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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nd

작가: 노블다크
last update 게시일: 2026-04-15 11:59:04

나는 한 발짝을 내딛으려다, 결국 그 자리에서 멈춰섰다.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은, 생각보다 금방 보이지 않게 되었다. 따라가려면 지금이라도 갈 수 있었을 텐데— 이상하게도,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누군가와 함께 가는 것도, 혼자 남는 것도 아닌 채로,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미 정해진 것처럼 보였던 두 사람의 흐름 속에서, 나만이 그 밖에 남겨져 있다는 사실을— 그때서야 겨우 실감했던 것 같다.

나는 결국 교실을 나섰다. 복도에는 아직 몇몇 아이들이 남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이미 각자의 자리로 흩어진 뒤였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이 바닥에 길게 드리워져 있었고, 바람이 스칠 때마다 나뭇잎 그림자가 조용히 흔들렸다. 조금 전까지 들리던 소란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 있었다.

도서실로 향하는 발걸음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가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가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 두 사람의 뒷모습이, 이상하게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문을 열자, 낮은 공기가 조용히 밀려왔다.

도서실은 한산했다. 창가 쪽 자리에 몇몇 아이들이 앉아 있었고, 종이를 넘기는 소리만이 드문드문 들려왔다.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서 안쪽을 바라보다가, 곧 시선을 옮겼다. 창가에서 두 번째 자리. 그곳에,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사치코는 등을 곧게 편 채 책을 읽고 있었고, 쿠미는 그 옆에 앉아 같은 페이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것도, 특별히 대화를 나누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사이에는 틈이 없었다. 나는 책장을 넘기는 척하며 조금 떨어진 자리에 앉았다.

종이 위의 글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대신,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아주 작은 소리들이 또렷하게 귀에 들어왔다. 페이지가 넘어가는 소리, 연필이 종이를 긁는 소리, 그리고— 아주 짧게 오가는 몇 마디의 대화.

“여기, 이거.”

사치코의 목소리였다. 쿠미가 고개를 조금 기울이며 책을 들여다보았다. “아…”

짧은 반응이었다. 그걸로 충분하다는 듯, 사치코는 다시 시선을 내렸다.

“이건 어때?” 이번에는 쿠미였다. 조심스럽게, 하지만 망설임 없이 물었다.

사치코는 잠시 생각하듯 눈을 멈추더니, 아주 짧게 대답했다. "...별로야."

그 한마디였다. 쿠미는 더 묻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다른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나는 그 장면을, 아무 이유도 없이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

왜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짧은 대화 속에서, 이미 결론이 정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선택은 있었지만, 선택이 아니었던 것처럼. 그저 자연스럽게,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방식으로. 나는 책장을 한 번 넘겼다. 여전히 아무 글자도 읽히지 않았다.

무심코 쿠미의 이름을 부를 뻔했다. 입술이 아주 잠깐 움직였다가, 곧 멈췄다. 그 이름을 부른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까. 아니— 부르면 안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먼저 들었다.

그 이유를 나는 설명할 수 없었다. 그저, 그렇게 느꼈을 뿐이었다. 잠시 뒤, 쿠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잠깐 다녀올게.”

아까와 비슷한 말이었다. 가볍고, 아무 의미 없는 말. 이번에는 사치코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고개를 들지도 않고, 그저 책장을 넘겼다. 그걸로 충분하다는 듯이. 쿠미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다가, 조용히 도서실 문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나는 그 소리를, 이상할 정도로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때였다. 사치코가 아주 잠깐 시선을 들었다. 문 쪽을 향한 것도, 나를 본 것도 아니었다. 그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향해, 아주 짧게 시선을 두었다가, 다시 내렸다.

그뿐이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순간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장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왜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때 처음으로 분명하게 느꼈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그 확신은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문이 다시 열렸을 때, 나는 그 소리를 놓치지 않았다. 가볍게 밀리는 나무 문의 마찰음과 함께, 쿠미가 도서실 안으로 들어왔다. 발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했지만— 그 존재만은 분명하게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시선만을 아주 조금 옆으로 옮겼다.

쿠미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자리를 찾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나도, 그리고 아마 그 아이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사치코의 옆자리. 처음부터 비어 있었던 것처럼, 아무런 의심도 없이 남겨져 있던 자리였다.

“…왔어.” 사치코가 말했다. 책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너무도 자연스럽게.

쿠미는 그 말에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뿐이었다. 그 한마디로, 쿠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 자리에 앉았다. 방금 전까지 어디에 있었는지, 무엇을 했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고,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것처럼.

나는 그 장면을 보며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아까 교실에서, 그 아이가 혼자 남겨져 있었던 순간이 정말로 있었던 일이었는지. 혹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지워져버린 것인지. 사치코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옆자리에 앉은 쿠미에게 공책을 내밀었다.

“여기, 아까 이어서.” 말투는 여전히 부드러웠고, 그 안에는 어떤 강요도 담겨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응.” 쿠미는 그렇게 대답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그 공책을 받아들었다.

나는 그 순간, 손끝이 아주 조금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왜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장면이, 이상하게도 낯설게 느껴졌다. 선택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저, 이미 정해진 흐름 위에 다시 올라탄 것처럼. 그리고 다시 시선을 떨어뜨렸다.

종이 위의 글자는 여전히 읽히지 않았다. 대신, 귀에 들어오는 소리들은 더욱 또렷해졌다. 연필이 종이를 긁는 소리. 페이지가 넘어가는 소리.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섞여 있는 아주 짧은 대화.

“이건 괜찮네.”

“응… 그럼 이걸로 할게.”

짧은 말들이 오갔고, 그걸로 충분했다. 그 이상은 필요 없는 것처럼. 나는 한 번 더 입을 열 뻔했다.

부르면 안될 것 같았다. 그 이유는 여전히 알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분명하게 느껴졌다. 내가 끼어들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것. 그건 누가 말해준 것도 아니었고, 누가 막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나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서실 안은 여전히 조용했고, 바깥에서는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날의 공기가 이상할 정도로 또렷하게 남아 있다. 그리고— 나는 그때, 분명히 알고 있었다. 이건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다음 날, 쿠미는 학교에 오지 않았다. 이유는 명확히 알 수 없었다. 누군가는 감기라고 했고, 누군가는 집안 일이라고 했다.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는 듯, 교실 안의 공기는 금세 평소와 다르지 않은 흐름으로 돌아갔다. 그 아이가 없는 자리만이, 조금 어색하게 비어 있을 뿐이었다. 나는 몇 번이나 그쪽을 보았다가,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사치코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책을 읽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수업이 끝난 뒤, 나는 혼자 교실에 남아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하나둘씩 밖으로 나갔고, 복도에서 들려오는 소리도 점점 멀어졌다. 나는 괜히 공책을 정리하는 척하며,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때—

“츠루.” 조용한 목소리였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사치코가 내 자리 옆에 서 있었다. 창문 쪽에서 들어오는 빛이, 그 아이의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다.

“아… 사치코.” 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작게 나왔다.

사치코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 시선은 여전히 부드러웠다. 그런데도 나는, 그걸 똑바로 마주 볼 수가 없었다.

“쿠미.” 그 아이가, 아주 자연스럽게 이름을 꺼냈다. 나는 순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어제, 어땠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알 수 있었지만 모르는 척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어땠다는 게…” 나는 애매하게 말을 흐렸다. 사치코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가볍게 고개를 기울였다.

“요즘, 조금 이상하잖아.” 부정할 수 없는 말이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시선을 떨어뜨렸다.

“다른 애들도 그렇게 생각할 거야.” 그녀의 목소리는 작았지만, 이상하게도 또렷하게 들렸다.

“그대로 두면… 더 눈에 띌 수도 있고.”

나는 손끝이 조금 굳는 것을 느꼈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츠루는…” 사치코가 잠시 말을 멈췄다. “어떻게 생각해?”

그 질문은, 이상하게도 가벼웠다. 대답을 강요하는 느낌도 없었고, 선택지를 제한하는 말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사치코가 먼저 입을 열었다. “조금 거리를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해.”

그녀의 말은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마치, 이미 정해진 결론을 확인하는 것처럼.

“괜히… 오해받을 수도 있으니까.” 그 아이는 그렇게 덧붙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못했다. 거절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동의할 이유도, 분명히 말할 수는 없었지만— 그저, 그렇게 하는 편이 자연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

내 입에서 나온 말은, 그 한마디뿐이었다. 사치코는 그걸로 충분하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그 말은, 이상할 정도로 부드러웠다. 그리고 대화는 끝났다.

사치코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돌아섰고, 나는 그 자리에 남겨졌다. 교실 안은 조용했다. 나는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앉아 있었다. 방금 전까지의 대화를, 몇 번이나 머릿속에서 되짚어 보았다. 분명 아무것도 강요받지 않았다.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무언가를 결정해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그게 무엇인지, 그때의 나는 아직 정확히 알지 못했다.

사치코의 말은 언제나 짧았고, 그 안에는 특별한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저,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는 것처럼— 혹은, 이미 정해진 것을 다시 한 번 짚어주는 것처럼 들렸다. 그래서일까. 나는 그 말에 의문을 품을 틈조차 갖지 못했다.

거절할 수 있었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지만, 곧 사라졌다. 할 수 있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애초에 그것이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선택인 것처럼 보였을 뿐인지— 그 경계가 너무도 흐릿했다.

나는 손끝으로 공책의 모서리를 괜히 몇 번이나 눌렀다. 종이가 아주 조금 구겨졌다가, 이내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무 의미도 없는 동작이었다. 그런데도 그걸 멈출 수가 없었다. 다만— 그 선택이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어쩌면, 이미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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