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우지호는 서유리에게서 거절당한 뒤에도 L국을 떠나지 않았다.그는 기자단에서 멀지 않은 작은 마을에 거금을 들여 집을 임대한 후, 진 비서를 국내로 돌려보냈다.“공민준이라는 남자, 최대한 자세히 조사해.”진 비서는 우지호의 음울한 표정을 보며 감히 더 묻지 못하고 밤새 국내로 날아갔다.곧이어 공민준의 자료와 그의 약혼녀 사진이 전달되었다.우지호는 사진 속에서 다정하게 웃고 있는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분노 대신 묘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국내에 약혼자가 있었어?”그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눈가에는 병적인 기쁨이 번뜩였다.무언가를 깨달은 것만 같았다.서유리는 연기하는 것이었다. 일부러 공민준과 가깝게 지냈고 일부러 그에게 냉랭하게 굴었다. 자극하고 복수해야 했으니까.이 생각은 우지호의 마음속에 뒤틀린 안도감을 불러일으켰다.그녀가 아직 자신을 신경 쓰고 있다고, 그렇다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는 거라고 말이다.결국 그는 전략을 바꾸었다.서유리에게 강제로 돌아가자고 요구하는 대신 물 흐르듯 스며드는 방식으로 자신의 회유 계획을 시작했다.오늘은 약품을 보내고, 내일은 채소와 과일을 보내고, 모레는 또 발전기를 보냈다.꼭 마치 인심 좋은 산타클로스처럼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의 물품들을 끊임없이 이 척박한 종군기자단으로 공수했다.그러던 어느 날 오후, 또다시 사람들을 이끌고 방탄조끼와 헬멧을 가져왔을 때, 서유리가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그녀의 다리 부상이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아 걸을 때마다 약간 절뚝거렸다.“지호야, 보내준 물품들은 정말 고마워.”서유리는 그의 앞에 다가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모두 일괄적으로 등록하고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드릴 거야.”그녀의 말투는 공손했지만, 거리감이 느껴졌다. 마치 전혀 상관없는 자선 단체 책임자와 대화하는 듯했다.우지호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유리야, 아직도 나한테 화난 거지?”그는 한 발짝 다가서며 거리를 좁히려 했다.“내가 잘못했어. 더 이상 그 남자를 이용해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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