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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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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409화
“어떤 태도가요?”“설레나 씨, 지금 본인이 무슨 태도를 보이고 있는지 알고 계세요? 아니면 가정 교육을 원래 이렇게 받으신 거예요?”자기 집안을 언급하자 설레나의 허리가 똑바로 펴졌다.“성유리 씨가 저희 집안을 안다면 지금 제가 여기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아니요. 전 몰라요.”성유리가 단호하게 셀레나의 말을 끊어버리자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뭐라고요?”“전 당신 집안에 대해 전혀 모르고 알 생각도 없어요.”성유리가 단호하게 말했다.“하지만 손님은 주인 뜻에 따르라는 말이 있어요. 주인이 불편해한다면 손님은 이만 나가주셨으면 합니다.”하루에 두 번이나 퇴짜 맞은 설레나는 몸까지 덜덜 떨며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그리고 예쁜 얼굴까지 일그러지더니 이를 꽉 물며 말했다.“야!”성유리는 더 이상 셀레나를 쳐다보지 않고 옆에 있던 도우미에게 말했다.“손님 내보내 주세요.”“잠깐만요!”하지만 설레나는 곧 입을 열었다.“아까 알리가 어디 있다고 했죠?”“위층이요.”성유리가 또 대답하자 설레나는 치마를 들고 곧장 걸음을 옮겼다.이번에는 발걸음이 단호했다.그리고 셀레나가 신고 있는 구두가 나무 바닥을 딱딱 두드리며 청명한 소리를 냈다.도우미는 걱정스레 성유리를 쳐다봤지만 그녀는 애써 웃으며 설레나를 따라 올라갔다.위층에는 세 남자가 야외 수영장 옆에 서 있었다.각자 술잔을 들고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성유리는 설레나 바로 뒤에 있었다.그러니 그들이 하는 말이 들렸고 설레나도 마찬가지였다.“알리!”그 순간 셀레나의 고상하고 교양 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온몸이 떨리고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알리는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셀레나를 보는 순간,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왜 왔어?”마치 자신의 방문이 달갑지 않은 듯한 표정에 설레나는 비웃듯 말했다.“나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잊은 것 같네? 내가 여기 왜 왔는지 알아? 나 강간당했다고! 당신은 모르지?”“강간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408화
성유리에게 뜻밖이었던 건, 셀레나가 자리를 떠난 뒤로 오히려 저녁 식사의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점이었다.에릭은 심지어 먼저 나서 성유리의 요리를 칭찬하며 ‘정말 맛있다’고 했다.진심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그런 칭찬을 들으니 성유리는 기분이 꽤 좋았다.식사가 끝난 후, 세 명의 남자는 옥상에 있는 수영장으로 향했고 성유리는 아이 둘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하늘이와 성노을은 하루 종일 신나게 놀았고 성유리가 잠시 책을 읽어주자 두 아이는 금세 하품을 연발했다.성유리는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야 한숨 돌릴 수 있었다.아이들 방의 불이 모두 꺼진 후, 성유리는 원래 옥상에 올라가 보려고 했지만 갑자기 아래층에서 도우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오늘 일찍 떠난 셀레나 씨가 다시 돌아오셨습니다.”성유리는 어쩔 수 없이 내려가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알리는요?”셀레나의 얼굴엔 분노가 역력했고 이를 살짝 악물고 있었다.“알리 씨는 옥상에 있어요. 무슨 일이죠?”셀레나는 팔짱을 낀 채로 거만하게 말했다.“알리더러 당장 내려오라고 하세요.”그 태도는 마치 성유리를 노예 취급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성유리는 꼼짝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셀레나는 평소에 명령하던 버릇이 있어서 그런지 누군가 자신에게 감히 ‘거역’을 하자 눈이 커졌다.“아직도 여기 서 있어요? 제 말 못 들었어요? 아니면 영어를 못 알아듣는 거예요?”셀레나는 말하면서 비웃음 섞인 미소만 지었다.“당신 남편이랑 에릭, 둘 다 월가에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 사람이 어떻게 당신 같은 여자를 아내로 고른 거죠?”“알리 씨에게 직접 전화하세요.”성유리는 그녀의 말을 일절 신경 쓰지 않고 단호하게 한마디 내뱉은 뒤 몸을 돌렸다.셀레나는 성유리의 등을 보며 믿기지 않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잠깐만, 지금 그게 무슨 뜻이죠?”성유리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되물었다.“뭐가요?”“제가 아까 당신한테 물었는데 대답도 안 하세요? 예의라는 게 뭔지 아세요?”성유리가 살짝 웃으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407화
곧 그녀는 고개를 아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안녕하세요.”그 모습은 정말 거만하기 짝이 없었다.셀레나 곁에 서 있는 알리 역시 마찬가지였다.성유리를 슬쩍 눈을 가늘게 뜨고 한번 훑어보더니 곧바로 시선을 돌려 박한빈에게 고개만 끄덕였다.박한빈의 태도 또한 무미건조했고 성의 없이 간단히 소개했다.“제 딸, 성하늘이고 여긴 제 아들, 성노을입니다.”“안녕?”셀레나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체면 때문에 억지로 인사말을 건넸다.하늘이는 처음엔 셀레나의 외모에 살짝 놀랐지만 그녀의 태도를 본 후엔 곧 표정을 거뒀다.그리고 성노을의 손을 잡은 채 마지못해 인사를 나눴다.그렇게 어색하고 불편한 인사가 오간 뒤, 모두 자리에 앉았다.셀레나는 젓가락을 쓸 줄 몰랐다.그래서 박한빈은 도우미를 불러 서양식 식기를 준비해 주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셀레나는 앉아 있는 내내 노골적인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그러더니 알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영국식 억양의 영어로 말했다.“내가 왜 이런 음식을 여기서 먹어야 해?”“이런 음식이 어때서?”“역겨워.”알리가 대답을 하기도 전, 박한빈이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공간에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그 행동 하나로 알리와 셀레나의 대화는 깔끔히 잘렸다.“셀레나 씨, 몸이 안 좋으시면 먼저 돌아가셔도 괜찮습니다.”박한빈은 입가엔 미소를 띠었지만 눈동자엔 일말의 웃음기도 없었다.그가 말을 끝내자 곁에 있던 도우미가 조용히 다가와 셀레나 옆에 섰다.의도는 명확했다.셀레나는 이런 식의 대접은 처음이었는지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졌고 입술을 깨물었다.그러고는 남편을 향해 시선을 돌렸지만 알리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몸이 안 좋다면 먼저 들어가.”남편마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자 셀레나의 표정은 더욱 차갑게 굳었다.그녀는 더는 아무 말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알리는 셀레나를 붙잡지도 않았고 대신 성유리를 향해 조용히 미소 지었다.“죄송합니다. 제 아내가 성격이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406화
성유리는 자신이 언제 잠들었는지도 몰랐다.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 눈을 감기 직전 박한빈이 여전히 자신을 업고 걸어가고 있던 장면이었다.그가 무슨 말을 많이 했던 것 같기도 했는데 지금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다시 눈을 떴을 땐 어느새 아침이었다.머리는 아프지 않았지만 속이 살짝 울렁거리고 배가 찌르듯이 아팠다.박한빈은 방에 없었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 모양이었다.성유리는 몸을 뒤척이며 다시 자려다 문득 어제 했던 말을 떠올렸다.‘에릭 씨를 초대하겠다고 했었지? 내가 직접 요리도 해야 되는데.’이런 생각이 들자 결국 성유리는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얼굴을 살짝 문지르고는 방을 나서려던 순간, 마침 박한빈이 방으로 들어왔다.“깼어?”성유리가 고개를 들었다.“네?”“안 불편해?”박한빈이 다시 물었다.“위가 좀 아파요.”“그럼 우유 마셔.”그는 손에 들고 있던 잔을 건넸다.“이거 마시면 좀 나을 거야.”“네.”성유리는 잔을 받아 들고 한 모금 마시려다 문득 물었다.“애들은요?”“해변에 있어.”박한빈이 무덤덤하게 대답했다.“아, 식재료는 다 준비됐어요? 에릭 씨한테 말했죠? 오늘 저녁에 오시라고.”그의 얼굴엔 표정 변화가 없었다.“어제 네가 말했잖아.”“말은 했지만 집주인으로서 다시 한번 초대하는 게 예의잖아요?”그 말에 박한빈은 눈썹을 한 번 치켜올렸다.그러고는 짧게 대답했다.“알겠어.”성유리는 천천히 우유를 마시며 중얼거리듯 말했다.“식재료 좀 준비해달라고 해줘요.”“뭐 준비하게? 진짜 네가 직접 요리하려고?”“그럼요. 제가 직접 하겠다고 말했는걸요.”“걔는 그럴 자격도 없어. 그냥 면이나 한 그릇 시켜주면 돼.”박한빈의 말에 성유리가 피식 웃었다.그러고는 그의 팔을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그런 소리 하지 마시고 얼른 말해줘요.”“뭘 만들 건데?”“음, 탕 하나 끓이고 해산물 좀 하고... 갈비 요리랑 채소볶음 정도?”성유리는 요리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곳에는 요리사가 있으니 손질은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405화
알리는 에릭이 어울리는 사람들이야말로 비정상적이고 정신병자들이라 생각했다.“여기가 당신 오빠 집이야?”셀레나는 헬리콥터에서 내리자마자 주위를 둘러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이런 데서 사람이 살 수는 있는 거야?”그녀는 얼굴에 손수건을 갖다 댔다.마치 이 공기 자체가 더럽기라도 한 듯, 코로 들어오는 걸 막으려는 듯한 제스처였다.“좀 참아. 어차피 딱 사흘뿐이야.”알리는 짧게 대꾸했지만 셀레나는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진짜 이해가 안 가네. 왜 굳이 여기까지 와서 이런 곳에서 지내야 하는 거야? 내 별장 중 아무 데나 가도 여긴 백 배는 나을 텐데? 부모님이 오라니까 그냥 오는 거야?”알리는 셀레나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입꼬리는 웃고 있었지만 눈에는 전혀 웃음기가 없었다.“자기야, 아무리 그래도 내 형이 지내는 곳이야.”알리는 담담하게 말했다.“그리고 딱 사흘이라고 했잖아. 그 정도도 못 참아?”셀레나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결국 입을 꾹 다물었다.헬기 착륙과 동시에 이곳의 집사가 나와서 두 사람을 맞이했다.“에릭 씨는 아직 업무 중이라 대신 제가 두 분을 안내하러 나왔습니다.”“그렇군요. 여긴 그 사람 혼자 살아요?”셀레나가 물었다.“네. 손님방은 미리 청소해 두었습니다. 이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집사는 앞장서 걸으며 두 사람을 별장 안으로 이끌었다.실내로 들어서자 천장이 높고 넓은 거실이 펼쳐졌다.그제야 셀레나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곧 한쪽 벽면에 걸린 그림을 발견한 그녀는 손수건을 내리고 그 앞에 다가가 눈여겨보았다.한편, 알리는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곧장 집사에게 물었다.“형은요?”“서재에 계십니다.”대답이 끝나자마자 알리는 바로 2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서재 안에는 여러 대의 모니터가 설치돼 있었고 그 화면들엔 온통 빨강과 초록으로 얽힌 복잡한 그래프들이 빽빽하게 움직이고 있었다.에릭은 알리의 존재를 눈치채고도 고개를 들지 않았고 여전히 모니터를 바라보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이렇게 일 계속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제1404화
“오늘 달빛 되게 예쁘네요.”박한빈의 등에 업혀 있던 성유리가 불쑥 말했다.그 말에 그의 발걸음이 잠시 멈췄다.박한빈은 고개를 살짝 돌려 그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봤다.그러고는 조용히 말했다.“저거 달 아니고 해야.”지금은 해가 막 지는 저녁이었기에 달이 뜰 시간은 아직 아니었다.성유리는 입을 삐죽이며 불만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아니, 저기요. 저렇게 노랗고 둥근 거 달 맞거든요?”“그래. 네가 달이라면 달이겠지.”박한빈은 더 이상 다투지 않고 무심하게 받아넘겼다.그런데 성유리는 뭔가 이상함을 느낀 듯, 고개를 빼고 박한빈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그러자 박한빈은 시선을 피했다.그 작은 행동에도 성유리는 금세 눈치를 챘다.“기분 안 좋으세요?”“아니.”“분명 안 좋은 것 같은데요.”성유리는 집요하게 물었다.“왜요? 제가 에릭 씨 일에 끼어든 게 마음에 안 드세요?”박한빈은 잠시 멈칫하다가 대답했다.“그건 아니야.”“그럼 왜 안 좋으신데요?”그 말에 박한빈의 걸음이 멈췄다.지금 그들은 프라이빗 비치 위에 있었고 이제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에릭의 저택도, 경호원들도 모두 뒤로 하고 한참 걸어 나온 참이었다.그런데도 박한빈은 마음이 불안했다.자신에게 업혀있는 성유리의 다리를 감싸고 있는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고 그 탓에 그녀는 조금 아파졌다.“아... 아파요.”그제야 박한빈은 팔에 들어간 힘을 살짝 풀어주며 말했다.“미안, 내가 무서워서 그래.”그 말에 성유리는 멈칫했다.“나 무섭다고. 알겠어?”성유리는 대답하지 않았다.그저 잠시 박한빈과 시선을 마주하다가 이내 조용히 고개를 그의 어깨에 기댔다.그리고 팔을 뻗어 박한빈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안으며 말했다.“뭐가요. 저 이렇게 잘 있잖아요.”“근데 만약에...”박한빈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성유리가 단호하게 말했다.“만약이라는 건 없어요.”“저 그렇게 무능한 사람 아니거든요? 제가 제 몸 지킬 힘도 없다고 생각하세요?”박한빈은 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