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고일 거예요. 윤정이가 우리 아버지를 유혹할 리가 없잖아요.”
이윤미가 한마디 했다. 그녀는 이윤정 대신 사정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의심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꺼낸 말이다.
물론 이 일은 이윤미가 꾸민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다.
조윤 일행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이윤미는 전부 알고 있었다.
이윤미는 이윤정을 일깨워주지 않고 사건이 터지도록 내버려 두었을 뿐이다.
머리를 쓰지 않아도 이 사건은 이윤정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정군호 또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
정군호가 바람을 피우는 상대가 젊고 예쁘다고는 하지만 그는 절대로 친딸처럼 키운 이윤정에게 그런 생각을 품지 않을 것이다.
정군호는 친딸 이윤미가 이씨 가문으로 돌아왔는데도 여전히 이윤정을 가장 아껴주었다.
친딸 이윤미에게 정이 가지 않았다.
정군호는 심지어 이윤정을 도와 이윤미를 괴롭혔다.
그러나 지금 이 두 사람은 함께 있었고 그 장면도 이은화가 목격하게 되었으니 두 사람의 후과는 아마 처참할 것이다.
이은화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내 말 안 들려? 이윤정을 내 던져! 다시는 안 보고 싶어! 당장! 얼른 깨워! 윤정이는 더는 우리 가문의 딸이 아니라고! 윤정이는 내 딸도 아니잖아. 이씨 성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얼른 꺼지라고 해!”
이은화는 이윤정이 정군호를 꼬셨다고 의심하시는 게 아니다.
하지만 20년 넘게 아꼈던 수양딸과 자신의 곁은 지켜주던 남편 정군호가 침대에서 뒹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뿐이다.
이은화는 누가 옳은지 그른지 상관없이 다시는 이윤정을 보고 싶지 않았고 예전처럼 이윤정이 그녀 앞에서 알른거리는 것을 내버려 둘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정군호도...
이은호의 눈가에는 깊은 원한이 솟구쳐 올랐다. 그녀는 정군호를 폐인으로 만들어 다시는 여자를 건드릴 수 없게 하고 싶었다.
“엄마, 화내지 마마세요. 제가 금방 처리할 테니까 화내지 마세요.”
이윤미는 어머니의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이윤정을 처리해야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