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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th

작가: 노블다크
last update 게시일: 2026-04-15 11:59:56

쿠미는 처음 봤을 때부터 눈에 띄는 아이는 아니었다. 교실 안에는 더 화려한 아이들도 있었고, 말을 잘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 사이에서 쿠미는 언제나 한 걸음쯤 뒤에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먼저 나서지 않았고, 굳이 시선을 끌려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한 번 눈에 들어오면 쉽게 잊히지 않는 아이였다. 머리는 일본인 표준이라기에는 조금 밝은 갈색이었고, 햇빛을 받으면 그 색이 더 옅어 보였다. 결이 고운 머리카락이 어깨 근처에서 부드럽게 떨어졌고, 움직일 때마다 아주 조금씩 흔들렸다.

전체적으로는 청초한 분위기의 미소녀라고 말할 수 있었다. 마치 봄바람에 스치는 제비꽃처럼, 특별히 꾸민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도 시선이 오래 머무르는 느낌이었다.

얼굴선은 또렷하다기보다는 부드러운 쪽에 가까웠다. 눈은 크고 맑았지만, 동시에 어딘가 힘이 빠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그 시선이 완전히 닿지 않는 것 같은, 그런 인상이었다.

그래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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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에스)   4th

    쿠미는 처음 봤을 때부터 눈에 띄는 아이는 아니었다. 교실 안에는 더 화려한 아이들도 있었고, 말을 잘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 사이에서 쿠미는 언제나 한 걸음쯤 뒤에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먼저 나서지 않았고, 굳이 시선을 끌려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한 번 눈에 들어오면 쉽게 잊히지 않는 아이였다. 머리는 일본인 표준이라기에는 조금 밝은 갈색이었고, 햇빛을 받으면 그 색이 더 옅어 보였다. 결이 고운 머리카락이 어깨 근처에서 부드럽게 떨어졌고, 움직일 때마다 아주 조금씩 흔들렸다. 전체적으로는 청초한 분위기의 미소녀라고 말할 수 있었다. 마치 봄바람에 스치는 제비꽃처럼, 특별히 꾸민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도 시선이 오래 머무르는 느낌이었다. 얼굴선은 또렷하다기보다는 부드러운 쪽에 가까웠다. 눈은 크고 맑았지만, 동시에 어딘가 힘이 빠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그 시선이 완전히 닿지 않는 것 같은, 그런 인상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아이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가끔씩 내가 혼자서 말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바로 앞에 있는데도, 어딘가 조금 멀리 있는 사람처럼. 나는 그때의 쿠미를 그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특별할 것 없는 표정, 특별할 것 없는 말투. 그렇지만— 아주 미묘하게, 다른 아이들과는 어긋나 있는 느낌. 가까이 다가가면 닿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손을 뻗으면 조금 멀어져 있는 것 같은 거리. 그건 불편함이라기보다는, 설명할 수 없는 감각에 가까웠다. 그래서 나는 굳이 그 거리를 좁히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그렇게 있어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아무 생각 없이 넘겨버렸다. 그런데 지금의 쿠미를 보고 있으면, 그때와 같은 이유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달라진 건 많지 않았다. 머리도, 표정도, 말투도— 겉으로 보이는 것은 여전히 비슷했다. 여전히 조용했고, 여전히 먼저 나서는 일은 없었다. 웃을 때의 얼굴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아이는 더 이상 시

  • S(에스)   3rd

    사치코는 특별한 아이였다. 그 사실을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교실 안에 들어서는 순간, 누구나 자연스럽게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 아이가 자리에 앉으면, 주변의 소리는 아주 조금 가라앉았고, 누군가가 말을 꺼낼 때면— 이유 없이 한 번쯤 그 아이의 반응을 살피게 되었다. 그건 강요된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처음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던 것처럼. 화족 중에서도 공작에 다음가는 작위, 소문에 따르면 지금도 전통 일본식 가옥에 살고 있다고 했다. 요코하마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형태의 집이었다. 그 집안에 걸맞은 교육,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고 있는 태도까지— 그 아이는 처음부터, 우리와는 다른 위치에 서 있었다. 말을 할 때의 속도, 시선을 두는 방식, 자리에 앉아 있는 자세 하나까지도— 어딘가 빈틈이 없었다. 과하게 꾸민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도, 흐트러진 순간을 본 적이 없었다. 마치, 항상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햇빛이 비치는 창가에 앉아 있을 때면, 그 아이의 모습은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 검은 머리는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그 아래로 드러나는 얼굴에는 쓸데없는 감정이 거의 담겨 있지 않았다. 웃을 때조차, 크게 변하는 일은 없었다. 그저 아주 옅게, 필요한 만큼만. 그래서일까. 그 아이의 표정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기분이 들곤 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적어도— 어제까지는. 다음 날, 쿠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학교에 나왔다. 교문을 지나 교실로 들어오는 그 아이의 모습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조용한 걸음, 흐트러짐 없는 옷차림, 그리고— 늘 보아왔던 그 미소까지. 그것만 보면, 어제의 공백 따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도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 S(에스)   2nd

    나는 한 발짝을 내딛으려다, 결국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은, 생각보다 금방 보이지 않게 되었다. 따라가려면 지금이라도 갈 수 있었을 텐데— 이상하게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누군가와 함께 가는 것도, 혼자 남는 것도 아닌 채로,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미 정해진 것처럼 보였던 두 사람의 흐름 속에서, 나만이 그 밖에 남겨져 있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겨우 실감했던 것 같다. 나는 결국 교실을 나섰다. 복도에는 아직 몇몇 아이들이 남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미 각자의 자리로 흩어진 뒤였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바닥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나뭇잎 그림자가 조용히 흔들렸다. 조금 전까지 들리던 소란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 있었다. 도서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가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 두 사람의 뒷모습이, 이상하게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문을 열자, 낮은 공기가 조용히 밀려왔다. 도서실은 한산했다. 창가 쪽 자리에 몇몇 아이들이 앉아 있었고, 종이를 넘기는 소리만이 드문드문 들려왔다.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안쪽을 바라보다가, 곧 시선을 옮겼다. 창가에서 두 번째 자리. 그곳에,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사치코는 등을 곧게 편 채 책을 읽고 있었고, 쿠미는 그 옆에 앉아 같은 페이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것도, 특별히 대화를 나누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이에는 틈이 없었다. 나는 책장을 넘기는 척하며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종이 위의 글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아주 작은 소리들이 또렷하게 귀에 들어왔다. 페이지가 넘어가는 소리, 연필이 종이를 긁는 소리, 그리고— 아주 짧게 오가는 몇 마디의 대화. “여기, 이거.” 사치코의 목소리였다. 쿠미가 고개를 조금 기울이며 책을 들여다보았다. “아…” 짧

  • S(에스)   1st

    나는 끝내 S의 의미를 해석하지 못한 채, 그 아이가 남긴 유서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얇은 종이 위에 적힌 글자는 놀라울 정도로 단정했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 아이답게 흐트러짐이 없었다. 마치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몇 번이나 그 문장을 되짚어 읽었지만, 결국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알아내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알고 있었으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때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이유를— 지금도 나는,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거기서 나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낸 것처럼, 글을 써내려가던 손을 멈췄다. * * * 푸른 하늘 아래, 지금도 잊히지 않는 그날의 우리들은 마치 5월의 햇살과도 같았다. 교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이제 막 피어오르기 시작한 나무들의 연둣빛이 바람에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운동장 한쪽에서는 체육 수업이 한창이었고, 창문 사이로는 피아노 소리가 희미하게 흘러나왔다. 모든 것이 평소와 다르지 않은, 그저 평범한 하루였다. 나는 하카마 치맛자락을 한 번 고쳐 잡고, 늘 다니던 복도를 따라 교실로 향했다. 나무 바닥을 밟을 때마다 규칙적인 발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이상할 정도로, 나는 그때 주변의 소리들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교실 문을 열자, 이미 몇몇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웃음소리가 흘러나왔고, 창가 쪽에는 햇빛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 빛 속에 앉아 있는 아이를 보는 순간— 나는 걸음을 잠시 멈췄다. 그 아이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아, 츠루.” 내 시선을 눈치챈 듯, 그 아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부드럽고 단정한 목소리였다. “왜 그렇게 서 있어?” 나는 잠시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그냥.” 겨우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 앉자, 교실 안의 소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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