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새우 논쟁’이 쏘아 올린 이혼: Chapter 1 - Chapter 9

9 Chapters

제1화

“참, 대표님 곁에 있는 여자라면 무조건 의심부터 하시나 봐요?”김아린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도도한 얼굴에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오히려 부당한 일을 당한 사람처럼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다들 사모님처럼 사랑 타령만 하면서 사는 거 아니에요. 이번 계약 따내겠다고 직원들 전부 끼니도 제대로 못 챙길 만큼 바빴어요. 저도 그저 월급 받고 일하는 직장인일 뿐인데, 제발 억측 좀 그만하시면 안 돼요?”자리에 있던 직원들이 곁눈질하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비서를 아홉 명이나 내보내고도 또 저러네.”“대표님이 오냐오냐 받아주니까 저러는 거지. 다른 남자였으면 진작 이혼했겠다.”“여자 직원만 보면 저렇게 견제하니 대표님도 얼마나 피곤하시겠어. 우리도 먹고살려고 회사 다니는 건데...”...상황을 지켜보던 고영훈은 내 팔을 잡고 일으키더니 밖으로 끌고 나가려 했다.“나가서 얘기하자. 갖고 싶은 가방이든 뭐든 다 사줄게. 네가 원하는 건 다 해 줄 테니까 나가서 얘기하자.”나는 고영훈의 손을 뿌리치고 의자를 당겨 앉았다.“그냥 여기서 얘기해. 어차피 조금 있으면 변호사님이 이혼합의서 가져올 거야. 서명도 해야 하고...”내가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자, 늘 온화하고 여유롭던 고영훈의 눈이 금세 붉어졌다.“하윤아, 우리 결혼한 지 8년이나 됐어. 그동안 네가 갖고 싶다는 건 뭐든 사줬고, 네가 비서를 아홉 명이나 그만두게 했을 때도 난 한마디도 안 했어. 그냥 네가 투정 부리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까.”고영훈이 상처받은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그런데 이제 하다 하다 이혼하자는 말까지 해?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고영훈은 눈매가 온화한 사람이었다. 그런 고영훈이 눈시울을 붉힌 채 애틋하게 나를 바라보자, 주변 사람들의 표정까지 덩달아 안타깝게 변했다.그때 사석에서는 나와 둘도 없이 가까운 친구인 정다은이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화로 풀어. 대표님이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도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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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직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특히 김아린은 잔뜩 화가 난 얼굴이었다.“제가 퇴사하겠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예요?”김아린은 억울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오늘 기어코 저한테 불륜녀라는 누명을 씌워야 속이 시원하시겠어요? 대표님이랑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몇 번을 말씀드려야 해요? 저는 그냥 먹고살려고 회사 다닌 것뿐인데, 왜 평범한 직장인 하나를 이렇게 못살게 구세요!”나는 무심한 얼굴로 대답했다.“하지만 저희 남편은 저한테 새우 한 번 까 준 적 없거든요...”직원들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고영훈도 황당하다는 표정이었다.고작 새우 몇 마리 때문에 내가 정말 이혼하겠다고 나선 거라고 생각하자, 참았던 화가 순식간에 치솟은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송하윤! 새우가 먹고 싶으면 나한테 말을 해. 얼마든지 까 줄 테니까! 너 정말 선 세게 넘었어. 당장 나가. 당분간 네 얼굴 보고 싶지 않으니까!”말을 마친 고영훈은 내 팔을 붙잡고 출입구 쪽으로 끌고 갔다.하지만 나는 끝까지 이혼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나는 조현우 변호사가 다시 출력해 온 이혼합의서를 받아 고영훈에게 내밀며 서명하라고 했다.그렇게 서로 실랑이를 벌이던 중, 갑자기 머리가 핑 돌았다.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다시 눈을 떴을 때는 병원이었다.고영훈과 회사 직원들이 병상 주변에 모여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내가 깨어난 것을 본 고영훈은 환하게 웃으며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애틋한 얼굴로 손등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하윤아, 너 임신했대. 우리한테 아기가 찾아왔어!”고영훈의 눈에는 아빠가 된 기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직원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한결 누그러졌다.“그러니까요. 사모님도 한때 회사를 이끌었던 분이시고, 유명한 커리어우먼이셨잖아요. 갑자기 저러시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임신 때문이었네요. 저도 임신했을 때 괜히 불안해져서 별것도 아닌 일에 자꾸 남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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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이혼합의서가 나오자, 식사 자리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특히 이도훈의 표정은 대번에 어두워졌다.“고 대표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고영훈은 황급히 이혼합의서를 치우며 이도훈을 달랬다.“별일 아닙니다. 와이프가 임신해서 요즘 심적으로 좀 불안정한 상태라서요. 집에 가서 제가 잘 얘기하겠습니다.”나는 곧바로 이혼합의서를 빼앗아 왔다.“우리 사이에 할 이야기가 남았어? 지금 당장 서명해. 이 이혼합의서에!”내 태도는 단호했다. 이도훈의 눈치를 볼 생각도 전혀 없었다.“서명만 하면 바로 갈게. 더는 방해 안 할 테니까 얼른 사인해!”“고 대표님! 집안일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무슨 사업을 하겠다는 겁니까? 저를 이렇게까지 무시하시니... 더는 협력할 이유가 없겠네요!”말을 마친 이도훈은 일행을 데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룸을 나가 버렸다.고영훈과 김아린이 아무리 붙잡아도 소용없었다.그렇게 수백억 원짜리 대형 계약이 그대로 날아갔다.잠시 후 고영훈은 눈이 충혈된 채 돌아왔다.뒤따라 돌아온 김아린의 얼굴도 더없이 어두웠다.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고 다시 이혼합의서를 내밀었다.“이제 방해할 사람도 없네. 서명할 수 있지?”이번에는 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대신 정다은이 참지 못하고 화를 냈다.“하윤아! 이번에는 네가 선을 넘은 것 같아! 적어도 공과 사는 구분했어야지. 네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거 몰라? 너 원래 이렇게 공사 구분 못 하는 애 아니었잖아. 도대체 왜 이렇게 변했어?”김아린도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며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이 계약 하나 따내려고 제가 일주일 내내 이 대표님이 참석하는 술자리를 따라다녔고, 한 달 동안 그 회사에 발이 닳도록 드나들었어요! 그런데 사모님 덕분에 계약이 다 날아갔네요. 이제 만족하세요? 사모님의 말도 안 되는 망상 때문에 어렵게 따낸 계약까지 날려 버렸다고요!”김아린은 흥분을 가라앉히더니 의미심장하게 말을 이었다.“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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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얼마 지나지 않아 나 때문에 수백억 원짜리 계약이 날아갔다는 소문이 회사 전체에 퍼졌다.심지어 엄마의 귀에까지 들어갔다.“하윤아, 너 대체 왜 그러니? 잘살다가 갑자기 무슨 이혼이야? 그것도 모자라서 회사에 수백억 원짜리 손해까지 입혔다며. 네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오면 엄마도 네 편 못 들어줘!”“영훈이 좀 그만 괴롭혀. 영훈이가 아무리 고아라고 해도 열 살 때부터 우리 집에서 너랑 함께 큰 아들같은 애야. 엄마랑 아빠도 그때부터 쭉 지켜봤고. 게다가 어릴 때부터 네 말이라면 뭐든 다 들어줬잖아. 영훈이가 좋다고, 결혼하고 싶다고 먼저 나선 것도 너였어. 그런데 이제 와서 이혼이라니!”“철없는 애처럼 구는 것도 이제 그만해. 이혼 이야기도 그만하고. 영훈이한테 전화했더니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더구나.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어? 너 계속 이러면 엄마랑 아빠도 더는 가만있지 않을 거야!”나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잿빛으로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엄마, 그래도 이혼은 꼭 할 거예요.”옆에서 듣고 있던 아빠가 결국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송하윤! 우리가 너를 그렇게 가르쳤어? 어쩜 이렇게 무책임해? 애까지 생겼는데 대체 뭘 어쩌겠다고 이혼이야! 잘 들어. 네가 정말 이혼하면 난 너 같은 딸 없는 셈 칠 거야!”아빠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다시 전화를 걸려던 순간, 조현우 변호사에게 메시지가 도착했다.[하윤 씨, 에덴 호텔 501호로 와요. 기다리고 있을게요.]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서둘러 차를 몰고 호텔로 향했다.그런데 다음 날, 조현우 변호사와 내가 함께 호텔을 나서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회사 내부 단체 채팅방에 퍼져 있었다.급기야 그 사진은 부모님에게까지 전달됐다.곧바로 아빠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이 못된 계집애야! 남자 때문에 이혼하겠다는 거였어? 무슨 사정이라도 있는 줄 알았더니, 밖에 다른 남자가 있었던 거야?”아빠가 흥분해서 몰아붙이자, 엄마가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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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퇴사한 전임 비서 아홉 명을 본 순간, 고영훈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송하윤, 이게 무슨 짓이야?”고영훈이 격앙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김아린 씨와 나를 말도 안 되는 불륜설에 엮은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예전 비서들까지 내 불륜 상대로 몰아가려고? 정작 더러운 짓은 네가 해 놓고, 어떻게 몇 번이고 나한테 누명을 씌울 수가 있어!”“이혼해. 이제 네가 싫다고 해도 소용없어. 나도 무조건 너랑 이혼할 거니까!”고영훈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 정도로 격분했다.부모님은 그런 고영훈을 보고 황급히 다가가 달랬다.“영훈아, 진정해. 이혼이 어디 그렇게 쉽게 결정할 일이니.”나는 그 모습을 보며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뭐가 그렇게 급해? 당신 말로는 내가 전 비서 아홉 명을 전부 내쫓았다며. 그러니 당사자들을 불러서 직접 물어봐야 할 거 아니야.”내가 눈짓하자 아홉 사람이 차례로 입을 열었다.“저는 제 의사로 퇴사했습니다. 사모님과는 아무 상관 없어요.”“저도 자진해서 퇴사했어요. 오히려 사모님께서 저희 집안 사정이 어렵다는 걸 아시고 위로금까지 챙겨 주셨어요.”“저도 마찬가지예요...”“저도요.”...하지만 직원들은 아홉 사람의 말을 듣고도 좀처럼 믿지 못했다.“다들 돈이라도 받은 거 아니에요? 재직 당시 사모님이 하루가 멀다고 괴롭혔던 건 벌써 잊었어요?”그 말을 들은 전 비서들은 오히려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사모님께서 저희를 괴롭힌 적은 없는데요? 대표님이 저희한테 빌려 간 물건을 대신 돌려주신 것 외에는 따로 연락을 주신 적도 없었습니다.”그 말에 주변에서 웃음이 터졌다.“대표님께서 당신들한테서 빌리긴 뭘 빌려요?”그러자 아홉 사람은 하나둘 고영훈에게 빌려줬던 물건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립스틱을 빌려준 사람도 있었고, 파운데이션을 빌려준 사람도 있었다. 빗이나 스카프를 빌려준 사람도 있었다.하나같이 여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물건이었다.전 비서들의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직원들의 시선이 하나둘 고영훈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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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내 말을 듣던 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김아린에게 쏠렸다.“사모님, 또 저한테 누명을 씌우시는 거예요? 제가 대체 사모님한테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김아린이 울먹이자, 직원들이 앞다퉈 두둔하고 나섰다.“대표님이 김아린 씨가 입사한 뒤로 여직원들의 소지품을 집에 가져간 적이 없다고 해서 두 사람이 무슨 사이라는 증거는 아니잖아요. 김아린 씨는 원래 도도하기로 유명하고, 업무 외에는 말도 잘 안 하는 사람이에요.”“맞아요. 평소에도 일밖에 모르잖아요. 업무 이야기 아니면 대표님한테 말 한마디 붙이지 않는데, 두 사람이 어떻게 그런 사이겠어요!”“앞에 있던 비서 아홉 명도 대표님이랑 아무 사이 아니었다잖아요. 그러니 김아린 씨도 당연히 아니죠! 저도 직장 생활 오래 했지만 이렇게 공과 사가 분명하고 원칙적인 사람은 처음 봤어요. 지난번에는 대표님이 업무상 실수하니까 면전에서 따지기까지 했다니까요.”“그러니까요. 두 사람 평소에 서로 못마땅해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인데, 무슨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예요!”...사람들이 모두 자기편을 들자 김아린은 금세 안정을 되찾았다. 김아린은 고개를 돌려 나에게 따져 물었다.“이제 제 얘기는 그만하시죠? 정작 사모님은 조현우 변호사랑 호텔에 방까지 잡았잖아요! 그것도 커플들이 주로 찾는 호텔의 더블룸으로요!”나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거기가 커플들이 주로 찾는 호텔인 건 어떻게 알았어요? 더블룸인 건 또 어떻게 알았죠?”나는 김아린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보다 곧바로 물었다.“회사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사진, 김아린 씨가 찍은 거죠? 제 뒤를 밟은 거예요?”김아린은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이더니 황급히 해명했다.“저, 저는 제 결백을 증명하려고 그런 거예요! 대표님이 저한테 새우 세 마리 까 줬다는 이유로 갑자기 이혼하겠다고 나오는 것부터 말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저 때문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려고 따라간 거라고요! 그런데 진짜 두 분이 바람피우는 증거를 잡게 될 줄은 몰랐죠!”직원들이 다시 맞장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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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아빠가 들고 있던 건 고영훈과 김아린이 함께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었다.그러다 정다은이 들고 있는 사진을 본 순간, 아빠의 얼굴이 무섭게 굳었다.아빠는 말없이 고영훈에게 다가가 뺨을 세게 후려쳤다.순식간에 주변이 고요해졌다.“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오히려 서늘하게 울렸다.“열 살 때부터 내 자식이라 생각하고 키웠다. 네가 우리 가족과 조금이라도 다르다고 느낄까 봐 하윤이와 똑같이 먹이고 입히고 가르쳤어. 회사에 들어온 뒤에는 네 능력을 믿고 경영까지 맡겼고.”아빠는 분노를 억누르듯 잠시 말을 멈췄다.“그런데 네가 내 믿음에 이런 식으로 보답해?”아빠의 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 것도 모자라 하윤이를 그렇게까지 몰아붙여? 하윤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면서도 지금까지 우리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있었던 거냐?”아빠는 고영훈을 싸늘하게 노려봤다.“내가 사람을 잘못 봤구나.”고영훈은 눈시울을 붉힌 채 다급하게 변명했다.“아버님, 죄송합니다. 제가 하윤이한테 잘못한 건 맞아요. 하지만 이건 다 김아린 씨가 먼저 저를 유혹해서 그런 겁니다! 매일 저한테 의도가 다분한 메시지를 보냈고 계속 저를 유혹했어요. 저는 하윤이를 사랑합니다. 정말 잠깐 정신이 나갔던 것뿐이에요.”김아린은 순간 얼어붙었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고영훈을 쳐다봤다.그 말을 들은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김아린에게 향했다. 조금 전까지 김아린을 두둔하던 눈빛에는 어느새 분노와 배신감이 가득했다.“그렇게 아린 씨 편을 들어줬는데, 진짜 불륜이었던 거야?”“능력도 있는 사람이 대체 왜 유부남이랑 바람을 피워? 제정신이야?”“김아린 씨도 남편이랑 아들이 있다면서요? 자기 가정까지 있는 사람이 불륜을 저질렀으면 더 나쁜 거 아니냐고요...”“...”평소 도도하고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 김아린이 그런 말을 가만히 듣고 있을 리 없었다. 결국 발끈하며 입을 열었다.“저는 그런 적 없...”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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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나는 어릴 때부터 고영훈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러다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내가 고영훈을 오빠가 아닌 남자로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그 뒤로 고영훈이 어디를 가든 따라다녔다.고영훈이 새로 나온 운동화를 한 번 눈여겨보면 용돈을 모아 사 줬고, 호날두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혼자 비행기까지 타고 해외로 가서 친필 사인을 받아 왔다. 스포츠카를 좋아한다는 말에는 부모님을 졸라 차까지 사 줬다.잘생긴 데다 공부까지 잘했던 고영훈은 학교에서 유명한 인기남이었고, 그를 좋아하는 여자애들도 많았다.나는 고영훈이 나를 여동생으로만 생각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선을 넘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그런데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맞은 여름방학, 평소 밖으로 나돌며 온갖 아찔하고 위험한 액티비티를 즐기던 고영훈이 갑자기 달라졌다.내 말을 고분고분 들으며 집에만 머물렀고, 시도 때도 없이 내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심지어 내가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나갈 때도 굳이 따라왔다.고영훈은 나를 지켜 주기 위해서라고 했다. 혹시라도 내가 몰래 연애를 시작할까 봐 감시하는 거라고 했다.그렇게 말했던 바로 그날 밤이었다.고영훈이 내 방문을 두드렸다.문을 열자 고영훈은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채 나를 바라봤다.“연애하고 싶으면... 차라리 나랑 해.”잠시 머뭇거리던 고영훈이 덧붙였다.“다른 놈이랑 하지 말고. 너무 불안하니까.”그렇게 우리는 부모님 몰래 4년 동안 캠퍼스 커플로 지냈다.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나는 부모님을 찾아가 고영훈을 좋아한다고, 결혼하고 싶다고 털어놨다.처음에는 부모님도 결혼을 반대했다.하지만 나는 석 달 내내 부모님을 졸랐고, 급기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사이라고 우겨서야 겨우 허락을 받아냈다.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나는 미칠 만큼 고영훈을 사랑했다. 그리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었다.고영훈을 위해 회사 경영까지 포기하고 전업주부가 됐다. 내가 꿈꾸던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내 삶의 모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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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지난번 계약 자리에서 만났던 협력사 대표 이도훈과 함께 들어왔다.“김아린 씨가 누구죠?”그 말을 듣자, 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김아린에게 향했다.“이 사람이요!”경찰은 김아린의 신원을 확인한 뒤 곧장 다가갔다.“김아린 씨, 회사 자금 횡령 혐의로 동행해 주셔야겠습니다.”경찰이 김아린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자 김아린은 자기도 모르게 움찔했다.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은 김아린이 다급해졌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힌 채 고영훈을 향해 소리쳤다.“영훈 씨, 나 좀 살려 줘요! 우리 아준이 생각해야죠. 아직 어린데 엄마 없이 어떻게 살아요! 제발 나 좀 도와줘요!”하지만 고영훈에게는 김아린을 신경 쓸 여유 따위 없었다.고영훈은 줄곧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손을 뻗어 나를 붙잡으려던 고영훈은 내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손을 거둬들였다.눈시울을 붉힌 고영훈이 후회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윤아, 내가 잘못했어...”고영훈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김아린은 대학 졸업하고 술집에서 우연히 만났어. 그날 내가 술에 취해서... 전부 실수였어. 아이가 생긴 것도 나중에 알게 됐어. 김아린이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아이를 낳았거든. 내가 사랑한 사람은 너뿐이야...”나는 결국 허탈한 웃음을 참지 못했다. 살면서 들어 본 말 중 가장 우스운 소리였다.“그러니까 당신 말은...”나는 고영훈을 똑바로 바라봤다.“나를 사랑하면서 다른 여자랑 잤고, 다른 여자와 아이까지 만들었고, 그 아이를 7년 동안 아빠 노릇까지 하며 키웠다는 거네?”고영훈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나는 더 이상 고영훈을 상대하지 않고 조현우 변호사에게 이혼합의서를 건네받았다.그리고 그대로 고영훈 앞에 내밀었다.“서명해.”하지만 고영훈은 한참이 지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내 목소리는 더욱 차갑게 가라앉았다.“서명하기 싫으면 하지 마. 법정에서 만나면 되니까.”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덧붙였다.“어차피 당신한테 돌아갈 재산은 한 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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