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보르네오 섬의 산다칸. 짙푸른 정글과 푸른 보름달 아래 이름도 모른 채 서로의 영혼에 서로를 각인했던 하루. 4년 뒤, 말레이시아 세나이 공항에서 두 사람은 완벽한 상사와 신입 부하 직원으로 재회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서로에게 운명처럼 이끌리지만, 남자는 두 달 뒤 결혼을 앞두고 있다. 위험 천만한 사내연애 속. 둘의 운명은 비극으로 치닫고...
View More탁한 회색빛이 감도는 백미러 너머.
그곳에 그가 있다.
좁고 네모난 거울의 프레임 속.
일직선으로 꽂히는 두 개의 시선.
칠흑처럼 어둡고 깊은 눈동자.
아스라히 일렁이는 그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의 신경을 건드렸다.
[여전하구나. 이 남자. 하나도… 안 변했네. 사람 미치게……]
유진은 입술 안쪽을 질끈 씹었다.
차창 밖으로 빠르게 밀려나는 조호바루의 풍경은 온통 잿빛이었다.
낮게 가라앉은 채도의 흑청색 먹구름이 하늘을 집어삼키고 있었고.
차 안은 푸르스름하고 서늘한 에어컨 바람만이 감돌 뿐이었다.
서유진은 가죽 시트 깊숙이 몸을 묻었다.
손끝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심장 끝이 찌릿하게 아려오는 감각.
그동안의 세월을 비웃기라도 하듯.
단 한 치도 변하지 않은 그 무거운 눈빛.
차 안을 지배하는 특유의 침묵까지 전부 다.
애써 세운 유진의 방어벽을 허무하게 무너뜨린다.
그날도 그랬다.
6년 전, 그와 마주친 처음인 듯 처음이 아닌 것 같았던……
백 미러 속 그 기묘한 눈빛.
*
한바탕 열대성 폭우가 쏟아질 것처럼.
세상이 온통 잿빛으로 물들었던.
말레이시아 세나이 국제 공항.
국제공항이라는 거창한 간판이 무색할 정도로 공항은 아담했다.
스르륵ㅡ.
공항의 유리 자동문이 열리는 순간.
훅 하고 들이치는 정글의 열기는 마치 흉기 같았다.
숨이 턱 막히는 점도 높은 후덥지근한 공기가 온몸의 피부를 무겁게 짓눌렀다.
목덜미를 타고 땀방울이 흘러내리려던 바로 그 찰나.
유진의 시선이 한곳에 멎었다.
짙은 회색 수트를 자로 잰 듯 단정하게 차려입은 남자.
끈적하고 불쾌한 열기 속에서도.
혼자만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서늘한 청색의 기운을 뿜어내는 남자.
단정하게 정돈된 머리칼과 칼날 같은 턱선.
전형적인 일본인 특유의 정갈함이 온몸에서 흘러넘쳤다.
유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똑바로 걸어갔다.
“하지메마시테. 서유진 데스.”
(처음 뵙겠습니다. 서유진이라고 합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선배의 추천으로 오게 된, 유진의 인생 첫 직장.
일본 대기업 전자 부품회사의 아시아 총괄 본부.
경력도 없는 깡 신입인 그녀에게.
이것은 절대 놓칠 수 없는 거대한 기회이자 동아줄이었다.
그렇기에 한국을 떠나기 전부터 사전조사를 철저히 끝내두었다.
이곳에서 반드시 살아남아 성공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지며.
그리고 드디어 마주한 유진의 첫 직속 상사.
머릿속으로 수없이 복기했던 그의 프로필이 시야 위로 겹쳐진다.
류 요스케. 32세.
옥스퍼드와 스위스 공과대학원을 거친 수석 엔지니어.
187cm의 거구. 무뚝뚝하게 가라앉은 강한 인상.
실물로 마주한 그는 소문보다 훨씬 선이 굵고 잘생긴 일본 남자였다.
허나 아무렇지 않았다. 어떤 떨림도 일지 않았다.
자신의 사전조사가 맞다면.
그는 2년째 동거 중인 여자가 있고 두 달 뒤 결혼을 앞둔, 사실상 100% 유부남이었다.
유진에게 그는 그저 자신의 고혈을 빨아먹을 어려운 상사일 뿐이었다.
“Yosuke Ryu. I am a senior product manager.”
(류 요스케입니다. 제품 개발 팀장입니다.)
그가 먼저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굳은살이 옅게 박인 단단하고 억센 손이었다.
“Nice to Meet you. How was your flight?”
(만나서 반갑습니다. 비행은 괜찮았습니까?)
낮고 부드럽게 긁히는 완벽한 영국식 영어 발음.
과연 옥스퍼드 출신다웠다.
“This is Watson, who will be your colleague.”
(이쪽은 왓슨입니다. 유진씨와 함께 일할 동료.)
왓슨이 중국인 특유의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형식적이고 건조한 인사가 오갔다.
억지로 짜낸 친밀감도 불필요한 사적인 대화도 섞이지 않은 무미건조함.
요스케가 은빛 손목시계를 슥 확인하더니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차로 이동하면서 설명하죠.”
그때 왓슨이 눈치를 보며 말을 보탰다.
“공장으로 가기 전에 점심을 먼저 하고 가면 어떨까요? 이미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는…….”
왓슨의 제안에 요스케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짙은 흑색의 눈동자가 유진의 살짝 창백한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점심…… 괜찮습니까?”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습니다.”
사실 난기류 때문에 속이 뒤집혀 멀미가 올라오고 있었지만,
첫 상사가 던진 첫 질문에 감히 “No”라고 답할 수는 없었다.
“그럼 소피텔로 가죠.”
요스케가 툭 다가오며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유진이 쥐고 있는 캐리어 손잡이로 향하는 손길.
짐을 대신 들어주겠다는 제스처였다.
“괜찮습니다. 혼자 할 수 있습니다.”
유진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칼같이 거절했다.
남자들만 득실거리는 공대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은 그녀였다.
그들에게는 별거 아닌.
그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대우 받는.
그 매너에 따라오는 괜한 불이익을 감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남자들에게 웬만하면 물리적인 도움은 받지 않는다.
그것이 남자들 세계에서 유진이 세운 철칙이자 생존 방식이었다.
유진은 검은색 대형 캐리어를 끌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의 블랙 SUV 차량.
트렁크가 열리자 유진은 무거운 캐리어를 힘껏 들어 올려 내부로 우겨넣었다.
쿵 소리와 함께 트렁크가 닫히고 유진이 뒷좌석에 재빨리 몸을 실었다.
요스케가 매끄럽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
창밖으로는 생경하고 거친 열대우림의 짙푸른 풍경이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갔다.
조수석에 앉은 왓슨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쉴 새 없이 턱을 움직이며 조잘거렸다.
하지만 유진의 귀에는 그저 웅웅거리는 백색 소음처럼 멀게만 들렸다.
“Really? Umm… Ah… Sounds good…”
유진은 영혼 없는 리액션을 던지며 슬쩍 운전석에 앉은 요스케의 뒷모습을 살폈다.
그는 왓슨의 수다를 완전히 무시하며 묵묵히 전방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완전 전형적인 상사 맞네. 듣기 싫은 부하직원의 소리 정도야 대놓고 무시할 수 있는 포지션에 딱 맞는 태도!]
그 순간이었다.
무심코 백미러로 향했던 유진의 시선이 쿵ㅡ!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대체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걸까.
거울의 좁은 표면 너머로.
요스케의 검은 눈동자가 유진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숨막히는 차 안의 공기를 뚫고 두 사람의 시선이 날카롭게 부딪혔다.
그때 그의 단단한 눈빛이 불안하게 일렁이며 흔들렸다.
차 안의 서늘한 공기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폭풍 같은 묘한 감정이 유진의 심장 아래서부터 훅 휘몰아쳤다.
태어나서 처음 본 낯선 남자인데.
분명 오늘 공항에서 처음 마주한 상사일 뿐인데.
왜 이토록 손끝이 저릴 만큼 익숙한 감정이 드는 걸까.
마치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쿵쾅. 쿵쾅.
귓가를 때리는 심장 소리가 가팔라졌다.
그때 거울 속 요스케의 시선이 느리게 움직였다.
유진의 붉은 입술.
그리고 얇은 화이트 셔츠 칼라 사이로 드러난 새하얀 쇄골을.
살이 데일 것처럼 뜨거웠다.
순간 그의 커다란 손길이 살갗에 직접 닿은 것 같은 지독한 환각이 전신을 지배했다.
닿지도 않은 그의 손가락이 쇄골을 지나.
셔츠 안쪽을 타고 점차 아래로 향하는 듯한 기분.
화끈거리는 열감과 함께.
유진의 아랫배가 단단하게 뭉쳐 내려앉으며 찌릿한 경련을 일으켰다.
말도 안 되는 망상. 지독한 외설.
그런데 척추를 타고 흘러내리는 이 날것의 느낌이 기이할 정도로 그리웠다.
단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타인의 체온인데…… 그립다니.
마치 오랜 세월 동안 그의 넓은 가슴에 안겨 몸을 섞었던 연인이라도 된 것처럼.
유진은 호흡을 멈췄다.
심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져 산산조각 나는 충격이 일었다.
절대 사랑해서는 안 되는 남자.
이미 다른 여자의 손을 잡고 있는 남자.
머릿속에 붉은 경고등이 미친 듯이 켜졌다.
하지만 몸의 감각은 이미 이성의 속도를 저멀리 앞질러 가고 있었다.
이건 지독한 사고였다.
절대 풀어선 안 되는, 너무도 틀린 답이었다.
10년 전.지독한 운명의 시작점이었던 산다칸의 풀문 파티.그 뜨거운 아열대의 밤바다는 청량함과 시원한 바람을 뺨 위로 흩뿌리고 있었다.유진은 사내의 단단하고 넓은 흉통에 머리를 기댄 채,온몸의 신경이 나른하게 녹아내리는 노곤함에 빠져있었다.귓가를 울리는 그의 거친 심장 고동이 자장가처럼 들렸다.“이러면 안되는데……”유진은 사내의 진득한 체취에 취해, 눈꺼풀을 억지로 밀어 올리려 애를 썼다.요스케가 그런 유진의 어깨를 자신의 쪽으로 더 바짝 감싸 안으며 나직하게 읊조렸다.“그냥…… 자. 내가 방에 곱게 데려다 줄 테니까.”“나…… 내일 아침 일찍 거북이 보러 가야하는데……”“거북이?”“터틀 아일랜드. 그거 예약한다고 3달이나…… 기다렸는데……”잠이 가득 쏟아져 제대로 뜨지도 못하는 무거운 눈꺼풀을 힘들게 치켜올리려 그 작은 하얀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요스케는 그런 유진이 사랑스러워 미치겠다는 눈빛으로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순간, 심장 가장 안쪽 깊은 곳이 찌르르하게 아려왔다.사내는 직감했다.아무래도 벌써 사랑에 풍덩 빠져버리고 만 것 같았다.아니, 어쩌면 투어 버스를 타던 어제 새벽.푸르스름한 조명 아래서 그녀를 처음 포착했던 그 찰나.자신의 심장 가장 은밀한 곳에서.바르르 떨리던 그 강렬한 물리적 충격이 이미 예언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그녀가 운명이라고.요스케는 제 품에 웅크려 기댄 유진의 작은 얼굴을 커다란 손으로 감싸 안으며 말했다.“너…… 아무데도 못 가. 내가 너…… 잡고 안 놔줄 거니까. 오늘도 내일도…… 너 나랑 있을 거야. 그러니까 그냥 편히 자. 대신 내가 꼭 그 섬에 데려가 줄게. 약속해.”그의 약속에.유진은 마법에 걸린 듯 마음이 스르륵 놓였는지.그대로 그의 흉통에 얼굴을 묻은 채 깊은 단잠에 빠져버렸다.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는데………꼬박 10년이 걸렸다.*오전 11시.스피드 보트에서 내려, 마침내 발을 디딘 터틀 아일랜드의 독채 방갈로.예상보다도 숙소의 날것의 상태는 정말 별로였다.
“날 얼마나…… 원해요?”품에 안긴 유진이 요스케의 흑색 눈동자를 위태롭게 바라보며 갈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사방을 압박하는 열대의 습기 속에서.그녀의 가느다란 음성이 애달프게 긁혔다.그 단도직입적인 물음에.요스케는 심장이 통째로 뜯겨 나가는 듯 미칠 것만 같았다.“몰라서 묻는 거 아니잖아. 내가 지금 얼마나 간절한지…… 너 알면서……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확인하고 싶어?”“확인하고 싶어요. 그래야 살 것 같아.”“기어이…… 넌 여기서 날 죽일 거니……!”“당신이 죽는다면…… 난 기꺼이 당신과 함께 죽을 거에요.”콰르릉ㅡ.파멸을 말하는 유진.요스케의 이성은 완벽하게 전소되었다.요스케는 침대 시트 위로 유진의 가녀린 몸을 거칠게 뒤집어 눕혔다.그러고는 하얀 나신 위로 완벽하게 밀착해 들어오며, 자신의 육중하고 묵중한 거구로 유진을 완전히 깔아뭉개 압박했다.숨이 막힐 듯한 중압감과 살결의 열기가 전신을 덮쳐왔다.그는 유진의 가느다란 다리를 양옆으로 완전히 벌려낸 뒤, 그 틈새 안으로 자신의 단단한 허벅지를 우겨넣어 결박했다.도망칠 틈도 한조각의 저항 조차, 애초에 허락지 않는 완벽한 포획이었다.요스케는 정욕으로 빳빳하게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자신의 거대한 중심을,유진의 촉촉하게 젖은 속살 안쪽 깊숙한 곳으로 단숨에 사정없이 밀고 들어갔다.“하윽……! 읏!”살과 살이 날것으로 맞물리는 진득한 마찰음이 침실을 오염시켰다.요스케는 유진의 부드러운 뒷목을 커다란 한 손으로 거칠게 움켜쥐었다.그러고는 그대로 그녀의 가녀린 목덜미를 강하게 조르듯 압박하며,유진의 가장 깊은 성문 끝까지 제 묵직한 존재감을 잔인하게 처박아 올렸다.켁, 흣……!목이 조였다. 그리고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하지만 유진은 그 무자비한 신체적 결박에 단 한순간도 저항하지 않았다.뇌리를 송두리째 마비시키는 쾌감의 해일 속.이대로 숨이 끊어져 죽어도 좋을 황홀경에 눈물이 번졌다.그의 품 안에서 서로의 살결이 하나로 녹아내려 함께 죽을 수만 있다
유진는 자신의 하얀 발목을 그의 허리 뒤편으로 단단히 꼬아 묶으며, 사내를 자신의 은밀한 살 안쪽으로 더 강렬하게 끌어당겨 밀착시켰다.얇은 속옷 위로, 요스케의 빳빳하게 부풀어 오른 거대한 존재감이 순식간에 부피를 키우며 유진을 묵직하게 치받았다.그녀는 터질 듯 진동하는 그의 중심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다시금 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그리고 아무런 망설임 없이, 천천히 제 드레스의 앞 단추를 하나씩 풀어 내려갔다.요스케는 그녀의 가녀린 다리에 완벽하게 결박당한 채.아찔하고 농밀하게 자신을 유혹하는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정오의 잔인한 열대 햇살이 통창을 뚫고 들어와,방 안을 온통 하얗고 적나라하게 물들인 그 공간 속에서.유진은 그 어떤 수줍음도 거리낌도 없이 자신의 순백의 나신을 남자의 시선 앞에 온전히 드러냈다.시각적 자극이 뇌리를 난도질했다.유진은 손을 뻗어 요스케의 벨트 버클을 풀고 바지 지퍼를 거칠게 내렸다.스윽ㅡ.드디어 남자의 거대한 중심이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유진은 한 손을 테이블 위를 짚어 균형을 잡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요스케의 단단한 둔부 살덩이를 사정없이 움켜쥐었다.“윽…… 아……”사내의 묵직하고 단단하게 부풀어 오른 중심이 갈증으로 이미 애액을 울컥 쏟아내며 젖어 든 유진의 은밀한 입구 안쪽으로 날것 그대로 미끄러지듯 삼켜졌다.요스케는 신음을 토하며 커다란 두 손으로 유진의 얇은 허리를 잔뜩 움켜잡았다.그러자 유진의 허리가 파도처럼 출렁이며 그의 중심을 향해 들썩였다.살과 살이 비벼지는 진득한 마찰음.“아…… 유진…… 너 이러면…… 나 오래 못 버텨.”유진이 내뿜는 무지막지한 유혹과 내벽의 조임에.요스케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었다.온몸의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 들어갔다.유진은 잠시 그의 허리를 결박했던 두 다리를 슬며시 풀고 다이닝 테이블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그러고는 요스케의 남은 옷들를 급하게 벗겨내 바닥으로 팽개쳤다.이어 자신의 몸에 마지막으로 걸려 있던 속옷마저 가차 없이 벗
오전 10시 정각.두 사람은 리조트로 향하는 스피드보트에 몸을 실었다.모터가 거세게 뿜어내는 하얀 포말이 푸른 바다를 사정없이 가르며 섬으로 도달했다.하지만 리조트 로비에 채 들어서기도 전부터,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가히 충격적이었다.백사장의 뜨겁고 이글거리는 열기 위를 어슬렁거리는, 무려 2m가 훨씬 넘는 거대한 도마뱀의 실루엣.살벌하다 못해 억겁의 세월을 품은 원시적인 중압감이 사방의 공기를 무겁게 짓눌렀다.도마뱀(Lizard)이라고 해서 기껏해야 앙증맞은 게코 정도를 상상했는데.유진은 잠시 발걸음이 얼음처럼 얼어붙었다.“저 얘들…… 사람도 잡아먹지는 않죠?”유진이 창백하게 질린 안색으로 요스케를 꽉 움켜잡았다.그는 흑색 눈동자를 굴리며 짐짓 건조하게 읊조렸다.“글쎄……”“도대체…… 어디를 데려온 거에요?”“혹시 미국 서바이벌 아일랜드라고 TV 프로그램 알아?”“네.”“여기가 첫번째 촬영지였어. 그리고 10년 전에, 내가 산다칸으로 넘어가기 전에 다이빙하러 왔던 곳이고. 그래도 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네. 여기 쥐들 천국이었거든. 근데…… 쥐들은 싹 다 안보이는데? 아직은?”“악!!!”‘쥐’라는 단어가 채 끝나기도 전.유진은 비명을 지르며 요스케의 우람하고 단단한 어깨에 매달려 버렸다.요스케는 유진의 얇은 허리를 한 팔로 단단히 휘어잡아 품 안으로 깊숙이 끌어당기며,정글을 울리듯 호탕한 웃음소리를 터뜨렸다.“장난……이죠?”“장난인지는 보면 알겠지. 근데 쥐들이 네 비명에 더 놀랠 것 같은데……”“진짜…… 나…… 설치류 공포증 있어서 다람쥐도 무서워하는데……”“그럼…… 고소공포증이 있고 설치류 공포증…… 또 뭘 더 무서워하지? 아…… 허기! 배 안 고파? 시간보니까 너 로비 레스토랑에서 밥부터 먹여야겠다. 안 그러면, 저기 모니터 리저드가 날 잡아먹기 전에 네가 날 잡아먹을 테니까.”그의 다정함이 촉촉이 젖어 있는 유머러스한 핀잔.유진은 이내 헤이즐넛 빛 눈동자를 가늘게 접으며 앙큼한 미소를 흘렸다.“아니,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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