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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이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빈다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했지만, 생각이 바뀌었어. 12시에 파티가 시작되면 참여하는 모든 이들에게 절을 올리는 거로 하지. 하나라도 빼먹었다간 네놈들 머리통을 부숴 버리겠어."

VIP 전용 패키지와 순금 배지를 바라보고 이 호텔에 모여든 인파는 셀 수 없이 많았다. 심지어 호텔 근처의 거리에도 차가 꽉 막혀있을 정도였다. 저마다 화려한 연회복을 걸치고 호텔로 들어갈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은 얼핏 훑어보아도 수만 명은 될 법했다.

모든 사람에게 절을 올리라고? 서재원이 미친 소리를 들었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네놈도 제정신이 아니군."

시계를 확인한 그가 사납게 웃어 보였다.

"10분 지났네. 넌 뒈졌어."

불현듯 요란한 헬기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군용 헬기 한 대가 바람을 가르며 그랜드 센트럴 호텔 정문에 착륙했다. 곽승환이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모두 물러서!"

묵직한 군화 소리가 주변의 공기마저 무겁게 짓눌러 댔다. 그 걸음에서 범접할 수 없는 지배자의 위엄이 느껴졌다.

인파가 붐비는 호텔 밖 상황은 이미 고공에서 지겹도록 지켜봤다. 그러나 호텔 앞에 떡하니 걸려 있는 금색 간판의 글씨는 미처 보지 못한 곽승환이었다. 사실 거기에는 공주님의 이름 석 자가 커다랗게 쓰여 있었다.

곽승환의 등장에 몰려있던 사람들이 파도처럼 갈라지며 3미터 남짓한 통로가 만들어졌다.

곽승환은 전신 무장한 정예 전사 4명을 거느리고 성큼성큼 파티홀에 들어섰다.

"삼촌!"

서재원이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진혜린과 함께 그를 맞이했다.

그는 현재 한껏 들떠 있었다.

곽승환은 그의 고모 서정숙의 동문이었다. 대학 시절 잠깐 연애도 한 사이였지만, 인연이 끝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그러나 곽승환은 서씨 집안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서씨 집안이 청해에서 명문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곽승환 덕분이었다.

그런 사람이 친히 걸음 했으니 염구준도 더는 날뛸 수 없으리라. 오늘 싸움은 서재원의 승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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