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회상 속 너를 만나다.

잿빛 회상 속 너를 만나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By:  KRYSE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goodnovel18goodnovel
10
1 rating. 1 review
65Chapters
5.1Kviews
Read
Add to library

Share:  

Report
Overview
Catalog
SCAN CODE TO READ ON APP

보르네오 섬의 산다칸. 짙푸른 정글과 푸른 보름달 아래 이름도 모른 채 서로의 영혼에 서로를 각인했던 하루. 4년 뒤, 말레이시아 세나이 공항에서 두 사람은 완벽한 상사와 신입 부하 직원으로 재회한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서로에게 운명처럼 이끌리지만, 남자는 두 달 뒤 결혼을 앞두고 있다. 위험 천만한 사내연애 속. 둘의 운명은 비극으로 치닫고...

View More

Chapter 1

EP 1. 백미러 너머의 폭풍

탁한 회색빛이 감도는 백미러 너머.

그곳에 그가 있다.

좁고 네모난 거울의 프레임 속.

일직선으로 꽂히는 두 개의 시선.

칠흑처럼 어둡고 깊은 눈동자.

아스라히 일렁이는 그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의 신경을 건드렸다.

[여전하구나. 이 남자. 하나도… 안 변했네. 사람 미치게……]

유진은 입술 안쪽을 질끈 씹었다.

차창 밖으로 빠르게 밀려나는 조호바루의 풍경은 온통 잿빛이었다.

낮게 가라앉은 채도의 흑청색 먹구름이 하늘을 집어삼키고 있었고.

차 안은 푸르스름하고 서늘한 에어컨 바람만이 감돌 뿐이었다.

서유진은 가죽 시트 깊숙이 몸을 묻었다.

손끝이 차갑게 얼어붙었다.

심장 끝이 찌릿하게 아려오는 감각.

그동안의 세월을 비웃기라도 하듯.

단 한 치도 변하지 않은 그 무거운 눈빛.

차 안을 지배하는 특유의 침묵까지 전부 다.

애써 세운 유진의 방어벽을 허무하게 무너뜨린다.

그날도 그랬다.

6년 전, 그와 마주친 처음인 듯 처음이 아닌 것 같았던……

백 미러 속 그 기묘한 눈빛.

*

한바탕 열대성 폭우가 쏟아질 것처럼.

세상이 온통 잿빛으로 물들었던.

말레이시아 세나이 국제 공항.

국제공항이라는 거창한 간판이 무색할 정도로 공항은 아담했다.

스르륵ㅡ.

공항의 유리 자동문이 열리는 순간.

훅 하고 들이치는 정글의 열기는 마치 흉기 같았다.

숨이 턱 막히는 점도 높은 후덥지근한 공기가 온몸의 피부를 무겁게 짓눌렀다.

목덜미를 타고 땀방울이 흘러내리려던 바로 그 찰나.

유진의 시선이 한곳에 멎었다.

짙은 회색 수트를 자로 잰 듯 단정하게 차려입은 남자.

끈적하고 불쾌한 열기 속에서도.

혼자만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서늘한 청색의 기운을 뿜어내는 남자.

단정하게 정돈된 머리칼과 칼날 같은 턱선.

전형적인 일본인 특유의 정갈함이 온몸에서 흘러넘쳤다.

유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똑바로 걸어갔다.

“하지메마시테. 서유진 데스.”

(처음 뵙겠습니다. 서유진이라고 합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선배의 추천으로 오게 된, 유진의 인생 첫 직장.

일본 대기업 전자 부품회사의 아시아 총괄 본부.

경력도 없는 깡 신입인 그녀에게.

이것은 절대 놓칠 수 없는 거대한 기회이자 동아줄이었다.

그렇기에 한국을 떠나기 전부터 사전조사를 철저히 끝내두었다.

이곳에서 반드시 살아남아 성공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다지며.

그리고 드디어 마주한 유진의 첫 직속 상사.

머릿속으로 수없이 복기했던 그의 프로필이 시야 위로 겹쳐진다.

류 요스케. 32세.

옥스퍼드와 스위스 공과대학원을 거친 수석 엔지니어.

187cm의 거구. 무뚝뚝하게 가라앉은 강한 인상.

실물로 마주한 그는 소문보다 훨씬 선이 굵고 잘생긴 일본 남자였다.

허나 아무렇지 않았다. 어떤 떨림도 일지 않았다.

자신의 사전조사가 맞다면.

그는 2년째 동거 중인 여자가 있고 두 달 뒤 결혼을 앞둔, 사실상 100% 유부남이었다.

유진에게 그는 그저 자신의 고혈을 빨아먹을 어려운 상사일 뿐이었다.

“Yosuke Ryu. I am a senior product manager.”

(류 요스케입니다. 제품 개발 팀장입니다.)

그가 먼저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굳은살이 옅게 박인 단단하고 억센 손이었다.

“Nice to Meet you. How was your flight?”

(만나서 반갑습니다. 비행은 괜찮았습니까?)

낮고 부드럽게 긁히는 완벽한 영국식 영어 발음.

과연 옥스퍼드 출신다웠다.

“This is Watson, who will be your colleague.”

(이쪽은 왓슨입니다. 유진씨와 함께 일할 동료.)

왓슨이 중국인 특유의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형식적이고 건조한 인사가 오갔다.

억지로 짜낸 친밀감도 불필요한 사적인 대화도 섞이지 않은 무미건조함.

요스케가 은빛 손목시계를 슥 확인하더니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

“그럼 차로 이동하면서 설명하죠.”

그때 왓슨이 눈치를 보며 말을 보탰다.

“공장으로 가기 전에 점심을 먼저 하고 가면 어떨까요? 이미 점심시간이 훌쩍 넘었는…….”

왓슨의 제안에 요스케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갔다.

짙은 흑색의 눈동자가 유진의 살짝 창백한 얼굴을 가만히 응시했다.

“점심…… 괜찮습니까?”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습니다.”

사실 난기류 때문에 속이 뒤집혀 멀미가 올라오고 있었지만,

첫 상사가 던진 첫 질문에 감히 “No”라고 답할 수는 없었다.

“그럼 소피텔로 가죠.”

요스케가 툭 다가오며 커다란 손을 내밀었다.

유진이 쥐고 있는 캐리어 손잡이로 향하는 손길.

짐을 대신 들어주겠다는 제스처였다.

“괜찮습니다. 혼자 할 수 있습니다.”

유진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칼같이 거절했다.

남자들만 득실거리는 공대에서 악착같이 살아남은 그녀였다.

그들에게는 별거 아닌.

그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대우 받는.

그 매너에 따라오는 괜한 불이익을 감당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남자들에게 웬만하면 물리적인 도움은 받지 않는다.

그것이 남자들 세계에서 유진이 세운 철칙이자 생존 방식이었다.

유진은 검은색 대형 캐리어를 끌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그의 블랙 SUV 차량.

트렁크가 열리자 유진은 무거운 캐리어를 힘껏 들어 올려 내부로 우겨넣었다.

쿵 소리와 함께 트렁크가 닫히고 유진이 뒷좌석에 재빨리 몸을 실었다.

요스케가 매끄럽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

창밖으로는 생경하고 거친 열대우림의 짙푸른 풍경이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갔다.

조수석에 앉은 왓슨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쉴 새 없이 턱을 움직이며 조잘거렸다.

하지만 유진의 귀에는 그저 웅웅거리는 백색 소음처럼 멀게만 들렸다.

“Really? Umm… Ah… Sounds good…”

유진은 영혼 없는 리액션을 던지며 슬쩍 운전석에 앉은 요스케의 뒷모습을 살폈다.

그는 왓슨의 수다를 완전히 무시하며 묵묵히 전방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완전 전형적인 상사 맞네. 듣기 싫은 부하직원의 소리 정도야 대놓고 무시할 수 있는 포지션에 딱 맞는 태도!]

그 순간이었다.

무심코 백미러로 향했던 유진의 시선이 쿵ㅡ!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대체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걸까.

거울의 좁은 표면 너머로.

요스케의 검은 눈동자가 유진을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숨막히는 차 안의 공기를 뚫고 두 사람의 시선이 날카롭게 부딪혔다.

그때 그의 단단한 눈빛이 불안하게 일렁이며 흔들렸다.

차 안의 서늘한 공기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폭풍 같은 묘한 감정이 유진의 심장 아래서부터 훅 휘몰아쳤다.

태어나서 처음 본 낯선 남자인데.

분명 오늘 공항에서 처음 마주한 상사일 뿐인데.

왜 이토록 손끝이 저릴 만큼 익숙한 감정이 드는 걸까.

마치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쿵쾅. 쿵쾅.

귓가를 때리는 심장 소리가 가팔라졌다.

그때 거울 속 요스케의 시선이 느리게 움직였다.

유진의 붉은 입술.

그리고 얇은 화이트 셔츠 칼라 사이로 드러난 새하얀 쇄골을.

살이 데일 것처럼 뜨거웠다.

순간 그의 커다란 손길이 살갗에 직접 닿은 것 같은 지독한 환각이 전신을 지배했다.

닿지도 않은 그의 손가락이 쇄골을 지나.

셔츠 안쪽을 타고 점차 아래로 향하는 듯한 기분.

화끈거리는 열감과 함께.

유진의 아랫배가 단단하게 뭉쳐 내려앉으며 찌릿한 경련을 일으켰다.

말도 안 되는 망상. 지독한 외설.

그런데 척추를 타고 흘러내리는 이 날것의 느낌이 기이할 정도로 그리웠다.

단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타인의 체온인데…… 그립다니.

마치 오랜 세월 동안 그의 넓은 가슴에 안겨 몸을 섞었던 연인이라도 된 것처럼.

유진은 호흡을 멈췄다.

심장이 바닥으로 툭 떨어져 산산조각 나는 충격이 일었다.

절대 사랑해서는 안 되는 남자.

이미 다른 여자의 손을 잡고 있는 남자.

머릿속에 붉은 경고등이 미친 듯이 켜졌다.

하지만 몸의 감각은 이미 이성의 속도를 저멀리 앞질러 가고 있었다.

이건 지독한 사고였다.

절대 풀어선 안 되는, 너무도 틀린 답이었다.

Expand
Next Chapter
Download

Latest chapter

More Chapters

To Reader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reviews

KRYSE
KRYSE
안녕하세요. 작가입니다. 제 작품은 선택해주시고 즐겨주시고 계신 독자분들께 먼저 감사드리며, 읽으시면서 혹시나 하실까 해서 조심히 알려드립니다. 제 전 작품들은 남녀 주인공들의 이름과 캐릭터가 동일합니다. 주인공은 유진. 남주는 요스케. 물론 다른 남주도 등장합니다. 다른 세계관에서 유진과 요스케 그리고 새로운 인물과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독자분들의 취향에 맞춰서 순정남, 후회남, 새드엔딩, 역하렘, 사극 환생 등등으로 선택하셔서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계속 즐겨주실거죠?
2026-08-09 12:08:03
0
0
65 Chapters
EP 2. 923호
철컥ㅡ!호텔 차량 게이트가 닫히는 날카로운 기계음.그 파열음이 정적을 사정없이 깨트렸다.그 거대한 옛 기억의 해일 속에서.간신히 이성을 붙잡고 빠져나왔다.“숙소는 저희 사측에서 미리 이곳 소피텔로 잡아두었습니다. 여기서 1박 하시고 내일 오전에 싱가포르로 넘어가셔서 추가 협상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차 문이 열리고 내린 소피텔 호텔의 야외 로비.6년 전과 똑같았다.지독할 정도로 선명한 에메랄드빛의 열대 식물들이 바다처럼 펼쳐진 곳.피부에 닿는 공기는 조금 습했지만.이내 가슴 깊숙이 안정감을 선사하는 이국적인 향취가 코끝을 감쌌다.가끔 이 곳이 사무치게 그리웠었다.쏟아지는 황금빛 햇살 아래.야외테라스에서 느긋하게 브런치를 먹던 그 평화로운 오전.서로의 손가락을 얽어매며 잔잔하게 속삭였던 남자의 낮은 목소리…….달콤해서 더 잔인한 기억들이 깨진 유리 파편이 되어 사방에서 유진의 살결을 찔러댔다.하지만 어떤 말도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그저 자신이 모시고 있는 임원의 옆에 차분히 서서 딱딱한 미소를 유지했다.“그럼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내일 싱가포르에서 뵙겠습니다.”요스케가 한 걸음 뒤에서 단정하게 목례를 건넸다.탁ㅡ. 탁ㅡ. 탁ㅡ.그의 발소리가 대리석 바닥을 울리며 멀어져 갔다.붙잡고 있던 숨이 그제야 풀어졌다.“서 과장, 출장 첫날인데 간단히 술 한잔 어때? 저기 바 분위기 좋은데.”함께 온 박 상무가 엉큼한 미소를 지으며 유진의 어깨에 슬쩍 손을 올리려 했다.유진은 자연스럽게 걸음을 옮기며 그의 손을 피했다.“말씀 감사한데, 오늘 회의된 내역 정리해서 서울 사무실에 전달하고, 내일 추가협의안 수정하려면 좀 빠듯해서요. 오늘 술 한잔은 제가 싱가포르에서 좋은 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오늘은 푹 쉬십시오, 상무님.”단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거절.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상사를 로비에 덩그러니 내버려 둔 채.유진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직행했다.띵.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자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9
Read more
EP 3. 은밀한 각인
류 요스케의 팀에서 막내 엔지니어로 살아남는 것은.매일 아침 단두대 위에 목을 대는 것과 같았다.사내에서 최고 실력을 인정받는 천재 엔지니어.하지만 그는 다정함이나 온기 따위는 없었다.지독할 정도로 말이 없었고, 먼저 입을 여는 법이 없었다.강철 같은 그레이 톤의 책상 뒤에 앉아.그는 늘 ‘말하는 쪽’보다 상대방의 말을 ‘듣는 쪽’을 택했다.검은 눈동자를 가라앉힌 채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다가.상대가 빈틈을 보이는 찰나.그 모든 말을 혼자 분석해 허를 찔렀다.그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은 얼음처럼 차가운 완벽주의 전략가였다.거기다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날 선 카리스마.그는 주위의 공기마저 얼려버렸다.부하직원들은 그가 지나갈 때면 숨을 죽였고.감히 쉽게 친해지거나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하지만 유진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첫날 그 백미러 너머로.바보같이 첫눈에 반해 버렸지만.솔직히 저런 남자와 가까워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으니까.*쨍하게 밝은 백색 형광등 조명이 내리쬐는 화장실.세면대 앞 유진이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그때 거칠게 문이 열리며 총무과 여직원들의 날것 그대로의 뒷담화가 흘러들었다.“나 어제 마리나베이에서 제품 개발 류 팀장님이랑 약혼자 봤는데……”순간 옆에 서 있던 유진의 손가락이 그대로 굳어버렸다.“어? 진짜요? 소문처럼 그렇게 미인이에요?”“네. 싱가포르항공 승무원이라니까. 근데 여자분이 류 팀장님 몸에 착 감겨 있던데요? 완전 뜨겁게!”“둘이 오래 만나지 않았어요? 근데도 그렇게 뜨겁다고요? 듣기로는 영국 유학 시절부터 만났다던데, 도대체 몇 년을 사귄 거야?”“내가 알기로는 7년을 만났다고 들었어요.”7년. 그 무거운 숫자가 유진의 가슴에 걸렸다.“7년이요? 하기사 저런 짐승 같은 남자 밑에서 굴렀으면, 다른 남자가 눈에 들어오겠어요?”“암튼……. 응큼해서는.”“뭘 또 아닌척은……ㅎㅎㅎ. 맨 날 개발팀 지나가면서 침 흘리는 거 다 아는데.”“진짜 저 거대한 몸에 익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9
Read more
EP 4. 두 번의 우연 그리고 한 번의 구원
그녀가 다시 자신의 세상으로 돌아왔던 세나이의 공항으로부터.4년 전.말레이시아 산다칸의 작은 게스트 하우스.요스케는 공용 샤워실에서 샤워를 간단히 끝내고 1층 로비로 내려갔다.무더운 열기 속에서 5분쯤 지났을까.털털거리는 픽업 차량이 도착했고 그는 홀로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다시 몇 분 뒤 작은 동양인 여자가 차량 안으로 들어왔다.30분 후, 차량은 오랑우탄 보호구역의 흙먼지 날리는 주차장에 도달했다.요스케 먼저 차량에서 내렸고 여자가 가장 마지막에 내렸다.그곳에는 이미 다른 차량으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었다.“밝은 색상 옷 입으신 분들은 저기 마련된 스카프로 몸 두르시고 여자 분들은 특히 가는 길에 있는 원숭이 떼를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무섭다고 뛰거나 소리치시면 안돼요. 그럼 위험할 수 있어요.”현지 가이드의 거친 주의사항이 끝나기 무섭게 일행은 눅눅한 정글 깊숙이 발을 내디뎠다.오랑우탄들의 아침 식사 그리고 본격적인 정글 트레킹이 시작되었다.하늘을 가린 거대한 초록색 차양 같은 숲을 지나.핏빛의 라플레시아, 짙은 갈색의 커피와 후추 나무들이 시야를 스쳤다.그리고 100년 전까지 실존했다는 식인 부족의 롱 하우스에서 아침 식사를 마쳤다.아름다운 계곡과 쏟아지는 하얀 폭포수.시원한 아침 공기가 온몸을 감싸는 기분 좋은 여정이었다.그리고 몇 걸음 떨어진.뒤편에서 걷던 요스케의 시선이 여자와 찰나로 맞닿기도 했다.정글의 끝자락 위태롭게 매달린 흔들다리 앞.꽤 커다란 몸집을 가진 회색빛 원숭이 떼가 다리 난간 위를 점령한 채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여자가 겁에 질린 듯 흔들다리 중간에서 걸음을 멈추고 망설였다.그 순간 두려움을 감지한 원숭이 한 마리가 그녀의 얇은 셔츠 소매를 꽉 붙잡았다.가이드의 주의사항을 떠올린 여자.그녀는 비명을 삼키며 소리 없이 제 팔을 빠르게 뿌리쳤다.아차 하는 찰나, 다른 원숭이 한 마리가 또다시 그녀를 덮치려 손을 뻗었다.그러자 그녀는 그대로 머리를 감싸 쥐고 그 자리에 웅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9
Read more
EP 5. 푸른 달빛. 백사장에서 첫날 밤
너무 늦어버렸던 걸까.요스케의 품에 안긴 유진은 미열로 들뜬 가파른 숨을 내뿜고 있었다.그리고 여자의 뜨거운 숨결이 요스케의 턱밑을 자극했다.요스케는 손목시계를 확인했다.이제 막 새벽 1시.이 고립된 무인도에서 나갈 수 있는 첫 배가 들어오려면 오전 6시였다.앞으로 무려 다섯 시간이나 더 버텨야 했다.“하아…… 읏, 더워…….”몸속에서부터 들끓어 오르는 열기로 괴로워하던 유진이 이리저리 뒤척였다.땀에 젖어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이 목덜미에 엉겨 붙는 게 답답한지.유진은 작은 손을 가쁘게 움직이며 거추장스러운 머리카락을 움켜쥐려 애썼다.요스케는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살폈다.그때 유진의 가냘픈 손목에 걸려 있던 검은색 머리끈이 그의 시선에 들어왔다.요스케는 끈을 빼내 들고.자신의 두꺼운 손가락으로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엉성하게 쓸어 올리기 시작했다.스윽ㅡ.단단한 손가락 끝이 머리카락을 스칠 때마다 유진의 몸이 잘게 떨렸다.동시에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달콤한 그녀의 체취.순간 요스케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아랫배가 묵직하게 조여들었다.요스케는 급하게 조금은 거친 손길로 그녀의 머리를 정수리 위로 대충 올려 묶어주었다.그리고 마침내 드러난 그곳.엉망으로 묶인 머리카락 아래로.열대의 습한 열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서늘한 순백의 목덜미에 요스케의 시선을 송두리째 붙잡았다.달빛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는 새하얀 살결.요스케의 두꺼운 목울대가 크게 출렁이며 움직였다.시선을 조금 더 위로 올리자 비로소 여자의 얼굴이 완전하게 보였다.아기처럼 작고 귀여운 윤곽.하지만 그 안을 오목조목 꽉 채우고 있는 시원하고 선명한 이목구비.작고 오뚝하게 솟은 앙증맞은 코.그리고 짙은 장막처럼 눈가에 길게 내려앉은 속눈썹.그 사이로 오묘하게 빛나는 헤이즐넛 빛 눈동자.오늘 낮 현지 가이드가 던졌던 실없는 농담이 머릿속을 스쳤다.[꽤나 예쁘던데. 재미 좀 보면 어때요?]요스케의 입술 사이로 자조 섞인 낮은 실소가 흘러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9
Read more
EP 6. 폭풍전야의 야근
하늘을 뒤덮던 진홍빛 노을은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창밖은 이미 무거운 잿빛의 어둠으로 완벽하게 변해 있었다.하지만 아스라히 타버린 옛 기억의 끝자락에.홀로 서 있는 유진의 몸은 여전히 불덩이처럼 데일 듯 뜨거웠다.끈적한 열기가 전신을 타고 지독하게 흘러내렸다.스윽ㅡ.유진은 침대 모서리를 움켜쥐었다.6년 전, 그와 함께 누웠던 눈이 시리도록 하얀 침대 시트의 바스락거리는 촉감이 손바닥 아래 환각처럼 살아났다.옷자락이 살갗에 쓸릴 때마다.요스케의 단단한 손길이 마구 훑고 지나갔던 허벅지와 안쪽 살결이 미친 듯이 화끈거렸다.불안정한 맥박이 아랫배의 안쪽에서 쿵쾅거리며 무겁게 요동쳤다.부우웅ㅡ!그 순간 정적을 찢고 거친 진동음이 방 안을 울렸다.암흑으로 가라앉은 방 안.독한 형광빛 액정이 유진의 눈을 찌를 듯이 홀로 번뜩였다.사방의 음영이 허옇게 번져갔다.유진은 바르르 떨리는 손으로 가만히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배경화면 위로 떠오른 선명한 알람 메시지.ㅡ주차장에서 기다릴게.주차장.그 단어가 시야에 박히는 순간.유진은 숨을 들이켰다.6년 전 그때와 단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소피텔 호텔의 가장 깊숙한 안쪽 가장자리.사람들의 시선이나 발길이 쉽게 닿지 않는 그 음침하고 어두운 야외 주차장.그가 여전히 그곳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유진은 석고상처럼 굳은 채 한참을 망설였다.그의 메시지를 보고 또 보고 닳아 없어질 것처럼 노려보았다.전신이 저릿한 긴장감으로 마비되는 기분이었다.그리고 유진은 자연스럽게 그에게서 받았던 첫 번째 텍스트 메시지를 떠올렸다.6년 전 금요일 밤 8시.사무실의 메인 조명들은 전부 꺼진 지 오래였다.제품 개발실의 가장 입구 쪽 데스크.유진은 모니터의 허연 블루라이트를 온 얼굴로 받으며.마지막으로 회의록과 제품 단가 보고서를 검토하고 또 검토했다.보통의 루틴대로라면.선임 엔지니어에게 보고서를 제출해 1차 검토를 끝낸 후.선임을 통해 비로소 팀장에게 전달되는 보고 체계였다.그렇기에 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09
Read more
EP 7. 문제의 주차장
쿠우웅ㅡ.칠흑 같은 검은색 SUV의 묵직한 문이 닫히는 순간.세상의 모든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되었다.차 안은 오직 대시보드에서 흘러나오는 미약한 네온 그린빛 조명만이 두 사람의 실루엣을 비추고 있었다.숨막히게 어색한 정적이 두 남녀의 머리 위로 무겁게 내려앉았다.스윽ㅡ.요스케가 가볍게 고개를 돌려 조수석에서 잔뜩 경직된 채 안전벨트를 꼭 움켜쥐고 있는 유진을 슬쩍 바라보았다.그의 묵직한 시선이 유진의 붉게 달아오른 뺨을 스치듯 훑고 지나갔다.남자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저녁…… 할까 하는데. 뭐 먹을래요?”유진은 마른침을 삼켰다.목구멍이 바짝 타들어 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날 것만 같았다.“아무거나 괜찮습니다.”“네.”그의 대답은 언제나처럼 묵직하고 간단명료했다.그리고 뒤이어 찾아온 그의 무거운 침묵은 지금 유진에게 치명적인 쥐약과도 같았다.쿵쾅. 쿵쾅. 쿵쾅ㅡ.터질 듯이 가파르게 박동하는 심장 소리.이 비좁고 밀폐된 차 안의 서늘한 공기를 타고.그에게로 그대로 생중계될 것만 같았다.흘러내린 식은땀이 손바닥 안 안전벨트를 축축하게 적셨다.최악이었다.그에게 몰래 품어버린 이 위험한 호감을 들키는 것도 죽기보다 싫었지만.깡 신입 말단 엔지니어로서, 까마득한 직속 상사에게 이토록 얼어붙어.자신감 하나 없이.모양 빠지고 능력 없는 존재처럼 비춰지는 것은 더더욱 끔찍했다.유진은 이를 악물고 시선을 창밖으로 던졌다.부우웅ㅡ.그의 차가 거침없이 매끄러운 엔진음을 내며 익숙한 도로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했다.창밖으로 흘러가는 조호바루의 야경이 하얗고 붉은 불빛의 궤적으로 번져 나갔다.그리고 얼마 뒤.차량이 미끄러지듯 말레이시아 세나이의 소피텔 호텔 (Sofitel Hotel)에 도착했다.유진의 동공이 거칠게 흔들렸다.상사와 단둘이…… 그것도 금요일 밤에 호텔로 향한다는 건……사실 너무도 위험천만한 시그널이었다.붉은 경고등이 뇌리에서 미친 듯이 점멸했다.그저 단순한 회식 겸 저녁 식사일 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0
Read more
EP 8. 문제의 저녁식사
유진은 홀린 듯.그의 거대한 등 뒤를 따라 호텔 2층에 위치한 고급 일식당으로 향했다.은은한 대나무 향과 황금빛 조명이 흐르는 프라이빗 룸.요스케는 여전히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한 채 손가락만 꼼지락거리며 벌벌 떨고 있는 유진을 가만히 확인했다.그리고 이내 두꺼운 메뉴판을 딱 닫고, 서버에게 거침없이 메뉴를 주문해 나갔다.“여기 처음인 것 같으니, 제가 알아서 주문하겠습니다.”“네. 전 아무거나 괜찮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정갈하고 화려한 색채를 뽐내는 일식 메뉴들이 넓은 테이블 위를 빈틈없이 가득 채웠다.한동안 젓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미세한 마찰음 외에는.그 어떤 대화도 없이 무겁고 고요한 식사 시간만이 이어졌다.침묵이 살을 에이듯 숨을 조여왔다.요스케가 붉은 참치 스시를 입에 넣고 천천히 씹어 삼키더니 냅킨으로 입술을 닦으며 툭 대화를 건넸다.“공장의 기숙사는 어떻습니까? 생활하는데 불편하지는 않습니까?”“네. 괜찮습니다.”“다른 본사 직원들처럼 싱가포르로 숙소를 옮길 생각이 있으면, 총무부에 문의하시면 됩니다. 제가 알기로는 주거 지원이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유진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아직은 공장 근처에서 지내겠습니다. 현장과 빨리 친해지는 것도 필요하기도 해서.”유진의 대답에, 요스케의 젓가락 움직임이 멈췄다.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유진의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했다.그의 두 입술 사이로 낮게 긁히는 숨결이 흘러나왔다.“생각보다, 야망이 크네요. 유진.”“………네?”순간 유진은 가슴속에서 불쾌한 열감이 팍 치솟았다.방어 기제의 발동.[뭐지? 내가 여자라고 신입이라고 지금 쉽게 보고 비꼬는 건가? 이 오만한 남자 상사 놈아?!]유진의 눈매가 날카롭게 좁아졌다.그녀의 반발 섞인 시선을 느꼈는지 요스케는 미미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화제를 슬쩍 전환했다.“그럼……. 말레이시아 생활은 어떻습니까?”“좋습니다. 음식도 입에 맞고.”탁ㅡ!.그가 잠시 입술을 축이던 청명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23
Read more
EP 9. 말레이시아 출장, 재회
ㅡ주차장에서 기다릴게.4년 만에 받은 요스케의 그 익숙한 문자 메시지.한참을 망설였다.하지만 언제나처럼 그녀는 그에게로 향했다.그리고 아스팔트 바닥을 딛는 유진의 얇은 하이힐 소리가 야외 주차장의 정적 속에서 불안하게 흔들렸다.소피텔 호텔의 가장 어둡고 깊은 틈새.이미 예상했고 수없이 반복하며 상상했던 그와의 재회였다.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마주할 수 있을 거라고.오만한 확신을 했던 스스로를 향한 뼈저린 후회가 발끝에서부터 식은땀이 되어 차올랐다.단 한 걸음도 제대로 떼기 힘들 만큼 전신이 저릿하게 마비되어 갔다.이 지독한 잿빛 구덩이 속으로 제 발로 다시 걸어 들어오게 만들었던.불과 며칠 전.서울에서의 불쾌한 기억이 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솟아올랐다.차가운 실버 톤의 블라인드가 굳게 닫힌 박 상무의 사무실.“서 과장, 이번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출장에 김 대리를 보내는 이유가 뭐야?”박 상무의 호출에 유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커다란 까만 책상 뒤에서 불만과 탐욕이 뒤섞인 험악한 그의 표정이 그녀를 나무랐다.유진은 등줄기를 꼿꼿하게 편 채 그의 시선을 담담하게 받아냈다.“김 대리가 쭉 팔로우 했던 일이니, 상무님을 잘 서포트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서 과장, 임 상무 팀 프로젝트로 움직이려는 건 아니지?”박 상무는 회사 내에서 그의 입지를 위협하는 유일한 라이벌이자 제품 개발 2팀의 수장인 임 상무를 노골적으로 언급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유진은 건조하게 대답했다.“아닙니다.”“임 상무는…… 서 과장도 알다시피 이 회사 후계 구도의 최일선이 아니야. 알다시피 내 사촌이라고. 아무리 임 상무가 똑똑하게 일을 잘한다고 해도 어차피 내 밑에서 일할 머슴에 불과해.”“…………”“그러니 현명하게 판단하는 게, 서 과장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 거야.”박 상무는 징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놓고 협박 투로 말했다.그리고 유진의 얇은 어깨를 향해 슬금슬금 손을 뻗어왔다.권력을 쥔 자의 추악하고 거만한 압박.유진은 바로 뒤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0
Read more
EP 10. 문제의 서울 출장, 폭풍 전야
10년의 세월에도.언제나처럼 유진의 눈동자는 요스케의 심장에 아린 통증을 주었다.그 어떤 것도 변하지 않았다.최소한 요스케, 자신의 마음은.당장이라도 저 붉은 입술을 집어삼키며 미치도록 키스하고 싶었다.다시 그녀를 갖고 싶었다.그리고 여전히…… 이 여자를 미치도록 사랑하고 있었다.그때처럼 그녀가 너무도 절실해서 미칠 것 같았다.10년 전, 산다칸의 그 원시적인 무인도 해변, 그 첫 순간의 밤처럼.6년 전, 서울의 야경이 거칠게 흔들리던, 첫 출장의 밤처럼.그리고…… 그녀의 젖은 눈 속, 파국의 결혼식 전날 밤처럼.4년 전, 그녀에게 마지막으로 피말리게 매달렸던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밤처럼.지금도 여전히 요스케의 시야에는 오직 서유진 이 여자 하나밖에 보이지 않았다.*[터틀 아일랜드]세나이 소피텔의 일식당의 차가운 조명 아래.그의 입술을 통해 그 단어를 들은 직후부터.유진은 매일매일 심장이 폭발해 버릴 것 같은 지독한 고문 속에 살아야 했다.하루는 심장이 녹아내릴 듯 설렜다가.또 하루는 배신감에 치가 떨리며 화가 치밀었다.[같이 가자는 게 무슨 소리야? 나와 불륜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내가 아무리 말단 신입이라도 내가 그렇게 우스워?][날 좋아하나? 아니면 내가 그 사람을 매일 몰래 훔쳐보는 걸 눈치챈 건가?][그것도 아니면 그냥 질 나쁜 바람둥이인가? 나를 골탕 먹이려고 장난으로 농담한 건가?]머릿속이 온통 핑크빛 외설과 잿빛 분노로 뒤엉킨 채.지옥 같은 2주가 흘러갔다.하지만 유진이 심장을 부여잡고 걱정했던 게 무안할 정도로.사무실에서의 요스케는 철저하게 차가운 상사일 뿐이었고.그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그리고 마침내 그의 결혼식을 딱 5일 앞둔 월요일 오전.새 프로젝트 시안의 최종 점검 회의가 열렸다.언제나처럼 서늘한 형광등 조명이 내리쬐는 긴 회의실.테이블의 맨 가장자리 귀퉁이에 앉아 유진은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며 기계적으로 회의록을 작성하고 있었다.요스케의 낮고 굵은 음성이 회의실 벽을 울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7-10
Read more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