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이제 그 가짜 연애에서 빠져줄게: Capítulo 1 - Capítulo 10

10 Capítulos

제1화

“가연아, 오늘은 어떻게 이렇게 일찍 퇴근했어?”“나랑 승훈이가 방금 마트에서 연근 사 왔어. 네가 제일 좋아하는 연근 갈비탕 끓여줄까?”주승훈이 임지아의 뒤를 따라서 들어왔다.주승훈은 예의 바르게 내게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그대로 주방으로 들어갔다.주승훈이 기억을 잃은 뒤, 그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던 나는 어쩔 수 없이 주승훈과 임지아의 집에 얹혀사는 손님이 되었다.나는 주승훈의 진짜 여자친구였다.그런데 매일 다른 여자에게 지극정성으로 잘해주는 그 모습을 질투하면서 지켜봐야 했다.눈앞에서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서로를 끌어안을 때마다 가슴을 칼로 도려내는 것처럼 아팠다.그럴 때마다 나는 속으로 몇 번이고 스스로를 달랬다.주승훈이 기억만 되찾으면 모든 것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거라고.그렇게 반년을 속으로 끙끙 앓으면서 버텨왔다.하지만 주승훈은 끝내 기억을 되찾지 못했다.그리고 기다리고 있던 내게 돌아온 것은, 주승훈이 임지아에게 마음을 줬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임지아는 내 시선을 따라 주방을 바라보다가 바쁘게 움직이는 주승훈을 발견했다.그러고는 미안한 듯 목소리를 낮춰서 내 귓가에 조용히 말했다.“미안해.”“내가 무능해서 승훈이가 아직 기억을 못 찾았어.”나는 고개를 숙이고 쓴웃음을 지었다.임지아는 모른다.잠든 척하는 사람은 영원히 깨울 수 없다는 걸.“하지만 걱정하지 마.”“내가 잘 지켜볼 테니까, 밖에서 다른 여자한테 한눈파는 일은 없게 할게.”나는 짧게 대답했다.“그래.”하지만 속은 쓰디쓰기만 했다.“나 그냥 잠깐 물건 가지러 온 거야. 조금 있다가 다시 나가야 해.”마침 주승훈이 임지아에게 주방으로 와서 도와달라고 했다.그러자 임지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입을 열었다.“그럼 너 먼저 다녀와. 돌아오면 맛있는 저녁 먹을 수 있을 거야.”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주방에서는 임지아가 마늘을 다듬은 손을 주승훈의 코앞에 내밀고 있었다.“한번 맡아봐. 내 손에서 마늘 냄새나?”주승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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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임지아의 갑작스러운 키스가 가시처럼 내 가슴에 박혔다.임지아는 분명 내게 맹세까지 하며 약속했었다.주승훈과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겠다고.내 앞에서는 임지아도 주승훈과 될 수 있는 한 거리를 뒀다.그런데 언제부터였을까, 임지아는 이제 이렇게 자연스럽게 주승훈과 스킨십을 하고 있었다.“네가 날 걱정하는 거 알아.”“그 얘기는 나중에 하자. 요즘 밖에서 집 구하기도 쉽지 않잖아.”주승훈은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말을 이었다.“며칠 전에 친구한테 부탁해서 집 두 군데를 알아봐 뒀어.”“우리 집에서도 가깝고, 걔 회사에서도 가까워.”임지아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가연이가 돌아오면 내가 얘기할게.”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걸 억지로 참으면서, 내가 직접 하나하나 꾸며온 이 집을 둘러봤다.주승훈이 기억을 잃은 후, 집에서 내 신분은 주인에서 손님으로 바뀌었다.내 물건은 전부 그 작은방으로 옮겨야 했다.고작 반년 만에 임지아는 내가 남겨둔 생활의 흔적을 모조리 지워버렸다.그런데 이제 주승훈은 나더러 짐을 싸서 아예 나가라고 했다.주방에서 새어 나오는 웃음소리가 내 귀를 찔렀다.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돌아서서 조용히 문을 나섰다.나는 회사에 가지 않았다.마지막 희망을 품고 병원으로 향했다.혹시 그 글을 올린 사람이 정말 주승훈이 아닐 수도 있다.혹시 주승훈은 아직 기억을 되찾지 못했을지도 모른다.혹시 임지아에게 잘해주는 것도, 주승훈이 임지아를 나라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주승훈 씨?”담당 의사인 정 선생님은 두꺼운 진료 기록을 한참 뒤적이다가, 마침내 주승훈의 이름을 찾아냈다.“석 달 전에 내가 전화해서 정기검진을 받으러 오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본인은 이미 기억을 되찾았다고 하더라고요.”“그날이 추석이었던 걸로 기억해요.”“마침 추석에 기억을 되찾았다고 해서, 나도 정말 다행이라고 축하해줬죠.”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추석날, 임지아의 부모님이 직접 만든 송편을 가져다주러 왔다.주승훈이 직접 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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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나는 여전히 이 석 달 동안의 주승훈의 행동을 되새기고 있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주승훈의 연기는 정말 서툴렀다.그저 나는 계속 기억상실이라는 핑계로 주승훈의 모든 행동을 대신 변명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생각에 너무 깊이 빠져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옆에 있던 사람들을 따라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버렸다.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한참을 걸어 나온 뒤였다.다시 돌아가려던 순간, 나는 그곳에서 절대 마주쳐서는 안 될 사람을 발견했다.주승훈이었다.이 시간이라면 주승훈은 분명 임지아와 집에서 저녁을 만들고 있어야 했다.나도 모르게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고, 마침 안에서 의사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임신하셨어요. 임신 8주예요.”“아이를 낳으실 건가요?”임지아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뒤에 있던 주승훈이 다급하게 대신 대답했다.“낳을 거예요. 우리 아이니까요.”주승훈은 초음파 검사지를 손에 든 채 임지아를 와락 끌어안았다.“의사 선생님 말 들었어? 우리 아이가 생겼어!”주승훈은 벌써 앞으로의 계획까지 세우기 시작했다.“아직 배가 나오기 전이니까, 우리 먼저 혼인신고부터 하고 결혼식 올리자.”“내일 바로 우리 부모님께 전화해서 상의할게.”“시간이 좀 촉박해서 네가 서운할 수도 있어.”“그래도 네가 받아야 할 건 하나도 빠짐없이 해줄게.”주승훈은 내 쪽을 등지고 있어서 나를 보지 못했다.하지만 임지아는 문 앞에 서 있는 나와 정확히 눈이 마주쳤다.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 내 얼굴을 보자, 임지아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임지아는 황급히 주승훈을 밀어냈다.주승훈은 임지아가 바라보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나를 발견한 순간, 눈빛에 희미하게 당황하는 기색이 스쳤다.“허가연, 너 회사 간 거 아니었어?”“그런데 왜 갑자기 산부인과에 온 거야?”나는 주승훈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임지아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물었다.“너 임신했어?”임지아는 불쌍한 사람처럼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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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내 가슴을 누군가 칼로 깊숙이 찔러서 심장에 커다란 구멍이 난 것처럼 아팠다.차가운 바람이 그 구멍 사이로 사정없이 파고드는 것 같았다.나는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눈물을 주승훈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목소리만큼은 최대한 평온하게 유지했다.“네가 너무 많이 생각한 거야.”“지아는 내 가장 친한 친구야. 임신했다는데 내가 기뻐하면 기뻐했지, 어떻게 해칠 생각을 하겠어?”주승훈의 시선이 잠시 내 얼굴에 머물렀다.마치 내가 주승훈의 기억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 같았다.잠시 후, 주승훈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내 말은 너희 둘이 친한 친구니까 앞으로 지아를 좀 잘 챙겨달라는 거야.”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임지아가 아이스크림을 먹자며 나를 주방에서 거실로 불러냈다.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입술만 달싹였고,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하지만 나는 담담한 얼굴로 물었다.“언제부터였어?”임지아는 죄책감에 가득 찬 얼굴로 내 앞에서 눈물까지 쏟아냈다.“그날 나랑 승훈이가 둘 다 술에 취했어. 그 뒤에 분명 피임약도 먹었어.”“아마 유통기한이 지난 가짜 약을 잘못 샀나 봐. 그런데도 결국 임신이 됐어.”그 일에 대해서 임지아는 내게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나는 바보처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주승훈은 아직도 기억을 잃은 채 엉뚱한 사람을 자기 여자친구로 알고 있다고.임지아는 내 가장 친한 내 친구니까 절대로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거라고.하지만 이제야 알았다.그 모든 건 나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것이다.내가 모르는 사이에, 두 사람은 이미 친구 사이에 지켜야 할 선을 넘어버린 뒤였다.임지아는 갑자기 내 발밑에 무릎을 꿇더니 자신의 뺨을 세게 내리쳤다.“내가 죽을죄를 지었어. 너와의 약속을 저버렸어.”“내가 잠깐 제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 정말 잘못했어.”“네가 한마디만 하면 내일 당장 병원에 가서 이 아이를 지울게!”“됐어.”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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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주승훈은 내가 정말 이렇게 망설이지 않고 떠날 줄은 몰랐던 모양이었다.내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러다 무의식적으로 나를 따라 나오려고 했다.그런데 소파에 앉아 있던 임지아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가연이한테 짐을 싸서 나가라고 하는 건 아무래도 좀 그렇지.”“가연이는 어두운 걸 제일 무서워하잖아. 지금 밖도 이렇게 깜깜한데.”“가서 잘 달래서 다시 데리고 와.”“아니면 전에 알아봤다는 집까지 데려다줘도 되고.”“아, 그리고 나가기 전에 집에 있는 약 좀 가져다줘.”“무릎이 너무 아파서 약을 좀 발라야 할 것 같아.”임지아는 바지를 걷어 올렸다.무릎에는 넘어지면서 생긴 시퍼런 멍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주승훈은 즉시 발걸음을 멈추고, 곧장 임지아에게 다가갔다.“무릎이 이렇게 부을 때까지 왜 한 마디도 안 하고 참았어?”“걔가 너를 그렇게까지 괴롭혔는데도 넌 걔부터 걱정하고.”주승훈은 화가 난 듯 손가락으로 임지아의 이마를 가볍게 튕겼다.마치 방금 전까지 나를 쫓아 나가려고 했던 사람이 아닌 것처럼.임지아는 조심스럽게 변명했다.“내가 실수로 발이 미끄러진 거라고 했잖아.”“이 정도 상처는,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익숙해졌어.”주승훈이 잠시 말을 멈췄다.“익숙해졌다고?”“전에도 걔가 뒤에서 너한테 이런 짓을 했어?”임지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주승훈은 속이 터진다는 듯 임지아를 노려봤다.“이 바보야, 그렇게 계속 당하고만 있었어?”“대체 걔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해서 그렇게 홀린 거야.”“됐어. 나 안 갈게.”“멀쩡한 성인이 혼자 나갔다고 길을 잃기라도 하겠어?”“여기서 꼼짝 말고 있어. 내가 약 발라줄게.”임지아는 주승훈이 자신의 무릎에 약을 발라주는 모습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물었다.“너는 왜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거야?”주승훈은 고개를 들어 임지아를 바라보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이마를 톡 건드렸다.“바보.”“너는 내 여자친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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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임지아의 연락처까지 차단하려던 순간, 그녀에게서 갑자기 메시지가 도착했다.[내가 올린 사진 속 반지는 승훈이가 꼭 끼고 올리라고 한 거야.][그래도 약속할게. 승훈이가 기억을 되찾는 순간, 나는 바로 사라질게.][앞으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게. 너희 둘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을게.][그러니까 아이만은 살려줘. 아이는 아무 잘못도 없잖아.]나는 차단하려던 손길을 멈췄다.이미 상처는 생겼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은 돌이킬 수 없었다.이제 와서 임지아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몰랐다.임지아가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반지가 저절로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졌을 리도 없었다.임지아가 처음부터 조심했더라면, 아이가 갑자기 제 발로 뱃속으로 들어갔을 리도 없었다.[너희 둘이 무슨 짓을 하든 이제 나랑 상관없어.][오늘부터 우리는 친구가 아니야.][서로 연락처 삭제하자.][주승훈이 자꾸 네가 괴롭힘을 당한다고 나한테 연락해서 따지는 것도 지긋지긋해.]메시지를 보내자마자 임지아의 답장을 기다리지도 않고 연락처를 삭제했다.그제야 답답하게 막혀 있던 숨통이 조금 트이는 것 같았다.나는 새로 온 동료에게 마지막 업무 인수인계를 하는 데 집중했다.저녁을 먹고 있는데 엄마가 다급하게 전화를 걸어 왔다.[너 승훈이랑 싸웠니?][내가 우연히 봤는데, 승훈이가 다른 여자한테 청혼하는 영상이 올라와 있더라.]엄마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물었다.[그 여자, 너 예전에 집에 데려와서 우리한테 소개했던 애잖아.][둘이 잠깐 가짜로 연인 행세만 하는 사이라고 했었잖아?]그 순간, 나는 어젯밤부터 계속 생각나지 않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비로소 깨달았다.나는 서둘러 부모님께 설명했다.“임지아가 임신했어요. 주승훈의 아이를 가졌어요.”“우리 둘은 이제 끝이에요.”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한마디를 덧붙였다.“그리고 주승훈은 진작에 기억을 되찾았어요.”엄마는 워낙 눈치가 빨랐다.내 말을 듣자마자 모든 상황을 단번에 이해했다.[정말 생각지도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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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한낮은 너무 더워서, 매수자가 아침 일찍 집을 보러 오겠다고 했다.중개사는 당연히 고객의 일정에 맞춰주었다.이른 아침 주승훈과 임지아가 아직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을 때, 내가 중개사에게 맡겨둔 현관 열쇠로 문을 열고 사람들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그러고는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안방 문이 열리는 소리에 주승훈이 잠에서 깼다.주승훈은 눈앞의 상황을 보자마자, 이불을 끌어올리면서 임지아의 몸을 단단히 가려줬다.“이른 아침부터 남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오다니,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가게 할 겁니다.”하지만 중개사는 내가 당부한 대로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허가연 씨가 우리 부동산에 집을 팔아달라고 정식으로 의뢰하셨습니다.”“그리고 이 집을 마음에 들어 하는 매수자까지 나와서 집을 보러 온 겁니다.”주승훈은 비웃듯 코웃음을 치더니 침대 옆 협탁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그리고 곧바로 112에 전화를 걸었다.“당장 나가세요. 우리 아내가 옷을 입어야 하잖아요.”중개사는 콧방귀를 뀌더니 매수자 부부를 데리고 다른 곳을 둘러보러 갔다.하지만 이런 광경을 직접 본 매수자 부부는 집을 사도 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그러자 중개사가 곧바로 자신 있게 장담했다.“이 가격대에서는 이 정도로 잘 꾸며진 집은 찾기 어렵습니다.”“그냥 몸만 들어가서 살 수 있어서 따로 인테리어 비용도 들지 않아요.”“제가 오늘 확실하게 말씀드릴게요.”“오늘 경찰이 온다고 해도 여러분이 집을 계약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부부는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남아 있기로 결정했다.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분위기가 팽팽하게 얼어붙어 있었다.양쪽 사람들은 거실 소파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채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누가 신고했습니까?”주승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이 사람들이 아침부터 갑자기 제 집에 무단으로 들어왔습니다.”“저와 제 약혼자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한 겁니다.”중개사 역시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중개사는 곧바로 등기 서류와 내가 작성한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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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너희가 내 집을 이렇게 오래 차지하고 있었던 것만 해도 내가 충분히 참아준 거야.”“계속 살고 싶으면 살아.”“대신 사람을 보내서 너희 짐을 전부 쓰레기로 내다 버릴 거야.”“그리고 네가 전에 구해놓은 집에서 너랑 임지아 둘이 알아서 잘 살아.”주승훈은 그대로 굳어졌다.잠시 후, 조금 주눅이 든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언제부터 내가 기억을 되찾은 걸 알고 있었어?]“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네가 기억을 되찾고도 임지아를 선택한 그 순간부터 우리 관계는 이미 끝났어.”나는 그 말을 끝으로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주승훈의 번호를 다시 차단했다.주승훈은 베란다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한참 뒤 거실로 돌아왔을 때는, 등이 축 처진 채 기운이 완전히 빠져 있었다.주승훈은 원래라면 어떻게든 양쪽 모두 다 붙잡아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주승훈에게 남은 길은 임지아와 함께 끝까지 가는 것뿐이었다. 주승훈이 내게 전화를 걸었다는 걸 알아차린 임지아는, 들뜬 얼굴로 서둘러 주승훈에게 다가갔다.“어떻게 됐어? 가연이가 집 안 판다고 했어?”주승훈은 잠시 멈칫하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가서 짐 싸자.”임지아는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이 짐을 싸기 시작했다.임지아가 잔뜩 삐친 얼굴로 짐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자 주승훈이 달랬다.“걱정하지 마. 지금은 잠깐 전셋집에서 지내는 것뿐이야.”“우리가 결혼하면 어차피 신혼집을 따로 구할 거야.”“우리 아기까지 데리고 여기저기 이사 다닐 수는 없잖아.”그 말을 들은 임지아의 굳은 표정이 조금 풀렸다.임지아는 다정한 눈빛으로 주승훈의 손을 꼭 잡았다.“우리 가족만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어디에서 살든 상관없어.”주승훈은 그 말에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그리고 임지아를 힘껏 품에 안았다.“그동안 내가 눈이 멀었어. 그래서 허가연 같은 속 좁고 모진 여자한테 마음을 줬던 거야.”“앞으로는 절대 너를 실망시키지 않을게.”임지아의 얼굴이 순간 그대로 굳어졌다.“너 기억을 되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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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엄마는 정말 구경을 하겠다며 일부러 고속철까지 타고 그곳에 다녀왔다.게다가 현장에서 벌어진 일을 영상으로 찍어서 내게 보내주기까지 했다.결혼식이 한창 진행되던 중, 갑자기 낯선 남자가 무대 위로 뛰어올라가더니 사회자의 마이크를 빼앗았다.“이 결혼, 난 반대합니다.”아무도 그 남자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사람들은 하나같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 남자를 바라봤다.오직 임지아만 얼굴이 창백해진 채 몰래 주승훈의 뒤로 숨었다.주승훈은 불쾌한 표정으로 그 남자를 바라봤다.내가 일부러 사람을 불러서 결혼식을 망치려는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주승훈은 곧바로 경호원에게 남자를 끌어내라고 지시하려고 했다.그런데 남자가 이어서 내뱉은 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임지아, 네 뱃속에 있는 사생아를 받아주겠다는 남자 하나 잡아서 결혼한다고 내가 어쩌지도 못할 것 같아?”“내가 그 아이의 친아버지야. 그 녀석이 커서도 결국 나를 아빠라고 불러야 할걸.”“뭐라고?”주승훈은 화가 나서 눈동자가 크게 흔들릴 정도였다.하지만 남자는 오히려 더욱 거침없이 비웃으며 몰아붙였다.“뭐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임지아랑 결혼하겠다고 한 거야?”“너 혹시 남의 여자를 좋아하는 취향이라도 있는 거야? 제 발로 나서서 남의 애까지 거두면서 아빠 노릇을 하겠다니!”임지아는 다급하게 주승훈의 팔을 꽉 붙잡고 작은 목소리로 변명했다.“나 정말 저 사람 몰라! 제발 내 말을 믿어.”그러더니 갑자기 말을 바꿨다.“분명 허가연이 일부러 사람을 시킨 거야. 우리 결혼식을 망치려고 이런 짓을 꾸민 거라고!”나는 임지아가 그 게시물을 올렸을 때부터 왠지 익숙하다고 생각했다.한참 동안 예전 대화 기록을 뒤지고 나서야 비로소 기억이 났다.주승훈이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에, 임지아는 SNS에 자기 남자친구와의 연애를 공개한 적이 있었다.나중에 주승훈에게 들킬까 봐 그 게시물을 숨겨둔 모양이었다.나는 그저 중개사를 통해서 임지아가 결혼한다는 소식이 상대방에게 흘러 들어가게 했을 뿐이었다.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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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재수도 없지.”엄마는 주승훈을 보자마자 얼굴이 굳어져서 곧장 문을 닫으려고 했다.그러자 주승훈이 재빨리 발을 문틈에 끼워 넣어서 엄마가 문을 닫지 못하게 막았다.“그날 결혼식에 어머니도 오셨던 거 알아요. 가연이가 부탁해서 오신 거죠?”“가연이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한 번만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어요.”엄마는 차갑게 비웃으며 허리에 손을 얹었다.“청첩장까지 친히 보내왔는데, 내가 당연히 구경하러 가야지.”“내 딸이 네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애완동물인 줄 알아?”“그럴 시간이 있으면 임지아가 뱃속에 품고 있는 그 애나 보러 가. 앞으로 네 노후를 책임져 줄 사람이 될 테니까!”엄마는 주승훈에게 늘 관대하고 온화했다.이런 말투로 주승훈에게 말하는 건 처음이었다.주승훈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엄마가 비웃듯 한마디를 덧붙였다.“왜? 설마 지금 와서 나한테 이런 말 하려고 온 건 아니지?”“그동안 기억을 잃어서 사람을 잘못 알아봤을 뿐이고, 사실 네가 사랑한 사람은 처음부터 우리 가연이었다고?”“주승훈, 너 설마 우리 가족이 네 말이면 뭐든 믿는 바보인 줄 알아?”그 순간, 주승훈의 얼굴에 드러난 찔리는 기색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엄마는 화가 나서 눈을 치켜뜨더니 주승훈을 힘껏 밖으로 밀어냈다.“꺼져. 당장 우리 집에서 나가!”두 사람이 현관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장을 보러 나갔던 아빠가 마침 집으로 돌아왔다.아빠는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바닥에 내던지더니, 주승훈의 어깨를 붙잡고 그대로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이 자식이 뻔뻔하게 감히 가연이를 찾아와?”“오늘 이 배은망덕한 놈을 내가 아주 죽여버릴 거야!”주승훈은 저항하지 않고,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저는 임지아에 속은 거예요.”“저는 가연이한테 제대로 설명할 기회만 한 번 달라는 겁니다.”나는 아빠가 너무 흥분해서 정말 사람을 때려서 다치게 했다가 괜히 고소까지 당할까 봐 겁이 났다.서둘러 아빠를 말렸다.“이제 그만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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