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혁은 아무 말도 없다가 임유진의 두 눈과 마주치고서야 드디어 ‘응’이라는 한마디를 꺼냈다.
“다 알고 있었으면서 진씨 가문과의 거래 때문에 침묵을 택한 거야? 그래?”
임유진이 계속해서 물었다.
강지혁의 입술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질문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의 심장을 아프게 도려냈다. 이미 피가 흥건해졌는데도 칼끝은 멈출 줄을 몰랐다.
너무나도 아팠다.
하지만 이 고통은 그가 받아야만 하는 고통이었다. 그에게는 변명할 자격조차 없었다.
“내가 묻잖아. 대답해.”
임유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표정도 조금 흥분해 있었다.
“...맞아. 하지만 유진아, 나는 그때...”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고작 이익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감방에 가는 걸 아무렇지 않아 할 수가 있어? 너 그때 알고 있었잖아. 진세령이, 걔네 가족이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다 알고 있었잖아!”
강지혁은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여전히 침묵을 택했다.
임유진은 줄곧 강지혁이 매정했던 것이 전부 다 그녀를 진범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사랑이 없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약혼녀이기에, 그래서 죗값을 치르게 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그만큼 우스운 착각이 또 없었다.
강지혁은 처음부터 모든 걸 다 알고 있었다. 그녀가 죽인 게 아니라는 것도, 그녀가 억울하게 당하고 있다는 것도 전부 다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단 일말의 동정심도 내보이지 않았다.
“미안해... 유진아, 내가 정말 미안해... 잘못했어...”
강지혁은 임유진에게 사과하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팔을 잡았다.
하지만 임유진은 그런 그의 손을 차갑게 뿌리쳤다.
“미안하다고? 하... 너희 같은 사람한테는 한 사람 인생을 망친 게 고작 미안하다는 말로 끝낼 수 있는 일이구나... 나 그때 하마터면 감옥에서 죽을 뻔했어. 손톱이 뽑히고 발에 치이면서...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그런데 네가 어떻게... 어떻게 나한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