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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0화

Author: 고능비
겉으로 보기엔 그들은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은화는 침묵 속에서 딸을 바라보기만 했다. 이 아이는 그녀가 피땀 흘려 낳은 친딸이다.

이은화는 평생 네 아이를 낳았는데 앞서 태어난 셋은 모두 아들이었다.

아들들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모두 그녀가 몸으로 낳은 자식들인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만 이씨 가문의 가풍이 그렇게 정해져 있어 이은화 역시 딸을 더 아끼고 더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이윤미를 임신했을 때 그녀는 이미 태아가 여아라는 걸 알고 있었다.

임신 반응도 세 아들 때와는 사뭇 달랐다. 나중에 가족 주치의가 맥을 짚어보았는데 역시 여자아이라고 확신했다.

그녀는 밤하늘의 별 따기처럼 간절히 딸을 바랐다.

이윤미를 낳을 때만 해도 이은화는 이미 고령 산모였다. 이 딸만 낳으면 더는 낳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딸은 하나로 충분했다. 그래야 그녀 자매간의 비극이 재현되지 않을 터였다.

만약 이은화의 부모님이 딸 하나만 낳으셨다면 뒤이은 수많은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은화는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뻔히 알고 있었기에 딸 둘을 낳는 것은 절대 원치 않았다.

하지만 꿈에도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집사의 야망이 어찌나 컸던지 감히 갓난아기를 바꿔치기할 기회를 엿보았고 이은화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나중에야 진실을 알게 되어 친딸을 찾았지만 이미 딸의 성장기를 놓친 뒤였다.

모녀가 함께한 지 2년, 3년이 되어 정이 어느 정도 쌓였지만 어릴 적부터 다져온 모녀의 깊은 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금까지도 이은화는 딸을 100% 신뢰하지 못했고 이윤미도 마찬가지로 이은화를 완전히 믿지 않았다.

이윤미는 오히려 이은숙이 자신의 어머니가 살해했다는 외부에서 떠돌고 있는 소문을 더 믿는 듯했다. 비록 사실일지라도 친딸이 남의 말만 믿는 태도는 이은화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이윤정이 그녀의 딸로 있을 때는 달랐다.

이윤정은 어떤 소문에도 흔들림 없이 가주의 자리를 마치 자신의 운명인 양 당연히 여겼다.

하지만 이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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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429화

    “아버지, 엄마.”이윤미가 다가오며 부르자 정군호는 구세주라도 만난 듯 서둘러 말했다.“윤미야, 어서 네 어머니 좀 달래드려라. 아무것도 입에 대지 않으신다. 아무리 큰일이라도 배불리 먹어야 힘이 나고 해결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정군호는 진심으로 걱정하는 표정이었다.“맞아, 윤미야. 어서 엄마 좀 설득해 봐.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으셔.”정일범 형제들도 아버지 말에 맞장구를 쳤다.하지만 정일범은 이윤미가 돌아온 것이 조금 불안했다. 그가 하예진을 습격하도록 사람을 보낸 일이 있지 않았던가.정일범은 이윤미가 이 사실을 알고 어머니에게 고자질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이윤미가 앉아 말도 하기 전에 이은화는 일어나며 엄숙하게 말했다.“윤미야, 너는 어머니 따라 올라오렴. 너희들은 내 허락 없이 서재에 들어오지 말고. 윤미랑 할 이야기가 있다.”말을 마치자 이은화는 자신을 걱정하는 남편과 아들들을 뒤로 한 채 계단을 올라갔다.이윤미도 이은화를 따라갔다.정군호는 무엇을 말하려는 듯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은화는 딸을 서재로 데려간 뒤 말했다.“문 꼭 닫고 TV를 켜고 소리도 약간 높여. 우리 대화가 들릴 정도로만.”이윤미는 지시대로 했다. 이렇게 하면 정군호와 정일범 형제들이 엿듣더라도 대화 내용을 제대로 들을 수 없을 것이다.준비를 마친 이윤미는 이은화의 앞에 따뜻한 물 한 잔을 내려놓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엄마, 일단 물 한 잔 드세요. 집사님 말로는 어머니께서 돌아오신 후 아무것도 드시지 않았다고 하셨는데... 아버지 말씀대로 정말 큰일이 생길지라도 배불리 드셔야 해결할 힘이 나는 거 아니겠어요?”이은화는 고개를 들어 딸 이윤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심오하고 헤아릴 수 없었다.이윤미는 당당하게 이윤미의 시선을 마주했다.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이은화는 시선을 거두어들이며 담담하게 말했다.“앉아.”그리고는 따뜻한 물을 들여 몇 모금 마셨다.이윤미가 자리에 앉자 이은화는 직설적으로 물었다.“관성에서 네 큰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428화

    집사가 돌아서려는 순간 이은화가 갑자기 그를 불렀다.“들어오게 해.”기분이 울적할 때 욕이라도 한바탕 퍼부을 상대라도 있으면 나쁠 건 없었다.“알겠습니다. 제가 모셔오겠습니다.”집사는 이은화가 자신의 권유를 받아들인 것에 기뻐하며 서둘러 나가 정군호를 안내했다.정군호가 차에서 내리면서 집사에게 물었다.“가주님은 식사하셨어?”“아니요. 종일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셨습니다. 물만 마시고 담배만 피우시네요.”집사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도대체 가주님께 어떤 문제가 생긴 건지... 식사조차 거르실 정도로 고민이 깊으시니 걱정입니다.”집사가 집사로 일한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이씨 가문 저택에서 근무한 지는 오래되었다. 이은화가 이토록 괴로워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거였다.정군호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건넸다.“가주님 기분이 안 좋으시니 모두 조심해서 모시도록 해. 내가 들어가 볼 테니.”몇 걸음 걸어가던 정군호는 다시 돌아와 차 문을 열었다. 그는 안에서 꽃다발을 꺼내 든 후 빨간색 쇼핑백도 함께 들고 내렸다.그 백 안에는 보석 세트가 들어 있었다.물론 그다지 비싼 물건은 아니었다.정군호가 세 아들에게서 타낸 용돈을 모두 털어 산 거였다.집사는 정군호가 이은화를 위해 꽃과 선물까지 준비한 모습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정군호가 실내로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일범 삼 형제가 차례로 돌아왔고 그 뒤로 이윤미가 도착했다.집사는 다시 마중 나와 이윤미가 차에서 내리기를 기다렸고 집사는 이윤미의 뒤를 따라 실내로 들어가며 말했다.“어르신과 세 분 도련님들 모두 돌아오셨지만 가주님께서는 여전히 식사를 거부하세요. 아가씨, 부디 가주님을 잘 달래주세요. 아무리 큰일이라도 몸을 상하게 해서야 되겠습니까.”이윤미는 걸음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지금 우리 엄마에게 진짜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일이 생겼거든요.”빼앗았던 모든 것을 이제 다시 이은숙의 후손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니 이은화에게는 정말 천지가 무너지는 일이었다.집사는 이윤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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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4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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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425화

    “많이 마신 건 아니지만 그래도 술을 마셨잖아. 게다가 독한 술을 마셨으니 이미 음주운전에 속해. 안전을 위해 대리운전을 부르는 게 좋겠어. 내가 너를 집까지 바래다주기 싫다면 네 호텔 직원 중 아무나 운전해 줄 사람을 찾아봐.”호텔 직원 중에는 운전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았다.고빈은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알았어. 누군가를 시켜 날 데려다주게 할게. 직접 운전하지는 않을 거야. 넌 아직 얼마 먹지도 않았잖아. 배가 부르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얼른 돌아가서 더 먹어.”한다현은 수줍게 웃었다.“나는 별로 먹고 싶지 않아. 배가 좀 불러서 먹든 말든 상관없어. 그냥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할 뿐이야. 오늘만 쉬는 거야?”고빈이 고개를 끄덕였다.“누나가 막 돌아왔으니 오늘만 좀 쉬었다가 다시 소처럼 일해야지.”고현과 전호영이 아직 사랑에 빠지지 않았을 때는 모든 책임을 고현이 떠맡고 있었기에 고빈은 한가롭게 지낼 수 있었다.전호영이 고현을 졸라 대며 결혼을 언급하기 시작하자 고현이 언제든 시집갈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고씨 그룹의 무게는 이제 고빈의 어깨로 넘어왔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소처럼 일해야 할 운명이었다.“곧 설날인데 그때는 좀 쉴 수 있을 것 같아. 너는 설날에 뭐 할 계획 있어?”고빈은 한다현을 바라보며 물었다.“아직 없어. 너는? 어디로 놀러 갈 거야?”“관성에 갈 거야. 너도 갈래? 거기는 훨씬 따뜻하거든. 가장 추울 때도 우리 겨울 최고 기온보다 높아.”한다현은 생각에 잠겼다.“혼자서 그 먼 곳을 가긴 좀... 낯선 곳이라...”“내가 관성에 있잖아. 나한테 연락하면 돼. 내가 너를 데리고 관성을 구경시켜 줄게. 앞으로는 내가 관성 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의 처남이 될 테니 관성에서는 어디든 마음대로 다닐 수 있게 됐거든.”한다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좋아. 어서 들어가. 네 누나가 또 화낼라.”“나중에 또 보자.”고빈은 한다현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하고는 뒤돌아 걸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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