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나는 목발을 짚고 한 걸음씩 비상계단으로 향했다.발의 상처가 채 낫지도 않았는데 하이힐에 쓸려 또 피가 났다.그때 휴대전화로 연락이 왔다. 강도윤에게 여성 동반자와 함께 1층의 상공회의소 행사에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었다.알리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던 순간 강도윤이 다가와 내 발목을 잡았다.“다음부터는 굽 낮은 운동화 신어.”강도윤은 옆에 놓아둔 플랫 슈즈를 꺼내 내 발에 신겨 주었다.“앞으로는 나랑 술자리 다닐 필요 없어.”그때 대표실 문이 열리고 화려하게 차려입은 조유나가 걸어 나왔다.조유나가 강도윤 곁에 다가서자 강도윤이 일어나 그 작은 손을 잡았다.“넌 이런 공식 석상에 어울리지 않잖아. 앞으로는 유나가 대신 갈 거야.”나는 별다른 반응 없이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아, 그래.”강도윤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왜 그런지 안 물어봐?”나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강 대표님, 제가 처리해야 할 회사 업무도 많고 아래층 행사에서도 대표님을 기다리고 있어요. 여기서 저랑 시간 낭비하실 필요 없어요.”강도윤이 희미하게 웃었다.“강 대표님? 참 깍듯하기도 하네.”강도윤이 다시 입을 열려는데 조유나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끼어들었다.“아잉, 이제 안 가면 다리 아파서 못 서 있겠어.”강도윤이 돌아서서 조유나를 달랬다.“알았어, 알았어. 우리 유나 힘들게 하면 안 되지.”두 사람은 서둘러 떠났다.저녁 무렵, 지친 얼굴로 1층에서 올라온 강도윤이 빨간 코트 한 벌을 내 앞에 던졌다.“겨울이라 춥잖아. 아래 행사장에서 팔던 옷인데 원단이 괜찮아 보여서.”내 표정이 굳었다.“강도윤, 우리 결혼한 지 4년이야. 내가 이런 화려한 색을 안 입는다는 것도 몰라?”강도윤은 대표실 문을 쾅 닫으며 말했다.“입기 싫으면 말든가.”SNS 보니 조유나가 쇼핑백 십여 개가 놓인 사진을 올려놓았다.[누군가 내가 추위 많이 타는 걸 알고 코트를 10벌 넘게 사 줬지 뭐야.]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나는 깨끗이 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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