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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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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장군 황후 제1358화
“폐하, 초왕 곁에 원 선생이라는 자가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이 사람의 신분과 배경을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진한길의 보고를 들은 소욱은 정탐꾼들을 탓하지 않았다.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말이다.상대가 일부러 신분을 감추고 있다면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것도 당연했다.“초왕부를 계속 감시하도록 하라.”“예, 폐하!”소막은 어쨌든 황실 혈통인지라, 일을 처리하는 솜씨가 제법 능란했다.그가 나서자 집을 되찾는 백성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속담에 '강한 용도 그 지방의 뱀을 이기지는 못한다'고 했다.소욱이 황제라 해도 처음 범려성에 와서는 여러모로 손발이 묶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소막은 달랐다. 성 안의 복잡한 인맥과 사정을 그는 속속들이 꿰고 있었다.중압감 속에서 많은 백성들이 스스로 관부에 나와 자수했다.남의 집과 땅을 빼앗은 것은 법으로 다스려야 할 중죄였다.관원들은 아직 윗선의 의중을 확신하지 못해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그들은 역관으로 가서 폐하를 직접 뵙고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랐다.또 어떤 관원들은 이미 모든 것이 탄로난 걸 깨닫고는, 차라리 먼저 죄를 인정하려 했다.그들은 그간 숨겨뒀던 집문서와 토지문서를 들고 불안에 떨고 있었다.그 결과, 역관 밖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수많은 백성들이 몰려와 감사의 뜻을 표했다.어떤 이들은 땅에 무릎을 꿇고 머리를 연신 조아리기도 했다.“폐하께서는 진정한 명군이십니다!”“폐하께서 친히 범려성까지 와주시지 않았다면 저희는 굶어 죽었을 것입니다!”“폐하께서 저희를 구해주실 뿐 아니라 아이와 함께 객잔에 머물게 해주시고 의원도 보내주셔서 감격할 따름입니다!”“누가 폐하를 폭군이라 했습니까? 폐하께서야말로 성군이십니다!”그들은 역관 안으로 들어갈 수 없으니 바깥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목소리만 크면 안에 있는 폐하께서 반드시 들으실 거라 믿었다.하지만 실상은 소욱에게는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시끄러웠다.어젯밤도 아이들
폭군의 장군 황후 제1357화
단 하루 만에 관아에 방이 나붙었다.사람들이 방 앞에 몰려들어 각기 다른 표정으로 수군거렸다.“여기 뭐라고 적혀 있는 거야?”“간단히 말해서, 관아에서 조사를 다 끝냈대. 남의 집이나 전답을 빼앗아 차지한 사람들은 사흘 안에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감옥에 처넣겠다는 거야!”“이렇게 심각한 거였어?”이 말에 어떤 이들은 분개했다.“남의 집에 공짜로 살고 있으면서, 이제 돌려주라고 하니까 심각하다고?”사실 성 안에서 집을 빼앗긴 사람들이 전부는 아니었다.아직 이성적인 이들도 있었고, 일찌감치 유민들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자들도 많았다.남의 것을 빼앗아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겠는가?군중 속에선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사람들도 꽤 많았다.그들은 떼를 지어 다니며 서로 의지하고 있었다.“이걸 어쩌냐? 사흘 안에 돌려줘야 한다니, 이러다 우리 범려성에서 쫓겨나는 거 아냐?”“방법을 좀 생각해봐야지. 우리 마누라가 곧 해산인데 노숙할 순 없잖아…”“내 아들도 다음 달에 혼례인데 집을 빼앗기면 여자 집에서 파혼하겠다고 나설 거야!”관아의 방이 붙은 첫날, 누구도 자진해서 집을 돌려주려 하지 않았다.그들은 여전히 그 집들을 떳떳하게 차지한 채, 어쩌면 원래 주인들이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만약 집을 내놓으면 결국 관아 손에 들어갈 테니까.역관.소욱은 전혀 서두르지 않았다.“사흘이 지나면 짐이 대학살을 벌여도 누구도 탓하지 마라.”그의 눈빛은 차갑게 빛났다. 이미 칼날을 갈아놓은 사람처럼.그 이튿날, 초왕 소막이 대옥에서 풀려났다.초왕비는 일찍 마중 나와 망토까지 준비했지만, 백성들이 그의 참담한 모습을 보는 것까진 막을 수 없었다.그는 들것에 실려 나오고 있었다.구경하던 백성들이 수군거렸다.“초왕께서는 어쩌다 저렇게 되신 거야?”“그날 백성을 때렸다가 폐하께 벌을 받으셨다던데.”“폐하께서 이렇게 하신 건 대의멸친이지.”소막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사람들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걸 보자 화가 치밀었다.
폭군의 장군 황후 제1356화
방 안에서.소욱이 뒤에서 봉구안을 가만히 껴안았다.“약속하마. 다음부터 뭘 하든 먼저 너와 의논하겠다. 응?”그는 봉구안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고 있었다.조금 전 그 백성들 앞에서 갑자기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기 때문이었다.봉구안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서서 그를 마주 바라보았다.소욱은 그녀가 곧 용서해 줄 줄 알았다.평소 그녀는 언제나 대의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니까.그런데 그녀는 손을 뻗어 변장용 가짜 수염을 거칠게 뜯어내 버렸다.그 동작이 너무 성급해 소욱이 낮게 신음소리를 낼 정도로 따끔했다.이어 그녀는 그의 인피 가면까지 벗겨냈다.다행히 이건 벗길 때 아프진 않았다.소욱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그녀가 이렇게까지 화가 난 줄은 몰랐던 것이다.심지어 그에게 손찌검까지 하다니.봉구안은 벗겨낸 가면과 수염을 내던지며 차갑게 그를 바라보았다.“이럴 줄 알았으면 제 물건들을 괜히 낭비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요.”“변장은 무슨 변장입니까. 차라리 시장 한복판에서 ‘나는 폭군이다’라고 외치시지 그랬어요.”소욱은 마치 죽음조차 두렵지 않은 듯 그녀를 다시 껴안았다.“미안하다. 정말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 화 풀거라, 구안아.”“그들이 저토록 고통스럽게 사는 걸 보니 순간 참을 수가 없었다.”“그 아이는 진흙을 구워 세 덩이나 먹더구나. 그러다 죽을까 봐 마음이 아파서 그랬다.”“황자들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아이가 얼굴이 파랗게 얼어붙어 있더구나.”“어서 빨리 이 일들을 정리해주고 싶었을 뿐이다.”봉구안은 그를 밀어냈고, 이내 곧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폐하의 안위 또한 중요합니다. 다음부터는 절대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위험에 빠뜨리지 마십시오.”백성들의 신원을 확인하지도 않았는데, 혹여 그들 사이에 자객이나 암살자가 섞여 있었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그것은 스스로 과녁이 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다만 그의 처리 방식은 인정할 만했다.빠르고, 정확하며, 결단력 있었다.소욱이 손을
폭군의 장군 황후 제1355화
백성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방금 그들이 들은 게 정말 맞는 걸까?남제 황제? 눈앞에 있는 이 늙은이가 바로 남제 황제라고?그럴 리가 없었다!새해 초라면 황제께서는 궁궐에 머물며 연회를 즐기고 계셔야 하는데, 어쩌다 번려성까지 올 수 있단 말인가?그것도 자기들 때문에?곰곰이 생각해보면 더욱 말이 안 됐다.자신들은 모두 북연 출신으로, 남제 황제는 오히려 이들을 죽이고 싶어 할 텐데.“당신들은 도대체 누구요?”백성들은 쉽게 경거망동하지 못했다.그가 황제라는 말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성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으니까.소욱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곧바로 호위들을 불러 명령했다.“즉시 병력을 파견해 저 산봉우리를 소탕하라! 모두 일일이 심문하도록!”“예, 폐하!”예복을 입은 호위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제야 백성들은 이 노인이 정말 황제라는 사실을 믿기 시작했다.“이상하네, 황제라면 장년이라 들었는데…”누군가 작게 속삭였다.생각할수록 다시 의심이 고개를 들었지만, 겁 많은 이들은 이미 무릎을 꿇고 있었다.“폐하 만세! 만만세!”망설이던 사람들도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당황해했다.봉구안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소욱을 바라보았다.그 눈빛에는 책망이 서려 있었다.이렇게 갑자기 신분을 드러내다니.혹여 위험을 초래하지는 않을까?참으로 무모한 선택이었다!소욱은 참지 못했다.그도 어쩔 수 없었다.농담처럼 말하자면, 이미 옷을 벗길 뻔 했으니 말이다.물론 농담은 농담일 뿐, 그는 일을 처리할 때 결코 경솔하지 않았다.어디까지나 일국의 군주 아닌가. 함부로 무방비하게 나설 수는 없는 법이었다.“이곳 백성들을 성 안으로 데려가 객잔에 머물게 하고, 별도의 담당 관리를 배치하여 모든 억울함을 일일이 기록하도록 하라!”소욱의 명이 떨어졌지만, 현장에 있던 백성들 중 일부는 여전히 믿지 못하고 있었다.속으로는 ‘어디서 온 미친 늙은이냐’라고 중얼거리는 이도 있었다.소욱은 그들을 날카롭게 훑어보았다
폭군의 장군 황후 제1354화
만약 봉구안과 소욱이 노인으로 변장하지 않았다면, 이토록 우연히 상대의 신뢰를 얻어 이런 내막을 파헤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유민들이 난을 일으켜 원래의 주민들을 몰아낸 일은 결코 작지 않은 사건이었다.그런데도 이 일을 현지 관리들 중 누구도 윗선에 보고하지 않았다.이를 보면, 관리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이 일을 은폐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소욱 역시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기꺼이 은폐에 가담한 자들은 살아남았고, 이를 거부한 자들은 모두 제거되었다.그가 이번처럼 미복으로 직접 시찰하지 않았다면, 어찌 이 실상을 알 수 있었겠는가?소욱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청년에게 계속 물었다."집 문서들은 아직 가지고 있습니까?"집문서는 집주인을 증명하는 중요한 증거다. 훗날 이것을 근거로 집과 땅을 되찾을 수 있을 지로 모를 일이었다.청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제 것은 아직 있지만, 다른 사람들 것은 대부분 없어졌습니다.”이내 청년은 재빨리 당부했다.“아직 가지고 계시다면 잘 간수하십시오. 관가에서 슬쩍 가져가지 못하도록요.”봉구안이 일부러 놀란 척했다.“관가에서 왜 집문서를 가져가려 한단 말입니까?”청년은 마치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그들을 바라보았다.“할머니, 세상 돌아가는 걸 좀 아셔야죠. 북연은 이미 오래전에 망했고, 남제 황제도 멀리 있으니 우리가 죽든 살든 신경이나 쓰겠습니까? 황제가 이곳 성들을 요구한 것도 결국 세금을 거두기 위함이죠.”“지금 관가 안팎은 온통 혼란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틈을 타 돈과 땅을 더 차지하려는 자들이 넘쳐난다고요.”“제가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어떤 사람이 믿지 않고 관가에 신고하러 갔다가 오히려 문서를 빼앗겼다고요. 증거가 없으니 도리어 얻어맞고 목숨까지 잃었어요.”소욱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다.그는 이전에 각 변경 도시에서 올라온 공문들이 실제 상황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지금에서야 그 모든 것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음을 깨달았
폭군의 장군 황후 제1353화
시골 지역은 거의 모든 곳이 유민들로 가득 차 있었다.그들은 스스로 나뭇가지와 마른 풀을 엮어 임시 거처를 지어 놓고, 여러 명이 한 움막 안에 다닥다닥 붙어 살고 있었다.이런 움막들은 밤에 잠잘 때 잠시 몸을 뉘일 정도로만 쓸 수 있었고, 들어가려면 허리를 굽혀야 했다.넓은 평지 곳곳이 이런 조잡한 거처들로 가득 덮여 있었고, 바람이라도 한 번 세차게 불면 그대로 날아가 버릴 것처럼 허술했다.비라도 쏟아지면 이런 ‘집’들이 버텨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봉구안도 이런 광경은 처음 보는 터라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이곳 사람들은 마치 세상 누구에게도 버림받은 것처럼 보였다.그 누구도 이들의 삶과 죽음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먹고 자고 용변을 보는 일까지 모두 이곳에서 해결하니 공기 중에는 역겨운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봉구안은 자신과 소욱이 충분히 늙고 초라한 모습으로 변장했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이곳 사람들과 비교하니 그들은 오히려 지나치게 깨끗해 보여서 오히려 눈에 띄었다.그래서 그들이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시선이 그들을 향했다.그 눈빛들은 의아하거나 부러움이 섞여 있었다.이곳 사람들은 모두 뼈만 남을 정도로 마르고, 두 눈에서는 빛이 사라져 흐리멍덩했다.소욱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그는 예전에 북연이 할지를 점령할 때 유민들과 산적들을 변방 도시로 몰아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었다.그저 소소한 내란 정도가 발생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이처럼 참혹한 상황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봉구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곳에 최소 천 명은 있어 보여요.”이들은 백성이라기보다 패전 뒤 갈 곳 없이 떠도는 패잔병 무리 같았다.서로 모여 있는 것은 혹독한 겨울을 함께 견디기 위해서였다.소욱은 봉구안의 손을 꽉 잡았다. 눈빛은 차갑고도 깊어졌다.그때, 한 노인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길을 잃으신 겁니까?”소욱이 고개를 저었다.“성 안에서 머물 곳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그의 말은 바로 이곳 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