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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8화

Author: 김원호
“언니, 두려워하지마요. 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절대 안 죽이니까.”

어린 두나희가 말했다.

“너... 너 도대체 어쩌려고 이러는 거야?”

주안나는 쭈뼛쭈뼛 거리다가 마침내 물었다.

그러자 두나희는 헤헤 웃으면서 가지런하고 하얀 치아를 드러냈다.

“할머니가 이미 말했잖아요. 언니 아버지가 우리한테 진 빚만 갚는다면 우리는 놓아줄 거라고.”

‘빚?”

주안나는 어리둥절해졌다.

“네!”

“당신들이 안현수 그 사람을 죽였잖아요. 그런데 안현수는 우리한테 빚을 졌고, 그럼 당신들이 갚아야겠어요 안갚아야겠어요?”

두나희가 물었다.

“헛소리하지마. 우린 안현수를 죽인 적이 없다고!”

그러자 주안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어? 당신들이 죽인 게 아니라면 그럼 누가 죽인 거예요?”

두나희가 의아해했다.

“그... 윤씨가 그런 거야!”

이윽고 주안나가 윤구주의 신분을 말하려 하자 옆에 있던 주세호는 노발대발하며 소리쳤다.

“주안나, 입 닥쳐!”

“아빠, 지금이 언제라고 아직도 윤씨를 지키려 들어요?”

“아빠는 저한테 말한 적이 없지만 저 혼자 몰래 조사했어요. 흑룡 상회 안현수의 죽음에 관해서요. 확실히 우리랑 아무 상관이 없었다고요!”

“제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가 안 돼요. 지금 우리 집이 떼죽음 당하게 생겼는데 왜 아직도 윤씨를 지키고 싶어 하는 거예요?”

짝!

주안나가 말을 끝마치자마자 주세호는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

뺨을 맞은 주안나의 입가에서는 피가 흘러나왔고 곧이어 정신도 멍해졌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주안나의 손가락조차 아까워 조심히 만지던 아버지가 지금 윤구주를 위해 딸의 뺨을 내리치다니?

왜?

도대체 뭣 때문에?

주안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부어오르는 얼굴을 부여잡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오호라? 안현수를 죽인 범인이 또 있나 봐?”

김 노파는 음흉하게 웃기 시작했다.

“말해봐. 도대체 누가 안현수를 죽인 거지? 걱정 마, 우리 두씨 가문은 은혜와 원망으로 얽힌 관계는 확실하게 나누는 편이니까. 너희들이 죽인 게 아니라면 진범을 내놓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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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2060화

    “늙어서 죽지 않으면 도둑이라 했습니다. 겨우 이삼백 년 살아도 마인이라 불리는데 천 년을 살았다면 그건 진정한 대요마입니다.”천 년을 살아남은 대요마라면 곤륜 지역에서조차 그 존재는 절대적인 정점에 우뚝 선 자들이다.황보웅이 아는 윤구주의 스승들조차 이런 경지에 도달한 이는 없었다.“무능한 자는 천 년을 살든 만 년을 살든 결국 무능하다.”윤구주는 오만한 어조로 말했다.황보웅은 할 말을 잃었다.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구주왕은 역시 말 한마디에도 기세가 넘쳤다.하지만 황보웅은 재빨리 눈치챘다. 윤구주의 말은 단순한 허세가 아니었다. 어딘가를 향한 도발이 섞여 있었고 누군가가 듣고 있을 것을 알고 일부러 내뱉은 말이었다.“그러면 저하, 이 지역의 전법이 천 년 전에 짜인 거라면 그 늙은 요괴는 자신의 혈육으로 이 고목들을 기르고 고목으로 다시 전법을 이루고 그걸 또 반대로 자기 수련에 이용했다는 말씀이군요. 이 구조는 이제 이해했는데... 저하께선 어떻게 이 전법을 깬 겁니까?”황보웅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전법과 술법의 원리라면 누구보다 흥미를 갖는 그는 그 해법 또한 알고 싶었다.“내가 언제 전법을 깼다고 했냐? 다만 그 구조에 있는 허점을 이용한 것뿐이지.”윤구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러더니 주작을 가리켰다.“주작의 몸엔 고성수정혈이 융합돼 있다. 짐승과 나무는 원래 상생하는 존재야. 고성수정혈도 원래는 극양 속성이지만 내가 손을 봐서 음양을 모두 아우르게 만든 상태지. 그래서 이곳의 고목 입장에선 주작은 그들과 같은 동류인 셈이다. 고성수정혈도 개조한 내가 이 전법의 구조를 파악해 틈새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윤구주의 설명에 황보웅은 그야말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무공, 무기, 전법, 술법, 부적, 금술까지 모두 정통한 윤구주는 곤륜 지역의 살신이라 불릴 수밖에 없었다.그제야 황보웅도 윤구주가 아까 자신에게 절대 술법을 쓰지 말라고 경고했던 이유를 깨달았다.자신이 이 전법의 먹이였다.술을

  • 구주, 왕의 귀환   제2059화

    다급한 순간, 황보웅은 재빠르게 기지를 발휘해 윤구주의 발치에 엎드려 꿇었다.기발한 수단이긴 했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검게 마른 나뭇가지들은 일제히 윤구주 쪽으로 몰려왔으나 마치 눈이 멀기라도 한 듯 윤구주와 주작은 전혀 건드리지 않고 오직 황보웅만 노리며 덮쳐들었다.“왜 나만 노리는 거냐고. 이건 불공평하잖아!.”황보웅은 악을 쓰며 좌우로 필사적으로 뛰어다녔지만 오래 버티지 못하고 결국 나뭇가지들한테 휘감겨 꽁꽁 묶이고 말았다.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수십 개의 나뭇가지가 그를 꽁꽁 묶어버렸다.“어디 한번 당해봐라. 평소에 착하지 않은 대가가 이거구나. 인과응보다 이놈아!”주작은 고소하다는 듯 침을 뱉으며 상황을 즐겼다.속수무책으로 꽁꽁 묶여 신음조차 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자 속이 다 시원했다.“됐어. 아무리 한심한 놈이어도 나름대로 쓸모는 있어.”윤구주는 어이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고는 손끝에서 목령 한 줄기를 소환해 황보웅의 몸속으로 주입했다.그러자 황보웅을 칭칭 감고 있던 나뭇가지들은 마치 명령이라도 받은 듯 그를 풀어주었다.그 잠깐 사이에도 황보웅은 마치 벌레에 갉아 먹힌 듯 온몸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심지어 그의 머리 위로는 희미한 녹색 기운까지 피어올라 주작은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저하,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혹시 무슨 술법과 관련 있는 겁니까?”황보웅은 심각하게 고민하며 무언가 깨달은 듯 말했다. 어쨌거나 그는 빙신전의 전주였고 머리 하나는 타고난 인물이었으니까.“이곳의 목령이 너무 짙어서 음기로 이루어져 있지만 저하께서 음양을 모두 다루시니 음속성의 목령을 조종하시면 이 숲을 충분히 통제하실 수 있을 겁니다.”황보웅은 흥분한 듯 말했다.사태의 본질이 의외로 단순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하지만 윤구주는 비웃으며 냉소적으로 대답했다.“그 정도로만 생각했다면 네가 문아름을 너무 과소평가한 거다. 그녀의 책략이 하늘을 뒤집을 순 없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무적이라 불릴 만큼 치밀하거든.

  • 구주, 왕의 귀환   제2058화

    백호는 삼 할은 인간 같고 칠 할은 마귀 같은 존재였다.진정한 인간 세상의 요마였다.쾅!주작이 말을 마치자마자 멀리서 다시 한번 폭음이 울렸고 사호수의 처참한 비명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그 비명은 듣는 이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정도였다.사호수가 어떤 지옥 같은 고통을 겪었기에 저토록 끔찍한 비명을 내뱉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어서 가자. 저 배후에 숨어 있는 놈이 한두 명이 아닌 것 같다. 이 지경이 됐는데도 문아름의 헛소리에 속아 죽으러 오는 놈이 누군지 궁금하군.”윤구주는 코웃음을 치며 원시 밀림 깊숙이 발을 내디뎠다.숲의 깊은 곳은 외곽과 달리 음산한 안개는 없었지만 나무들이 너무나 빽빽하게 엉켜 있어 시야는 여전히 답답했다. 특히 신념술의 탐지력도 이곳에서는 여전히 제한적이었다.황보웅은 처음 발을 들인 순간부터 계속 이상한 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주작아, 이 숲... 느낌이 너무 이상한데. 누군가가 계속 우리를 감시하는 것 같지 않아? 게다가 한두 명이 아닌 것 같아.”황보웅이 긴장된 목소리로 속삭였다.“누구 허락 받고 감히 주작이라 불러? 넌 내 개야. 주인님이라고 불러.”주작이 버럭 소리쳤다.“아니, 지금 그게 중요해?”황보웅은 어이가 없었다. 어쨌든 황보웅은 빙신전의 전주인 데다가 서방세계에 가면 신들의 왕으로 대접받는 존재였다.황보웅이 불만을 토로하던 찰나, 옆의 덤불이 갑자기 움직이며 검고 마른 나뭇가지들이 미친 듯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황보웅이 술법을 펼치려던 순간 윤구주가 날카롭게 경고했다.“술법 쓰지 마! 안 그러면 나도 널 못 구한다!”그 말에 황보웅은 소름이 돋았다. 하는 수 없이 몸놀림만으로 나뭇가지들을 피해 이리저리 몸을 피해야 했다.“빙신전의 전주라는 자가 무술 하나 제대로 익히지 못했나 보군. 참 웃기는 꼴이야.”윤구주는 재미있다는 듯 비꼬았다.옆에서 지켜보던 주작의 표정도 묘했다.웃기긴 웃기지만 나무가 움직인다는 건 뭔가 이상했다.“저하,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입니까

  • 구주, 왕의 귀환   제2057화

    사호수는 윤구주에게서 빈틈을 찾으려 했지만 그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지금 사호수의 눈앞에 선 윤구주는 하늘이었으며 결코 뛰어넘을 수 없는 청천이었다.팽팽한 대치가 오래 지속되자 사호수는 점점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이 인간 너무 강력하다.’요수의 직감이 속삭였다. 구주왕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자신을 처치할 수 있다는 것을.아무리 기다려도 윤구주에게선 약점이 보이지 않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사호수의 불안감만 더해만 갔다. 마침내 사호수는 싸울 의지를 잃고는 격렬하게 울부짖으며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도망? 네놈이 어디로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윤구주가 손바닥을 들어 아래로 내리누르자 산을 뒤엎을 듯한 기세가 사호수를 짓눌렀다.윤구주가 조금씩 힘을 주자 5층 건물을 무너뜨릴 만한 압도적인 중력이 사호수의 몸을 짓눌렀다.금강불괴의 육체를 가진 사호수조차 견디지 못하고 뼈마디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터졌다.“이렇게까지 길러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이대로 두면 금방 죽어버리겠군.”윤구주는 의도적으로 큰 소리로 외쳤고 그 목소리는 사방으로 퍼져나갔다.마침내 사호수가 죽음의 문턱에 다다랐을 때, 땅 아래서 한 줄기의 검은 용기가 솟구쳐 올라와 사호수를 짓누르던 압력을 순식간에 무력화시켰다.곧이어 그 검은 용기는 사호수를 감싸 보호한 채 재빨리 빠져나가려 했다.“흠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군.”윤구주는 눈빛을 번뜩이며 기다렸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그가 사호수와 이렇게 대치해 온 진짜 목적은 오로지 배후의 강자 위치를 정확히 찾기 위함이었다.상대는 수산의 용맥을 이용해 자신의 기운을 철저히 숨겨뒀기에 윤구주라도 한순간엔 찾기 어려웠지만 지금처럼 기운을 움직이면 순식간에 위치가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너희들도 따라와.”윤구주는 주작에게 전음을 보냈다. 주작은 현모를 짊어지고 황보웅과 함께 윤구주의 뒤를 바짝 쫓았다.한편, 사호수는 검은 용기의 호위를 받으며 수산 밖으로 벗어났다.“저하, 그놈을 그냥 놔두시는 겁니까?

  • 구주, 왕의 귀환   제2056화

    놀랍게도 사호수는 입을 열어 사람의 말을 했다. 그것도 정확한 화진어였다.“오? 이제 말을 다 하는 걸 보니 이미 정령의 경지에 올랐군. 음룡의 기운을 조금 빨아먹었다고 네가 대단한 존재라도 된 줄 알았지?”윤구주는 비웃듯 콧방귀를 뀌었다.압도적인 기세에도 흔들리지 않던 사호수는 오히려 별거 아닌 듯한 한마디에 순간적으로 멈칫하더니 눈동자에 두려움의 그림자가 스쳤다.“인간은 죽어라!”사호수는 포효와 함께 윤구주에게 맹렬히 덤벼들었다.윤구주는 술법 하나 쓰지 않고 오로지 육체의 힘만으로 맞섰다.요수는 본래 체질 자체가 강인하다.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수련했는지 모르겠지만 이 사호수의 육체는 이미 금강불괴에 가까운 수준으로 단련되어 있었다.이런 경지의 요수에게는 몸의 털 한 가닥조차 언제든 무기가 될 수 있었다.사호수는 윤구주를 공격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다.피 칠갑이 된 입으로 물어뜯고 강철도 가볍게 찢어낼 듯한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렀다.심지어 온몸의 털까지 세워 윤구주에게 치명타를 날리려 했다.하지만 모두 무용지물이었다.“넌 인간이 아니다. 네놈은 분명 수신전의 신령이다.”사호수는 혼신의 공격이 먹히지 않자 윤구주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이렇게 강력한 육체를 가진 존재라면 자신과 같은 요수일 거라 생각했다.“흥. 짐승은 역시 짐승이구나. 무식하기 짝이 없군. 나는 윤구주다. 곤륜 지역을 종횡하며 베어낸 신이 천이 넘지만 인간의 육체를 완벽히 구현한 짐승 따위는 본 적도 없다.”윤구주는 비웃었다.인간의 모습으로 완전히 변신한 요수는 아직은 소설이나 전설에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일 뿐이었다.현실에서는 아무리 신비한 곤륜 지역이라 해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사호수의 증오는 점점 깊어졌다.처음부터 지금까지 윤구주는 사호수를 깔보기만 했을 뿐이다. 사호수는 사자와 호랑이의 힘을 동시에 지닌 존재였다.“네놈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크아아악!사호수는 특이한 술법을 펼쳐 허공에서 금빛 구름을 소환했다. 구름 위로 영기가

  • 구주, 왕의 귀환   제2055화

    그 정체는 다름 아닌 황금빛 사호수였다. 온몸이 찬란한 황금빛 가죽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그 몸에선 시커먼 마기가 뿜어져 나왔고 특히 윤구주 일행을 노려보는 그 두 눈엔 인간 같은 깊은 증오가 서려 있었다.“저 요수가 얼마나 많은 생령을 삼켰는지 짐작조차 안 되는군요. 영특한 지능이 이미 사람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황보웅이 음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호수가 이들을 이토록 증오하는 건, 바로 이들이 자신의 치밀한 계획을 송두리째 망쳐놨기 때문이었다.한편, 현모는 온몸이 찢어진 상처로 뒤덮여 있었다. 심각한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이미 정혈을 과도하게 소모한 상태라 사호수가 조금만 더 버텼다면 그대로 현모는 놈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었다.만약 사호수가 성수정혈을 삼키게 된다면 곧장 더 높은 차원의 존재 즉 진정한 정령으로 거듭날 것이다.“제법 날렵한 요수로구나. 너 같은 것이 감히 하늘에 도전하겠다는 거냐? 성수정혈로 얻은 조화를 너 같은 짐승이 감당할 수 있을 줄 알아?”윤구주는 차가운 비웃음을 띠며 서늘하게 앞으로 나아갔다.크아앙!사호수는 입을 크게 벌려 음산한 요풍을 토해냈다. 그 바람에는 사악한 기운이 가득해 의지가 약한 자는 즉시 혼을 잃고 쓰러질 것이며 심지어 어느 정도 수련을 한 자라 해도 도심이 깨질 정도로 위협적이었다.하지만 그 요풍은 윤구주에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윤구주가 발을 내딛는 순간, 황도 무쌍의 기세가 폭발하여 요풍을 순식간에 흩트려 버렸다. 무한한 인황의 기세가 사호수를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게 눌러버렸다.슉!윤구주는 번개처럼 손바닥을 내리쳤다. 그 일격에 사호수의 머리는 함몰되었고 거대한 몸뚱이는 백 미터 가까이 날아가며 바위산에 세게 부딪혔다.이 틈을 타 주작과 황보웅은 즉시 현모에게 달려가 한 명은 급히 정혈을 나누어 주었고 다른 한 명은 현모를 등에 업고 안전지대로 이동했다.“주작아, 저 요수는 평범한 놈이 아니야. 배후에 강자가 있어.”현모는 피를 토하며 황보웅의 얼굴을 피범벅으로 만들

  • 구주, 왕의 귀환   제2054화

    황보웅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아니, 생각 좀 해 봐. 그 유명한 여제갈의 가장 큰 장점이 뭐겠어? 천 리 밖에서도 판세를 뒤집는 전략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거야. 문아름은 머리가 뛰어나지만 선천적으로 체질이 허약해서 평생 신단을 복용해도 하늘의 운명은 바꾸지 못했어. 결국엔 그저 평범한 사람이란 소리지. 수련도 못 하는 한낱 책사가 어떻게 감히 널 상대하겠어?”황보웅의 말에 주작과 윤구주의 표정이 동시에 굳어졌다.“이놈이 감히 주인한테 이런 식으로 말하네.”윤구주의 눈빛이 차갑게 어두워졌다.주작도 정신을 차리고 분노에 차 황보웅에게 즉시 무릎 꿇으라고 호통쳤다.황보웅은 억울한 표정으로 무릎을 꿇으며 중얼거렸다.“지금 중요한 건 문아름이 도대체 무슨 전법을 펼쳤고 또 어떤 강자를 불러왔는가 하는 것입니다.”그는 문득 깨달았다. 아까 문아름의 도발에 윤구주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을.보통 상식적이라면 과거에 사랑했던 상대이자 지금은 배신자가 된 여자가 나타나 비아냥거리면 그 누구라도 흔들릴 만한데 윤구주는 전혀 동요가 없었다.윤구주는 정말로 그녀를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아까 그건 전법이 남긴 전음일 뿐이다. 주작아, 네 말 중 딱 하나만 맞아. 문아름 그 여잔 이곳에 직접 나올 엄두도 못 낼 거야. 사람의 가장 큰 약점이 뭔지 알아? 사람의 약점은 언제나 그 사람의 최대 강점에서 비롯되는 법이거든. 문아름의 지혜는 천인신위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어. 기껏해야 청천 아래 최고의 책사일 뿐이지. 게다가 그토록 신중한 성격을 가진 그녀가 감히 하늘을 거스른다고? 그건 불가능해. 지혜가 천인신위의 경지에 닿지도 못하고 직접 싸움터에 나오지도 못하는데 도대체 뭐로 나를 이기겠다는 거지?”윤구주는 등을 지며 거만하게 말했다.그는 문아름을 누구보다 잘 꿰뚫고 있었다.윤구주는 늘 무적의 길을 걸어왔고 문아름은 전성기조차 구주왕의 기운 덕분에 최고의 책략을 펼칠 수 있었다.구주왕의 보호 없이는, 그녀는 모든 면에서 열세였다.

  • 구주, 왕의 귀환   제2053화

    윤구주는 두 사람을 구한 뒤 대화를 통해 전후 사정을 파악할 수 있었다.처음에는 암부원들이 수산 지역에서 문 씨 세가의 흔적을 발견했고 주작 일행 세 명이 조사를 위해 이곳으로 급히 왔다가 청룡의 기운을 감지했다.청룡의 행방을 찾자마자 화진에 소식을 전했지만 당시 윤구주는 서요산에서 마인 무명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설령 청룡을 찾았더라도 윤구주가 즉시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어쩔 수 없이 세 사람은 직접 수산 내부로 들어가 정보를 수집하기로 했다. 수산의 특수성 때문에 분계선 대영 내에서는 오직 주작 일행 세 명만이 내부로 진입할 수 있었고 대영은 외부에서 움직이지 않고 기다렸다.“이상한 건 저희가 수산에서 일주일이나 머물렀는데 청룡의 기운은커녕 문 씨 세가 사람들조차 마주치질 못했어요. 그런데 저하께서 서요산에서 마인을 처단한 직후 다시 청룡의 기운이 나타났습니다.”주작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생각해 보니 자신들이 문아름의 함정에 제대로 빠져든 것 같았다.윤구주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이 문아름의 철저한 계획에 따라 진행된 것임을 윤구주는 알았다.그의 목적은 윤구주를 포함한 모든 주요 인물을 한곳에 모아놓고 제거하는 데 있었다.만약 구주왕과 사대 전신이 이곳에서 전멸하고 이성설이 복수를 위해 먼 곳으로 떠나 현재 상황을 알지 못하게 된다면 화진에 남은 세력만으로는 문 씨 세가를 막을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문 씨 세가는 그 틈을 타 서울로 돌아와 군정의 주도권을 다시 손에 넣게 되는 것이다.“현모는 어떻게 됐어? 너희가 상대했던 건 대체 어떤 놈들이었어?”윤구주의 날카로운 물음에 주작은 즉각 대답했다.“저희 셋은 수산에서 청룡의 기운을 여러 차례 감지했지만, 전부 문아름의 함정이라는 걸 알고 절대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에 도착했을 때, 서역의 요승이 기습해 왔고, 현모는 한 마리 요수와 싸우다 절벽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아직 그의 성혈 기운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모는

  • 구주, 왕의 귀환   제2052화

    “이런 빌어먹을 문 씨 세가 놈들. 온갖 수작질을 다 부리네. 네놈이 누구든 간에 여기서 죽어버려.”주작은 성수정혈을 이용하여 혈맥을 끓어오르게 했다.순식간에 수련의 경지가 급등했지만 그만큼 수명도 태워지고 있었다.이번 싸움의 승패와 상관없이 주작은 이 자리에서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그러나 주작을 경악시킨 건 상대가 성수정혈의 기운을 간파하고 단 한 장의 부적으로 그의 혈맥을 강제로 봉인해 버렸다는 사실이었다.황보웅의 얼굴은 절망으로 가득 물들었다.“성수정혈을 이렇게 간단히 봉인하다니... 저놈 성수 신전 사람이야. 아니, 사람도 아니야. 신수라고.”“망했어. 자폭이나 해버리자.”황보웅은 주작을 앞으로 밀어 상대의 공격을 잠시나마 막아내고는 그 사이 그는 기운을 폭발시키며 자폭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그가 이렇게 결단한 건, 대단한 용기가 있어서가 아니었다.윤구주를 따르기로 한 순간부터 되돌릴 수 없는 길이었다.곤륜 지역의 손에 붙잡히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자폭해서 주작과 함께 죽어버리는 것이 나았다.그 순간이었다.“저하, 드디어 오셨군요. 흑흑.”앞서 방패로 밀려 나갔던 주작이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더니 상대의 품에 뛰어들었다. 그 모습을 본 황보웅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설마 환술에 걸린 건가?’그런데 황보웅이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상대방의 눈길과 마주치는 순간 몸이 그대로 굳어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자폭조차 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뭐야 이건! 동술까지 쓰다니 이제 진짜 끝났군.’황보웅은 머릿속이 하얘졌다.분명 조금 전 주작에게 상대와 눈도 마주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정작 자신이 당해버렸다.이제 죽는 일만 남았나 싶었을 때 상대가 천천히 다가왔고 드디어 그 얼굴이 드러났다.“윤구주?”황보웅은 멍하니 중얼거렸다.‘또 환술인가?“뭐라 했나?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니 정말 죽고 싶은 거냐.”남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가워지며 살기가 뿜어져 나오자 황보웅은 그제야 그가 진짜 구주왕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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