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누가 당신에게 용기를 준 건가?” ‘응?’ 금강은 눈썹을 치켜들어 눈앞의 청년을 훑어보았는데 모르는 사람이었다. 눈앞에 있는 젊은 남자는 볼품없는 캐주얼한 양복을 입고 있었고 기껏해야 25세쯤 되어 보였다. 등 뒤에 몇명의 그림자가 보이긴 했으나 거리가 멀어 잘 보이지 않았다.“아이고, 그래도 사람은 데리고 왔네? 계집애까지 있다니!” 금강은 눈빛을 거두고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식아.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 줄 알고 준비한 거야? 한 손으로 내 철봉을 잡다니, 힘이 센데. 내가…” 순간 소리가 멈추더니 가슴이 찢어지는 비명으로 변했다. 금강의 굵은 오른쪽 팔뚝이 강철봉과 함께 눈앞의 청년에 의해 부러졌다. 그리고 그는 100키로가 넘는 금강을 걷어차 20여 미터 멀리에 있는 사무실 빌딩으로 날려버렸다. “헉…” 현장에 감탄하는 소리만 들렸다. 홀 앞에 서있던 70여 명의 광부들은 무의식적으로 젊은 남자를 보고 다시 바닥에서 몸부림치며 울부짖는 금강을 보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번엔 정말 큰일 났다.’ 금강이 무서운 게 아니라 그 배후의 세력이 무서운 것이었다. 먼 곳은 말할 것도 없고 사무빌딩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 광산사장 이엄웅은 백이 큰 사람이었다. ‘이 청년이 누구든 광산에서 소란을 피우면 절대로 살아서 광구 대문을 나갈 순 없을 거야.’ “당… 당신 누구야?” 이때 사무빌딩에서 공사감독 몇 명이 나와서 허둥지둥 금강을 부축해서 일어섰다. 금강은 왼손으로 오른팔을 안고 입구의 젊은 남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미친 사람같이 소리 질렀다. “왜 우리 광구에 와서 소란을 피워? 내가 누군지 알기나 해?” “이름을 대봐. 내가 장담하는데 네가 누구든 오늘 반드시 죽어야 해.” ‘내가 누구든 죽어야 한다고?’ 젊은 남자는 담담하게 웃으며 금강과 몇 명의 공사감독을 무시하고 몸을 돌려 70여 명의 광부를 마주하고 입을 열었다. “방금 당신들의 말이 맞아요. 여긴 이제 손씨 그룹에 속해요. 내가 누구인지는 중요
금강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옆에 있던 공사감독 세 명은 갑자기 얼굴에 독기를 품고 손에 고무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멀지 않은 세 광부를 향해 달려갔다. 그들은 세 광부를 통해 70여 명의 직원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항도광산은 관리가 삼엄했고 광부들의 신분증을 압수해서 외출을 금지했다. 하지만 임영철 등 인이 몰래 도망간 이후로 다른 광부들도 모두 탈출할 계획을 짜고 있었다. 임영철 등 인을 잡을 수만 있다면 다른 광부들도 더 이상 경거망동하지 못할 것이라고 사장이 말했다. “내 앞에서 사람을 잡으려고 하다니?” 세 명의 공사감독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염구준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손을 흔들자 보이지 않는 기운이 갑자기 퍼져 세 명의 공사감독을 쉽게 날려 보냈다. 그리고 발걸음을 가볍게 들어 올리더니 쏴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이동으로 사무빌딩에 나타나 금강의 앞에 섰다. “너… 너 뭐 하려는 거야?!” 금강은 처음엔 놀랐으나 눈빛이 바로 매서워지더니 임영철 등 인을 가리키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너 이 자식, 도망간 것도 모자라 또 문제를 일으키다니.” “저 사람들은 모두 이 광산의 직원들이야. 관리 규정을 위반하고 몰래 도망쳤으니 내가 저들을 잡는 건 당연한 일이야.” “당연한 일이라고?” 염구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오른손을 내밀자 공기 중에 빛이 반짝였다. 금강이 염구준의 동작을 똑똑히 보기도 전에 왼팔이 아파오더니 오른팔과 똑같이 부러졌다. “네 말에 일리가 있어.” 염구준은 손을 거두고 울부짖는 금강을 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네가 여기의 직원을 때렸으니 내가 너에게 징벌을 가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 “아까 나보고 너에게 여자를 데려다주러 왔냐고 물었지? 내 아내를 모욕했으니 내가 너에게 벌을 가하는 것도 당연한 거고.”그는 말을 마치고 발을 들었다 쾅하고 놓자 100키로가 넘는 금강은 아무런 무게도 없는 천조각처럼 광부들의 머리 위로 날아가 50여 미터 되는 곳에 떨어졌다. “이… 이게…” 빌딩
사무빌딩 엘리베이터 입구에 20여 명의 건장한 사나이들이 손에 비수와 칼, 그리고 고무막대기를 들고 기세등등하게 뛰쳐나왔다. 그들은 줄곧 위층에서 사장인 이엄웅을 보호하고 있었다. 아래층의 혼란을 들었지만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려서 이제야 현장에 도착한 것이었다. 홀에 도착하자마자 땅에서 발버둥 치며 울부짖는 금강을 보았다. “죽여! 저 자식 죽여!” 멀리서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금강은 염구준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포효하는 야수같이 염구준을 찢어버리려는 것 같았다. “아니, 먼저 죽이지 말고 다리를 잘라버려! 목은 남겨 놔, 내가 직접 자를 테니까. 그리고 밖에 있는 저 여자 도망가지 못하게 해! 내가 이 녀석 눈앞에서 저 여자를 괴롭힐 거야.” 순간, 20여 명의 건장한 깡패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사방에서 뛰어나와 손에 든 무기를 휘두르며 염구준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그들은 금강의 뜻대로 염구준을 죽이지 않고 불구로 만들 작정이었다. 20여 명의 깡패들이 몰려들자 홀 밖에 있던 70여 명의 광부들은 죄책감으로 인해 이를 악물었다. ‘너무 늦었어! 좀 더 일찍 도망가라고 일깨워줬어야 하는데. 착한 젊은이가 우리를 위해 나서서 싸우는데 우린 눈을 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니.’ 그들의 얼굴엔 미안함, 죄책감, 부끄러움이 교체되었다. 깡패들의 무기가 청년의 몸에 떨어지려고 할 때의 장면은 손가을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염구준은 발걸음을 움직이지 않고 파리를 내쫓듯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었다. 그러자 광풍이 일더니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잔잔한 기풍이 그의 손바닥에서 발산되었다. 그러자 기풍은 쓰나미 같이 공사감독들을 휩쓸어 광부들 머리 위로 지나가 금강의 곁에 떨어졌다.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부서져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24명의 깡패들이 모두 엉망진창으로 넘어졌고, 몸에 뼈가 몇 대나 부러졌는지도 모른채 힘이 빠져 손에 들고 있던 무기들을 떨어트렸다. 그들은 일어날 힘도
임영철도 마찬가지로 염구준이 가져다준 충격에 빠져있다가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몸을 돌려 손가을을 보며 흥분한 안색으로 말했다."다들 어서 인사해요. 이분이 바로 손씨 그룹의 손 대표님이십니다. 우리가 추측하던 할머니가 아니라 젊고 예쁘신 분이에요! 아, 그리고 방금 금강에게 손을 쓰신 분은 대표님의 남편분이자 손씨 그룹 경호팀 부장인 염구준 부장님입니다!"‘저 여인이 바로 손가을이고, 저 잘생긴 청년이 바로 전설 속의 청해의 왕인 염구준이라고?!’광부들은 눈앞의 사실을 믿을 수 없는 듯 서로 시선을 마주하다 몇 초가 지나서야 환호를 질렀다."손 대표님 만세, 염 부장님 만세!""애타게 기다리고 기다리다 드디어 손 대표님 오실 때까지 버텼네요! 손 대표님, 저희 월급은 언제 주십니까? 반년째 월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집에서 아내와 아이들이 모두 돈 쓰기를 기다리고 있어요!""누가 지금 어리석게 월급을 달라고 하는 건가요? 염 부장님께서 우리를 도우러 왔고 손 대표님까지 직접 오셨는데 설마 월급도 안 주겠어요? 어서 손씨 그룹 만세라고 외칩시다!"손가을은 눈 앞의 광부들을 보며 눈가가 조금 촉촉해졌다. 그녀는 두 손을 내리누르며 모두를 진정시켰다."모두 침착하세요. 여러분들을 위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온 겁니다... 다들 조용히 해주세요. 내 목소리가 묻힐 지경입니다!"상황을 통제하기는 쉽지 않았다!광부들은 흥분되어 얼굴마저 붉게 달아올랐고 ‘만세’를 외치는 목소리도 점차 커졌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무릎을 꿇고 큰절까지 하며 눈물을 흘렸다.구원자, 그들은 정말 구원자다! 손 대표님과 염 부장님이 오셨으니, 그들에게 드디어 살길이 생긴 것이다!"큰일이야!"귀청이 터질 듯한 함성 속에서 광부 한 명이 갑자기 미친 듯이 손가을 앞으로 달려가 초조한 듯 발을 동동 굴렀다."손 대표님과 염 부장님이 오신 것은 좋은 일이지만 방금 염 부장님이 금강을 때렸잖아요? 다들 광부의 돈을 뜯어먹는 이엄웅이 아직도 사무실 동에 있다는 것을 잊
"그리고 항도 광산에서 아무런 직무도 없으면서 아래에서 광부들을 억압하며 날뛰던데, 당신의 사주를 받은 거지? 복지를 억압하고, 직원들을 착취하고 학대하며 본사 규정까지 위반하고 권력으로 사리사욕을 도모하기까지... 이엄웅, 네 죄를 인정해?"이엄웅은 얼어붙은 채 바닥에 주저앉아 고통스럽게 울부짖는 진강규를 바라보았다. 그의 안색은 점점 더 하얗게 질렸다.방금 그는 위층에서 진강규가 상처를 입은 것은 보았지만 이렇게까지 부상이 심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진강규의 두 팔과 손목, 그리고 가슴팍의 뼈는 모두 뒤틀려 부러졌고 심지어 상처에 새하얀 뼈가 드러날 정도였다. 만약 저 상처가 자기 몸에 생겼다면..."염구준!"이엄웅은 등골이 오싹해 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서둘러 감정을 조절하고 염구준을 빤히 노려보며 호통쳤다."난 네가 누구인지 알고 있어. 하지만 너도 이 이엄웅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봐! 네가 청해의 왕이고 손가을의 남편이라고 해도 평정시에 들어선 이상 왕이여도 허리를 굽혀야 할 거야. 이 곳에서 내 말이 곧 정답이고 법이야! 누구도 나와 맞서질 못한다고! 네 권력이 아무리 강해도 그저 청해에만 그칠 뿐이야. 평정시까지 손댈 생각은 꿈도 꾸지 마!"역시 날뛰는 자구나...염구준은 오른손을 내밀었고 무형의 기운이 손바닥에서 천천히 회전했다. 그는 이엄웅을 담담하게 쳐다보며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손을 댈 수 있는지 궁금해? 그럼, 어디 한번 보여줄게!"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손바닥을 가볍게 쥐었다.‘펑!’사무실 소파에 앉아 있던 이엄웅은 온몸을 갑자기 떨었고 가슴팍에 마치 묵직한 공격을 받은 것처럼 손바닥 모양의 깊게 파인 자국이 생겼다.흉골 파열과 내장 압박으로 인해 그의 입가에는 피가 뿜어져 나왔다!"지금 내가 어디까지 손을 뻗을 수 있는지 알겠어?"염구준은 고통에 휘말린 이엄웅을 보며 손바닥에 점차 힘을 실어서 넣었다. 그의 눈빛은 아까보다 더욱 차가워졌다."쓸데없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 밖에서 월급을 달
광부의 권리는 무엇인가?당연히 그들의 월급이고 그들의 피땀이 어린 돈이다!"월급을 줄게요. 지금 바로 광부들에게 월급을 줄게요!"이엄웅은 바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뼈가 부러진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소리 질렀다."월급을 모두 그들에게 주고 손 씨 그룹에서 전달한 복지 대우도 그들에게 모두 주겠습니다!""대답은 그래도 깔끔하게 하네."염구준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허공에 멈춘 손을 흔들었다.‘쓱!’이엄웅의 몸은 마치 줄 끊어진 연처럼 저도 몰래 눈에 보이지 않는 강력한 힘으로 인해 날아갔다. 그리고 아주 정확하게 사무실 구석의 금고 앞에 떨어졌다!"아이고, 아파, 아파..."이엄웅은 아픔으로 인해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열쇠를 꺼냈다. 그리고 지문과 홍채 검증을 마치고 천천히 금고를 열었다.셀 수 없는 한 무더기의 지폐와 몇 개의 정교한 모양새의 명품 시계, 그리고 희귀 금속으로 만들어진 넥타이 단추까지, 총가치는 아마 5억 원을 훨씬 넘을 것이다!"1억원, 2억원, 3억원..."이엄웅은 무릎을 꿇고 금고에 있는 지폐를 모두 꺼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옆에서 발버둥 치며 울부짖는 진강규를 보며 연달아 욕설을 퍼부었다."금강, 죽은 척하지 말고 어서 와서 도와줘! 돈이 너무 많아서 옮길 수 없어!"진강규는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그의 두 손과 손목은 이미 모두 부서졌고 이엄웅보다 더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이엄웅은 그의 사장이니 조금이라도 숨이 붙어있는 한 이엄웅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어이구, 어이구..."두 사람은 숨을 헐떡이며 거의 바닥에서 구르다싶이 현금 더미를 사무실에서 옮겼다. 그리고 사무실 밖의 복도를 따라 천신만고 끝에 엘리베이터도 돈을 운반하고 아래층으로 향했다.약속을 지키기 위해 광부들에게 월급을 지급해야 한다!...사무실 건물 앞."저, 저 사람은... 이 사장님?!"70여명의 광부가 엘리베이터 입구에서 기어 나오는 이엄웅을 멀리서 보고 휘둥그레졌다. 그들의 얼굴에는 믿
이엄웅은 광부들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목숨을 일을 것 같아서 얼른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그는 통곡을 하며 광부들에게 미친 듯이 절했다. “여러분의 돈을 횡령한 나는 인간도 아닙니다. 지금 돈을 가져왔으니 10개월치 월급을 줄게요. 그리고 손 대표님과 염 부장께서도 여러분의 월급을 20% 상승해서 주라고 했어요. 이건 여러분이 마땅히 받아야 할 돈입니다.” 그는 말을 마치고 감히 1초도 지체하지 못하고 금강과 함께 돈을 들고 홀로 나왔다. “헐…….” 눈앞의 광경을 본 광부들은 입이 떡 벌어졌다. ‘이게 예전에 난폭했던 이엄웅 맞아? 염 부장 앞에선 한 마리의 개보다도 못하다니!’ “염 부장 만세!” 사람들 중에서 누가 먼저 외쳤는지 모든 광부들이 함께 외치기 시작했다. 현장의 분위기는 갑자기 절정에 달했다. “손 대표님 만세! 손씨 그룹 만세! 만세!” 만세를 외치는 것 외에는 그들의 심정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10개월의 임금을 주지 않다니. 그들이 베풀었던 피와 땀, 지금껏 받아왔던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폭발했다. “나와 가을이는 여러분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염구준은 천천히 광부들 앞으로 다가가더니 손가을의 손을 잡고 광부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당신들의 임금은 반드시 발급합니다. 하지만 지금 더 중요한 일이 있어요.” 항도광산 제9광구의 사무실 앞은 웃음바다로 변했다. “생산 1팀의 장부귀는 기본 월급 700만 원에 보조금 500만 원, 총 1300만 원.” “생산 2팀의 양건 파는 기본 월급 700만 원에 보조금 400만 원, 총 1100만 원.” “한복생…….” 반시간이 걸려서야 모든 광부들의 월급을 지급했다. 광부들은 돈을 안고 격분한 얼굴로 염구준과 손가을을 바라보며 마음속의 고마움을 말로 형용할 수가 없었다. 10개월이나 월급을 지급하지 않아 그들의 생활은 엄청 어려웠다. 아이들의 학비, 부모의 의료비, 가정의 생활비가 그들을 억누르고 있는 큰 산 같이 그들이 숨을 쉴 수 없게 만들었다.그러나 지금
“오늘부터 당신이 손씨 그룹에서 맡은 모든 직무는 전무 해임이야. 그러니까 영원히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 “꺼져!” 이엄웅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온몸에 핏자국이 얼룩덜룩한 진강규와 싸움꾼들은 조금도 망설이지 못하고 광부들의 욕설에 의기소침하게 도망쳤다. “염…… 염 부장님, 손 대표님.” 이때 임영철이 사람들 속에서 나와 이엄웅 등인이 도망가는 것을 보고 염구준과 손가을을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사장님…… 아니지, 이엄웅이 갔으니 이제 누가 우리 광구를 책임지는 겁니까? 지도자가 없으면 누가 우리를 데리고 일을 합니까?” 염구준의 마음속에는 이미 계획이 있었다. “이 일에 대해서는 여러분의 의견을 참고할 생각입니다.” 그는 아내의 손을 잡고 광부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본부에서는 더 이상 광구의 관리에 개입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래서 신임 책임자는 여러분이 스스로 선출해서 인수부서에 등록하게 할 계획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지금 얘기해 보시죠. 책임자로 누가 적합할 것 같습니까?” ‘자체 선거?’ 광부들은 한참 멍하니 있다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흥분해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보다 더 좋은 대우가 어디 있겠어? 자발적인 선거라면 당연히 가장 적합한 책임자를 선택해야 해. 반드시 광구의 업무절차와 그들의 모든 수요를 잘 아는 사람을 선택해야 해.’ “저흰 임씨 아저씨를 선택하겠습니다.” “맞아요. 비록 임씨 아저씨가 나이가 많지만 광산에서 20여 년을 일했고, 광산 지역의 사무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서 우리도 그를 맏형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영철아, 너희 아버지니까 네가 말해봐. 어르신의 몸은 괜찮으셔? 우리를 지도하는데 문제가 있어?” ‘광부들이 추천한 임씨 아저씨가 임영철의 아버지라니? 그럼 우리 편이잖아?” “영철아.” 염구준은 미소를 지으며 임영철을 향해 손짓했다. “모두의 의견이니 임씨 아저씨가 새로운 책임자로 맡아줬으면 해. 어르신의 건강상황은 어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
염구준을 향해 날아오는 것은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금강 방망이 한 개 뿐이었다. 기운의 량으로 보아 세 명의 힘이 전부 들어있는 게 분명했다.이건 베르 일행이 전력을 건 최후의 일격이었다.쾅!한 자루의 검과 한 개의 방망이가 충돌하며 눈부신 불꽃을 일으켰다.폭발적인 에너지가 주변에 퍼져나가며 양측은 잠시 균형을 이루었다.세 사람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막았다! 얼른 보트 준비해, 후퇴한다!”베르의 창백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루카와 슈카 역시 서로 부축하며 일어섰다.이미 힘이 고갈된 지라 그들의 얼굴엔 혈색도 없었고, 기운조차 미약했다.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였다.“하압!”염구준은 팔에 힘을 주어 금강 방망이를 밀어내려 했지만, 방망이가 꼼짝도 하지 않는 걸 발견했다. 이 전법은 오묘했다. 상대방이 시전하고 조종하지 않아도 타겟을 쫓아 움직이는 것처럼 홀로 움직였으니까 말이다.이대로라면, 몸이 먼저 나가떨어질 판이었다.베르는 떠나기 전에 염구준을 보며 독한 말을 남겼다.“염구준, 자만하지 마라. 스텔라성은 아직 남아 있으니까. 돌아가서 강자들을 전부 불러와 널 죽여주지.”“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얼음처럼 차가운 염구준의 목소리에 모두가 몸을 살짝 떨었다.이미 흑풍의 사태로 배운 바가 있었기 때문에 염구준은 적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흥, 말은 누구나 하지. 하지만 나중에 지키지 못하면, 네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걸?”베르는 비웃으며 염구준의 말을 맘 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자신의 필살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염구준은 검을 쥔 양손을 살짝 옆으로 움직이며, 손을 놓았다.우웅!그러자 구자검은 더 이상 금강 방망이와 대치하지 않고, 잔상을 남기며 쏜살같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같은 시각에 금강 방망이 역시 미친 듯한 속도로 염구준의 왼쪽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이건 자신의 목숨으로 적의 목숨을 바꾸는 방식이었다.꽈악!염구준
“염 선생님, 저희가 가서 막을까요?”노신기는 갈등하며 조심스레 물었다.비록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염구준 덕분에 얻은 것이 많았기에 돕고 싶어서였다.“아니요.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대형 방패를 계속 내리쳤다.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노신기 일행의 실력으로는 개입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염구준은 잘 알고 있었다. 가봤자 죽을 게 분명하다는 것도 말이다.한편, 전장의 중심에 선 세 사람은 자신들이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해있으며, 살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죽을 각오로 덤벼!”쾅!베르의 눈엔 살기가 가득했다. 손에 쥔 대형 방패는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며 산산이 부서졌다.그의 피로 물든 두 손에는 어느새 짧은 단검이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으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하지만 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얕은 두 줄의 상처뿐, 역시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일반적인 공격은 염구준에게 통하지 않았다. 과거, 염구준이 육체의 한계를 돌파한 리아성전의 전주를 쓰러뜨린 것도 필살기와 정제된 진기 덕분이었었다. 심지어 한 번에 쓰러뜨린 것도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싸웠었다.육체가 극한으로 강해진 상대를 쉽게 이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베르를 걷어차 밀어낸 뒤, 곧바로 루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세 명을 상대할 때 가장 확실한 방식은, 하나씩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젠장!”염구준이 갑자기 타겟을 바꿀 줄 몰랐던 루카는 급히 막아섰지만 한 칼에 밀려났고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강자들의 승부는 한 수, 한 수가 치명상이라 조금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베르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하고 이를 악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삼절진을 쓰자!”두 형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베르 뒤로 이동한 뒤, 손을 그의 등에 얹었다.이 필살기에 승패가
베르 세 사람을 포함해 이 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조차 염구준이 쓰는 게 무슨 전술인줄 몰라 어리둥절해졌다.방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행위는 자살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건방지긴!”“내가 막을 테니 너희는 죽을 힘을 다해 공격해!”이에 베르의 일그러진 얼굴에는 약간의 기쁨이 섞였다. 그는 달려오는 염구준을 보며 포효하듯이 명령을 내렸다. 해저에서의 전투 경험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특별히 제작한 대형 방패로 염구준의 공격을 최소 서른 번은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쾅!그러나 시작에 불과한 염구준의 첫 공격에 베르는 몇 걸음이나 밀려났고, 방패엔 반 치 정도 깊이의 칼자국이 선명히 새겨졌다.이 방패는 염구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베르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라 다른 것보다 더욱 단단하고 두꺼웠다.텅텅!루카와 슈카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염구준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박아넣었다.손목에 힘을 잔뜩 실은 터라 염구준의 호체진기를 가뿐히 뚫었지만 몸에는 옅은 상처밖에 내지 못했다.아무리 힘을 더 실어도, 더 깊숙이 찌를 수가 없었다.“육체의 극한까지 도달했다고?”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은 일제히 감탄을 내뱉었다.두 명의 최강 반보천인의 공격을 오직 맨몸으로 버텼다는 것부터 염구준의 육체가 이미 극한까지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쾅! 쾅!염구준은 루카 형제의 공격을 거의 무시한 채, 계속해서 베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공격이 계속 되면서 방패에는 칼자국이 점점 더 많아졌고, 베르도 연달아 밀려났다. 이 엄청난 충격력에 그의 손바닥은 결국 찢어져 버렸고,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공격 안 해? 밥 안 먹었어?”베르는 체내의 기혈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그제야 그는 그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 했음을 깨달았다.‘방패가 30번의 공격을 버틴다고 해도 내가 버티지 못해.’염구준의 몸이 반보천인의 극한에 다다른 이후, 방어력 뿐만 아니라 힘도 강해져서 전보다 공격이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
비록 인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베르 일행이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여러 가문을 합쳐서 겨우 20명이 살아서 돌아오고 나머지는 심해에서 전사했다.신비한 생물체가 공격하는 바람에 또 한 번 참담한 손해를 보았다.“빨리 출발해!”베르는 선박에 올라오자마자 부하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지금 그의 안색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정예병들을 잃고 강력한 조력자 세라까지 잃었는데, 고작 가짜 옥패를 찾다가 죽을 뻔했다.“출발해. 바다 화산이 곧 폭발할 거야!”“우리도 스텔라성이 복수하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한다!”다른 가문에서도 각자 선박과 잠수함을 타고 먼 곳으로 향했다.바다 밑의 움직임이 너무 커서 그들도 휘말릴까 봐 너무 무서웠다.지금 해수면에 남은 사람은 노신기와 아타의 선박뿐이었다.그들은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렸다.저런 인간들도 살아서 돌아오는데 대단한 실력을 가진 염구준은 무조건 살아서 돌아올 거라 굳게 믿었다.“문주님, 소용돌이가 나타났어요.”선박에서 누군가 소리를 쳤다.“소용돌이?”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소용돌이가 점점 거세게 번지는데 이러다 선박 세 척까지 삼켜버릴 것 같았다.또 위기가 닥치자 그들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아타 장로님, 저기…!”노신기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뒷말을 흘렸다.솔직히 그도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싶지만 이러다가 백 명의 부하들이 전부 죽을까 봐 걱정되었다.“일단 철수하고 소용돌이가 사라지면 보트로 찾으러 오죠.”아타도 급속하게 퍼지는 소용돌이를 보고 일단 명령을 내렸다.해수면이 올라오면서 작은 섬들을 완전히 삼키고, 멀지 않은 곳에서 소용돌이가 미친듯이 주변을 삼켜 버리기에 이러다 정말 전멸할 것 같았다.노신기가 베르에게 다가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염 선생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하하하, 당연히 내가 죽였지!”베르는 바다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웃으면서 빌어먹을 허영심 때문에 또 허풍을 떨었다.당시 현장은 난장판이라 제대로 본 사람은 얼마되지 않
밖에서 보면, 절벽이 곧 무너질 것처럼 거세게 흔들렸다.게다가 바닥에서 진흙과 모래가 일면서 시야까지 가려, 앞에 무엇이 있는지 어느 방향인지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하하하, 염구준이 동굴에 묻혔으면 틀림없이 죽었을 거야.”이미 추동 장치로 수십 미터 올라간 베르가 유난히 신나게 웃고 있었다.염구준이 이곳에서 뼈가 부서지고 연기처럼 사라지길 바랬다.촤아아!그런데 기뻐한 지 10초도 되지 않아, 한 그림자가 혼탁한 바닷물을 뚫고 나타난 것이었다.염구준이 아니면 누구일까?“흥, 추동 장치도 없는데 수천 미터나 되는 심해에서 어떻게 올라오나 보자.”베르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더니 더는 염구준을 상관하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동굴 밖으로 나온 염구준은 마치 지옥에 온 것 같았다.검붉은 암장이 소용돌이치고 모래벌레들이 꿈틀거리며 사방을 헤엄치고 대왕 오징어도 균열을 뚫고 심연으로 빠져나왔다.이곳의 기괴한 생물체들도 도망치느라 인간을 봐도 공격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동굴 밖에 나와서도 바다의 화산이 폭발하는 위기에 처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지금 잠수 장비와 추동 장치는 없고 산소통만 남는데 몇 숨만 쉬면 바닥날 것 같았다.갑작스러운 변고로 아래로 흡수하는 암류가 사라져서 올라가기 쉬웠지만 그래도 시간이 한참이나 필요했다.어쩌면 해수면으로 올라가기 전에 암장에 삼키거나 익사해 죽을 것 같았다.‘방법이 있어.’문뜩 좋은 방법이 생각난 그는 빠른 속도로 심해 모래벌레의 둥지로 향했다.그곳에 죽은 무술인들의 잠수 장비를 찾아볼 생각이었다.슈우웅!얼마 가지 못하고 지면이 점점 격렬하게 움직이며 대량의 암장이 사방으로 흘러나왔다.바다의 화산이 제대로 폭발한 것이다.분화점에서 가장 가까운 모래벌레 둥지는 순식간에 암장이 덮쳐버렸다.“뭐야. 나랑 해보자는 거야?”왠지 모든 불리한 요소들이 전부 염구준을 향하는 것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심해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 놀아나다가 죽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방금 전에 심해 눈물의 덕
신비한 생물체는 춤을 추듯 물속을 떠다니더니 공의 명령을 받았는지 우르르 몰려서 베르 일행을 공격했다.“공격을 멈추지 마세요!”두통이 밀려온 베르는 명령을 내리고 곧장 동굴로 도망쳤다.일부 무술인들도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각자 도망치기에 바빴다.생물의 정체와 아직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기에 일단 도망치는 것이었다.“살려줘요!”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세라는 베르가 도망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데려가길 바랐다.그런데 본인만 챙기느라 누구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일단 한 걸음만 뒤처져도 바로 죽기 때문에 누구를 도울 여력이 없었다.“아악!”운이 나쁜 무술인들은 대량의 생물체에 공격당해 비명을 지르다 백골이 되어버렸다.그리고 몸에 한두 마리씩 들어간 무술인들은 경련을 일으키다 바로 기절했다.기괴한 생물체는 공격력은 약하지만 일단 몸에 닿으면 방어할 틈도 없이 살해했다.곧 도망친 사람들은 살아남고 늦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전부 죽어버렸다.지금 심해에 염구준이 혼자 남았으니, 반투명한 생물체들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조금만 더!”염구준은 천천히 흐르는 심해의 눈물을 초조하게 바라보면서 여러 번이나 검기를 휘둘러 생물체를 제거했다.아무리 극한 반보천인이라고 해도 이름도 모르는 생물과 억지로 맞서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감당하지 못하면 백골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니까.슈슈슝!신비한 생물체가 죽는 족족 살아 있는 생물체들이 계속 헤엄치며 다가왔다.염구준이 검을 휘둘러 죽일 때마다 더 많은 생물들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마치 그의 피와 살을 모조리 먹어 치울 기세였다.그래도 염구준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자신을 보호했다.그때 일부 생물체는 그가 방심한 틈을 타서 몸으로 스며들었다.“이것들이 정말 끈질기네.”염구준은 체내의 불 원소의 힘으로 몸 겉면에 황금색 화염을 형성했다.심해에서 불 원소의 힘은 압박을 받아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생물체를 제거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치지직!그에게 접근한 생물체는 엄청
베르는 동시에 방어한다면 염구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하나씩 파괴되는 것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아아아악!”염구준의 검은 여전히 날카롭게 베르의 방어벽까지 쉽게 깨 부셨다.갑자기 대량의 에너지를 사용했더니 구자검이 전처럼 날카롭게 움직이지 않았다.“반격!”이때다 싶어 베르는 다섯 명과 함께 기운을 끌어올려 반격에 나섰다.쿵!맹렬한 공격으로 쌍방은 각자 뒤로 물러서고 그 충격으로 수중에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동굴이 심하게 흔들렸다.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미처 방어벽으로 막지 못해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잠수 장비가 깨지고 심해의 수압에 경련을 일으키다 익사했다.그 장면을 본 일부 무술인들은 괜히 끼어들다 죽을까 봐 한참 뒤로 물러섰다.돌기둥에 돌아온 염구준은 아직도 심해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이렇게 귀한 물건을 낭비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산소통을 빼앗아 검으로 자르고는 거기에 담기 시작했다.심해의 눈물이 워낙 밀도가 강해서 산소통의 물이 알아서 흘러나왔다.그때 전체 동굴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아아악!”또 갑작스럽게 닥친 변고에 다들 주변을 경계했다.베르의 표정은 가관이었다.눈앞의 강적도 죽이지 못했는데 또 알 수 없는 위험이 닥쳐서 미치고 팔짝 뛸 것만 같았다.“불꽃으로 비춰!”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몇몇 불꽃이 위를 비추었다.대부분 부하들은 가방에 보물을 하나라도 더 쑤셔 넣으려고 전등이나 불꽃을 만드는 장비를 전부 던졌다.불꽃이 이동할 때마다 주변을 비추었는데 위험한 생물체는 보이지 않았다.대신 아무런 상처도 없는 죽은 시체가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그것을 본 순간 불길한 느낌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적의 정체를 모르니 아무리 힘이 있어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응?”염구준도 수상한 기운을 느끼다 갑자기 누군가 숨통이 끊어지는 것을 감지했다.죽은 모습은 전에 보물을 찾으러 왔던 무술인들의 시체와 증상이 똑같았다.‘엄청난 생명이 움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