연락이 두절되게 하지 말아 달라고 매달렸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나는 그의 앞에 서서 나직하게 읊조렸다.

“강시후, 나 이제 너 안 찾아가. 널 사랑하지 않으니까. 아니, 널 증오해... 내 목숨을 앗아갔으니까.”

“저주할 거야...”

그 순간, 하늘에서 느닷없이 번개가 번쩍였다.

뒤이어 천둥이 굉음을 내며 울리자 깊이 잠들어 있던 서해원이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시후 씨...”

강시후는 황급히 담배꽁초를 내던지고 병실로 뛰어 들어가 온몸을 벌벌 떠는 서해원을 품에 꽉 끌어안았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

나 또한 온몸을 파르르 떨었다.

나 역시 번개 치는 날을 끔찍하게 무서워했다.

하지만 강시후는 단 한 번도 나를 위로해 준 적이 없었다. 천둥이 치는 날이면 그는 언제나 나를 내버려 둔 채 서해원에게로 달려갔으니까.

그 일로 그에게 서운함을 토로할 때면 그는 늘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픈 애랑 꼭 그래야겠니?”

한참을 다독인 끝에야 서해원은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강시후의 품에 꼭 안긴 그녀는 눈물 맺힌 눈으로 가녀리게 울먹였다.

“시후 씨, 나 며칠 전에 이성을 잃었던 게 자꾸 마음에 걸려. 난 정말 유나 언니랑 오해를 풀고 싶었을 뿐인데… 차라리 언니한테 가서 사과할래. 며칠 동안 유나 언니가 안 보이는 걸 보니 단단히 화가 난 게 분명해.”

강시후는 왠지 딴생각을 하는 듯 무심하게 대답했다.

“괜찮아, 내가 직접 확인해 봤는데 그냥 이마에 피 살짝 난 정도였어. 넌 지금 아픈 애인데 설마 심유나가 그런 거로 화를 내겠어.”

서해원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

“만약 언니가 경찰에 신고라도 하면 어떡해... 나 감옥에 가기 싫어, 차라리 죽는 게 나아.”

서해원이 격하게 흥분하자, 강시후는 그녀를 더욱 힘주어 끌어안으며 거듭 달랬다.

“걱정 마, 내가 있잖아. 심유나는 원래 여자들한테는 너그러운 편이라 화 안 낼 거야. 그리고 합의서까지 받아 냈으니 더는 널 귀찮게 할 일도 없어.”

강시후의 말을 들은 서해원은 그제야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 그의 품에 파고들어 애교를 부렸다.

그러자 강시후가 눈을 내리깔더니, 이내 서해원을 살며시 밀어냈다.

“해원아, 나중에 나랑 심유나가 결혼하고 나면 너 이렇게 나한테... 애교 부리면 안 돼. 모양새도 안 좋고, 유나도 화낼 거야.”

서해원은 순간 멍해지더니,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지며 눈동자에 불쾌함이 가득 차올랐다.

강시후는 그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지만, 나는 그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았다.

잠시 후, 서해원의 억울한 듯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 내 탓이야, 나도 모르게 버릇이 나와서... 미안해.”

강시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네 잘못 아니야, 괜찮아. 내가 유나랑 잘 얘기해 볼게.”

그 말을 듣는 내 마음은 복잡한 감정으로 뒤엉켰다.

강시후는 늘 이랬다. 언제나 서해원을 세상 그 무엇보다 우선시했다.

나는 강시후를 따라 병실 밖으로 나왔다.

복도에서는 간호사 두 명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 강 대표님은 자기 여자친구한테 진짜 잘해 주는 것 같아. 온몸에 멍 하나 없고 그냥 놀란 것뿐인데, 병원 의사들을 전부 불러서 정밀검사까지 받게 하잖아.”

“내가 듣기로는 엄청난 규모의 꽃밭까지 준비했다더라. 머지않아 두 사람 결혼하는 것도 볼 수 있겠지? 그때 결혼식장은 얼마나 화려할지 벌써부터 상상이 안 가네.”

“그러고 보니... 그 꽃밭 때문에 교통사고 환자를 태운 구급차가 한참이나 길에 묶여 있었다며... 헬기로 겨우 이송하긴 했는데,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숨졌대... 10분만 더 일찍 왔어도 살릴 수 있었다던데...”

표정이 굳어진 강시후를 발견한 두 간호사는 불안한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 보더니 억지로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강 대표님...”

강시후의 묘한 표정에 두 간호사는 야단을 맞을까 긴장했지만 그는 그저 덤덤한 목소리로 툭 내뱉을 뿐이었다.

“그분은 제 약혼녀가 아니에요.”

잠시 멈칫한 그는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제 약혼녀는 심유나라고 해요. 아주 유능한 변호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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