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의 맹렬한 공격에도 염구준은 여유만만해 보였다. 그는 오른발은 지지대 삼아 몸을 지탱한 뒤, 오른쪽 주먹을 뒤로 당기며 기운을 힘껏 모았다. ‘나를 상대로 전신 영역을 펼치지 않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군!’로버트는 그렇게 생각하며 염구준의 오만한 태도를 비웃었다. 이대로 승리는 자신의 것이라 확신하면서.그런데 염구준이 로버트를 향해 주먹을 뻗은 순간이었다. 쾅하고 엄청난 굉음과 함께 강풍과도 같은 기류가 둘 사이에 흘러 넘쳤다. 그 위력이 얼마나 강하면 로버트의 옷자락이 펄럭일 정도였다. 견고하고도 강한 로버트의 전신 영이 염구준의 주먹 한방에 산산조각 났다. 로버트는 그 힘에 밀려 피를 토하며 뒤로 날아갔다. “큭, 주먹 한방에 이정도 상해라니, 설마 전신 경지를 넘었나?”로버트는 방금 그 일격에 중상을 입어 전투력을 상실했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황당한 얘기를 꺼냈는지 알게 되었다.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주제에, 상대보고 자기 밑으로 들어오라고 하다니, 얼마나 웃겨 보였을까?’“내 경지는 네가 신경 쓸 바 아니야.”염구준이 위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며 로버트를 향해 걸어갔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선생님, 제가 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절 살려주시겠습니까?”로버트가 자존심도 버리고 목숨을 구걸했다. 죽지 않을 수 있다면, 그는 어떤 대가도 치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네 생각에는?”염구준이 걸음을 멈추고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로버트 부자가 판 함정에 빠져 죽었을 것이다. 자기 목숨을 노린 자들에게 베풀 자비 따위 없었다. 그의 말을 들은 로버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상대의 경지를 보아 결코 돈으로 봐줄 것 같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그는 고민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로버트는 결론을 내렸다. 그도 나름 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사람을 움직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언제까지 고민할 거야?”그가 머뭇거리고 있자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피, 파열된 몸, 그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그렇게 로버트는 죽었다. 염구준은 그 모습을 차갑게 바라보다 몸을 돌려 중상을 입은 채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머지 주술사들을 바라봤다.“선생님, 저희도 저 인간한테 통제당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맞아요. 우리 몸에 저 인간이 심어놓은 독충이 있어 복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잘못했습니다.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로버트가 죽자, 이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며 빌기 시작했다. “꺼져!”그들을 쓱 훑어본 염구준이 싸늘하게 말했다.“가, 감사합니다! 선생님!”이들은 후다닥 인사를 건넨 뒤 빠르게 현장에서 탈출했다. 그렇게 브루스 일당은 톡톡히 사람 잘못 건드린 대가를 치렀다. 그런데 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격렬한 전투 소리가 들려왔다. 염구준은 거기에 수안의 기운이 섞여 있는 것을 느끼고 빠르게 움직였다. 어두운 숲속, 두 인영이 치열한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하나는 남자, 하나는 여자의 것으로 보였다. 남자는 거대한 바위를 방패삼아 공격을 피했지만, 여자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다. “이 변태 도둑! 넌 오늘 반드시 내 손에 죽는다!”여자가 살기를 내뿜으며 외쳤다. 그녀는 바로 수안, 스타킹 도둑을 잡기 위해 북쪽 숲까지 쫓았지만, 상대는 생각보다 강자였다. “예쁜이, 그것 하나 좀 훔쳤다고 이렇게까지 해야겠어?”남자가 장난스레 말했다. 남자의 별명은 초상비, 달리기에 특화된 신법을 연마한 고수였다. 하지만 그는 항상 어디에 나타나든 말썽을 일으키기 일쑤였다. “죽여버리겠다!”수안은 상대가 뻔뻔하게 나오자 크게 분노하며 더 거칠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초상비의 움직임이 너무 빠른 탓에 한 번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이때, 숲속에서 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바로 염구준이었다.“수안아, 무슨 일이야?”“어? 오라버니, 여긴 어떻게?”수안이 멍한 얼굴로 공격도 멈춘 채 물었다.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망설였다. 도둑이 훔쳐
초상비가 복잡한 얼굴로 침묵하자, 염구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자, 그쪽도 용하국 출신인 거 감안해서 이쪽 물건만 돌려줘. 그러면 곤란한 일은 발생하지 않을 거야.”그러나 이 발언은 초상비에겐 도발로 들렸다. 그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고란? 이 세상에서 날 곤란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그는 자신의 실력에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과연 그럴까?”말이 떨어지게 무섭게, 염구준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빠르다! 초상비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는 당장 이 자리를 빠져나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꽤 거리를 벌렸다고 느낀 초상비가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나 염구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따돌렸다고 안심하곤 발걸음을 멈췄다. “하하, 역시 허세였어!”그런데 이때, 앞쪽에 갑자기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는 놀라 자리에서 튀어 올랐다. 염구준은 뒤가 아니라 그의 앞에 있었던 것이다. “말도 안 돼!”초상비는 믿을 수 없었다. 그는 다시 한번 몸을 움직여 반대편으로 도망쳤다. 세상에서 자신보다 더 빠른 신보는 존재하지 않다고 자신했다. 그는 염구준이 자신을 초월했다고 인정할 수 없었다. “아직 완벽하지 않은 무공, 나한테 도망칠 순 없을 거야.”이번엔 염구준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왔다. 어느새 둘은 나란히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이럴 수가….”초상비의 안색이 까맣게 어두워졌다. 처음으로 자존심에 큰 스크래치가 생겼다.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는 다시 한번 몸을 돌려 염구준을 따돌리려 했다. “여기까지!”염구준이 그의 복부를 발로 차며 움직임을 저지했다. 더 도망 다녀 봤자 의미 없었다. “변태 도둑!”수안이 그 모습을 보고 급하게 초상비의 손에서 스타킹을 되찾았다. 그런 다음 연달아 그의 얼굴에 주먹을 꽂았다.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자비였다. 초상비는 너무 자존심이 상한 나머지, 제대로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누가 널 보냈지?”염구준이 그의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 “흥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건드린 것은 천무산이다. 이렇게 된 이상 염구준은 직접 그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확인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한탄.물가에 짙은 녹색을 띤 꽃봉오리가 서서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바로 독용초의 꽃이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열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이 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지금 몇 시간째인데,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합니까?”한 사람이 눈을 비비며 소좌에게 물었다. 오랜 시간 한 곳만 주시하고 있자니, 눈이 건조했다. 소좌가 독용초를 바라보며 답했다.“곧. 꽃이 완전히 피면 바로 수확하면 돼.”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그는 확신이 없었다. 하지만 위에서 지시가 떨어진 이상 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근처에 있는 큰 바위 뒤, 염구준과 수안이 도착했다.“오라버니, 지금 나설까요?”수안도 독용초가 필요했다.“조급해하지 마. 우리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먼저 움직일 거야.”염구준이 멀리 시선을 두며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낯선 기운 몇몇이 접근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독용초 정보, 둘에게만 흘러 나간 것이 아니었다. 전쟁은 불가피해 보였다. 그렇게 잠시 뒤, 몇몇 사람들이 한탄 근처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좌, 한밤중에 잠도 안 자고 여기서 낚시라도 하고 있는 거야?”“반시, 천무산이 하는 일이다. 함부로 나서지 마라.”소좌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몸을 돌렸다. “천무산의 이름으로 나를 협박하면, 내가 겁먹을 것 같아? 웃기지 마.”반시가 계속해서 소좌 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선,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설사 그 천무산을 적으로 돌리는 일일지라도 상관없었다. 독용초의 만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소좌가 갑자기 출현한 불청객들을 바라보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공격해! 저놈들 다 죽여!”이번 임무에 실수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독용초가 완전히 꽃피우기 전에 반드시 변수들을 제거해야 했다.“죽여!”함성이 울려 퍼지며, 전투가 시작되었다. 양측 모두 한 치
분명 전투한 낌새가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여기로 온 것일까? 반시는 소름이 끼쳤다.“아이고, 제가 착각했습니다. 이쪽으로 가려던 게 아니었는데, 잘 못 왔네요.”염구준의 날카로운 기운을 느낀 반시는 당장이라도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소좌와 너무나도 다른 느낌이었다. 독용초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진 않았다. “오늘 밤 일, 소문나는 거 사양이야.”염구준이 뚜렷이 반시를 바라보며 말했다.“네, 네! 그럼요!”반시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럼, 꺼져!”염구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반시는 자신의 일행을 데리고 빠르게 현장을 벗어났다.“오라버니, 성공했어요. 이제 드디어 전신 중기에 들어섰어요.”수안이 기쁜 얼굴로 염구준 쪽으로 다가왔다. 독용초는 벌레뿐만 아니라 주술사에게도 최고의 영약이었다.“잘됐네.”염구준은 그렇게 말하며 속으로는 천무산에 대해 생각했다. 잠시 후, 몇 명의 인물들이 한탄 쪽으로 걸어오며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순 장로님, 정말 현명하십니다! 전신 강자들을 북쪽 숲으로 유인해 안정적으로 독용초를 독식할 생각을 하다니!”한 남자가 순 장로를 치켜 세우며 말했다.“겨우 그 정도 가지고, 뭘! 하하!”순 장로는 칭찬에 기분이 좋았으나, 태연한척 대꾸했다.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 놓치고 싶어할 사람이 어디에 있는가? 나머지 사람들도 질세라 너도나도 아첨하기 시작했다.“음? 그런데 소좌는 어디 갔지?”한탄 근처에 도착한 순 장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단번에 변수가 생겼음을 알아차렸다. 빠르게 상황 판단한 순 장로는 황급히 주변을 살펴보았다. 함께 온 사람들도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입을 다물고 함께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탄 근처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독용초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건 그저 흔적을 보여주는 작은 구덩이 뿐.“이, 이! 망할 놈들이 뿌리까지 캐다니!”순 장로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분노에 치를 떨었다. 뿌리조차 남지 않은
무대 위에서 상업적인 미소를 띤 사회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번 독무대회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드디어 오늘 최강의 주술사를 가르는 날이 왔습니다. 모두 치열한 경쟁을 치렀으며, 그 중에서 가장 끝까지 살아남은 여덟 명의 주술사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그렇게 대회 개막이 울렸고, 호명된 여덟 주술사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결승전까지 올라온 만큼 모두 강한 사람들이었고, 이들 중에 가장 약한 인물도 무성 경지였다. 그런 이들이 절반 이상 부상당한 모습이었다. 모두 어젯밤 치열하게 살아남기 위해 치른 전투의 흔적이었다. 여덟 명의 주술자들 중 수안도 있었다. 염구준은 멀찍이 떨어져서 단상 위에 올라간 이들을 살폈다. 여덟 명 중, 단 한명만이 수안보다 높은 경지에 있었다. 이변이 없다면 이번 대회의 우승자는 그 사람이 될 것 같았다.“4강전, 시작합니다!”심판의 신호와 함께 두 명씩 나누어져 전투 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결과에 딱히 관심이 없었던 염구준에겐 지루한 시간이었다. 그는 얼른 이 대회가 끝나 진짜 숨겨져 있던 음모가 드러나길 기다렸다.“좋아, 싸워라!”“죽여, 저놈을 죽여!”“와, 대단한 실력이군!”구경꾼들이 대회를 보며 여기저기에서 감탄사를 뱉었다. 무대 위에 올라간 이들은 부상에도 매우 치열하게 싸웠다. 사방으로 강력한 기운이 뻗어져 나가며, 현장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염구준의 눈엔 그냥 평범하고 지루한 일반인들의 싸움과 다를 바가 없었다. 지금 그의 최대 관심사는 대회가 아닌 천면색용이었다. 염구준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끊임없이 탐색을 이어갔다. 하지만 실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쉽게 기운을 드러내지 않는 법, 잘 찾아지지 않았다. “4강전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준결승을 진행하겠습니다!”심판이 흥분된 목소리로 외치자, 승자 네 명만이 무대 위에 남았다. 관중들은 마치 콘서트장에 온 듯이 환호하며 응원했다. 그렇게 또 한 번의 전투가 치러졌다.그리고 결승전
수안과 전갈의 공격은 상당히 예리했지만, 결론적으론 상대의 방어를 뚫는 데는 실패했다. 이때, 검은 망토의 남자가 짐승 같은 소리를 내며 수안을 밀쳤다. 그렇게 또다시 교전이 시작되었고, 남들 보기엔 비등해 보였지만, 수안은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강력한 육체와 힘!염구준은 그 모습을 살짝 놀란 얼굴로 바라봤다. 다른 것을 제쳐두고, 육체적인 능력만 봤을 때, 남자의 실력이 자신과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염구준은 반보천인의 경지에 이르렀고, 몸은 이미 천지 기운으로 일반 사람보다 월등히 강했다. 그런데 저 남자는 도대체 어떻게 저런 강한 육체를 가졌을까? 그가 생각에 빠져 있을 사이, 검은 망토 남자의 공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허점투성이 주먹치기와 발차기였지만, 이상했다. 그냥 보기엔 전혀 위협적이지 않는 공격이었다. 반대로 수안의 움직임은 매우 민첩했으며 예리했다. 그녀는 끊임없이 빈틈을 찾아 공격을 넣었다. 어느새 남자의 검은 망토는 너덜너덜해졌다. 하지만 남자는 마치 아무것도 못 느끼는 것처럼 꿋꿋했다. 어떻게 이런 육체가? 남자는 너무나도 단단했다. 그는 수안이 어떠한 공격을 해와도, 피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였다. 남자는 마치 타격을 못 느끼는 거대한 돌덩어리처럼, 그저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공격을 이어 나갔다. “당신이 아무리 강해도, 나는 절대로 포기 안 해!”수안이 손에 들고 있던 단검을 거두며 품에서 작은 병 몇 개를 꺼냈다. 모두 치명적인 독이 들어 있는 것들이었다. 수안은 아낌없이 그 독들을 한 번에 남자에게 뿌렸다. 그러자 너덜너덜 했던 망토가 이제는 아예 부식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드러난 남자의 모습! 수안의 독으로 더럽혀졌지만, 원래는 하얀색이었을 붕대를 온몸에 칭칭 감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남자는 딱히 타격을 입은 것 같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다시 주먹과 발을 휘둘렀다. 수안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상대를 쓰러뜨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마음을 굳게 먹고, 정말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그도 설명할 수 없었다.시상식이 시작되었지만, 주최 측인 천무산, 순 장로의 모습은 좀체로 보이지 않았다.이는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었다.살기! 수많은 전투를 겪었던 염구준은 살기에 매우 예민했다.여덟 명은 미묘한 살기를 풍기며 여덟 강자에게 다가갔다.반 발짝 남짓한 거리에 다다르자 갑자기 빛이 번쩍이며 일제히 단검을 꺼내 강자들의 복부를 찔렀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대비하지 못한 강자들은 피를 보고 말았다.강자 한 명도 죽이지 못했지만, 중심이 무너져 중상을 피하지 못하지 못할 것이다. 시상하던 여덟 명은 당연히 당장에서 숨졌고 수안과 망토를 입은 신비로운 남자만 아무렇지도 않았다.남자는 전신이 단련되어 칼과 총알이 관통할 수 없는 몸이었고 수안는 염구준이 미리 귀띔해 주어 경계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잠깐!불길한 기운을 감지한 염구준은 그 속의 속임수를 눈치챘다."시상대에서 물러나!" 한줄기 약하지 않은 기운이 지하에서 올라와 시상대를 향했다. 뭐라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지만 시상대 위 사람들에게는 아주 큰 위협이었다.수안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시상대에서 뛰어내려 염구준에게 달려갔다. 이는 염구준에 대한 깊은 신뢰에서 비롯된 것이다.반면 이유를 알지 못했던 다른 사람들은 잠시 머뭇거렸다.그때, ‘쾅!’하는 거대한 소리와 함께 임시로 지어진 시상대가 박살 나고 나무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리고 거대한 고충이 나타났다. 전갈 몸체에 뱀의 꼬리를 한 고충은 성인 코끼리만 한 크기였다. 기괴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힘을 자랑하고 있었다. 갈사는 나타나자마자 입을 벌리고 먹이를 노렸다. 목표는 부상당한 강자들이었다.평소라면 막을 수 있었겠지만, 중상을 입은 상태라 저항할 수 없었기에 꼼짝없이 먹이가 되고 말았다.입을 벌릴 때마다 한 명씩 먹어 치우는 그 모습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강력한 주술사로 고충을 빠르게 키우려는 계략이군!"염구준은 모든 것을 깨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