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남자친구 주승훈은 교통사고에서 깨어난 뒤 일시적인 기억상실에 걸렸다. 그런데 주승훈은 내 친구 임지아를 자신의 약혼녀로 착각했다. 나는 주승훈이 또 충격을 받을까 봐 어쩔 수 없이 임지아와 신분을 바꿔치기했다. 우리는 서로 약속했다. 그저 잠시만 서로의 신분을 바꿔 연기할 뿐, 그 이상의 관계는 갖지 않기로. 주승훈이 기억을 되찾으면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려놓기로 했다. 그런데 반년이 지나도록 주승훈은 기억이 돌아올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을 보다가 같은 지역에서 올라온 한 사연을 발견했다.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고 여자친구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는데, 이제는 그 여자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원래 여자친구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댓글창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답변에는 이런 조언이 달려 있었다. [당연히 계속 기억상실인 척해야죠! 앞으로 계속 밀어붙일 수도 있고, 물러날 길도 확보할 수 있잖아요.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그때 가서 이제 막 기억이 돌아왔다고 하면 되고요.] 그리고 그 댓글에는 작성자가 ‘좋아요’를 눌렀다는 표시가 남아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마침 주승훈과 임지아가 집으로 돌아왔다. 주승훈은 장을 본 봉투 몇 개를 손에 든 채 임지아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임지아를 바라보는 주승훈의 눈에는 애정이 가득했다. 알고 보니 이 가짜 연극을 주승훈은 이미 진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View More“재수도 없지.”엄마는 주승훈을 보자마자 얼굴이 굳어져서 곧장 문을 닫으려고 했다.그러자 주승훈이 재빨리 발을 문틈에 끼워 넣어서 엄마가 문을 닫지 못하게 막았다.“그날 결혼식에 어머니도 오셨던 거 알아요. 가연이가 부탁해서 오신 거죠?”“가연이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한 번만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어요.”엄마는 차갑게 비웃으며 허리에 손을 얹었다.“청첩장까지 친히 보내왔는데, 내가 당연히 구경하러 가야지.”“내 딸이 네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애완동물인 줄 알아?”“그럴 시간이 있으면 임지아가 뱃속에 품고 있는 그 애나 보러 가. 앞으로 네 노후를 책임져 줄 사람이 될 테니까!”엄마는 주승훈에게 늘 관대하고 온화했다.이런 말투로 주승훈에게 말하는 건 처음이었다.주승훈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엄마가 비웃듯 한마디를 덧붙였다.“왜? 설마 지금 와서 나한테 이런 말 하려고 온 건 아니지?”“그동안 기억을 잃어서 사람을 잘못 알아봤을 뿐이고, 사실 네가 사랑한 사람은 처음부터 우리 가연이었다고?”“주승훈, 너 설마 우리 가족이 네 말이면 뭐든 믿는 바보인 줄 알아?”그 순간, 주승훈의 얼굴에 드러난 찔리는 기색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엄마는 화가 나서 눈을 치켜뜨더니 주승훈을 힘껏 밖으로 밀어냈다.“꺼져. 당장 우리 집에서 나가!”두 사람이 현관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장을 보러 나갔던 아빠가 마침 집으로 돌아왔다.아빠는 손에 들고 있던 봉투를 바닥에 내던지더니, 주승훈의 어깨를 붙잡고 그대로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이 자식이 뻔뻔하게 감히 가연이를 찾아와?”“오늘 이 배은망덕한 놈을 내가 아주 죽여버릴 거야!”주승훈은 저항하지 않고, 힘겹게 말을 이어갔다.“저는 임지아에 속은 거예요.”“저는 가연이한테 제대로 설명할 기회만 한 번 달라는 겁니다.”나는 아빠가 너무 흥분해서 정말 사람을 때려서 다치게 했다가 괜히 고소까지 당할까 봐 겁이 났다.서둘러 아빠를 말렸다.“이제 그만하세요.”
엄마는 정말 구경을 하겠다며 일부러 고속철까지 타고 그곳에 다녀왔다.게다가 현장에서 벌어진 일을 영상으로 찍어서 내게 보내주기까지 했다.결혼식이 한창 진행되던 중, 갑자기 낯선 남자가 무대 위로 뛰어올라가더니 사회자의 마이크를 빼앗았다.“이 결혼, 난 반대합니다.”아무도 그 남자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사람들은 하나같이 의아한 표정으로 그 남자를 바라봤다.오직 임지아만 얼굴이 창백해진 채 몰래 주승훈의 뒤로 숨었다.주승훈은 불쾌한 표정으로 그 남자를 바라봤다.내가 일부러 사람을 불러서 결혼식을 망치려는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주승훈은 곧바로 경호원에게 남자를 끌어내라고 지시하려고 했다.그런데 남자가 이어서 내뱉은 말은 더욱 충격적이었다.“임지아, 네 뱃속에 있는 사생아를 받아주겠다는 남자 하나 잡아서 결혼한다고 내가 어쩌지도 못할 것 같아?”“내가 그 아이의 친아버지야. 그 녀석이 커서도 결국 나를 아빠라고 불러야 할걸.”“뭐라고?”주승훈은 화가 나서 눈동자가 크게 흔들릴 정도였다.하지만 남자는 오히려 더욱 거침없이 비웃으며 몰아붙였다.“뭐야, 아무것도 모르면서 임지아랑 결혼하겠다고 한 거야?”“너 혹시 남의 여자를 좋아하는 취향이라도 있는 거야? 제 발로 나서서 남의 애까지 거두면서 아빠 노릇을 하겠다니!”임지아는 다급하게 주승훈의 팔을 꽉 붙잡고 작은 목소리로 변명했다.“나 정말 저 사람 몰라! 제발 내 말을 믿어.”그러더니 갑자기 말을 바꿨다.“분명 허가연이 일부러 사람을 시킨 거야. 우리 결혼식을 망치려고 이런 짓을 꾸민 거라고!”나는 임지아가 그 게시물을 올렸을 때부터 왠지 익숙하다고 생각했다.한참 동안 예전 대화 기록을 뒤지고 나서야 비로소 기억이 났다.주승훈이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에, 임지아는 SNS에 자기 남자친구와의 연애를 공개한 적이 있었다.나중에 주승훈에게 들킬까 봐 그 게시물을 숨겨둔 모양이었다.나는 그저 중개사를 통해서 임지아가 결혼한다는 소식이 상대방에게 흘러 들어가게 했을 뿐이었다.정말
“너희가 내 집을 이렇게 오래 차지하고 있었던 것만 해도 내가 충분히 참아준 거야.”“계속 살고 싶으면 살아.”“대신 사람을 보내서 너희 짐을 전부 쓰레기로 내다 버릴 거야.”“그리고 네가 전에 구해놓은 집에서 너랑 임지아 둘이 알아서 잘 살아.”주승훈은 그대로 굳어졌다.잠시 후, 조금 주눅이 든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언제부터 내가 기억을 되찾은 걸 알고 있었어?]“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네가 기억을 되찾고도 임지아를 선택한 그 순간부터 우리 관계는 이미 끝났어.”나는 그 말을 끝으로 바로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주승훈의 번호를 다시 차단했다.주승훈은 베란다에 한참 동안 서 있었다.한참 뒤 거실로 돌아왔을 때는, 등이 축 처진 채 기운이 완전히 빠져 있었다.주승훈은 원래라면 어떻게든 양쪽 모두 다 붙잡아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제 주승훈에게 남은 길은 임지아와 함께 끝까지 가는 것뿐이었다. 주승훈이 내게 전화를 걸었다는 걸 알아차린 임지아는, 들뜬 얼굴로 서둘러 주승훈에게 다가갔다.“어떻게 됐어? 가연이가 집 안 판다고 했어?”주승훈은 잠시 멈칫하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가서 짐 싸자.”임지아는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이 짐을 싸기 시작했다.임지아가 잔뜩 삐친 얼굴로 짐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자 주승훈이 달랬다.“걱정하지 마. 지금은 잠깐 전셋집에서 지내는 것뿐이야.”“우리가 결혼하면 어차피 신혼집을 따로 구할 거야.”“우리 아기까지 데리고 여기저기 이사 다닐 수는 없잖아.”그 말을 들은 임지아의 굳은 표정이 조금 풀렸다.임지아는 다정한 눈빛으로 주승훈의 손을 꼭 잡았다.“우리 가족만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어디에서 살든 상관없어.”주승훈은 그 말에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그리고 임지아를 힘껏 품에 안았다.“그동안 내가 눈이 멀었어. 그래서 허가연 같은 속 좁고 모진 여자한테 마음을 줬던 거야.”“앞으로는 절대 너를 실망시키지 않을게.”임지아의 얼굴이 순간 그대로 굳어졌다.“너 기억을 되찾
한낮은 너무 더워서, 매수자가 아침 일찍 집을 보러 오겠다고 했다.중개사는 당연히 고객의 일정에 맞춰주었다.이른 아침 주승훈과 임지아가 아직 침대에서 곤히 자고 있을 때, 내가 중개사에게 맡겨둔 현관 열쇠로 문을 열고 사람들이 집 안으로 들어왔다.그러고는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안방 문이 열리는 소리에 주승훈이 잠에서 깼다.주승훈은 눈앞의 상황을 보자마자, 이불을 끌어올리면서 임지아의 몸을 단단히 가려줬다.“이른 아침부터 남의 집에 무단으로 들어오다니,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가게 할 겁니다.”하지만 중개사는 내가 당부한 대로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허가연 씨가 우리 부동산에 집을 팔아달라고 정식으로 의뢰하셨습니다.”“그리고 이 집을 마음에 들어 하는 매수자까지 나와서 집을 보러 온 겁니다.”주승훈은 비웃듯 코웃음을 치더니 침대 옆 협탁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그리고 곧바로 112에 전화를 걸었다.“당장 나가세요. 우리 아내가 옷을 입어야 하잖아요.”중개사는 콧방귀를 뀌더니 매수자 부부를 데리고 다른 곳을 둘러보러 갔다.하지만 이런 광경을 직접 본 매수자 부부는 집을 사도 될지 망설이기 시작했다.그러자 중개사가 곧바로 자신 있게 장담했다.“이 가격대에서는 이 정도로 잘 꾸며진 집은 찾기 어렵습니다.”“그냥 몸만 들어가서 살 수 있어서 따로 인테리어 비용도 들지 않아요.”“제가 오늘 확실하게 말씀드릴게요.”“오늘 경찰이 온다고 해도 여러분이 집을 계약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부부는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남아 있기로 결정했다.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분위기가 팽팽하게 얼어붙어 있었다.양쪽 사람들은 거실 소파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채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누가 신고했습니까?”주승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이 사람들이 아침부터 갑자기 제 집에 무단으로 들어왔습니다.”“저와 제 약혼자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한 겁니다.”중개사 역시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중개사는 곧바로 등기 서류와 내가 작성한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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