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고 난 뒤, 유정은 문득 깨달았다.
언제부터였을까? 조백림이라는 한심한 도련님을 경멸하던 감정이, 어느새 절대적인 신뢰와 의지로 바뀌어 있었다는 걸.
백림은 제일 처음 소문을 퍼뜨린 몇 개의 IP를 추적하게 했다. 그 IP를 따라간 끝에, 한 인터넷 콘텐츠 회사가 드러났다.
백림 쪽 사람들은 주요 관계자 몇 명을 창문 하나 없는 폐쇄된 방에 가뒀다. 그다지 겁을 준 것도 아닌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오현길의 이름을 털어놨다.
“오현길?”
백림은 그 이름을 보고는 입꼬리를 비틀어올렸는데, 차디찬 냉기가 번진 미소였다.
그들 중 현길과 친한 한 직원은 잠시 화장실에 간다며 밖으로 나가, 황급히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들켰어. 얼른 떠나!”
[칠성의 사람들한테 들킨 거야?]
“그래! 보디가드 몇 명 데리고 와서 우리 회사 난장판 만들었어. 우리 개발팀 애들, 진짜 꼼짝도 못 했어.]
현길은 눈살을 찌푸렸다.
‘칠성이란 인간, 대체 뭐길래 이렇게까지 움직이는 거야? 회사까지 추적하고, 협박까지 시키다니.’
“그럼 넌 나를 팔아넘긴 거야?”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네가 직접 봤으면 알아. 걔네들 완전 무섭다고.]
현길은 코웃음을 쳤다.
“참, 너도 간도 쓸개도 없구나.”
[그 칠성이란 사람, 뒷배가 장난 아닌 것 같아. 나도 너 때문에 죽을 뻔했으니까, 너도 좀 숨는 게 나을 거야.]
상대는 그렇게 말하곤 급하게 전화를 끊었지만 현길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칠성이 설령 누구든, 자기한테 손댈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았다.
강성에서 오씨 집안이라면, 아무나 건드릴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현길은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평소처럼 갤러리에 버젓이 있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대표에게 불려 사무실로 향한 현길은, 예상 밖의 광경과 마주쳤다.
소파에는 백림이 앉아 있었고, 평소에 얼굴 보기도 힘든 갤러리 대표가 조심스럽게 옆에 서 있었다.
대표 맞은편엔 직원 몇 명이 잔뜩 긴장한 채,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서 있었다.
“조백림 사장님!”
현길은 평온한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