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우리 마을에는 여자가 결혼하기 전에 남자친구를 사당에 데리고 가서 제사를 올리는 풍습이 있다. 무사히 걸어 나오기만 하면 두 사람이 평생 행복하게 산다는 뜻이었다. 내 두 여동생은 20살에 결혼했지만 나는 30살이 되도록 결혼을 못 했다. 사당에 들어간 남자친구들이 밖에 나오기만 하면 하나같이 나와 헤어지자고 했으니까. 심지어 어떤 남자친구들은 나를 죽이려고 들기도 했다. 새 남자친구는 우리 마을의 미신을 못마땅했지만 기어이 들어가겠다고 했다. 이장인 아빠가 데리고 들어갔다가 나오자, 새 남자친구는 나를 바닥에 누른 채 목을 조르려고 했다. 나는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사당 안에 대체 뭐가 있길래 사람이 저렇게 돌변하는 걸까?’ ‘아빠도 들어갔다 나오면 달라진다는 걸 알면서, 왜 굳이 데리고 들어가는 걸까?’
view more영상 속 첫 번째 남자를 본 나는 충격에 빠졌다.‘아빠가 죽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정신병원에 있지?’둔해진 머리를 다시 굴리려니 꽤나 괴로웠다.뭐랄까, 어지럽고 곧 토할 것만 같았다.그런데 이준형의 존재가 바늘처럼 내 머릿속의 깊은 곳에 박혔다.잠을 잘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게 만들었다.한밤중에 나는 남자 병동으로 숨어들어서 이준형을 찾아냈다.잠들지 않고 있던 이준형은 나를 보고도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드디어 왔구나?”나는 멍하니 이준형을 보았다.“우리 아빠는 네가 죽었다고 했어. 그런데 왜 살아 있어?”이준형이 쉿하고 검지를 입술에 대더니, 나를 끌고 복도 모퉁이의 작은 방으로 숨어들었다.그리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알고 보니 그해 나는 사람을 때린 적도, 돼지와 무슨 일이 있었던 적도 없었다.그 녹화 영상은 합성이었다.내가 어쩌다 사당에 들어갔다가 아빠의 범죄 증거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아빠는 돈으로 나를 막을 수 없자, 내게 약을 먹이고 주사를 놓기 시작했다.내 뇌세포를 망가뜨리고 쉬지 않고 세뇌해서 내가 정말로 문제가 있다고 믿게 했다.이준형 말고 나머지 남자친구들은 전부 본인들이 꾸며 낸 이야기였다.이준형의 말을 듣고도 내 머릿속에는 아무 기억도 없었다.“내가 무슨 범죄 증거를 발견했는데?”이준형이 갑자기 소매를 걷어 올리더니, 바닥에서 유리 조각을 주워서 팔에 찔러 넣었다.한참 뒤, 꽁꽁 싸맨 메모리 카드 하나를 짜냈다.“이게 그때 네가 나한테 맡긴 범죄 증거야. 그런데 그날 밤 이후로 나도 감시 대상이 됐고, 나를 기절시킨 뒤 여기로 보냈어.”이준형은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10년을 갇혀 있었어.”“꼬박 10년 동안 나는 매일 스스로에게 말했어. 다른 사람들처럼 약을 먹으면 안 된다고, 진실이 밝혀지는 날까지 버텨야 한다고.”“아윤아, 드디어 그날이 왔어.”그날 밤 이준형은 10년을 살펴 둔 길로 나를 데리고 달아났다.근처 PC방에서 나는 그 메모리 카드를 열었다.우
주변이 한순간 조용해지더니 저마다 아빠더러 어서 데려가라고 했다.이에 나는 완전히 절망했다.마을로 돌아오자, 아빠와 여동생들은 또 나를 돼지우리에 가두려고 했다.나는 저항하지 않는 대신 조건 하나를 걸었다.“사당 안의 것을 한 번만 더 보게 해 줘요. 그다음엔 마음대로 하세요.”3명이 눈짓을 주고받더니 승낙했다.캄캄하던 사당에 불이 켜지자 CCTV가 드러났고 카메라는 정확히 내 방을 향했다.아빠가 다가가서 몇 번 딸칵거리더니 예전의 녹화 기록을 찾아 재생하기 시작했다.화면 속에서 나는 어떤 남자와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다.남자가 깊이 잠들자 나는 몰래 밖으로 나갔다. 30분 뒤 돌아왔을 때는 돼지 한 마리를 끌고 들어왔다.그리고 그 돼지를 상대로 뭔가를 하기 시작했다.한밤중에 깬 남자가 그것을 보고 기겁을 하더니, 필사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신고하겠다고 했다.흥이 깨진 나는 화가 가득 난 얼굴로 바닥의 몽둥이를 집어 들고 남자를 때리기 시작했다.남자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때리고 나서야 다시 돼지를 찾았다.새벽 3시, 돼지를 돌려보내고 오다가 아빠와 마주쳤다.아빠가 이상함을 느끼고 따라 들어왔는데, 나는 이미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다.그리고 남자는 바닥에 쓰러져 의식이 없었다.이 영상을 다시 보고도 나는 여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영상 속의 저 악마는 아무리 봐도 정상인 같지 않은데, 저게 나라고?’‘게다가 그 남자는...’“내가 사람을 죽였어요?”아빠가 한숨을 쉬었다.“사람은 죽었지만 너는 정신질환 진단이 나와서 형을 받지는 않았어.”“그렇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네 병만 고칠 수 있다면 우리는 뭐든 할 생각이었어.” “그런데 10년 동안 애써도 아무 효과가 없었어. 오히려 점점 심해지기만 했지.”나는 멍하니 아빠를 보았다.“그런데 왜 나는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그 사람은 누구예요?”“네 남자친구였어. 20살에 데려와서 사당에 제사를 지냈고 결과는 좋았어. 그런데 그날 밤에 그런 일이 벌어진 거야.”나는
“그 사당에는 뭐가 있죠?”나는 망가진 손으로 몸을 떠받치고 일어나서 경찰이 더 묻지 못하게 막았다.“아무것도 없어요! 묻지 마세요!”“지금까지 전부 제가 꾸민 자작극이에요. 저를 미친 사람으로 여기셔도 돼요.”경찰이 미간을 좁혔다.“의식을 잃으셨을 때 전신 검사를 다 했어요. 뇌는 충격으로 다친 것 말고는 아무 이상이 없어요. 정상이라고요.”“그런데 몸에는 오랜 세월 학대와 폭행을 당한 흔적이 있기에, 저희는 협박을 받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어요.”나는 어떻게 하면 저들의 의심을 막을 수 있을지 필사적으로 궁리했다.“제가... 제가 일부러 그런 거예요. 아빠가 미워서 상처를 만들어 낸 거예요.”“전부 제가 꾸민 거예요. 더 조사하지 마세요.”내 태도에 경찰은 더더욱 의심했다.논의 끝에 경찰들은 기어이 아빠에게 안내를 받아서 확인하겠다고 했다.나는 몇 번이나 애원했지만 소용없었고, 억지로 경찰들을 따라 사당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가는 내내 흔들리는 차 때문에 막 싸맨 상처가 다시 벌어졌다.그런데도 나는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고 마음은 내내 허공에 떠 있었다.‘저 사람들도 혹시...’그런데 마음 깊은 곳에서는 저 사람들이 다른 것을 발견해 주기를 바라기도 했다.내 머릿속의 기억을 씻어 내 주기를 바랐다.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경찰들은 사당에서 나오자마자 딴사람이 되었다. 그들은 나를 여느 때와 다름없이 비난하기 시작했다.“바로 사건 종결할게요. 이런 인간쓰레기는 앞으로 잘 관리하세요.”“그럴게요. 감사드려요.”경찰이 떠난 뒤 나는 다시 돼지우리에 던져져 또다시 생존을 위해 발악해야만 했다. 나는 이미 돼지들과 지내는 게 아주 익숙해졌기에 딱히 거부감이 들지도 않았다.상처가 낫자 아빠는 나를 계속 가둬 두려고 했고, 나는 진작부터 이에 대응할 방법을 생각해 두었다.마을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는 무조건 미친 사람처럼 굴면서 보름 사이에 십여 명을 다치게 했다.아니면 밤에 남들이 방심한 틈을 타서 집에 들어가 불을 질렀다.
나는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서 필사적으로 눈을 비볐다.그래도 내 눈앞에 펼쳐진 건 여전했다.아빠와 할아버지의 주먹이 나를 향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그저 때리는 대로 맞았다.“차라리 때려죽이세요. 저는 정말 살 자격도, 누가 좋아해 줄 자격도 없어요.”나는 절망 속에서 눈을 감았다.처음에는 주먹으로 때렸다가 나중에는 온갖 도구로 날 때리기 시작했다.“너는 진작 죽어야 했어. 도대체 넌 왜 아직도 살아 있는 거야?”“네가 알아서 죽었어야지. 우리가 욕먹지 않게.”‘그래. 내가 알아서 죽었어야 했어. 그랬다면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았을 텐데.’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천천히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죽을 테니까 보내 주세요.”아빠와 제부들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았다.“그걸 핑계로 도망치려는 건 아니고요? 말해 두는데 꿈도 꾸지 마세요. 온 마을이 CCTV예요. 어디로 가든 잡혀 올 거예요.”아빠가 덧붙였다.“그래. 네가 떠나면 우리는 바로 신고할 거야. 그렇게 되면 경찰이 너를 찾아내겠지.”나는 평온하게 저들을 바라보았다. 나의 눈에는 이미 삶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지 않았다.“살고 싶지 않아요.”방금 본 것을 떠올리면 당장이라도 나를 없애 버리고 싶었다.그런데 안 됐다.사당 안에서 죽으면 이 땅을 더럽히는 것이니까.나는 시궁창에서, 깊은 산에서 죽어야 마땅했다. 산짐승에게 뜯기고 구렁이에게 잘근잘근 씹혀져야 마땅한 존재였다.나는 오솔길을 따라 비틀거리며 올라갔다. 등 뒤에서는 아빠와 제부들의 발소리가 들렸다.혹여나 내가 도중에 도망칠까 봐 따라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젠 상관이 없었다.어차피 이제 내가 죽으면 누군가는 시신을 거둬야 하니까.나는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다. 거기에는 30미터 남짓한 절벽이 있었다.‘여기서 떨어지면 반드시 죽게 될 거야.’절벽 끝에 서서 나는 저들을 한 번 돌아보고는 미련 없이 뛰어내렸다.그런데 뜻밖에도 나는 죽지 않았다.다시 눈을 떴을 때, 코끝에 소독약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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