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66 화차량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오자 늦은 밤의 도로가 나타났다.차 안에는 낮은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침묵이 흘렀지만, 이상하게도 불편하지 않았다.가로등 불빛이 일정한 간격으로 도영의 옆얼굴을 밝혔다가 지웠다.반듯한 콧날과 단단한 턱선이 어둠 속에서 반복해서 드러났다.도영이 운전하는 모습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이 언제였더라.기억을 더듬어봤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삼 년을 함께 살았는데도 우리는 늘 누군가가 운전하는 차의 뒷좌석에 앉았다.같은 차를 타고.같은
Huling Na-update: 2026-09-20
Chapter: 265 화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반사되는 벽 위로 도영과 내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비쳤다.조금 전까지는 아무렇지 않았다.한 비서 앞에서 도영의 차를 타겠다고 말할 때도, 내일은 늦게 출근하게 해달라고 그에게 의견을 물을 때도 별다른 생각은 없었다.그런데 둘만 남았다는 사실을 의식한 순간부터 어쩐지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엘리베이터 안에는 낮은 기계음만 울렸다.층수가 하나씩 낮아지는 동안 도영은 정면만 바라보고 있었다.나는 반사되는 벽을 통해 그의 옆모습을 훔쳐봤다.조금 전 내가 함께 가자고 했을 때의 얼굴이 떠올랐다.어디로
Huling Na-update: 2026-09-20
Chapter: 264 화고작 음식 하나를 포장해온 것뿐이었다. 그런데 채은은 그것만으로도 기뻐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도영의 가슴 한구석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지난 삼 년 동안 채은은 늘 자신을 기다렸다. 저녁을 미루고, 늦은 귀가를 기다리고, 돌아오는 소리에 가장 먼저 고개를 들었다. 도영은 그 모든 일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채은이 더 이상 자신을 기다리지 않게 된 뒤에야 그것이 얼마나 귀한 일이었는지 깨달았다.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돌아오는 길에 그녀가 먹을 것을 하나 고르고, 늦었으니 먼저 먹으라는 말 한마디를 건네는
Huling Na-update: 2026-09-19
Chapter: 263 화계산을 마친 도영은 식당을 나서다 걸음을 멈췄다. 계산을 마치려던 도영이 다시 종업원을 불렀다. 경영권 분쟁 당시 채은이 늦은 저녁마다 먹던 초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밤늦게까지 서류를 들여다보느라 끼니를 자주 놓쳤다. 도영이 늦은 저녁을 주문할 때마다 채은은 양이 많은 음식은 부담스럽다며 초밥 몇 점으로 끼니를 대신하곤 했다. 배불리 먹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새벽이 가까워질 무렵 손끝이 차가워졌다. 도영은 종업원을 불렀다. “모둠 초밥 하나 포장해주십시오.” “네. 바로 준비해드리겠
Huling Na-update: 2026-09-19
Chapter: 262 화“투자금을 다시 넣는 조건으로 신규 브랜드의 독점 유통권과 추가 지분을 요구할 수도 있겠지.”도영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재투자.신규 브랜드 유통권.추가 지분 확보.외부에는 단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내용이었다.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협상 조건이었다.강찬기에게 건넨 미끼 자료에만 적혀 있던.“나쁘지 않은 조건이네.”도영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가늘게 휘어 있던 차종하의 눈매가 아주 잠깐 본래의 선으로 돌아왔다. 미소는 그대로였지만 눈빛만 차갑게 식었다.“이미 이야기가 오간 모양이야?”“형이 먼저 꺼냈잖아.”“나는
Huling Na-update: 2026-09-18
Chapter: 261 화약속 장소는 SLP그룹 본사에서 멀지 않은 일식당이었다.도영이 안내받은 방으로 들어서자 차종하는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어둔 채 느긋하게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자연스럽게 흐트러뜨린 검은 머리카락과 가늘게 휘어진 눈매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서글서글하고 친근한 인상을 주는 남자였다. 입가에도 언제나 여유로운 웃음이 걸려 있었다.그러나 웃을 때조차 눈동자는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았다.상대의 반응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의 눈이었다.도영이 감정을 숨기기 위해 표정을 지우는 사람이라면, 차종하는 속내를
Huling Na-update: 2026-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