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또다시 정서가 불안정해지면 그때는 아이들이 위험해질 테니까.
탁유미는 임유진의 말에서 그녀가 더 이상 이 화제로는 얘기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사소한 일은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뭐가 됐든 혼자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요. 내가 제대로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유진 씨 얘기를 들어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니까요. 혼자 끙끙 앓는 것보다는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더 낫다고들 하잖아요.”
“네, 고마워요.”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나죠. 유진 씨가 나를 얼마나 많이 도와줬는데.”
임유진은 탁유미가 억울하게 당했을 때 그녀를 위해 가장 먼저 증거를 찾아주고 몇 년 전의 사건도 적극적으로 파헤치며 그녀를 도왔다.
만약 임유진이 아니었으면 이경빈에게 간이식을 받지도 못했을 것이고 이렇게 멀쩡하게 얘기를 하고 있지도 못했을 것이다.
탁유미는 임유진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려는 듯 일부러 재밌는 얘깃거리를 꺼냈다.
그렇게 얼마간 대화를 한 후 임유진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
“언니, 이만 병실로 돌아가요.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다시는 아이들을 위험에 빠트리게 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탁유미는 정말 괜찮다는 듯한 임유진의 말에 조금 안심이 됐다.
“알겠어요. 그럼 오늘은 먼저 가볼게요. 혹시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요. 밤늦게라도 괜찮아요.”
탁유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나가려던 그때 임유진이 갑자기 그녀를 불러세웠다.
“언니, 밖에... 강현수 씨도 있었다고 했죠?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런데 안으로 좀 불러줄래요?”
그 말에 탁유미는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알겠다며 병실 문을 열었다.
병실 문이 열리자 밖에 있던 두 남자의 시선이 일제히 탁유미에게로 꽂혔다. 그리고 마치 짠 것처럼 동시에 물었다.
“유진이는 좀 어때요?”
초조함이 그대로 담겨 있는 두 시선에 탁유미는 조금 멈칫했다.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S 시의 제일 꼭대기에 있는 두 남자가 한 여자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