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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1화

Author: 라오
변여름은 쪼그려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채 고개를 들어 양혁수를 바라봤다.

양혁수가 눈을 다치지 않았다면, 지금쯤 분명 얼굴을 잔뜩 굳힌 채 차가운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며 훈계를 늘어놓았을 것이다.

그 생각만 하면 변여름은 미소가 새어 나왔고 잠기운에 반쯤 잠긴 두 눈을 비비며 말했다.

“오빠, 저한테 그런 말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아시잖아요. 저 같은 사람은 차라리 죄를 더 지으면 지었지, 억울하게 뒤집어쓰는 건 못 참아요.”

양혁수는 미간을 팍 찌푸렸다. 그런데 변여름이 갑자기 손을 뻗더니 슬쩍 양혁수의 손을 잡았다.

“저 오빠한테 키스한 적도 없고, 안아본 적도 없어요.”

변여름은 아주 태연하게 한숨까지 쉬면서 말하는데, 그 말 속에 담긴 뜻이 분명했다.

‘그러니까 괜히 말 함부로 하지 마세요. 이럴 거면 차라리 지금 제가 오빠한테 키스라도 해버릴까요?’

이제는 아예 돌려 말할 생각도 없는 듯했다.

다른 여자였으면 양혁수가 욕이라도 내뱉었겠지만 변여름한테는 뭐라 하기도 참 애매했다.

‘이걸 정말 때릴 수도 없고, 함부로 욕도 못 하니 원 참...’

하지만 양혁수는 눈이 안 보이니 그저 소파에 기대앉아 인상만 찌푸리고 있었다.

그러자 변여름은 더 들이대지 않고 나지막이 말했다.

“저는 그냥 오빠가 걱정돼서 그랬어요. 방에는 절대 들어가지도 않고 거실에서만 잤어요.”

“난 노지혜 같은 사람 아니에요. 괜히 어설픈 짓 해서 오빠한테 책임지라고 하지 않을 거니까 걱정 안 하셔도 돼요. “

“그러니까 그냥 편하게 주무세요, 네?”

본인도 어린애면서, 꼭 어린애를 달래듯 한 말투였다.

양혁수는 그 말에 설득당하게 아니라 너무 피곤해 더 따질 기운이 없어 이 정도로 넘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며칠 후면 떠날 거고, 잠깐 변여름에게 져준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했다.

변여름은 그날 밤에도 거실에서 잤고, 양혁수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또 한 번, 양혁수가 본인의 원칙을 하나 내려놓았다.

그다음 날, 낮잠을 자다가 몸을 살짝 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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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기]양지원은 화서시를 떠나 세운으로 향했다.이혼 서류를 막 받아 든 그녀는 비로소 오성호와의 인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그동안 그녀는 오직 딸만을 생각하며 살아왔고 곧장 시연을 만나러 가려던 순간 할아버지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고 양석진을 먼저 찾아가라는 단호한 말씀이었다.“지금 한가하잖아. 오빠한테 한번 다녀와. 그리고 시연이 일 내가 모를 거로 생각해? 양석진이랑 이야기해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정리해.”할아버지의 말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고 양지원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입술을 꼭 다물고 침묵했다.‘도대체 무슨 말을 하란 말이지. 설마 양석진에게 양육비라도 요구하라는 건가? 내가 시연을 키울 수 없는 것도 아닌데.’게다가 그 짧은 사이에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은 어딘가 이상하고 낯설게만 느껴졌다.이전에는 잇따른 문제들로 마음 둘 곳조차 없었지만 이제 모든 것이 잠잠해진 지금 오히려 그를 만나도 할 말이 사라져 버린 듯했다.그녀는 점점 짜증이 밀려오는 걸 느꼈다. 차가 양석진이 머무는 저택 근처에 다다르자 무심결에 거울 속 자기 얼굴을 올려다보았다.오늘 입은 연회색 드레스는 새로 맞춘 것이었고 세심한 디테일이 마음에 들었다. 지난 10년 동안 그녀는 해마다 드레스에 대한 애정을 더해갔다.긴 머리는 옆으로 넘기고 끝을 큼직하게 웨이브로 말아 올렸는데 드레스와 잘 어우러져 지나치게 단조롭지도 않았다.생각에 잠긴 사이 차는 속도를 늦췄고 그녀는 귀 옆에 꽂은 보석 클립에 시선을 두었다.집에서도 자주 착용하던 것이지만 오늘따라 조금 과하게 반짝이는 듯했다.차가 멈추기 직전 그녀는 망설임 없이 클립을 떼어내 가방 안에 넣었다.바로 그때 창밖에 누군가 서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고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창문을 내렸다.밖에는 처음 보는 젊은 여성이 서 있었고 나이는 서른쯤으로 보였다.양지원은 무심히 상대를 훑어보다가 그녀가 미소를 띠며 몸을 숙여 인사하자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그 여성이 조심스럽게 차 문을 열어주었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34화

    “차에 타셨어요. 의원님이 바쁘셔서 저희는 먼저 출발해야 해요.”양지원이 어깨를 떨구자 양창수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며칠 뒤 이곳에서 회의가 열릴 예정이라 아마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예요.”‘그래?’양지원은 고개를 들었다.양창수는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주얼리 상자를 조심스레 그녀에게 내밀었다.“그때는 일정이 너무 많아서 직접 뵙지 못할 수도 있어요. 이건 의원님이 큰아씨께 드리는 생일 선물이래요. 미리 생일 축하도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양지원은 상자를 멍하니 받아 들고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 안에는 섬세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고요히 놓여 있었다.상자 안에는 작은 종이쪽지 한 장이 들어 있었고 그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지원아, 생일 축하해.]양지원은 오늘뿐 아니라 이틀 뒤 그가 다시 오더라도 아마 그를 만날 수 없으리란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눈물을 삼키며 최대한 평온한 얼굴을 유지하려 애썼다.“알겠어요.”양창수는 그녀의 마음이 흐트러져 있다는 걸 눈치채고 말을 건넸다.“의원님에게 쿠키 구워주기로 했잖아요?”양지원이 잠깐 멈칫하자 양창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우리 큰아씨가 이렇게 손재주가 좋은 줄은 몰랐네요. 다음엔 더 많이 구워서 의원님 드릴 때 저도 한두 개 나눠주세요.”그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마무리하며 카드 한 장을 건넸다.“무슨 일 생기면 사람 시켜서 우리에게 연락해요.”양지원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네.”“그러면 이만 갈게요.”양창수는 두어 걸음 뒤로 물러서며 손을 흔들고는 돌아섰다.그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자 양지원은 양석진과의 인연이 겨우 닿았다가 다시 끊어지는 것만 같았다.그녀는 사실 주차장까지 배웅할 수 있었지만 마음을 다잡을 용기가 부족했고 감정이 넘쳐흘러 억누를 자신이 없었다. 만나더라도 결국 아무 의미 없었다.복도에서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보석 상자를 꼭 쥔 채 땀에 젖은 채로 한동안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밖에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33화

    하지만 양지원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의 관계는 가까워질수록 그녀에게는 짐이 될 뿐이었다. 양석진은 승승장구했지만 그만큼 그의 위험도 커졌다. 몇 년 후에는 그녀를 잊고 집안과 어울리는 명문가의 딸과 결혼해 그의 출세에 도움이 될 것이다.그녀는 심혜설을 떠올리며 그들이 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는지 궁금해했다.양지원은 심혜설을 싫어했지만 심혜설은 그를 진심으로 좋아하며 그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을 것이다.그때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는 거실 소파에서 잘게. 필요하면 날 불러.”양지원은 잠시 멈칫했다.그녀는 조용히 누워 그의 깊은 눈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 고개를 끄덕였다.정신을 차리고 그가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을 보며 다시 기뻐했다.밖은 조용했고 그녀는 그가 소파에서 자고 있음을 알았다.그녀는 ‘소파가 너무 작으니 오빠가 침대에서 자고 내가 소파에서 잘게.’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침대와 소파라는 말이 다소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양석진은 정리를 마치고 잠이 든 듯했고 그녀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문이 닫혀 있었고 그녀는 그 문을 응시하며 문 너머에 그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다.몸이 뻐근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고 새벽이 되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 그녀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갔다.거실에는 미세한 달빛만이 비치고 있었다.그는 소파에서 자고 있었고 옆으로 누워 몸을 살짝 웅크리고 있었다.양지원은 숨을 죽이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소파 옆으로 갔다.양석진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양지원은 소파 옆에 쭈그리고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보았다.가까이 다가가자 그의 턱에 모기에게 물린 듯한 붉은 자국이 있었다.양지원은 살짝 한숨을 쉬고 조심스럽게 일어나 방으로 돌아가 특수한 구슬 형태의 약통을 가지고 다시 쭈그리고 앉아 그의 턱에 조심스럽게 발랐다.오래 머무를 수 없었기에 양지원은 양석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32화

    맞은편에 앉은 양혁수는 그녀의 긴 침묵에 점점 더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또 내 말 안 듣고 밤늦게까지 일한 거죠?”“아니야.”대화가 시작되자 그녀는 자연스레 양혁수의 말에 휘말렸고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그 존재를 숨기려 했다.“몇몇 어른들과 프로젝트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너무 오래 얘기하게 돼서 널 깜빡했어.”“근데 목소리가 이상한 것 같은데요?”양지원은 그에게 더는 숨길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감기 기운이 좀 있어서 코가 막혔어.”“약 먹었어요?”“먹었어.”“믿을 수 없어요. 나중에 조 비서한테 직접 확인해 볼 거예요.”‘녀석, 예의가 없네. 내가 비서를 조 비서라 부르는 걸 흉내 내다니.’“아팠으니까 서두르지 말고 급하게 오지 마요. 괜찮아지면 차 타고 오세요.”양지원은 그의 말에 감동하여 말했다.“난 괜찮아. 내일은 안 돌아가고 모레 돌아갈게. 너 내 생일 케이크 만든다고 했지? 내가 돌아가면 같이 만들자.”“흥. 나 혼자서도 할 수 있어요.”“알겠어, 알겠어. 너 대단해”양혁수와의 통화를 마치자 머리가 맑아진 기분이었다. 양지원은 전화를 끊고 나서 양석진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눈을 깜빡이며 그에게 미소를 지었다. 양석진은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말했다.“케이크 만들 줄 알아?”양지원은 그가 그 부분에 집중하는 것에 조금 놀랐다. 사실 그녀는 케이크를 만들 줄 몰랐고 양혁수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겨우 케이크 반죽에 크림을 바를 정도였다.“방금 배웠어요.”그녀는 체면을 위해 거짓말을 했다.양석진은 약간 관심 있는 표정으로 등을 기대며 물었다.“혁수를 위해 배운 거야?”양지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꺼냈다.“가끔 혁수에게 간단한 쿠키나 타르트를 만들어줘요.”‘어차피 거짓말을 했으니 좀 더 과장해서 말해야지.’양석진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쿠키?”“네. 틀로 찍어내기만 하면 돼요. 아주 간단해요.”양지원이 말했다.양석진은 고개를 숙이고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31화

    ‘그럼 양석진 씨는 화병이 나서 쓰러지지 않을까?’양지원은 그의 속마음을 알 수 없었고 대신 양창수를 냉정하게 바라보았다.‘임신? 내가 어떻게 혼자서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어?’잠시 생각해 보니 그녀와 오성호의 일은 양창수와 양석진 모두 몰랐을 것이고 아마 의사가 그녀의 상태를 물을 때 양석진도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순간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으며 그녀는 침대 머리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양지원은 쓴맛이 나는 냄새를 맡고서야 비로소 눈을 떴다.양석진이 약 그릇을 가지고 왔고 그 안에 담긴 검은 탕약은 보기만 해도 쓴 맛이 날 것 같았다.양지원은 그것을 보고 얼굴에 거부감을 드러내며 예전처럼 싫다는 듯 피했다.“이게 뭐예요?”양석진이 물었다.“장 선생님께서 처방한 한약이야. 이걸 먹고 자면 좀 편할 거야. 내일쯤에는 나을 수도 있어.”“안 마실 거예요.”양지원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말했다.“알약만 먹을 거예요. 의사 선생님에게 캡슐로 처방해 달라고 해요.”양석진은 그녀의 당연한 말투에 차가운 얼굴 아래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역시나 그대로구나.’“이 약은 좀 순해.”“순하다고요?”양지원은 의심을 담아 말했다.“이렇게 쓴데 마시는 것 자체가 자극이에요.”‘순하다니.’양석진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양창수는 옆에서 웃었다.“제발, 그냥 마셔요. 이 나이 먹고도 아직 쓴 게 무섭나요?”“나이?”양지원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서른 넘은 사람이 포도를 훔쳐 먹는 사람도 있잖아요?”양석진은 얼굴을 돌려 반쯤 먹은 포도송이를 봤다.양창수는 침묵했다.“...”양지원은 그를 비웃으며 얼굴을 돌리다가 양석진의 집중된 시선과 마주쳤다.그는 참을성 있게 말했다.“다 못 마셔도 괜찮아. 최대한 마셔봐.”말을 마친 그는 그릇을 내밀었다.양지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양석진은 이어서 말했다.“말 들어. 조금만 마셔.”‘알겠어.’양지원은 몸을 똑바로 하고 그의 손을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30화

    양지원은 양석진이 닭 다리를 집어 드는 모습을 보고 조용히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밖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한 채 그 흔한 닭 다리 하나에도 마음이 쏠렸구나 싶었다.그릇이 그녀 옆에 놓이자 그녀는 잠시 동작을 멈추었다.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시선과 정확히 마주쳤다.양지원은 ‘오빠 드세요.’라고 말하려고 했다.그릇을 밀려던 찰나 그도 자신의 행동에 잠시 멈칫했고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한다는 걸 느끼자 입술을 깨물며 조용히 그릇을 거둬들였다.양지원은 시선을 살짝 돌린 채 그의 손을 못 본 척 조용히 그릇을 먼저 가져갔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닭 다리를 조심스레 베어 물었다.양석진은 침묵했다.“...”그는 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뜨거우니까 천천히 먹어.”그 말에 양지원은 눈앞의 닭곰탕에서 피어오르는 김이 유독 뜨겁게 느껴졌고 그 열기에 눈이 시린 듯 따가웠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꾹 참고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식사가 끝났을 땐 이미 어둠이 내려앉았다.돌아가는 길 험한 산길 탓에 양지원은 다시 몸이 불편해졌다. 오후에 흘린 땀과 에어컨이 틀어진 방에서 따뜻한 음식을 먹은 탓에 손끝과 발끝이 저릿했다.양석진은 동행한 이들이 회의의 세부 사항을 나누는 소리를 들으며 여러 질문을 던졌다.그러던 중 그의 상사에게서 전화가 왔고 사무실로 바로 복귀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양지원은 무심한 듯 물었다.“이렇게 늦었는데 아직도 일해요?”양석진이 대답을 꺼내기도 전에 옆 사람이 먼저 나섰다.“이보다 더 늦은 시간에도 일하세요. 의원님, 요즘 정말 바쁘시거든요. 쉴 틈도 없죠.”양지원은 머리가 더 아팠고 목 안쪽에서는 쓴맛이 올라왔다.눈을 뜨자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고 차에서 내리면 곧 괜찮아지리라 믿었다.차 문이 열리고 그녀는 겨우 정신을 가다듬어 내렸지만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다리가 풀렸다.귀가 어지러웠고 누군가 ‘양 대표님’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단 한 사람만이 그녀를 ‘지원’이라 불렀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29화

    양창수가 이야기를 이어가는 동안 양지원은 조용히 그의 접시에 음식을 집어주었다. 그 모습은 마치 오랜만에 재회한 진짜 남매 같았다.갑자기 양창수가 물었다.“오 대표는 요즘 어때요?”양지원은 젓가락을 들고 있던 손을 멈추고 천천히 미간을 찌푸렸다.양창수가 물었다.“오 대표, 아직 숨 붙어 있어요?”양지원은 의문스러웠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양창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고 눈빛에는 어쩐지 안타까움이 스쳐 지나갔다. “보아하니 아직 살아 있는 것 같네요.”양지원은 침묵했다.“...”양창수는 마치 평생 좋은 음식을 맛본 적이 없었던 사람처럼 허겁지겁 음식을 입에 쓸어 넣었다. 마치 배고픔이 아니라 무언가를 잊기 위해 먹는 듯했다.양지원은 그의 말에 집중하느라 뒤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소리를 놓치고 있었다.양창수가 고개를 들고 시선을 돌리자 그녀도 따라 고개를 돌렸고 거기엔 양석진이 서 있었다.두 사람은 잠시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정적을 깬 건 양창수였다.“나한테 시킬 일이라도 있으세요?”양석진이 짧게 답했다.“먹고 올라와. 할 얘기가 있어.”말을 마친 그는 돌아섰고 곧 자리를 떠났다.양지원은 속이 묘하게 뒤틀렸다. 그 흔한 인사 한마디조차 없이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에 대체 뭐가 그리 대단한 건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양지원은 맞은편에 앉아 있는 양창수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불만을 감추지 못한 채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천천히 먹어요. 부족하면 더 시킬게요.”양창수는 그 말에 약간 놀란 듯 눈썹을 치켜세웠다.그는 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고 양석진의 뒷모습을 향해 말했다.“그럼 좀 늦게 올라갈게요. 지원이랑 조금 더 이야기할 거예요.”양석진은 어이없었다.“...”‘지원이?’양지원은 그의 뒤를 보며 그 표정을 보지 못했지만 양창수의 말 한마디에 기분이 풀리며 마치 뭔가를 빼앗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양석진은 양창수를 무시한 채 아무 말 없이 위로 올라갔다.그가 방을 나가자마자 양창수는 양지원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1228화

    양지원은 양석진이 예전엔 어떤 사람이었는지 희미하게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 그가 살이 찐 건지 빠진 건지 분간하기 어려웠다.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의 저릿함은 그가 분명히 살이 빠졌음을 본능적으로 느끼게 했다.잠시 멍하니 서 있는 사이 양석진과 그의 일행이 어느새 그녀 앞에 다다라 있었다.그녀는 손을 꽉 움켜쥔 채 순간 말을 잃었고 그의 뒤에 서 있는 예전에 본 적 있던 용 국장의 얼굴을 보고서야 겨우 정신을 가다듬었다.용 국장 역시 그리 나이가 많지 않았고 서른네다섯쯤 되어 보였고 또래들 사이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이었다.하지만 양석진을 마주하면 그는 어딘가 빛을 잃는 듯했다.그가 먼저 운명 같은 우연이라며 말을 꺼냈다. 대운산을 사용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로 이곳에서 회의가 잡혔고 그 책임자가 다름 아닌 양석진이었다.“양 대표님, 우연의 일치네요. 막 완공된 이 대회장의 첫 번째 사용자가 바로 당신 가족입니다.”양지원은 미소를 머금은 채 최대한 차분히 그를 바라보았다.‘오빠’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그녀는 끝내 입을 다물고 대신 직함을 부르며 입을 열었다.“먼저 들어가서 쉬세요. 오늘은 더우니까요. 조금 후에 제가 임원분들을 모시고 천천히 둘러보시게 해드릴게요.”양석진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더는 머무르지 않고 돌아섰다.“2시에 출발하죠. 번거롭게 해드려 죄송합니다.”“...좋아요.”양지원은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안은 채 돌아서 앞장섰다.그 일행은 의외로 조용히 정리되어 있었고 마치 더는 움직이거나 말하고 싶지 않은 듯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쉬었다.15분도 채 지나지 않아 홀은 금세 고요해졌다.양지원은 아래층에 홀로 앉아 차를 마셨지만 입안에는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두 사람은 서둘러 스쳐 지나갔고 양석진은 그녀에게 단 한 마디를 남겼다.비록 이제는 서로 마주하는 일이 드물었지만 그녀의 시간과 기억은 여전히 십 년 전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듯했다.그가 모든 것을 그녀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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