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막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소욱이 범려성에 도착하자마자 자신을 제물로 삼으려 하다니.
그러나 자신이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
범려성의 관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신과 한통속이었고, 감히 자신을 배신할 리가 없다고 믿고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며 소막은 옷깃을 여미고는 태연히 서재에서 걸어 나왔다.
마당에는 관병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었고, 모두가 무기를 손에 든 채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그 선두에는 진한길이 서 있었다.
황제 곁에서 호위를 맡고 있는 어전 시위대 소속. 소막 역시 그를 알고 있었다.
진한길이 직접 병력을 이끌고 자신을 체포하러 온 것이다.
“체포하라!”
그의 말투는 주인과 닮아 간결하고 단호했으며, 쓸데없는 말은 일절 허용하지 않았다.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관병들이 앞으로 나와 소막을 붙잡으려 했다.
소막은 그들이 손에 들고 있는 차꼬와 족쇄를 바라보며 깊게 찌푸렸다.
뒤로 물러서고 싶은 본능을 억누르며 음침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도둑을 잡을 땐 증거부터 확보해야 하는 법. 내가 무슨 죄를 저질렀다고 이 차꼬를 채우려 드는가?”
진한길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동작이 굼뜬 관병들에게 다시 명령을 내렸다.
“체포하라.”
결국 소막은 체포되었다.
왕부 안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왕비와 여러 첩들은 큰일이라도 난 듯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 와중에도 첩 연이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왕비 앞에 다가와 몸을 굽혀 예를 올렸다.
“왕비마마, 원 선생님을 모셔와 전하를 구할 방도를 상의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왕비는 원 선생을 알고 있었다.
최근 전하가 그를 귀빈으로 극진히 모시고 있었는데, 칠규영롱심을 지닌 보기 드문 인재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허둥대느라 그 존재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어서 원 선생을 모셔오거라!”
초왕이 체포된 사건은 작은 소동이 아니었다.
그 소식은 이미 오래전에 원탁에게 전해졌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왕비 앞에, 한 시진이 지난 뒤에서야 원탁이 여유롭게 나타났다.
“원 선생님, 전하께서 잡혀가셨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