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상대방을 속이기로 결심한 이상, 끝까지 완벽하게 연기해야 했기에 제이든은 여전히 포획된 만능 전당포의 타겟 역할을 맡아야 했다.한편, 다른 이들은 조용히 서서 염구준의 지시를 기다렸다.지금 현재 자신의 목숨이 염구준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그들은 전부 멋대로 행동할 담이 없었다.“멍하니 서 있지 말고, 안내해.”염구준은 음양쌍살을 바라보며 말했다.“아, 예! 그곳은 길이 험해서 걸어가는 수밖에 없습니다.”남자는 즉시 길을 안내하며 말을 덧붙였다.결국, 음양쌍살, 사타, 사타의 부하들과 함께 염구준은 양마을의 가축 시장으로 향했다.‘그 신비한 만능 전당포가 가축 시장에 숨어있을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어? 조심스럽긴.’염구준은 길을 걸으며 생각했다.가축 시장으로 가는 동안, 분위기는 무겁고 조용했다.염구준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어서 침묵했고, 다른 이들은 괜히 입을 놀렸다가 목숨을 잃을까 봐 감히 말을 하지 못했다.비록 그들도 남들 앞에서는 큰 소리 칠 수 있는 존재들이었지만 염구준 앞에서는 용이든 호랑이든 모두 굽히고 들어가야 했기 때문에 그들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몇 시간 동안 산을 넘고 물을 건넌 끝에 그들은 마침내 산 위에서 아래쪽에 있는 시장을 볼 수 있었다.드디어 양마을에 도착한 것이다.멀리서 보기엔 평범한 장터처럼 보였는데, 이건 그만큼 완벽하게 존재를 잘 숨겼다는 걸 설명했다.이때, 음양쌍살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남자가 조용히 말했다.“염 선생님, 저희는 여기까지만 모시겠습니다. 더 이상 가긴 어려울 것 같아요.”그들의 실력으로는 염구준이든, 만능 전당포든 건드릴 수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도저히 이 싸움에 끼고 싶지 않았다.반면 눈치가 빠른 사타는 말을 하지 않고 염구준이 어떻게 행동할지 관찰했다.남자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눈이 가늘어지더니 입꼬리를 올렸다.“그래, 그럼 걸어서 양마을까지 갈지, 아니면 뒹굴어서 이 산을 내려갈지 선택해.”그의 말뜻은 명확했다. 양마을까지 함께 하지 않으면 죽음
“저 둘은 뭐야?”검문하러 온 사람들은 빠르게 확인을 마치고는, 염구준과 기절해 있는 제이든을 가리키며 날카롭게 물었다.“이들은 사냥감입니다. 저희가 압송해서 넘기려던 중이었어요.”이 말에 사타가 웃으며 다가가서 담배를 건넸다.팍.하지만 평범한 무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그의 담배를 단숨에 쳐내며 얼굴을 험악하게 찌푸렸다.“이런 짓 하지마. 규칙은 규칙이니까. 안으로 들어가는 사냥감은 반드시 기절 상태여야 해.”그들이 이토록 거만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의 뒤에 있는 게 만능 전당포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 그들은 강한 세력을 믿고 설치는 자들이었다.만약 여기가 바깥세상이었다면, 사타는 벌써 그를 없애버렸을 것이다.“이거...”사타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염구준을 바라보면서 그의 의견을 구했다.“좀 편의를 봐주시죠. 기절시키나 안 시키나 같으니까요. 전 도망칠 생각이 없습니다.”염구준은 그렇게 말하며 넉넉한 돈뭉치를 건넸다.상대방은 받은 돈을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갑자기 표정이 변해버렸다.“대단한데? 넌 내가 본 사냥감들 중에서 제일 건방진 놈이야. 숨만 붙여놔.”그는 인정은 없고 돈만 보는 자였다. 태도가 바로 바뀌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그들이 정말 손을 대려고 하자, 사타 일행은 염구준이 마음껏 움직일 수 있도록 가만히 옆으로 물러났다. 그들은 물러나면서 속으로 이 무례한 자들의 명복을 빌었다.쾅!아니나 다를까, 염구준의 한 방에 상대방은 전부 뒤로 날아간 다음 그대로 기절했다.“좋게 말하면 들을 것이지, 꼭 움직이게 만든다니까. 바보 아니야?”이럴 땐 역시 무력만이 가장 확실한 답이었다.그 후, 그는 사타 등에게 사람들을 전부 묶어놓은 후, 입을 막아놓으라고 명령한 다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순리롭게 양마을 안으로 진입했다.가축 시장을 지나갈 때, 주위에서 썩은 냄새가 풍겼는데, 그 이유는 시장에서 정말로 소와 양 같은 가축들이 거래되고 있어서였다. 거래를 하러 온 사람들은 대다수가 목민으로, 전부 일
“괜찮아.”염구준은 무심하게 대답하며 다시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아, 잠시만요! 아직 얘기 다 안 끝났어요.”이에 청년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길을 막아섰다.“하하, 다치지 않았으니까 보상금은 필요 없어.”사타는 일을 더 키우고 싶지 않아 아량 넓게 말했다. 혹여나 이 일 때문에 염구준의 계획에 차질이라도 생길까 봐서였다.그러나 그들의 생각과는 달리 청년은 오히려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헤헤, 안 다친 건 다행이에요. 하지만 제 소를 죽인 건 배상해줘야죠?”이런 인간이야말로 진짜 뻔뻔한 족속이었다. 소가 날뛸 때는 가만히 있다가, 정작 죽으니까 보상을 요구하는 게 어디있나?더 황당한 건, 방금 전에 미친 소 때문에 다친 사람들 모두 지금 감히 불평 한마디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젊은 청년이 이렇게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는 걸 보아 그의 신분이 단순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얼마면 되는데? 금액을 말해.”염구준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2천만원이요! 그렇게 비싸진 않죠?”청년은 교활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보면서 금액을 불렀다. 모양을 보아하니 자신의 간계가 먹힌 것을 기뻐하는 것처럼 보였다.그의 악행에 이미 불만이 쌓인 시장 사람들은 작은 소리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저 양반 또 돈 뜯어내려고 하네. 돈 다 썼나 봐.”“그러니까. 그냥 돈 뜯어내는 거면 모르겠는데, 일부러 미친 소를 풀어놓고 돈 뜯는 건 너무하잖아.”“목소리 낮춰. 우길이 저 녀석, 순하게만 생겼지, 하나도 안 착하니까.”사람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염구준은 상대방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확신했지만 아직 중요한 일이 남아있기 때문에 더 이상 일을 벌이고 싶지 않아 바로 옆 사람에게 분부했다.“돈 주고 가자.”이에 사타가 돈을 건넸으나 청년은 돈을 받지 않고 되려 태연하게 값을 올렸다.“아, 제가 잘못 말했어요. 1억 주셔야 할 것 같은데.”염구준이 돈을 쉽게 주는 걸 보고는 그가 돈이 많은 호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
‘아버지를 찾는다고?’이 말을 들은 순간 우길은 바로 멍해졌다.‘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걸 보면 좋은 목적으로 찾아온 건 아닌 것 같은데. 데리고 갔다가 괜히 귀찮은 일만 생기는 거 아니야?’“왜, 싫어?”염구준은 상대방이 망설이는 걸 보자 한 발자국 걸어가 다시 때리려고 했다.우길 같은 쫄보들은 몇 대 맞기만 하면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들으니까 말이다. “아닙니다! 저희 아버지는 지금 거래소에 있어요. 이쪽으로 따라오시죠.”우길은 자리에서 일어나 앞장섰다.자신의 목숨을 위해 아버지를 팔아넘기는 그는 정말 ‘효자’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염구준은 일행에게 눈짓을 하며 앞으로의 상황에 임기응변으로 잘 대처하라고 신호를 주었다.이제는 그 신비한 만능 전당포와 정식으로 붙게될 테니까 말이다.한편, 양마을의 가축 거래소에는 정수리에 탈모가 온 기름진 얼굴의 뚱뚱한 남자가 커다란 의자에 느긋하게 몸을 기대고 앉아 있었는데, 두꺼운 목에 걸려있는 황금 목걸이가 특히 눈에 띄었다.어울려서가 아니라 개목걸이를 한 것처럼 보여서였다. 이때, 늙은 집사가 우호의 앞에 다가가 입을 열었다. “어르신, 도련님께서 또 사고를 치셨습니다.”그러나 우호는 상대방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태연하게 손을 휘저으며 자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길이가 장난꾸러기인 걸 어쩌겠어. 그냥 놔둬.”사실, 우길의 망나니 같은 성격은 전적으로 그가 우쭈쭈하면서 길러낸 결과물이었다.그러나 이렇게 오냐오냐하면서 기른 아이일 수록 제 아버지를 벼랑 끝으로 내몬다는 걸 그는 몰랐다. 그러니 제 아들에게 당한다면 그것도 일종의 인과응보가 아닐 수 없었다.집사는 물러나지 않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하지만 이번에 도련님이 건드린 외부인들은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직접 가보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흥, 됐어. 양마을에 내 체면을 세워주지 않을 놈이 어디있겠어?”그러나 우호는 코웃음을 치며 담배를 피우면서 여유롭게 와인도 홀짝였다.그는 겉으로는 가축
“끄윽...”목이 졸린 탓에 우호는 숨이 막혔고 눈앞이 어지러워지며 의식도 점점 흐릿해졌다.이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봐왔지만, 이토록 가차 없이 공격하는 사람, 특히 이렇게 죽일 기세로 공격하는 사람은 그도 많이 본 적이 없었다.“좋게 좋게 말로 해결합시다. 저희도 결국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이때, 집사가 앞으로 나와 조용히 권유했다.만약 지금 염구준이 손에 힘을 조금이라도 더 준다면 우호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즉 우호의 생사는 현재 염구준의 생각에 달려있다는 것이었다.“좋게 좋게 말로 해결이라. 난 분명 이미 한 번 말한 것 같은데?”염구준이 차갑게 웃으며 손을 풀지 않았다.“염 선생님, 멈춰주십시오. 저희가 직접 뵙겠습니다.”이때, 거래소 내부의 스피커에서 낯선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말투로 봐서 이미 염구준을 알아본 것 같았다.말하는 사람은 만능 전당포의 사장이 아닐지라도 고위 인물일 가능성이 컸다.팍.염구준은 팔을 흔들어 우호를 바닥에 내던지고는 스피커를 향해 말했다.“시간이 많지 않으니 빨리 만나는 게 좋을 거야.”우호는 이제 그에게 쓸모가 없었다. 그도 그냥 꼭두각시일 뿐이니까 말이다. 이 모든 걸 조종하는 건 그의 뒤에 있는 사람들이었다.염구준은 이토록 치밀하게 움직이는 만능 전당포가 더욱 궁금해졌다.“이쪽으로 오시죠.”집사는 바닥에 널브러진 우호는 신경도 쓰지 않고 길을 안내했다.이상하게 말이다.염구준은 대충 이상한 점을 보아낼 수가 있었다. ‘이 늙은이는 우호의 복종 따위가 아니라 만능 전당포에서 옆에 심어놓은 스파이 같네.’‘하지만 이상하단 말이야. 이미 내 정체를 알고 있으면서 왜 만나려고 하는 거지?’그렇게 염구준 일행은 집사를 따라 거래소 내부의 밀폐된 밀실로 들어갔다.이곳에는 단 20여 명 정도가 모여 있었지만, 전부 무술을 연마한 사람들이었다.밀실의 벽에는 누런 천이 걸려 있었는데, 그 위에는 각종 임무 정보들이 적혀 있었다.‘음양쌍살이 임무를 플랫폼에서 받았다고 했는
“그럼 이런 곳엔 처음 와 본 거야?”염구준이 계속 질문했다.“처음입니다! 두 번밖에 임무를 수행한 적 없는데, 두 번 다 황량한 야외에서 거래했어요.”사타가 급히 설명했다.“저희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제이든을 데리고 오는 것도 본래는 저희 임무가 아니었습니다만 플랫폼에서 저희더러 데리고 오라고 했습니다.”음양쌍살 역시 얼른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렇게 보면 이들도 나름 실력있는 무인들이었지만 만능 전당포의 핵심 사냥꾼엔 속하지 않는듯 했다.오프라인에서 임무를 받으려면 실력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신임을 얻어야만 했다.이미 계획이 어느정도 들켰기 때문에 염구준은 제이든의 몸에 기를 주입해 천천히 정신 차리게 했다.‘다음에 임무에 나설 때는 역용술로 변장부터 해야겠어. 소봉산에서 공무적과 싸운 것 때문에 얼굴이랑 이름이 너무 알려졌으니까. 강호 사람들 중에서도 날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염구준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그의 생각대로 여러 무림인들이 그를 찾아와 인사를 건넸다.“염 선생님, 찾으시는 임무라도 있으세요? 제가 추천해드릴게요.”“염 선생님, 당신이라면 임무를 받겠다는 한마디만 해도 마음껏 고르실 수 있을 겁니다.”그들은 전부 염구준을 자신들과 한통속으로 생각하며 우쭐했다.그러나 그들의 말을 들은 염구준은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이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전부 손 봐줄만큼 말이다.무공을 익힌 자로서, 의협심을 발휘해서 이로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민간에 해를 끼치는, 용하국에 피해를 주는 임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맡는다는 것에, 염구준은 너무 화가 났다.결국 그는 분노를 꾹꾹 눌러담아 크게 포효했다. “난 이런 임무 같은 거 안 하니까 꺼져!”이 말을 들은 후 아부하던 사람들은 감히 불평 하지 못하고 얌전히 제자리로 돌아갔다.사실 그들은 이렇게 강한 반보천인에게 욕을 먹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생각했다. 염구준은 차마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니까 말이다.“염 선생님. 왜 이렇게 화를 내세요?
다른 사람들은 염구준이 얼마나 강한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만약 정말로 싸움이 벌어진다면 자신들도 휘말릴 거라는 걸 알아 이 말을 들은 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이 말을 들은 진희도 더 이상 요염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염 선생님, 웬만한 일은 제가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 있으시면 바로 하세요.”“저 사람을 체포하라는 임무를 누가 내린 거지?”염구준은 제이든을 가리키며 질문했다.이번 방문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제이든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일단 제쳐 둘 생각이었다.그리고 보아하니, 만옥루의 주인도 도망칠 생각이 없어 보였기 때문에 굳이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죄송하지만 이건 제 권한을 넘어서는 문제입니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진희는 질문을 듣자마자 가슴이 철렁해서 제이든을 한 눈 보고는 안내하는 손짓을 해보였다.제이든에 관해서 그녀가 알고 있는 정보는 많지 않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를 잡으라는 임무가 상당히 높은 등급이라는 점이었다.염구준은 곁에 서 있는 사타를 보며 명령했다.“너희들은 여기 남아서 제이든을 잘 보호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상대가 초대한 데에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었는데, 하나는 화해하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는 것이었다.그러나 어느 쪽이 됐든 위험한 건 같았다.“알겠습니다!”“절대로 허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세 사람은 공손히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추며 약속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니까 말이다.이미 염구준과 함께 이곳까지 온 이상, 그와 한 배에 탄 것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 염구준과 진희는 후문을 통해 비밀 통로로 나와 양마을 밖으로 걸어갔다.길을 가는 동안 진희는 별다른 술수를 쓰지 않았다.한편, 같은 시각에 양마을에서 수십 리 밖에 떨어진 별장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방금 녹화된 영상을 다시 확인하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진희 저 아이가 실패하다니. 다들 저 강한 반보천인
염구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뭘 새삼스럽게. 내 현상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잖아.”꿈에서도 염구준을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차고 넘치기 때문에 당연히 그를 죽이기 위해 돈을 거는 사람들도 많았다.오랜 시간 누적된 그의 현상금은 이미 어마어마한 액수로 불어나 있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더 많이 올랐습니다. 무려 40억이에요.”만옥루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금액을 알렸다.‘40억?’염구준은 태연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속으로는 적잖이 놀랐다.자신의 목숨값이 이렇게까지 비쌀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일부러 이렇게까지 현상금을 높인 이유는 굳이 따로 생각하지 않아도 누군가 그를 죽이고 싶어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높은 현상금에 눈이 멀 거라는 걸 아는 거지.’“그 말인 즉슨 날 잡아서 돈을 바꾸겠다는 건가?”염구준은 만옥루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만옥루는 겉보기엔 인자하고 온화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지만, 만능 전당포의 장계를 맡고 있는 인물이 착할 리가 없었다.밀실 벽에 걸린 각종 의뢰 목록만 봐도, 잔혹하고 탐욕스러운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하하, 염 선생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제가 선생님을 이곳에 초대한 이유는 그저 논의할 것이 있어서입니다.”만옥루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책상 위의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면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였다.‘대체 무슨 속셈이지?’염구준은 만옥루의 의도가 그가 말한 것처럼 단순할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미 이곳까지 온 이상,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들어볼 생각이었다.“듣고 있으니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바로 해.”말 정도를 들어줄 시간은 있으니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 눈 앞에서 도망칠 수도 없기도 하고.’이윽고 만옥루는 미소를 거두고, 진지한 얼굴로 본론을 꺼냈다.“염 선생님께선 만능 전당포의 존재가 합리하다고 생각하십니까?”이 질문은 명백히 염구준의 입장을 떠보려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염구준은 어두운 곳에 숨어 그들을 살펴보다가 자신의 추측을 확신했다.출발하기 전에 직접적인 명령을 내리지 않은 것은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매복한 사람들이 이동할까 봐 걱정했기 때문이었다.쿵!염구준은 불쑥 나타나 날카로운 검기를 휘둘러 흑석봉을 부숴버렸다.커다란 소리에 바로 결사대의 주의력을 끌었다.“스텔라성 외에 외부인은 모두 떠나라!”“너희들 죽이러 왔어.”염구준이 검을 들고 전력을 다해 검기를 펼쳤더니 어둠 속에서 결사대의 비명소리가 울렸다.“아악!”“너무 강력해. 당장 피해!”결사대가 습격을 당하자 대장이 버럭 화를 내며 명령을 내렸다.“죽으러 온 놈이야! 당장 죽여!”스스슥!결사대 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수많은 그림자가 움직이며 염구준을 포위했다.하지만 결사대라고 해도 기세만 드높고 실력이 받쳐주지 않았다.무공 실력이 가장 높은 사람은 고작 전신 경지밖에 도달하지 못했다.그래도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끝까지 공격하는 끈질긴 의지를 우습게 보면 안 되었다.“널 무조건 죽인다.”앞장선 결사대 한 명이 염구준의 앞으로 돌진하며 과감하게 자폭할 것을 선택했다.쾅!“죽여라!”이때다 싶어 모든 결사대가 우르르 모여 필사적으로 공격하고, 일부는 자폭할 각오를 하고 덤벼들었다.싸움은 점점 치열해졌다.미친듯이 공격하는 결사대를 상대로 염구준은 여유롭게 대응하다가 속으로 감탄했다.“만약 대부대가 이 길을 선택했다면 엄청난 사람들이 죽었을 거야.”노세의 계획은 잔인하게도 결사대의 목숨으로 적들을 죽여서 기세를 꺾는 것이었다.안타깝게도 염구준에게 발각되어서 수포로 돌아갔지만 말이다.싸움은 계속되고 고함 소리가 점차 줄어들었다.대부분 결사대는 더 이상 앞으로 돌진하지 않았다.그들은 죽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지만 헛되이 죽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었다.반나절이나 싸웠는데도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했다.“아니야. 저 사람 염구준이야!”누군가 참지 못하고 휴대폰 전등을 켜서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겁에 질린 소리를
“성주님, 방금 전달받은 소식입니다. 천기문 등 세력들이 염구준의 인솔하에 이쪽으로 오고 있답니다.”“참 시기를 잘 맞추네. 어제 미리 출관하여 잠깐 싸웠더니 체내의 기운이 폭동해서 내가 나설 수 없다. 네가 모든 결사대를 파견하여 저놈들이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절반 수량을 소멸해!”석문 안에 있는 누군가가 냉정한 목소리로 모든 것을 안배했다.목소리에서 풍기는 아우라만 봐도 평범한 사람은 같지 않았다.“알겠습니다.”석문 밖에 있는 무술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르게 물러갔다.조용하던 동굴안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에휴, 다 베르 그놈이 고집을 피우는 바람에 고수와 맞서다가 손해만 봤어. 그런데 염구준은 만나고 싶구나.”그는 계속 눈을 감고 무공을 수련하면서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기운을 발사했다.곧 적이 쳐들어온다는 소식에 스텔라성은 방어 태세에 들어갔다.역사이래 처음으로 방어시설을 설치하고 있는 동시에 수많은 그림자가 어둠속에서 스텔라성의 주둔지를 빠져나갔다.그들 모두 결사대였다.끼익!울퉁불퉁한 흙 길에 차 대열이 갑자기 멈추었다.길게 뻗은 전조등만 봐도 엄청 길고 그 규모는 엄청났다.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자 염구준이 눈을 뜨고 물었다.“무슨 상황이죠?”“염 선생님, 길이 끊겨서 도보로 이동해야 합니다.”맨 앞의 차에 앉은 노신기가 통신기로 즉시 상황을 보고했다.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스텔라성의 짓일 것이다.염구준이 내비게이션으로 검색했더니 목적지까지 아직 100킬로미터는 남아 있었다.이 거리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았다.만약 전신 경지 하위 무술인들이 질주한다면 체력 소모가 적지 않을 것이다.“도보로 가면 몇 갈래 길이 있습니까?”염구준은 음모의 냄새를 맡고 미간을 찌푸렸다.“두 갈래 있습니다. 흑석림과 백양습지인데, 백양습지는 속도가 느려서 흑석림으로 가야 합니다.”노신기는 이미 표시해 둔 지도를 사진으로 찍어서 염구준에게 보냈다.스텔라성이 이미 움직였으니 방심하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염구준은 지도
현재, 천기문의 마당은 이미 각 세력들의 본부가 되었고 수많은 무술인들이 모였다.스텔라성과 맞서기 위해 과거 친구들과 적들이 모두 동맹을 맺고 살길을 도모했다.염구준이 아내와 영상통화를 하는 사이에 가주들은 회의실에서 서로 논쟁을 벌이느라 시끌벅적했다.“이번 동맹에 총지휘자를 선택했으니 부지휘관도 선발합시다.”“노신기,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세요. 당신의 어설픈 실력으로 순위에도 못 오를 겁니다.”“그럼요. 다들 무슨 생각하는 겁니까?”“…”이 사람들은 염구준을 제외하고 아무도 승복하지 않았다.그들이 시끄럽게 논의하고 있을 때, 염구준이 회의실에 들어가며 물었다.“얘기 다 끝났어요?”“염 선생님!”각 세력의 가주들이 벌떡 일어서서 공손하게 인사를 올렸다.그들의 생사와 복수 계획은 전부 그에게 달렸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은 곧바로 가운데 자리에 앉았다.“스텔라성의 본부가 어디 있어요?”“여기 북만 얼음굴에 있습니다.”노신기가 재빨리 일어서서 지도에 빨간 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부하들을 소집하고 출발합시다.”염구준은 좌표만 기억하고 단호하게 지시했다.“지금 말입니까?”노신기는 어두컴컴한 바깥을 보며 의심스럽게 물었다.이제 막 천기문에 돌아와서 제대로 쉬지도 못했는데 너무 서두르는 게 아닌가 싶었다.염구준이 의아해하며 되물었다.“무슨 문제가 있습니까?”방금 아내와 통화한 후 가족들이 너무 그리워서 하루 빨리 이곳의 일을 해결하고 청해로 돌아가고 싶었다.“하지만 우리 아직 준비도 못했는데 너무 성급한 거 아닙니까? 그리고 북만 얼음굴은 작은 지방도 아니고 일단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인원수를 배치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노신기는 갑작스러운 명령이 적응되지 않아 자신의 우려를 털어놓았다.다른 가주들도 비슷한 의견인지 염구준을 쳐다보며 대답을 기다렸다.“난 노세를 치고 여러분은 다른 사람을 책임지세요. 끝입니다.”염구준의 입장에서 거의 절반은 몰락한 스텔라성을 치는 것은 그렇게 번거롭지 않다고 생각해서 즉시 안배한 것이
“뭐야, 이 사람들은 어디서 나타났어? 스텔라성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입에 올리는 거야?”헤르빈이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방금 노신기 일행이 공격해서 스무 명 정도밖에 살해하지 않았으니, 헤르빈의 입장에서 큰 피해를 보지 않았다.그는 스텔라성의 이름만 들었을 뿐, 작은 촌구석에서 판을 치는 깡패라 눈앞에 있는 장로들을 알아볼 리가 없었다.“시끄러!”노신기는 홱 하고 돌아서 앞을 가로막는 사람들을 밀치고 한 손으로 헤르빈의 두정골을 눌렀다.엄청난 힘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헤르빈은 꼼짝도 못하게 생겼다.실력이 강한 무술인들이 진짜 실력을 발휘한다면 현장에 있는 오합지졸들은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뭐 하는 거야? 죽… 악!”노신기가 손에 힘을 주었더니 불복하던 헤르빈이 그만 바지에 실수하고 말았다.“염 선생님, 이 사람 어떻게 처리할까요?”노신기가 염구준을 쳐다보며 지시를 기다렸다.“죽여요. 남겨도 쌀만 낭비하는 놈이에요.”염구준은 자신의 사지를 잘라버리겠다는 사람을 전혀 봐주지 않았다.“잠깐만!”노신기가 손에 힘을 가하려고 할 때 멀리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그러자 오합지졸들이 양쪽으로 갈라져 길을 내주고는 상체를 낮춰 인사를 올렸다.백발 노인과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그 사이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두 사람은 바로 헤르빈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이 부두를 장악한 진짜 세력이었다.“살… 살려줘요.”구세주가 등장하자 헤르빈은 고통을 참으면서도 힘겹게 고개를 돌렸다.자신을 구하러 오는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두 어른이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닥치고 얌전히 있어!”능구렁이 두 노인은 워낙 식견이 넓어서 노신기 일행을 보자마자 알아보았다.“노 문주님, 장로님들. 저희 손자가 무례하게 굴었습니다. 제발 용서해 주세요.”천기문과 대어당 같은 대가문에서 실력이 제일 약한 부하를 내세워도 헤르빈이 건드릴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마치 하늘과 땅 사이처럼 차이가 엄청났다.“우린 아는 사이도 아닌데 용서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