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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에 들어간 남자들

사당에 들어간 남자들

By:  시끄러운 침묵Kumpleto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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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에는 여자가 결혼하기 전에 남자친구를 사당에 데리고 가서 제사를 올리는 풍습이 있다. 무사히 걸어 나오기만 하면 두 사람이 평생 행복하게 산다는 뜻이었다. 내 두 여동생은 20살에 결혼했지만 나는 30살이 되도록 결혼을 못 했다. 사당에 들어간 남자친구들이 밖에 나오기만 하면 하나같이 나와 헤어지자고 했으니까. 심지어 어떤 남자친구들은 나를 죽이려고 들기도 했다. 새 남자친구는 우리 마을의 미신을 못마땅했지만 기어이 들어가겠다고 했다. 이장인 아빠가 데리고 들어갔다가 나오자, 새 남자친구는 나를 바닥에 누른 채 목을 조르려고 했다. 나는 도무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사당 안에 대체 뭐가 있길래 사람이 저렇게 돌변하는 걸까?’ ‘아빠도 들어갔다 나오면 달라진다는 걸 알면서, 왜 굳이 데리고 들어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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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banata 1

제1화

“이렇게 천한 여자를 아직도 데리고 사세요? 저라면 진작에 내다 버렸을 거예요!”

“아저씨가 저한테 이렇게 잘해 주셨는데 제가 도와드려야죠. 지금 당장 죽여 버릴게요!”

새 남자친구 고민석이 달려들더니 내 목을 조르면서 바닥으로 눌렀다.

나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쳤지만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았다.

“민석아, 사람 죽이면 살인죄야!”

“너 같은 여자는 죽어야 이 세상이 깨끗해져!”

고민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배를 무릎으로 사납게 찍었다.

아랫배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번지면서, 나는 저항할 힘조차 남지 않았다.

숨이 점점 가빠지더니 정말로 죽음이 곧 나에게 닥칠 것만 같았다.

고민석은 마침내 손을 놓더니 떠나기 전에 나를 두 번이나 거세게 걷어찼다.

“쓰레기 같은 년, 널 언젠가는 죽여 버릴 거야!”

고민석이 떠난 뒤, 난 바닥에서 겨우 일어났다. 하지만 일어나자마자 아빠의 발에 차여 나가떨어졌다.

맞는 동안 나는 조금도 저항하지 않았다.

어차피 소용없다는 사실을 난 누구보다 잘 알았다.

아빠는 이장이었고, 아빠가 사람을 때릴 때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나는 30분 동안 바닥에 눌린 채 맞는 바람에 갈비뼈 세 대와 손가락 두 개가 부러졌다.

20살에 결혼 상대를 정하고 사당에 인사를 시키러 데려온 뒤로, 이번이 정확하게 10번째였다.

사당에 들어갔던 전 남자친구들은 나오기만 하면 전부 나와 헤어졌다.

방금 전 고민석처럼 나를 죽이려 든 사람도 있었다.

아빠는 밖에다 늘 내가 불길한 아이라 조상님을 노하게 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그 노여움을 가라앉히려면 나를 한 번 더 손봐야 한다며 말이다.

사당에 정말 그런 힘이 있다고는 믿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10년 동안 그 많은 남자친구에게 똑같은 일이 벌어지니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럴수록 나는 사당이 점점 더 궁금해졌다.

참지 못한 나는 친한 친구 몇 명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친구들의 고향에도 이런 괴이한 일이 있냐고 물었다.

[없는데? 우리 동네 사당은 누구나 들어가서 제사를 지내.]

[우리는 거기서 행사도 자주 하는데, 사당에 들어갔다가 나온 사람이 딴사람이 된다는 얘기는 못 들어 봤어.]

[아윤아, 너희 아버지가 사당에 뭘 해 놓으신 거 아니야? 어릴 때부터 너 싫어하셨잖아. 네가 직접 들어가서 무슨 일인지 확인해 보는 건 어때?]

나도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부탁해도, 아빠는 그 사당이 남자만 제사를 지내는 곳이라 나는 들어갈 자격이 없다고 했다.

몇 번이나 더 물었지만 돌아오는 건 모진 매질뿐이었다.

아빠는 입양한 두 여동생 앞에서는 한 번도 그러지 않았다.

그랬기에 나는 한때 내가 친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몰래 유전자 검사까지 받아봤다.

그러나 그 검사 결과에서 나는 확실히 아빠의 친딸이 맞았다.

엄마를 싫어해서 나까지 싫어하는 건 아닐지 의심하기도 했지만, 엄마가 세상을 떠난 지 몇 년이 지나도록 아빠는 줄곧 혼자였다.

누가 자리를 주선해도 전부 거절했다.

“내가 평생 사랑한 사람은 진주 하나야. 그 사람 말고는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아.”

다들 우리 아빠가 본인의 부인을 그리워하고 자식을 가장 애지중지하는 사랑꾼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내 말을 믿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아빠가 나를 때려죽이려 한다는 말은 더더욱 믿지 않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외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서, 영상 통화로 내 몸의 상처를 보여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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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이렇게 천한 여자를 아직도 데리고 사세요? 저라면 진작에 내다 버렸을 거예요!”“아저씨가 저한테 이렇게 잘해 주셨는데 제가 도와드려야죠. 지금 당장 죽여 버릴게요!”새 남자친구 고민석이 달려들더니 내 목을 조르면서 바닥으로 눌렀다.나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쳤지만 도무지 상대가 되지 않았다.“민석아, 사람 죽이면 살인죄야!”“너 같은 여자는 죽어야 이 세상이 깨끗해져!”고민석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 배를 무릎으로 사납게 찍었다.아랫배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번지면서, 나는 저항할 힘조차 남지 않았다.숨이 점점 가빠지더니 정말로 죽음이 곧 나에게 닥칠 것만 같았다.고민석은 마침내 손을 놓더니 떠나기 전에 나를 두 번이나 거세게 걷어찼다.“쓰레기 같은 년, 널 언젠가는 죽여 버릴 거야!”고민석이 떠난 뒤, 난 바닥에서 겨우 일어났다. 하지만 일어나자마자 아빠의 발에 차여 나가떨어졌다.맞는 동안 나는 조금도 저항하지 않았다. 어차피 소용없다는 사실을 난 누구보다 잘 알았다.아빠는 이장이었고, 아빠가 사람을 때릴 때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나는 30분 동안 바닥에 눌린 채 맞는 바람에 갈비뼈 세 대와 손가락 두 개가 부러졌다.20살에 결혼 상대를 정하고 사당에 인사를 시키러 데려온 뒤로, 이번이 정확하게 10번째였다.사당에 들어갔던 전 남자친구들은 나오기만 하면 전부 나와 헤어졌다.방금 전 고민석처럼 나를 죽이려 든 사람도 있었다.아빠는 밖에다 늘 내가 불길한 아이라 조상님을 노하게 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그 노여움을 가라앉히려면 나를 한 번 더 손봐야 한다며 말이다.사당에 정말 그런 힘이 있다고는 믿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10년 동안 그 많은 남자친구에게 똑같은 일이 벌어지니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럴수록 나는 사당이 점점 더 궁금해졌다.참지 못한 나는 친한 친구 몇 명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친구들의 고향에도 이런 괴이한 일이 있냐고 물었다.[없는데? 우리 동네 사당은 누구나 들어가서 제사를 지내.][우리는
Magbasa pa
제2화
외할머니는 안쓰러워 눈물을 뚝뚝 흘리더니 두말없이 외삼촌들을 데리고 찾아왔다.“매형! 당장 나오세요!”“우리 집안에 우리 외손녀를 지킬 사람 없는 줄 알아? 감히 내 외손녀한테 이런 짓을 해? 내가 때려죽이고 말 거야!”서슬 퍼런 두 외삼촌과 지팡이를 들고 달려드는 외할머니를 보고도, 아빠는 말없이 외삼촌들을 끌고 사당으로 들어갔다.외할머니는 내 상처를 꼼꼼히 싸매 주며 나를 데려갈 방법을 궁리했다.그러나 외삼촌들이 어두운 얼굴로 사당에서 나오더니, 두말없이 한 사람씩 내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내가 반응하기도 전에 외할머니 손에서 지팡이를 빼앗아 내 머리를 내리쳤다.피가 흘러내리면서 눈앞이 아득해졌다. 나는 머리의 상처를 감싸 쥔 채 어쩔 줄을 몰랐다.외할머니가 외삼촌들을 말리려다 작은외삼촌이 나직이 뭐라고 하는 것을 듣고는 안색이 확 달라졌다.외삼촌들이 내 팔을 하나씩 붙잡고 바닥에 꿇리는데도 그대로 두었다.“어머니, 힘껏 때리세요. 오늘 저년을 때려죽여버려요.”“저런 인간쓰레기는 이 세상에 살 자격이 없어요. 누나도 알면 우리를 용서할 거예요.”외할머니가 지팡이를 치켜들었다.“내가 때려죽이고 자수할게. 이 늙은이를 어쩌나 어디 한번 보자고!”외할머니 가슴에 달린 무공훈장이 유난히 무섭게 느껴졌다.그날 내가 얼마나 맞았는지 느낌도 없었다. 그저 기억나는 것은 나중에 정신을 잃었다는 점이었다.살점이 뜯기는 통증에서 나는 겨우 깨어났다.눈을 뜨니 나는 아직 사당 문밖에 있었다. 들개들이 피가 흐르는 자리를 따라서 내 살을 뜯고 있었다.게다가 두피는 이미 뜯겨져 나간 뒤였다.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집으로 걸어갔다.가는 내내 나는 아빠가 시끄러운 걸 싫어하기에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애썼다.한때는 다시는 이 미개한 마을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그런데 석 달만 집에 안 가면 아빠는 두 여동생을 데리고 내 회사로 쳐들어왔다. 회사 건물 아래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내가 부모를 버렸다고 외쳤다.아예 가족 관계를 끊을
Magbasa pa
제3화
“이건 우리 마을 풍습이에요. 쟤가 직접 동의해서 데리고 들어가 제사를 지낸 거고, 그 뒤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우리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에요.”“다 자기 팔자예요.”경찰과 함께 온 친구 한소민이 내 몸의 상처를 보고 분통을 터뜨리더니, 대뜸 달려들어서 아빠의 멱살을 잡았다.“친딸이잖아요! 어떻게 이렇게 모질게 때릴 수 있죠?”“이 마을은 미신에 절어 있다면서요? 죽고 나면 상주 노릇도 쟤한테 맡길 거 아니에요? 지금 때려죽이면 늙어서 시신 거둘 사람도 없어요!”“씨발, 딸이 필요 없으면 자꾸 찾아오지나 마시든가요! 데려와서는 사람 취급도 안 하잖아요! 아저씨 진짜 인간쓰레기인 거 아세요?”한소민도 나와 똑같이 나를 죽이고 싶어 하면서 떠나지 못하게 하는 아빠가 이해되지 않았다.경찰도 끊임없이 이유를 캐묻자 아빠는 차갑게 웃었다.“이유가 알고 싶으면 같이 사당에 들어가시죠.”“단, 남자 경찰만 들어갈 수 있어요. 여자 경찰은 안 돼요. 우리 규칙이 깨지면 조상님이 노하시거든요.”한소민이 코웃음을 쳤다.“노하기는 무슨. 쟤 몸의 상처는 전부 아저씨가 때린 거잖아요. 이건 비속폭행죄예요! 반드시 경찰에 고발할 거예요.”아빠는 아예 상대하지도 않고 경찰의 결정을 기다렸다.이런 관습은 경찰도 억지로 깨기 어려워서, 남자 경찰 두 사람이 아빠와 함께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나는 경찰들 앞을 막아선 채 쉬지 않고 머리를 조아리며 애원했다.“경찰 아저씨, 제발 들어가지 마세요. 제발 들어가지 마세요.”“안에 뭐가 있는지는 몰라요. 그런데 안에 들어갔던 남자들은 나온 뒤에는 전부 저를 죽이려 들었어요. 그러니 분명 뭔가 있어요.”경찰이 허리를 굽히면서 나를 달랬다.“신고자 분, 안심하세요. 저희는 경찰이에요. 미신 같은 건 믿지 않아요. 진상을 밝혀서 이 고통에서 꺼내 드릴게요.”경찰들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공포가 온몸을 휩쓸었다.그러나 다른 경찰들이 막아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10분 뒤, 두 경찰이 험악한 얼굴로 나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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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막 상처를 처치하고 났을 때, 일찌감치 아빠와 연을 끊었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찾아왔다.곧장 내 방으로 달려온 할아버지는 온몸에 난 상처를 보자, 곧바로 돌아서서 아빠의 뺨을 후려쳤다.“자기 친딸을 이렇게 대하고도 네가 사람이냐?”“오늘 나한테 똑똑히 설명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아빠가 설명하려고 했지만, 나는 그 말을 할아버지에게 차마 들려줄 수 없었기에 황급히 할아버지의 손을 붙잡았다.“할아버지, 저를 위해서 그러시는 거 알아요. 하지만 사당에는 가지 않겠다고 약속해 주세요. 네?”“걱정하지 마라. 나는 거기 절대로 안 가.”할아버지가 내 손을 꼭 쥐었다.“사당이 다 무슨 소용이야? 나는 네가 다쳤는지만 신경 써.”할아버지가 한숨을 쉬며 눈물을 줄줄 흘렸다.“내가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서 악마 같은 아들을 키웠구나. 걱정 마라. 내일 할아버지가 너를 데리고 가마.”나는 할아버지 품에 기대어 한바탕 크게 울었다.“할아버지, 절대로 사당에 가시면 안 돼요.”할아버지가 손을 들어 맹세했다.“절대 안 갈게.”할아버지는 늘 한 말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런 할아버지가 그렇게 약속해 주자 나는 한결 마음이 놓였다.나는 할아버지의 굳은살투성이 손을 끌어안은 채 잠이 들었다.그런데 다음 날 아침, 막 잠에서 깨자마자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집 안은 아주 조용했고 마치 쥐 죽은 듯이 가라앉은 고요함이었다.내가 더듬더듬 방에서 걸어 나왔을 때, 온 가족이 거실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표정은 하나같이 굳어 있었고, 인기척이 들리자 모두가 일제히 이쪽을 돌아보았다.그런데 어젯밤 내 곁을 지켜 주었던 할아버지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할아버지는요? 왜 안 계세요?”아빠가 차갑게 나를 바라보았다.“너 쓸데없이 일러바치는 것도 배웠구나?”큰 제부인 강승운이 경멸스럽다는 듯 나를 위아래로 훑었다.“겉으로는 멀쩡하게 차려입고 다녀서 몰랐는데 이런 쓰레기였는지 정말 몰랐네요.”“어쩐지 처형이랑 결혼하려던 사람들이 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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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나는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서 필사적으로 눈을 비볐다.그래도 내 눈앞에 펼쳐진 건 여전했다.아빠와 할아버지의 주먹이 나를 향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그저 때리는 대로 맞았다.“차라리 때려죽이세요. 저는 정말 살 자격도, 누가 좋아해 줄 자격도 없어요.”나는 절망 속에서 눈을 감았다.처음에는 주먹으로 때렸다가 나중에는 온갖 도구로 날 때리기 시작했다.“너는 진작 죽어야 했어. 도대체 넌 왜 아직도 살아 있는 거야?”“네가 알아서 죽었어야지. 우리가 욕먹지 않게.”‘그래. 내가 알아서 죽었어야 했어. 그랬다면 남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았을 텐데.’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천천히 바닥에서 몸을 일으켰다.“죽을 테니까 보내 주세요.”아빠와 제부들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았다.“그걸 핑계로 도망치려는 건 아니고요? 말해 두는데 꿈도 꾸지 마세요. 온 마을이 CCTV예요. 어디로 가든 잡혀 올 거예요.”아빠가 덧붙였다.“그래. 네가 떠나면 우리는 바로 신고할 거야. 그렇게 되면 경찰이 너를 찾아내겠지.”나는 평온하게 저들을 바라보았다. 나의 눈에는 이미 삶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지 않았다.“살고 싶지 않아요.”방금 본 것을 떠올리면 당장이라도 나를 없애 버리고 싶었다.그런데 안 됐다.사당 안에서 죽으면 이 땅을 더럽히는 것이니까.나는 시궁창에서, 깊은 산에서 죽어야 마땅했다. 산짐승에게 뜯기고 구렁이에게 잘근잘근 씹혀져야 마땅한 존재였다.나는 오솔길을 따라 비틀거리며 올라갔다. 등 뒤에서는 아빠와 제부들의 발소리가 들렸다.혹여나 내가 도중에 도망칠까 봐 따라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젠 상관이 없었다.어차피 이제 내가 죽으면 누군가는 시신을 거둬야 하니까.나는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다. 거기에는 30미터 남짓한 절벽이 있었다.‘여기서 떨어지면 반드시 죽게 될 거야.’절벽 끝에 서서 나는 저들을 한 번 돌아보고는 미련 없이 뛰어내렸다.그런데 뜻밖에도 나는 죽지 않았다.다시 눈을 떴을 때, 코끝에 소독약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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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 사당에는 뭐가 있죠?”나는 망가진 손으로 몸을 떠받치고 일어나서 경찰이 더 묻지 못하게 막았다.“아무것도 없어요! 묻지 마세요!”“지금까지 전부 제가 꾸민 자작극이에요. 저를 미친 사람으로 여기셔도 돼요.”경찰이 미간을 좁혔다.“의식을 잃으셨을 때 전신 검사를 다 했어요. 뇌는 충격으로 다친 것 말고는 아무 이상이 없어요. 정상이라고요.”“그런데 몸에는 오랜 세월 학대와 폭행을 당한 흔적이 있기에, 저희는 협박을 받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어요.”나는 어떻게 하면 저들의 의심을 막을 수 있을지 필사적으로 궁리했다.“제가... 제가 일부러 그런 거예요. 아빠가 미워서 상처를 만들어 낸 거예요.”“전부 제가 꾸민 거예요. 더 조사하지 마세요.”내 태도에 경찰은 더더욱 의심했다.논의 끝에 경찰들은 기어이 아빠에게 안내를 받아서 확인하겠다고 했다.나는 몇 번이나 애원했지만 소용없었고, 억지로 경찰들을 따라 사당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가는 내내 흔들리는 차 때문에 막 싸맨 상처가 다시 벌어졌다.그런데도 나는 아무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고 마음은 내내 허공에 떠 있었다.‘저 사람들도 혹시...’그런데 마음 깊은 곳에서는 저 사람들이 다른 것을 발견해 주기를 바라기도 했다.내 머릿속의 기억을 씻어 내 주기를 바랐다.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경찰들은 사당에서 나오자마자 딴사람이 되었다. 그들은 나를 여느 때와 다름없이 비난하기 시작했다.“바로 사건 종결할게요. 이런 인간쓰레기는 앞으로 잘 관리하세요.”“그럴게요. 감사드려요.”경찰이 떠난 뒤 나는 다시 돼지우리에 던져져 또다시 생존을 위해 발악해야만 했다. 나는 이미 돼지들과 지내는 게 아주 익숙해졌기에 딱히 거부감이 들지도 않았다.상처가 낫자 아빠는 나를 계속 가둬 두려고 했고, 나는 진작부터 이에 대응할 방법을 생각해 두었다.마을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는 무조건 미친 사람처럼 굴면서 보름 사이에 십여 명을 다치게 했다.아니면 밤에 남들이 방심한 틈을 타서 집에 들어가 불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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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주변이 한순간 조용해지더니 저마다 아빠더러 어서 데려가라고 했다.이에 나는 완전히 절망했다.마을로 돌아오자, 아빠와 여동생들은 또 나를 돼지우리에 가두려고 했다.나는 저항하지 않는 대신 조건 하나를 걸었다.“사당 안의 것을 한 번만 더 보게 해 줘요. 그다음엔 마음대로 하세요.”3명이 눈짓을 주고받더니 승낙했다.캄캄하던 사당에 불이 켜지자 CCTV가 드러났고 카메라는 정확히 내 방을 향했다.아빠가 다가가서 몇 번 딸칵거리더니 예전의 녹화 기록을 찾아 재생하기 시작했다.화면 속에서 나는 어떤 남자와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다.남자가 깊이 잠들자 나는 몰래 밖으로 나갔다. 30분 뒤 돌아왔을 때는 돼지 한 마리를 끌고 들어왔다.그리고 그 돼지를 상대로 뭔가를 하기 시작했다.한밤중에 깬 남자가 그것을 보고 기겁을 하더니, 필사적으로 비명을 지르며 신고하겠다고 했다.흥이 깨진 나는 화가 가득 난 얼굴로 바닥의 몽둥이를 집어 들고 남자를 때리기 시작했다.남자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때리고 나서야 다시 돼지를 찾았다.새벽 3시, 돼지를 돌려보내고 오다가 아빠와 마주쳤다.아빠가 이상함을 느끼고 따라 들어왔는데, 나는 이미 침대에 누워 자고 있었다.그리고 남자는 바닥에 쓰러져 의식이 없었다.이 영상을 다시 보고도 나는 여전히 믿을 수가 없었다.‘영상 속의 저 악마는 아무리 봐도 정상인 같지 않은데, 저게 나라고?’‘게다가 그 남자는...’“내가 사람을 죽였어요?”아빠가 한숨을 쉬었다.“사람은 죽었지만 너는 정신질환 진단이 나와서 형을 받지는 않았어.”“그렇지만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네 병만 고칠 수 있다면 우리는 뭐든 할 생각이었어.” “그런데 10년 동안 애써도 아무 효과가 없었어. 오히려 점점 심해지기만 했지.”나는 멍하니 아빠를 보았다.“그런데 왜 나는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그 사람은 누구예요?”“네 남자친구였어. 20살에 데려와서 사당에 제사를 지냈고 결과는 좋았어. 그런데 그날 밤에 그런 일이 벌어진 거야.”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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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영상 속 첫 번째 남자를 본 나는 충격에 빠졌다.‘아빠가 죽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정신병원에 있지?’둔해진 머리를 다시 굴리려니 꽤나 괴로웠다.뭐랄까, 어지럽고 곧 토할 것만 같았다.그런데 이준형의 존재가 바늘처럼 내 머릿속의 깊은 곳에 박혔다.잠을 잘 수도, 밥을 먹을 수도 없게 만들었다.한밤중에 나는 남자 병동으로 숨어들어서 이준형을 찾아냈다.잠들지 않고 있던 이준형은 나를 보고도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드디어 왔구나?”나는 멍하니 이준형을 보았다.“우리 아빠는 네가 죽었다고 했어. 그런데 왜 살아 있어?”이준형이 쉿하고 검지를 입술에 대더니, 나를 끌고 복도 모퉁이의 작은 방으로 숨어들었다.그리고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다.알고 보니 그해 나는 사람을 때린 적도, 돼지와 무슨 일이 있었던 적도 없었다.그 녹화 영상은 합성이었다.내가 어쩌다 사당에 들어갔다가 아빠의 범죄 증거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아빠는 돈으로 나를 막을 수 없자, 내게 약을 먹이고 주사를 놓기 시작했다.내 뇌세포를 망가뜨리고 쉬지 않고 세뇌해서 내가 정말로 문제가 있다고 믿게 했다.이준형 말고 나머지 남자친구들은 전부 본인들이 꾸며 낸 이야기였다.이준형의 말을 듣고도 내 머릿속에는 아무 기억도 없었다.“내가 무슨 범죄 증거를 발견했는데?”이준형이 갑자기 소매를 걷어 올리더니, 바닥에서 유리 조각을 주워서 팔에 찔러 넣었다.한참 뒤, 꽁꽁 싸맨 메모리 카드 하나를 짜냈다.“이게 그때 네가 나한테 맡긴 범죄 증거야. 그런데 그날 밤 이후로 나도 감시 대상이 됐고, 나를 기절시킨 뒤 여기로 보냈어.”이준형은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10년을 갇혀 있었어.”“꼬박 10년 동안 나는 매일 스스로에게 말했어. 다른 사람들처럼 약을 먹으면 안 된다고, 진실이 밝혀지는 날까지 버텨야 한다고.”“아윤아, 드디어 그날이 왔어.”그날 밤 이준형은 10년을 살펴 둔 길로 나를 데리고 달아났다.근처 PC방에서 나는 그 메모리 카드를 열었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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