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도 가빠졌다.고은영은 본능적으로 배준우를 밀쳐내고 싶었다.그녀의 손이 그의 뜨거운 가슴에 닿자,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착하지, 가만히 있어.”고은영은 너무 놀라 온몸이 떨렸다. 배준우는 이번엔 그녀를 진짜로 가만두지 않을 생각인가 보다.뜨거운 키스, 배준우와 고은영은 둘만의 깊은 세상에 빠졌다.........말은 양면으로 나뉜다.배씨 본가.량천옥은 나태웅이 재무팀과 변호사를 데리고 온 걸 보고는 이를 악물었다.하지만 지금 배항준이 옆에 있기에 감히 내색하지도 못하고 장항 프로젝트를 모두 그들에게 넘겨 주었다.나태웅의 변호사와 재무팀은 모든 서류를 꼼꼼히 확인하고 다시 량처옥에게 추가 서명을 받은 뒤에야 모든 인수인계가 완료 되었다. 하지만 량천옥은 여전히 내키지 않는 듯한 태도로 서명했다.그녀는 지금까지 이렇게 무기력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짓눌려 조금의 반항도 하지 않는다니. 아무리 내키지 않아도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참을 수 밖에 없다.“다 됐습니다. 협조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나태웅은 변호사에게 서류를 건네며 공손하게 말했다.그러나 그의 이런 공손한 말투가 량천옥에겐 비아냥거리는 듯한 말로 들린다.그녀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몸을 돌려버렸다. 나태웅을 전혀 상대하지 않은 듯했다!비록 지금 배항준과 사이가 틀어지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화나는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그동안 F국에 그렇게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데, 결국엔 배준우에게 뺏겼으니 그가 정말 괘씸했다.나태웅은 모든 인수인계를 마치고 재무팀과 변호사팀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이제 만족하시나요?”량천옥이 배항준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얼마 전까지 자주 병원에 입원해 있던 배항준이, 지금 이렇게 의가양양한 모습을 보면 얼마 전에 중병에 걸린 사람의 모습 같지가 않았다.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정말 아팠던 걸까? 혹시 아니면 그녀에게 뭔가 숨기는 게 있는건 아닐까?의심이 문이 일단 열리
“아니, 지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예요? 지금 날 배씨 집안에서 쫓아내기라도 하겠다는 건가요?”량천옥은 완전히 참을 수 없었다.량알이 배항준과의 사이가 틀어져서는 안 된다고 거듭 말했어도 말이다.그녀 마음속의 마지노선인 천의까지 들먹이자 더는 참을 수 없었다.천의, 그녀는 항상 자기 소유라고 생각하고 배윤을 위해 열심히 운영해 왔다.그런데 갑자기 그녀더러 물러나라니? 대체 무슨 뜻인건가!설마, 정말 밖에 여자라도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 여자와 아이도?동영 그룹은 이미 배준우의 손에 들어갔고, 설마 그 여자에게 아무것도 남겨 줄 게 없을가봐 천의를 내놓으라는 건가? 그럴 거야, 분명히 그럴 거야!이런저런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자 량천옥은 점점 숨이 막혀왔다.동시에 그동안 잡고 있던 모든 이성의 끈이 완전히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배항준은 차갑고 엄숙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우리 사이에, 네가 이럴 얘기를 과하게 할 자격은 없는 것 같다.!”“내가 자격이 없다고요?”“장항 프로젝트는 배씨 가문 장남인 준우에게 주는데, 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걸 붙잡고 있으려고 해? 응? “한 글자 한 글자, 날카롭고 카리스마 있는 말투로 말했다.마치 높은 자리에 있는 왕처럼 말이다. 지금 량천옥의 모든 반항이 다 가소롭게 느껴졌다.량천옥은 멍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요 몇 년 동안 처음으로 그가 이런 말투로 자신에게 말했다.그는 정말 변했다.량천옥은 진짜 량일의 말처럼, 그가 밖에 다른 여자가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량천옥은 크게 심호흡하고 말했다.“내가 자격이 없어요? 그럼 이 수년간 난 도대체 뭐였는데요?”“........”“난 윤이도 낳아줬다고요!”“그게 왜? 윤이가 계속 내 애들이라고 강조하는데. 나한테 아들이 윤이 하나야?”“당신.....”“준우랑 지영이도 다 내 자식들이야!”하지만 배항준은 더욱 날카롭게 말했다.그리고 그의 이런 잔인한 말이, 량천옥을 철저히 지옥으로 처넣었다.그녀는 한
장항 프로젝트를 마침내 손에 넣었다.어차피 넘겨줄 거면서 이렇게까지 오랜 시간을 끌다니! 그러자 배준우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말했다.“결혼식 날짜 잠시 연기 한다고 보도 내보내.”결혼을 미룬다는 말에 나태웅은 깜짝 놀랐다.“연기한다고? 약속대로 취소가 아니고?”순간 나태웅의 머릿속에 방금 고은영과의 통화가 스쳐 지나갔다. 고은영이 왜 그런 전화를 했는지, 그제야 알았다.배준우가 어찌 고은영과의 결혼을 취소할 수 있을까? 그녀는 이미 임신도 했다.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여자인데, 어떻게든 결혼식은 선물해 주어야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그가 모든 것을 컨트롤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은영과 안지영은 까맣게 모르고 있다.“응, 얼른 연기해!”배준우는 담담하게 말했다.“회장님 쪽에서 이 소식을 듣게 되신다면 틀림없이 또 화내실 거야.”지금 배씨 집안 쪽에도 관련이 있으니, 고은영과 배준우의 사이가 계속 얽혀있다면그건 량천옥과 배항준에게 매우 불리할 것이다.일은 량천옥이 일으킨 것이지만, 두 사람은 하나이니, 손해도 같이 볼 것이다.“그건 그쪽 일이고!”배항준이라는 말에 배준우의 말투는 순간 차가워졌다.그러자 나태웅이 웃으며 대답했다.“하하. 그래!”그건 확실히 배항준의 일이다.그동안 배준우가 배항준 앞애서 뭔가 목표를 딜상히려 할 때, 배항준도 그의 뜻을 그리 쉽게 따라주지 않았다.전화를 끊고, 배준우는 차가운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았다.고은영은 낮잠을 잔다더니 밤 9시까지 잠을 청했다.그녀는 정말 너무 피곤했다.배준우의 체력이 너무나도 좋은 데다, 전에 한 첫 경험밖에 없었기 때문에, 아직 조금 아플 것이다.”그녀가 몸을 돌려누웠을때, 남자의 맑은 윤곽이 눈이 들어왔다.“우~”고은영은 아파서 신음소리를 계속 냈다.배준우는 그녀가 손을 모으고 있는 모습에 다정하게 걱정하며 말했다.“왜? 많이 아파?”고은영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방금 전 화면을 생각하면, 그녀는 처음엔 저항하지 못하다가 마지막엔 아주 주동적으
고은영은 한 입 맛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하하. 그렇게 맛있어?”“네, 맛있어요. 한 번 드셔보실래요?”“그래!”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고은영은 한 숟갈 크게 뜨고는 뜨겁지 않게 불어서 배준우의 입가에 갖다 댔다.배준우가 전에 어머니와 함께 살았을 때도, 그의 어머니는 이런 음식을 해주지 않았다.그래서 그는 서양식 입맛에 가까웠지만 고은영은 밀가루 음식을 더 좋아했다. 옛날에 처음으로 스스로 만들었던 요리도 면 요리였다. 비록 잘 만들진 못했지만.....!“맛있어요?” 그녀는 배준우에게 먹여준 뒤, 기대에 찬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괜찮네.”가장 신선한 고기로 만든 만두와 닭고기로 낸 육수가 아주 잘 어울리는 담백하고 진한 맛이었다.“거 봐요. 내가 맛있다고 했잖아요.”“맛있어도 너무 많이 먹지 마. 시간이 너무 늦어서 내일 배 아플 수도 있어.”배준우가 말했다.“네, 그럼 이 한 그릇만 먹을게요.”“.....”설마 말 안 했으면 두 그릇을 먹으려 했나?그녀의 작고 마른 몸집을 보면, 그동안 먹었던 그 많은 음식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의문이었다.그의 생각엔 고은영은 적게 먹는 편이 아니었다.지금 고은영은 기분이 아주 좋았다. 오후에 배준우와 나태웅이 자신에게 했던 일들을 완전히 잊고 있었다.........배씨 가문 본가 시점.결혼 취소가 아니라 연기라는 소식을 들은 배항준은화가 나 핸드폰 땅에 던져버렸다.“이 망할 놈!”연기한다고? 설마 정말 그 계집애랑 결혼할 생각이란 말인가?량천옥도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봐요. 내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했잖아요. 아들이요? 마치 날 나쁜 인간 취급하면서 말하더니, 지금은 어때요? 누가 민감하게 행동하는 거예요? 누가 신용을 지키지 않고 있냐는 말 입니까!”장항 프로젝트는 이미 넘겼지만, 배준우 쪽에서는 고은영과의 결혼 취소를 발표하지 않았다.아마 배준우는 그들에게 또 다른 요구를 해올 것이다.배항준은
고은영은 방금 휴게실을 다 정리했다.그때,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는데, 보니 낯선 번호였다.“여보세요.”“은영아, 엄마야.”수화기 너머로 조보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의 목소리에 고은영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바로 전화를 끊으려 했다.그러자 조보은은 조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끊지 마. 전화 바로 끊지 마.”“무슨 일 인데요?” 고은영이 차갑게 물었다.“나 지금 병원에서 퇴원 못하고 있는데, 한 번 와 줄 수 있어?”“가서 병원비 결제하라고요? 절대 안 가요!”고은영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녀는 겁은 많았지만 멍청하지는 않았다.누가 자신에게 잘해 주고, 누가 못해 주는지, 그녀의 마음속에는 저울이 있다.조보은은 어릴 때부터 그녀에게 트라우마를 생기게 했던 사람이다. 그러니 지금 조보은이 어떤 부드러운 수를 쓴다 해도 고은영은 절대 거기에 속지 않을 것이다.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녀의 말에 조보은은 더욱 초조해졌다.“네가 안 오면 난 어떡해? 병원에 60만 원이나 넘게 빚졌는데! 게다가 네 친구가 날 이렇게 만든 거잖아. 너가 책임져야지.”“내 친구도 다쳤어요.”고은영은 담담하게 말했다.“난 아예 때리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다쳤다는 거야?”조보은은 원래 안지영을 고소하려 했는데, 안지영도 다쳤다는 고은영의 말에 그 생각이 깨졌다.그녀는 원래 만약 고은영이 병원에 나타나지 않으면 안지영을 고소하겠다고 말할 생각이었다.그러나 고은영이 지금 이렇게 말하니, 그 말을 감히 꺼내지 못했다.강성이 자신한테 익숙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조보은은 평생 제멋대로 하며 사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데, 강성에서 이렇게 큰 손해를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아무튼 병원 진단서도 있어요.”조보은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고은영이 어찌 모를 수가 있겠는가!그녀가 좋은 말로 할 때 그녀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바로 돌변해 협박하기 시작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그래서 고은영은 그녀에게 협박할 거리
조보은의 이런 성화에 그녀도 짜증이 났기에 고은영은 결국 전화번호를 바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차피 그녀는 업무가 바쁜 사람도 아니고, 친구도 많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번호를 바꾸는 건 아주 간단한 일이었다.........전화기를 내려놓자마자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고은영은 끊어버리려 했지만, 번호를 보니 정씨 어르신이였다.“영감님!”“점심에 다녀왔다 가!”수화기 너머에서 정 씨 어르신의 엄숙한 목소리가 들렸다.그러자 고은영이 조심스레 물었다.“혹시 무슨 일 있는건가요?”간단히 밥만 먹으려고 부르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정 씨 어르신은 그녀에게 정확히 무슨 일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내가 기사 보낼 테니까 혼자 와. 그 녀석을 데리고 오지 말고.”혼자 오라고 하는 걸 보면 분명 그녀와 단독으로 할 얘기가 있는 것 같았다.“네, 알겠어요.”고은영은 엉겁결에 침을 삼키고 대답했다.그러자 정씨 어르신은 바로 전화를 끊었고, 고은영은 검은 전화기 화면을 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배준우는 오전 내내 바빴다.중도에 진청아는 직접 과일을 고은영에게 갖다주었다. 배준우가 시킨거라고 했다.고은영은 과일을 살펴보니, 모두 평소에 그녀가 너무 비싸서 사지 못했던 과일들이었다.“저, 저 먹으라고요?”고은영은 다소 놀란 얼굴로 진청아를 쳐다보았다.방금 진청아가 한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 과일들을 먹으라고?설마 배준우 자신이 먹고 싶어서 사 오라고 한 건 아니겠지?진청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이 많이 사라고 하셔서요. 얼른 좀 드세요.”과일이 엄청 많았다!체리와 딸기, 그리고 망고스틴까지 각각 한 상자씩 있었다.고은영은 침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 특히 망고스틴은 예전에 안지영에게 그녀에 사주었던 과일이다.그 한 번만으로 그 새콤달콤한 맛을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다.하지만 안지영은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자주 사지는 않았다.“정말 먹어도 돼요?”고은영은 여전히 머뭇거렸다.
고은영이 눈치를 보는 모습에 배준우는 웬지 모르게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그동안 얼마나 고생하면서 살았길래?아니면 그 여자 때문에 큰 트라우마를 갖고 있나? 그래서 지금 무슨 일을 하든 이렇게나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건가?배준우는 앞으로 다가가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앉혔다.고은영은 순간적으로 온몸이 뻣뻣해졌고, 어젯밤 그와의 일이 생각이 났다.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개졌다.“얼굴이 왜 이렇게나 빨개? 어디 아픈거야?” 배준우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말하며 그녀의 이마에 손을 갖다 댔다. 그녀도 잔병치레가 많은 체질이다.지난 이틀 동안 그녀가 계속된 고열로 고생한 걸 생각하니 배준우는 걱정이 되었다.“아니요. 아픈 데 없어요.”고은영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너 몸 약하잖아.”“아니에요. 저 지금 엄청 건강해요. 그냥 1년에 한 번만 고열이 나는 것 뿐이예요.”고은영이 말했다.배준우의 곁에 있으면서, 최고의 의료 조건에서 치료받으니 2, 3일만에 바로 나았다.예전에 어렸을 때 할머니와 살 때, 한 번은 며칠씩이나 고열을 앓아서 할머니를 놀라게 했다.당시 여러 가지 방법을 다 써 보았지만, 열은 내려가지 않았다!“근데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배준우가 물었다.그의 말에 고은영은 더욱 부끄러워 온몸이 다 화끈거릴 정도였다.“그 질문은 그만하시면 안 돼요?”“응?”배준우는 고은영의 불편함을 알아차렸고, 그녀가 왜 이러는지 그 이유도 대략 알 것 같았다. 그는 차가운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고 자기도 모르게 그녀에게 키스했다.방금 전에 고은영이 딸기를 먹어서 그녀의 입속엔 온통 딸기 맛이었다. 그 달콤한 향이 그를 더욱 취하게 했다.고은영은 심장이 너무 떨렸다. 그녀는 긴장한 듯 배준우를 밀어내며 말했다.“안, 안 돼요.”“응?”배준우는 결국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녀의 눈엔 붉은 핏줄이 보였고 호흡도 점점 가빠졌다.그녀의 서투른 모습에 배준우가 장난치듯 말했다.“내가 너한테 이러는 게 싫어?”그는
배준우는 곧 회의 시간이 다가오자, 얼굴 가득 수줍은 표정을 짓고 있는 고은영을 더 놀리지 않고 자리에서 그만 일어섰다.“저, 점심에 잠시 설림에 갔다 와야 할 거 같아요. 선생님이 잠깐 오라고 하셔서요.”“점심 때?”배준우는 눈썹을 치켜들며 물었다.오늘 점심에 그도 선약이 있다.“네. 선생님이 저 혼자 오라고 하셨어요. 기사님 보내주신다고 하셨어요.”“.......”정 씨 어르신이 직접 사람을 보내 그녀를 데려간다는 말에 배준우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배후에 정 씨 어르신이 있다는 걸 어찌 잊어버렸을까!“그래. 그럼 내가 끝나고 데리러 갈게.”배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네.”고은영도 고개를 끄덕였다.말하고 배준우는 바로 회의하러 나갔다.고은영은 푹신한 소파에 앉아, 여전히 화끈거리는 얼굴을 가볍게 톡톡 쳤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배준우가 방금 자신에게 한 행동으로 가득했다.설마, 정말 200억의 위자료를 안 주기 위해, 몸으로...?그럴 리가!배준우가 자신에게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고은영은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았다.그녀는 배준우와 자신은 전혀 다른 세상 사람이라는 생각을 항상 마음에 품고 있었다.........점심때, 어르신이 보낸 사람은 약속한 시간에 와서 고은영을 설림으로 데려갔다!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고은영은 조심스레 강 아저씨에게 물었다.“영감님 오늘 기분이 안 좋으세요?”“응. 오늘 아침 일어나시자마자 뉴스를 보시고 아침도 안 드셨어.”“무슨 뉴스 보셨어요?”고은영은 궁금했다.영감은 성질이 나쁜 것은 소문이 났다. 주변 사람들이 조금만 잘못해도 그를 화나게 할 수 있었다.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것들은 진실보다 거짓이 더 많다고 생각해, 한 번도 화낸 적이 없었다그런데 오늘도 한 통의 뉴스에 화가 났다니?“은영 씨랑 관련된 뉴스 내용이라 그래요.”“저요? 제가 또 왜요?”어젯밤부터 지금 까지 고은영은 핸드폰을 별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인터넷에
그 미남계에 안지영은 결국 어느샌가 넘어가고 말았다.장선명은 안열한테 안지영이 좋아하는 디저트를 가져오라고 했다. 안열은 그제야 두 사람이 사무실에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장선명은 다른 일로 바빠서 먼저 자리를 떠났다.안열은 디저트를 들고 오면서 안지영의 눈치를 보았다.“왜요?”“선명 도련님이 무슨 짓을 한 건 아니죠?”“잘못을 저질러놓고 나한테 무슨 짓을 한다면 그건 짐승이죠!”안지영이 씩씩대면서 얘기했다.그 말을 들은 안열은 입가를 씰룩이면서 얘기했다.“하지만 선명 도련님은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 아닌데요.”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면서 장선명이 잘못을 사과하는 건 본 적이 없다.장선명이 잘못을 했다고 해도 그건 없었던 일로 될 테니까 말이다.“...”안지영은 안열의 말을 듣고 눈썹을 꿈틀거렸다.‘그럼 아까 한 말도 거짓말이었나?’안열이 안지영 앞으로 와서 안지영 목에 난 키스 마크를 발견했다.안지영이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며 물었다.“왜 갑자기...”“도련님이 이런 방식으로 사과한 겁니까?”“네?”“격렬하네요. 이렇게 안 대표님을 입막음하다니...”“...”안지영은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아무리 둔감하다고 해도 안열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있었다.안지영은 얼른 핸드폰 카메라를 켜서 본인의 모습을 확인했다.목에 난 키스 마크들을 본 안지영은 그대로 숨을 들이켰다.“이...”하마터면 욕설을 뱉을 뻔할 정도였다.이 상태로 밖으로 나간다면 창피해서 얼굴을 못 들고 다닐 정도다.‘왜 하필 이런 집착남을 만나게 된 거지...’“좀... 과하긴 하죠?”안열은 안지영이 장선명 때문에 화가 나서 안열에게 화풀이할까 봐 약간 걱정이 되었다.오후 세 시가 되었는데 이제야 나오다니.두 사람이 얼마나 오랜 시간 붙어있었는지, 얼마나 격렬한 사랑을 나누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안지영은 단단히 화가 나서 케이크를 크게 한입 떠먹었다.안열은 장선명이 제대로 해명하지 않아 안지영의 화가 덜 풀린 것인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