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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rd

작가: 노블다크
last update 게시일: 2026-04-15 11:59:34

사치코는 특별한 아이였다. 그 사실을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교실 안에 들어서는 순간, 누구나 자연스럽게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 아이가 자리에 앉으면, 주변의 소리는 아주 조금 가라앉았고, 누군가가 말을 꺼낼 때면— 이유 없이 한 번쯤 그 아이의 반응을 살피게 되었다.

그건 강요된 것도 아니었고, 누군가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처음부터 그렇게 되어 있었던 것처럼.

화족 중에서도 공작에 다음가는 작위, 소문에 따르면 지금도 전통 일본식 가옥에 살고 있다고 했다. 요코하마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형태의 집이었다. 그 집안에 걸맞은 교육,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당연한 듯이 받아들이고 있는 태도까지— 그 아이는 처음부터, 우리와는 다른 위치에 서 있었다.

말을 할 때의 속도, 시선을 두는 방식, 자리에 앉아 있는 자세 하나까지도— 어딘가 빈틈이 없었다. 과하게 꾸민 것처럼 보이지 않는데도, 흐트러진 순간을 본 적이 없었다. 마치, 항상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햇빛이 비치는 창가에 앉아 있을 때면, 그 아이의 모습은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 검은 머리는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그 아래로 드러나는 얼굴에는 쓸데없는 감정이 거의 담겨 있지 않았다. 웃을 때조차, 크게 변하는 일은 없었다. 그저 아주 옅게, 필요한 만큼만.

그래서일까. 그 아이의 표정을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기분이 들곤 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적어도— 어제까지는.

다음 날, 쿠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학교에 나왔다. 교문을 지나 교실로 들어오는 그 아이의 모습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조용한 걸음, 흐트러짐 없는 옷차림, 그리고— 늘 보아왔던 그 미소까지. 그것만 보면, 어제의 공백 따위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도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단지— 어제와 같은 방식으로는, 더 이상 그 아이를 바라볼 수 없다는 것만은 분명하게 느껴졌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쿠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평소라면 먼저 말을 걸었을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눈이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한두 마디를 건네는 정도의 거리였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그 한 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쿠미.”

누군가 먼저 그 이름을 불렀다.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그쪽을 바라보았다. 창가 근처에 앉아 있던 아이였다. 말을 꺼낸 순간까지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어 보였다.

그때 사치코가 교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평소와 다르지 않은 걸음으로. 그런데도— 그 순간, 교실 안의 공기가 아주 미묘하게 가라앉았다. 쿠미의 이름을 불렀던 아이는,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 괜히 웃으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 짧은 틈 사이로, 사치코가 자리에 앉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는 그 장면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무언가가 확실하게 어긋나 있었다.

나는 다시 시선을 떨어뜨렸다.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다. 아까 멈췄던 말을, 이번에는 끝까지 꺼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쿠미.” 이번에는,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스스로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은 소리였다. 그래도, 분명히 입 밖으로 꺼낸 이름이었다. 쿠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아니— 들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 시선이 나를 향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사치코가 먼저 입을 열었다.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이거, 좀 볼래?”

그 한마디였다. 쿠미는 아무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몸을 기울여, 사치코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내가 부른 이름은— 그 사이에서, 아무 흔적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졌다.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다시 한 번 말을 꺼내면 될 일이었다. 조금 더 크게 부르면, 분명히 들렸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입을 열지 못했다.

그 이유를, 나는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말을 꺼낸다면— 그건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무언가를 거스르는 일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게 무엇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렇게 느껴졌을 뿐이었다. 나는 결국 시선을 떨어뜨렸다. 공책 위의 글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만이 또렷하게 들려왔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듯이. 그리고 그 순간— 처음으로 그 선택이 무엇인지 알았던 것 같다. 나는, 외면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이 되자, 교실 안은 금세 시끄러워졌다. 의자가 끌리는 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고, 여기저기서 웃음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다. 누군가는 창가 쪽으로 모였고, 누군가는 복도로 나갔다. 익숙한 흐름이었다. 나는 한 번, 고개를 들어 교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쿠미를 찾았다. 그 아이는 자기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공책 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렇다고 먼저 움직일 기색도 없었다. 어딘가 애매하게 멈춰 있는 상태였다. 평소라면, 이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을 것이다. 별 의미 없는 이야기라도, 자연스럽게 이어졌을 것이다. 그 아이는 그런 식으로, 늘 대화 속에 섞여 들어가곤 했으니까.

그런데 아무도 그쪽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다가가지 ‘않은’ 것인지, 다가가지 ‘못한’ 것인지— 그 차이는 나도 알 수 없었다. 창가 쪽에서는 몇몇 아이들이 모여 웃고 있었고, 뒤쪽에서는 누군가가 큰 소리로 농담을 하고 있었다. 그 모든 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더 크게 느껴졌다. 그 사이에, 쿠미의 자리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나는 잠시 자리에서 일어날까 고민했다.

지금이라면,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말을 걸면, 어제까지와 같은 거리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

“츠루.”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창가 쪽에서, 몇몇 아이들이 나를 보고 있었다. “어제 숙제 좀 보여줄래?”

아주 평범한 부탁이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 사이, 시선이 한 번 더 흔들렸다. 쿠미 쪽으로. 그 아이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 장면이— 이상하게도, 눈에 남았다. 아주 잠깐이었다.

“…응.”

나는 결국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 쪽으로 걸어갔다. 그 몇 걸음 사이에, 무언가가 완전히 결정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돌아보지 않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고 느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몇 번이나 비슷한 선택을 반복하게 되었다. 그때마다, 이유는 없었다. 그저— 그게 더 자연스럽다고 느껴졌을 뿐이었다.

오후 수업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아이들이 하나둘씩 자리에 돌아오고,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소란이 교실 안을 가볍게 채우고 있었다. 누군가는 웃고 있었고, 누군가는 마지막으로 숙제를 확인하고 있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다.

쿠미는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침과 마찬가지로, 공책 위에 시선을 떨어뜨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인지, 아니면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는 것인지— 그 경계는 여전히 모호했다. 그때—

“야, 쿠미.” 가벼운 목소리였다.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뒤쪽에 앉아 있던 아이였다. 특별히 눈에 띄는 아이는 아니었고, 평소에도 누구와나 잘 어울리던 아이였다. 그래서 더, 이상하게 느껴졌다. 쿠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응?” 아주 짧은 대답이었다. 그 아이는 웃고 있었다.

“어제 어디 갔었어?”

별것 아닌 질문이었다.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쿠미는 잠시 말을 고르듯 입을 다물었다.

“…그냥, 집에.”

“아, 그래?”

그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었다. “몸 안 좋은 거 아니었어?”

“아니야.”

“진짜?” 웃음이 섞인 목소리였다.

그 다음 말은 조금 더 가벼웠다. “그럼 그냥 빠진 거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주변에서 작게 웃음이 터졌다. 아주 짧은 웃음이었다. 금방 사라졌고, 누가 웃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았다. 그래도— 분명히 들렸다. 쿠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아주 잠깐 시선을 떨구었다가— 다시 들어 올렸다.

“…미안.”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필요 없는 말이었다. 아무도 사과를 요구하지 않았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 아이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손끝이 서서히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이건— 장난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했다. 그렇게 넘기면 되는 일이었다. 아마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쉬는 시간의 소란은, 이번에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처음에는 그저 가벼운 이야기였다. 누군가가 쿠미 쪽을 힐끗 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입을 열었다.

“근데, 어제 왜 빠진 거야?” 대답을 기대한 말은 아니었다. 그저, 확인하듯 던진 말에 가까웠다.

“아까 보니까 그냥 집에 있었다던데.”

“진짜로?” 짧은 웃음이 섞였다.

“글쎄. 그걸 그대로 믿어도 되는 건가.”

그 말은 농담처럼 들렸지만, 완전히 가벼운 톤은 아니었다. 아주 미묘하게, 다른 의미가 섞여 있었다.

“요코하마에 그런 데 많잖아.”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다.

“밤에 돌아다니는 애들 가는 데.”

순간, 주변의 몇몇이 웃음을 터뜨렸다. 크게 드러내놓고 웃는 건 아니었지만— 그걸 숨기지도 않았다.

“야, 설마.”

“아니, 그냥. 어제 빠졌잖아.”

말은 계속 가볍게 이어졌지만, 그 안에 담긴 방향은 점점 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럼 뭐야. 진짜 아픈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 사이에서, 누군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학생이 그렇게 돌아다니는 거, 요즘 시대가 좀 바뀌었다 해도 좀 그래.”

그 말은 웃음 없이 떨어졌다. 나는 그 순간, 이상하게도 더 또렷하게 그 소리를 들었다.

“…아니야.” 내 입에서 말이 먼저 나왔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쿠미는 그런 애 아니야.”

말을 꺼낸 순간, 몇몇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잠깐의 정적이었다. 그 중에서 한 명이, 조금 고개를 기울이며 나를 보았다.

“…그래?” 그 말투는 부정도, 동의도 아니었다. 그저— 확인하듯 되묻는 느낌에 가까웠다.

“근데, 어제 빠진 건 맞잖아.”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아이는 이어서 말했다.

“아픈 것도 아니고, 그냥 집에 있었다고 했지?”

“…응.”

“그럼 더 이상하네.” 가볍게 웃으며, 그 아이가 말을 이었다.

“이유도 없이 학교 빠지고, 제대로 설명도 안 하고—” 잠깐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어 붙였다.

“그럼, 뭔가 있는 거 맞잖아?” 짧은 웃음이 다시 흘렀다.

“아니면, 왜 굳이 숨겨?”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분명히 반박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입을 열려고 하니,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그 말이 맞는지 틀린지 이전에, 흐름 자체를 끊어낼 수가 없었다. 나는 결국 시선을 떨어뜨렸다. 순간, 그 자리에 더 이상 끼어들 수 없다는 것을— 아주 분명하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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