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한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숨기지 마세요. 제가 엄마 마음을 다 이해하든 못 하든 엄마는 편하게 말씀하셔도 돼요..”
이은화는 입을 오므리다가 스스로를 비웃는듯한 어조로 말했다.
“윤미야, 네 말을 들으니 마치 내 친딸이라는 게 네게 큰 고통인 것 같구나. 만약 선택할 수 있다면 나 같은 어머니를 원하지는 않았겠지?”
이윤미가 대답했다.
“자식은 선택권이 없어요. 부모를 스스로 고를 수 없는 법이죠.”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잘못을 꼽으라면 단연 네 큰이모와 작은이모의 죽음이야. 나는 그저... 억울하고 분했을 뿐이다. 나도 할 수 있는 일인데 왜... 오직 나만 안 되는 거였지? 사랑한 남자는 나를 버렸고 평생을 한으로 살게 했어. 지금껏 쌓아온 명예마저 그 자식 때문에 무너질지 모르겠고. 대체... 하늘은 어찌 이리도 무심하신지...”
이은화는 직접 이은숙과 이은경을 죽였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것만으로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이윤미는 이미 수많은 소문을 들었고 이은화와 이경혜가 만난 후의 태도를 보며 속으로 답을 내렸다. 하지만 직접 어머니의 입으로 두 이모님의 죽음이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듣더니 여전히 충격과 괴로움을 느꼈다.
“하늘이 공평하다고 할 수 없어요. 이 세상 어디에도 진정한 공평은 없죠.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천당에 있고 어떤 사람은 평생 생계 선에서 허덕이는데 이걸 어떻게 설명하겠어요? 다른 사람이 나보다 뛰어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는 있어요. 하지만 모두가 그 사람이 더 낫다고 말한다면 그건 사실이에요. 타인의 우월함을 인정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요?”
이윤미는 말을 이어갈수록 표정이 더욱 격해졌다. 거의 이은화를 추궁하는 수준이었다.
“뭐가 그리 억울하고 분하세요? 수십 년이란 시간 동안 엄마는 큰이모보다 뛰어나다는 사실을 증명하셨나요? 감정은 억지로 할 수 없는 거예요. 엄마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끝까지 엄마를 사랑하지 않아요.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어요. 세상에 남자는 그 하나뿐인가요?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