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속 첫 번째 남자를 본 나는 충격에 빠졌다.‘아빠가 죽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정신병원에 있지?’둔해진 머리를 다시 굴리려니 꽤나 괴로웠다.뭐랄까, 어지럽고 곧 토할 것만 같았다.그런데 이준형의 존재가 바늘처럼 내 머릿속의 깊은 곳에 박혔다.잠을 잘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게 만들었다.한밤중에 나는 남자 병동으로 숨어들어서 이준형을 찾아냈다.잠들지 않고 있던 이준형은 나를 보고도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드디어 왔구나?”나는 멍하니 이준형을 보았다.“우리 아빠는 네가 죽었다고 했어. 그런데 왜 살아 있어?”이준형이 쉿하고 검지를 입술에 대더니, 나를 끌고 복도 모퉁이의 작은 방으로 숨어들었다.그리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알고 보니 그해 나는 사람을 때린 적도, 돼지와 무슨 일이 있었던 적도 없었다.그 녹화 영상은 합성이었다.내가 어쩌다 사당에 들어갔다가 아빠의 범죄 증거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아빠는 돈으로 나를 막을 수 없자, 내게 약을 먹이고 주사를 놓기 시작했다.내 뇌세포를 망가뜨리고 쉬지 않고 세뇌해서 내가 정말로 문제가 있다고 믿게 했다.이준형 말고 나머지 남자친구들은 전부 본인들이 꾸며 낸 이야기였다.이준형의 말을 듣고도 내 머릿속에는 아무 기억도 없었다.“내가 무슨 범죄 증거를 발견했는데?”이준형이 갑자기 소매를 걷어 올리더니, 바닥에서 유리 조각을 주워서 팔에 찔러 넣었다.한참 뒤, 꽁꽁 싸맨 메모리 카드 하나를 짜냈다.“이게 그때 네가 나한테 맡긴 범죄 증거야. 그런데 그날 밤 이후로 나도 감시 대상이 됐고, 나를 기절시킨 뒤 여기로 보냈어.”이준형은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10년을 갇혀 있었어.”“꼬박 10년 동안 나는 매일 스스로에게 말했어. 다른 사람들처럼 약을 먹으면 안 된다고, 진실이 밝혀지는 날까지 버텨야 한다고.”“아윤아, 드디어 그날이 왔어.”그날 밤 이준형은 10년을 살펴 둔 길로 나를 데리고 달아났다.근처 PC방에서 나는 그 메모리 카드를 열었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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