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훈, 네가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초아정이 웃으면서 말을 마치고 인파 속으로 사라졌지만, 고승훈은 한동안 반응도 하지 못했다.한순간, 고승훈은 설명할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마치 자신이 가장 소중한 것을 곧 잃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초아정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이혼 서류에 사인하던 순간, 고승훈의 마음 한구석에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자리를 잡았다.초아정은 소란을 피우지도, 따져 묻지도 않았다.마치 모든 결말을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했다.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초아정은 고승훈이 자신의 생일을 잊었다고 천지를 뒤집어놓을 듯 난리를 피웠고, 심지어 초아정에게 뺨을 한 대 맞기까지 했다.그래서 고승훈은 자신이 위장 이혼을 제안하면, 초아정이 미친 듯이 화를 내며 죽기 살기로 자신과 싸울 거라고 생각했다.이미 초아정을 어떻게 달랠지까지 머릿속으로 준비해 두기도 했다.하지만 초아정은 그러지 않았다.그저 펜을 들고 서류에 담담하게 사인했을 뿐이었다.그 표정은 지나치게 담담해서,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죽은 호수처럼 아무런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그 순간 초아정을 말릴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결국 고승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승훈은 생각했다.‘괜찮아, 아정인 나를 많이 사랑하니까. 우리는 그저 가짜 이혼일 뿐이야. 나중에 내가 잘 보상해 주면 돼.’하지만 김승아는 달랐다.김승아는 자신 때문에 어떤 상처도 받아서는 안 됐다.고승훈의 재능을 알아본 김승아의 아버지는 주주들에게 밀려날 위험까지 무릅쓰면서 그의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만약 김승아의 아버지가 이끌어서 J시의 신흥 거물로 키워주지 않았다면, 고승훈은 지금 같은 성취를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김승아와 어울릴 수 있는 자격조차 없었을 것이다.김승아의 아버지는 임종 전 고승훈에게 딸의 평안한 삶을 지켜달라고 부탁했었다.고승훈은 그 약속을 저버리는 비열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강호준은 고승훈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만약 어느 날 김승아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