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봉구안과 소욱이 노인으로 변장하지 않았다면, 이토록 우연히 상대의 신뢰를 얻어 이런 내막을 파헤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유민들이 난을 일으켜 원래의 주민들을 몰아낸 일은 결코 작지 않은 사건이었다.
그런데도 이 일을 현지 관리들 중 누구도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를 보면, 관리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이 일을 은폐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소욱 역시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기꺼이 은폐에 가담한 자들은 살아남았고, 이를 거부한 자들은 모두 제거되었다.
그가 이번처럼 미복으로 직접 시찰하지 않았다면, 어찌 이 실상을 알 수 있었겠는가?
소욱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청년에게 계속 물었다.
"집 문서들은 아직 가지고 있습니까?"
집문서는 집주인을 증명하는 중요한 증거다. 훗날 이것을 근거로 집과 땅을 되찾을 수 있을 지로 모를 일이었다.
청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제 것은 아직 있지만, 다른 사람들 것은 대부분 없어졌습니다.”
이내 청년은 재빨리 당부했다.
“아직 가지고 계시다면 잘 간수하십시오. 관가에서 슬쩍 가져가지 못하도록요.”
봉구안이 일부러 놀란 척했다.
“관가에서 왜 집문서를 가져가려 한단 말입니까?”
청년은 마치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그들을 바라보았다.
“할머니, 세상 돌아가는 걸 좀 아셔야죠. 북연은 이미 오래전에 망했고, 남제 황제도 멀리 있으니 우리가 죽든 살든 신경이나 쓰겠습니까? 황제가 이곳 성들을 요구한 것도 결국 세금을 거두기 위함이죠.”
“지금 관가 안팎은 온통 혼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틈을 타 돈과 땅을 더 차지하려는 자들이 넘쳐난다고요.”
“제가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어떤 사람이 믿지 않고 관가에 신고하러 갔다가 오히려 문서를 빼앗겼다고요. 증거가 없으니 도리어 얻어맞고 목숨까지 잃었어요.”
소욱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
그는 이전에 각 변경 도시에서 올라온 공문들이 실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에서야 그 모든 것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음을 깨달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