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가 좋아서 두 가지 정보를 알려줄게요.”“첫째, 내 정보에 따르면 거록 존주는 지금 용하에 없어요. 둘째, 용하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용하의 국민들은 해치면 안 돼요. 아니면 당신들 더 비참하게 죽을 겁니다.”솔직한 심정은 이 사람들을 전부 포장해서 택배로 돌려보내고 싶었지만 다른 요소들을 생각하고 참은 것이다.“가자.”브레인은 염구준을 노려보며 부하들을 데리고 떠났다.이러고 보니 상황이 재미있어졌다.약속했던 동맹이 결국은 구체적인 사항을 상의하기 전에 절반이 떠났다.하지만 모든 것은 시간 문제일 뿐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회의실에 가서 얘기합시다.”염구준은 남은 사람들을 불렀다.눈엣가시가 사라지니 남은 사람들은 이끌기 쉬웠다.방금 싸움으로 염구준은 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이것이 바로 고수만이 누릴 수 있는 권력이다.“염 선생님, 일은 다 처리했나요?”붉은 장미가 겸손한 태도로 인사를 올렸다.아래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고 있었지만 내려가서 보지는 않았다.왜냐면 이미 결과를 알았기 때문이었다.봉래섬 전투를 떠올려도 염구준의 강력한 일격은 누구도 막지 못했었다.“자, 이제 다들 앉으세요. 제가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염구준은 앞쪽 자리를 가리켰다.무술인들이 자리에 앉은 후에야 본론을 얘기하기 시작했다.“이번 동맹 작전을 위해 먼 곳에서 도와주러 오셔셔 감사합니다. 하지만 거록 존주의 일은 비교적 복잡하여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 않습니다.”“거록 조직과 여러 번이나 싸워서 저들의 심복 2명을 살해했습니다. 전신지상과 반보천인 고수였어요. 이 두 사람과 동급인 심복이 아직 네 명이 있어요. 그러니 중요한 일이 아닌 이상 호텔에 머물고 필요할 때 제가 부르겠습니다.”다들 똑똑히 알아들었다.그 말은 거록 조직의 실력은 약하지 않으니 반보천인 고수가 이끌지 않는 이상 패배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다.염구준이 말을 마치자 붉은 장미가 일어서서 그를 지지했다.“염 선생님의 말씀에 저는 전적으로 따
똑똑!대표 사무실 입구에서 염구준은 가볍게 노크했다.“왔으면 그냥 들어와. 내가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릴 거야?”손가을은 서류를 정리하면서 피식하고 웃었다.남편이 옆에 있다면 무엇을 해도 즐거웠다.“보지 않고도 알아 맞히네. 무슨 냄새라도 맡았어?”염구준이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자기 옷을 들어 냄새를 맡았다.“하하하, 그 나이 먹고 장난치고 싶어?”손가을은 고개를 들고 보더니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그렇지. 자주 웃으면 기분도 좋잖아.”염구준은 웃으면서 저벅저벅 아내에게로 다가갔다.손가을은 하던 일을 멈추고 기지개를 폈다.“외국 친구들을 만나러 가지 않았어? 어떻게 됐어?”“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어. 편식이 심해서 팥빵을 먹였더니 겨우 진정했어.”염구준은 방금 상황을 완화시켜 설명했다.“오, 팥빵을 좋아했구나. 그럼 많이 줘. 나중에 용하인들이 손이 작다는 소리를 듣겠어.”손가을은 심각하지 않고 주도면밀하게 생각했다.“알았어. 필요하다면 많이 챙겨줘야지.”염구준은 말하면서 두 손을 내려다보았다.주먹이 바로 그가 말한 팥빵이었다.두 사람은 얘기를 하다가 염구준은 컴퓨터 앞에 앉았다.그리고 복잡한 서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전부 거록 존주와 관련된 정보였다.그의 정보통은 넓었지만 거록 존주의 행방을 아직도 알아내지 못했다.브레인은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왔는지 참 이해가 되지 않았다.“구준 씨, 내 도움이 필요해?”손가을은 남편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물었다.“괜찮아. 내 일은 급하지 않아.”염구준은 기뻤지만 사양했다.손가을은 한 그룹의 대표로서 매일 할 일이 산더미인데 본인 일 때문에 그녀가 고생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그때 입구에 한 그림자가 나타났다.바로 붉은 장미였다.염구준은 기운을 느끼고 힐끗 쳐다보았다.바로 그녀였다.참 어이가 없었다. 다른 일에 적극적이지 않으면서 이런 일에 빠르게 움직였다.붉은 장미는 입구에서 여러 번이나 고개를 기웃거리며 손가을을 살펴보았다.하지만 그런 모습은 이내 경호
‘배우러 왔다고?’손가을은 조금 어리둥절했다.회사에 그런 것을 배워주지 않는데 상대방이 잘못 알고 온 것 같았다.“아, 당신한테서 배우는 거야.”염구준은 그녀가 어리둥절해하는 표정을 보고 한마디 보충했다.그제야 손가을은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틀림없이 남편이 밖에서 무슨 얘기를 했다고 생각했다.솔직히 말하면 본인이 훌륭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대부분 남편이 뒤에서 묵묵히 지지해 준 덕분이기 때문이었다.두 여자는 앉아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그런데 공통 주제가 어찌나 많은지 나중에 염구준을 아예 신경 쓰지도 않았다.붉은 장미는 직접 확인하고서야 손가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발견했다.한 고수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분명 적지 않은 스토리가 있었을 것이다.점심 시간이 되자, 세 사람은 구내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붉은 장미는 핑계를 대고 떠났다.퇴근한 후, 염구준은 아내를 데리고 딸을 마중하러 갔다.세 식구가 집에 도착했을 때 어르신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제이든이 혼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었다.“제이든, 와서 밥 먹자. 밖에서 맛있는 거 사왔어.”“제이든 오빠, 기분이 안 좋아?”비록 친척이지만 두 꼬맹이는 사이가 멀어서 제각각으로 놀았다.만약 두 노인이 데리고 오지 않았더라면 제이든이 있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아니. 그냥 애니메이션 집중해 보느라 그래.”제이든이 애써 웃으면서 식탁에 앉더니 음식을 먹었다.그날 저녁 식구들은 각자 방으로 들어가고 염구준은 거실에서 제이든과 함께 있었다.녀석을 잘 가르치지 않으면 정말 자폐증이 올까 봐 걱정되었다.“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나한테 말해 봐. 참으면 병에 걸려.”제이든이 고개를 끄떡이더니 힘 빠지는 소리를 했다.“저 무술에 대한 재능이 형편없죠? 그리고 엄마, 아빠 보고 싶어요. 며칠 뒤면 데리러 온다고 했는데 전화해도 받지 않아요.”어린 녀석이 속에 많은 일을 숨기고 있었다.그러니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너의 무술 재능은 수많은 무술인들보다 강해. 그냥 스승을
염구준이 글로리 호텔에 도착하자 익숙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부상을 입은 브레인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그가 추측한 대로 일행이 위험에 닥치자 노인만 도망쳤던 것이었다.브레인은 얄밉지만 실력은 약하지 않았다.만약 작정하고 도망친다면 세상에서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살살해. 짐승을 치료하는 줄 알아?”브레인은 붕대를 감는 의사를 힘껏 노려보았다.아무리 반보천인이라도 부상을 입으면 아프기 마련이다.보아하니 크게 다친 것 같은데 회복하려면 시간이 꽤 필요할 것 같았다.“아이고, 부상을 입었군요.”염구준은 호텔에 들어서며 비웃는 투로 말했다.낮에만 해도 거록 존주를 죽여서 용하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염구준에게 망신을 주겠다고 큰소리치던 장본인이 하루도 되지 않아서 돌아올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허풍이 도를 지나친 것이다.“비웃지 마라. 낮에 너랑 싸우지 않았다면 진작에 그놈들 죽여버렸을 거다.”브레인은 인정하지 않았다.패배한 핑계가 참 당당하고 뻔뻔했다.본인이 억지를 부려서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으면서 다른 사람 탓을 하다니, 어떻게 저런 말을 뻔뻔하게 할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그러게요. 그때 당신을 죽였더라면 다른 사람들은 억울하게 죽지 않았겠죠.”염구준은 싸늘하게 말하면서 기운을 끌어올렸다.브레인의 고집과 이기적인 행동으로 다른 사람들이 전부 죽은 것이었다.“너… 너 무슨 짓이냐? 우린 동맹이고 적은 거록이라고.”실질화된 살기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브레인은 심장이 떨렸다.지금 상황에서 싸운다면 바로 죽을 것이다.“누구 잘못일까요?”염구준이 서늘하게 물었다.첫날에 절반 병력이 죽었으니 상황이 심각했다.그러니 명확한 해명이 필요했다.아니면 나중에 여기 모인 각 세력들이 나서서 용하의 책임이라고 따진다면 누가 감하겠는가?브레인은 옆에 있는 카메라를 보고 상대방이 무엇을 하려는지 눈치챘다.“내 잘못이야. 내가 무모하게 움직여서 우리 측이 전멸했다.”그 말은 이번 작전이 실패한 책임은 성조국
“우리는 그놈을 따라 한 계곡에 도착했어. 그런데 얼마되지 않아 지하에서 독연기가 나오는 거야. 아군은 대부분 무방비 상태로 갔다가 독에 중독되었어. 난 반보천인 2명과 전신지상 2명에게 포위당했는데 필사적으로 싸워서야 도망칠 수 있었어.”모든 상황은 이랬다.“깔깔!”그때 붉은 장미가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을 막으며 깔깔 웃었다.정말 한심해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이런 하찮은 함정을 믿는 사람도 있다니 반보천인이 맞는지 의심이 되었다.더 설명하지 않아도 눈앞에서 훤히 보는 것 같았다.그 과정에서 말리는 사람이 있었지만 브레인이 고집을 부리고 듣지 않았을 것이다.“됐습니다. 여기 티켓이에요. 야식을 먹고 성조국으로 돌아가세요. 나머지 일은 내가 처리할 테니 인내심 있게 기다리세요.”염구준은 티켓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화나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다.이렇게 중요한 일에 성조국에서 고수를 보낸 것은 맞지만 너무 일머리가 없었다.“돌아가라고?”브레인이 벌떡 일어서며 단호하게 말했다.“안 돼.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는데 돌아갈 수 없어!”브레인 입장에서 거록 존주를 죽여야만 돌아갈 면목이 있었다.그러나 염구준은 이미 인내심이 바닥났다.“마음대로 하세요. 비행기에 앉지 않으면 기절시켜서 택배로 보낼 겁니다. 선택하세요.”협박이 깃든 말을 들어보면 상의할 여지가 없었다.일이 까다롭게 되었으니 방해꾼을 옆에 두고 더 그르치고 싶지 않았다.“갈게.”브레인은 이를 갈며 표독스럽게 쏘아보았다.‘오늘의 치욕은 나중에 배로 갚을 것이다.’물론 속으로 생각할 뿐 감히 입밖으로 내지 못했다.결국 브레인은 마지 못해 떠났다.남은 무술인들은 쓸쓸한 그의 뒷모습을 보며 속으로 탄식했다.그리고 자신의 현명한 선택에 다행이라 생각했다.낮에 일은 충동적으로 따라갔다가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었다.생각만 하면 지금도 가슴이 후덜덜 떨렸다.리더가 무능하여 밑에 사람들에게 누를 끼친 것이다.“염 선생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붉은 장미가 나서서 물었
잠시 생각하던 염구준이 결정을 내렸다.“알았어요. 모두 돌아가서 준비하고 5분 뒤에 출발합니다.”가끔은 본인 생각만 하지 말고 대국을 돌봐야 했다.아니면 국주가 난처하게 될 것이다.이번 작전에서 각 나라의 세력들이 연합하였기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알겠습니다.”다들 우렁차게 대답하고 각자 방으로 뛰어갔다.솔직히 어떤 무술인들은 싸우고 싶지 않았다.대충 싸우는 시늉만 하다가 모든 임무가 끝나면 돌아가려고 했는데 지금 상황으로 보아 허튼 생각은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였다.이 상황에서 가장 머리가 아픈 사람은 염구준이었다.원래 이 시간이면 따뜻한 이불속에서 꿀잠을 자야 하는데 또 싸우러 가야 했다.다른 사람이 싼 똥을 그가 나서서 치워야 하는 것이 너무 화가 났다.얼마지나지 않아 다들 완벽하게 준비를 하고 여섯 팀이 열 대 넘는 차량으로 이동했다.염구준은 맨 앞에 있는 차에 앉아서 사색에 잠겼다.브레인의 말에 따르면 네 명의 고수가 그를 포위했다고 했다.그렇다면 호위 여섯 뱀 중에서 살아남은 네 명의 뱀일 것이다.거록 존주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걸 보니 해외에 숨어 있는 것이 증명되었다.차 대열은 좌표를 향해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몇 시간 뒤 조수석에서 길을 안내하던 붉은 장미가 입을 열었다.“염 선생님, 전방 20킬로미너 떨어진 곳에 산골짜기가 있는데 그곳이 신호 발원지입니다.”‘산골짜기?’염구준은 브레인이 한 말을 떠올렸다.습격당한 곳이 바로 산골짜기라니, 이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황폐한 산과 들은 매복하기 딱 좋은 장소이기 때문이다.‘설마 거록 조직이 옛날 수법을 사용한 건가?’염구준은 그럴 가능성을 감지하고 지시를 내렸다.“15킬로미터 앞에서 차에서 내리고 도보로 움직이세요. 1, 2, 3팀은 왼쪽으로 4, 5, 6팀은 오른쪽으로 조심스럽게 움직입니다.”그렇게 되면 염구준 혼자서 남게 된다.“그럼 염 선생님은 어떻게 하시게요?”붉은 장미는 작전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미간을 찌푸렸다.연합 작전인 만큼 함께
“맞습니다. 대장님, 그냥 돌아가죠?”숲에서 모기들이 하도 물어서 짜증이 났다. 한 사람이 시작하자 나머지 부하들도 잇달아 맞장구를 쳤다.귀신도 나타나지 않는 곳에 누가 있고 싶겠는가?“이것들이 죽고 싶어? 그만 불평해. 차질이 생기면 모가지 날아가는 거 몰라?”대장이 언성을 높이더니 몰래 기운을 끌어올리며 모두의 불평을 억눌렀다.누가 또 불평하면 바로 죽이겠다는 뜻이었다.대장의 살기를 느낀 부하들은 죽을까 봐 모두 입을 꾹 닫았다.그들 모두 악당이라 도리보다 주먹을 먼저 따졌다.그제야 대장은 만족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뒤에 가서 미끼를 봐. 죽으면 안 돼.”“네.”먼저 불평을 늘어놓은 부하가 대답하더니 조금씩 뒤로 물러섰다.왠지 공을 세워 속죄하려는 분위기였다.갑자기 대장의 열 감지 안경이 반응했다.“제자리에 숨어. 움직이지 마!”부하들은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숨조차 쉬지 않고 조용히 어둠속에 숨어 있었다.전방에 나타난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웃기는 녀석들이네. 발각되었는데도 숨는다고? 귀신이나 속여라.”염구준은 중얼거리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방금 그들의 말다툼 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염구준의 예민한 감각은 피하지 못했다.그가 전에 전쟁을 치렀던 곳으로 발을 들였을 때 은은한 피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싸움이 끝난 지 몇 시간밖에 지나지 않아서 피 냄새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직접 확인하지 않아도 생사를 걸고 치열한 싸움을 치른 것 같았다.브레인의 실력으로 여기서 죽기 살기로 싸운다면 승부할 수 있겠지만 도망쳐버렸다.어둠 속에서 염구준은 계속 앞으로 전진하면서 상대방이 습격하기를 기다렸다.수십 미터 걸어갔을 때 드디어 독가스를 맡았다.독성은 보통이었다.그는 독성이 강하지 않은 것을 판단하고 대범하게 숨을 들이마셨다.“한 놈이다. 죽여라!”갑자기 누군가 고함을 지르더니 수백 명이 산비탈에서 우르르 쓸어왔다.그렇게 염구준은 무리에 포위당했다.“아주 그냥 쓸어왔네.”
”푸업!”그때 누군가 무서워서 도망치다가 대장의 손에 죽었다.“철수하면 바로 죽이겠다! 나를 중심으로 가까이 와라!”군심이 흔들리자 대장은 부하들을 진정시키며 현장을 지휘했다.하지만 대장은 말을 하자마자 참살을 당했다.쿵!리더가 죽자 나머지 부하들은 갈팡질팡하다가 살려고 사방으로 뿔뿔이 도망쳤다.염구준은 유령처럼 어둠속을 누비면서 기운을 따라가 매정하게 살해했다.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적들이 한방에 쓰러졌지만 전혀 미안하지 않았다.거록 조직의 부하들을 이렇게 죽인 것도 봐준 것이다.그들이 흩어져서 도망쳤지만 염구준의 속도가 더 빨랐다.아주 쉽게 따라가서 적들을 살해했다.“아, 날 죽이지 마!”갑자기 염구준이 나타나서 누군가 깜짝 놀랐다.“네가 마지막이야. 죽어도 외롭지 않을 거다.”염구준은 한 줄기 기운을 발사하여 적의 몸을 관통시켰다.이것으로 매복한 놈들을 전부 제거했다.그가 먼저 와서 다행이었다.붉은 장미 일행이 이곳에 먼저 도착했다면 꽤 손해볼 것이다.바로 그때 양쪽 산봉우리에서 누군가 외침 소리가 들렸다.“왼쪽으로 한 명도 남기지 말고 죽여라!”“오른쪽으로 돌진한다. 무작위로 죽여라!”그들은 거록 조직에 대해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하지만 산중턱에 도착했을 때 시체만 즐비하게 널려 있고 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전부 죽은 것을 보니 염구준의 작품이라 추측했다.“염 선생님, 괜찮으세요?”합류한 후, 붉은 장미가 경악을 금지 못하고 물었다.혼자 힘으로 적들을 전멸시킨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괜찮아요. 잡것들만 남고 우두머리들은 없어요.”염구준이 대답했다.만약 네 명의 뱀을 살해했다면 거록 존주는 심복을 전부 잃게 된다.그러면 어쩔 수 없게 혼자 움직여야 해서 더 쉽게 잡을 수 있다.“괜찮으면 됐어요. 방금 비탈길을 내려갈 때 중도에서 임시 거주지를 발견하고 메시지를 보낸 무술인을 구했어요.”붉은 장미는 손을 저으며 그 사람을 불러오라고 일렀다.들것에 누운 남자는 중상을 입어서 겨우 숨을 쉬고 있었다.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