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서유리는 무언가가 긁히는, 귀청을 찌르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거실로 나가자 인부 몇 명이 벽에 걸린 서유리와 우지호의 결혼사진을 거칠게 떼어내고 있었다. 액자 유리가 바닥을 긁으면서 긴 흠집을 남겼다.“무슨 짓들이에요?”서유리는 갓 잠에서 깬 탓에 목소리가 잠겨 있었지만, 그 속에 담긴 서늘한 기운은 뚜렷했다.우두머리로 보이는 인부가 거드름을 피우며 대꾸했다.“우지호 씨가 시킨 겁니다. 이 집안에 새 안주인이 들어올 테니 벽에 다른 여자 사진이 걸려 있는 게 영 불편하시다고 하네요.”‘새 안주인?’서유리는 지난 생을 떠올렸다. 그날 아침, 자신의 결혼사진이 공사 인부들에 의해 뜯겨 나간 것을 발견하고는 미친 사람처럼 울부짖으며 그들을 말리려 했었다. 곧이어 백은채와 우지호로부터 메시지가 왔는데 뜬금없이 이사를 들어온다고 통보했다. 그밖에 백은채는 그녀에게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사진들을 수없이 보냈다. 충격에 휩싸인 서유리는 도무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하여 우지호가 백은채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왔을 때, 그녀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히스테리를 부리며 난리를 피웠다. 결국 돌아온 것은 우지호의 경멸 어린 시선과 백은채의 승리감에 찬 미소였다.하지만 지금, 보물처럼 여기던 결혼사진이 구겨진 채 쓰레기봉투로 처박히는 꼴을 보는데도 서유리의 마음은 아무런 파동이 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우스꽝스러웠다.심장을 찢는 듯한 고통도 한번 겪고 나니 별것 아니었다.그때,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했다.상대는 바로 백은채, 수십 장의 사진이 쉴 새 없이 알림창을 채웠다.우지호가 볼록하게 나온 그녀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는 모습, 부엌에서 백은채를 위해 정성스레 요리하는 모습, 소파에 나란히 기대앉아 있는 두 남녀와 발그레해진 백은채의 뺨까지...사진마다 오른쪽 하단에 날짜가 선명하게 찍혔는데 전부 우지호가 말했던 ‘출장’과 ‘회의’ 날짜와 정확히 일치했다.뒤이어 도발적인 메시지가 도착했다.[유리야, 실은 지호 오빠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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