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나는 여전히 이 석 달 동안의 주승훈의 행동을 되새기고 있었다.지금 생각해 보면 주승훈의 연기는 정말 서툴렀다.그저 나는 계속 기억상실이라는 핑계로 주승훈의 모든 행동을 대신 변명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생각에 너무 깊이 빠져 있다 보니, 나도 모르게 옆에 있던 사람들을 따라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려버렸다.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한참을 걸어 나온 뒤였다.다시 돌아가려던 순간, 나는 그곳에서 절대 마주쳐서는 안 될 사람을 발견했다.주승훈이었다.이 시간이라면 주승훈은 분명 임지아와 집에서 저녁을 만들고 있어야 했다.나도 모르게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고, 마침 안에서 의사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임신하셨어요. 임신 8주예요.”“아이를 낳으실 건가요?”임지아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뒤에 있던 주승훈이 다급하게 대신 대답했다.“낳을 거예요. 우리 아이니까요.”주승훈은 초음파 검사지를 손에 든 채 임지아를 와락 끌어안았다.“의사 선생님 말 들었어? 우리 아이가 생겼어!”주승훈은 벌써 앞으로의 계획까지 세우기 시작했다.“아직 배가 나오기 전이니까, 우리 먼저 혼인신고부터 하고 결혼식 올리자.”“내일 바로 우리 부모님께 전화해서 상의할게.”“시간이 좀 촉박해서 네가 서운할 수도 있어.”“그래도 네가 받아야 할 건 하나도 빠짐없이 해줄게.”주승훈은 내 쪽을 등지고 있어서 나를 보지 못했다.하지만 임지아는 문 앞에 서 있는 나와 정확히 눈이 마주쳤다.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 내 얼굴을 보자, 임지아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임지아는 황급히 주승훈을 밀어냈다.주승훈은 임지아가 바라보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나를 발견한 순간, 눈빛에 희미하게 당황하는 기색이 스쳤다.“허가연, 너 회사 간 거 아니었어?”“그런데 왜 갑자기 산부인과에 온 거야?”나는 주승훈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임지아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물었다.“너 임신했어?”임지아는 불쌍한 사람처럼 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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