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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or: 타로
장공주는 무심한 기색을 거두고, 무릎 꿇은 여인을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얼굴은 귀한 분을 발라 병색을 감추고 있었지만, 눈가의 붉은 실핏줄은 심청하의 좋지 않은 몸 상태를 숨기지 못했다.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처음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옅은 자주색 치마를 입고 있었지. 마치 나의 담장 위에 피어난 한 그루의 자주꽃 같았다."

"태의들은 모두 내 몸이 허약하니 천천히 보양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너만은 나서서 내가 중독되었다고 말했지."

"그때의 너는 누구보다 밝고 두려움이 없었다."

"자주꽃은 햇빛을 좋아하고 키우기도 쉽다. 본래는 보잘것없는 들꽃에 불과했지만, 씨앗을 어디에 뿌리든 금세 온 산을 뒤덮을 만큼 강인하게 피어나는 꽃이지."

"경성의 모든 사람이 너를 업신여겼지만, 너는 두 손과 은침 하나로 스스로를 증명했다."

"청하야, 혹시 충의후부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것이냐?"

심청하는 소해정이 회임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도 울지 않았다.

민구영이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알았을 때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장공주의 그 한마디에 심청하는 코끝이 시큰해지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하마터면 명문가 안주인으로서 지켜온 마지막 체면마저 놓아버릴 뻔했다.

처음 창오산에서 민구영의 목숨을 구한 뒤, 심청하는 수년 동안 매일 약선 요리를 직접 만들어 민구영의 몸을 보살펴, 마침내 원래부터 허약했던 그의 몸을 건강하게 돌려놓았다.

민구영을 위해 심청하는 걸음을 멈추고, 기꺼이 경성에 남아 그의 부인이 되었다.

원래 심청하가 바라던 삶은 스승님의 유지를 이어받아 사방을 떠돌며 세상을 누비는 것이었다.

사람을 살리고 병을 고치는 의원으로, 어디에 나타났다 사라질지 알 수 없는 신비로운 명의로 살아가는 것.

혼인한 삼 년 동안, 경성의 권세 있는 가문들은 어려운 병증이 생길 때마다 심청하를 찾아왔고, 심청하 역시 약상자를 들고 직접 왕진을 나갔다.

심청하는 뛰어난 의술 하나로 충의후부에 수많은 좋은 명성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심청하가 바라보던 사람은 변했고, 심청하 역시 더는 자신을 희생하고 싶지 않았다.

허니 스승이 보지 못했던 풍경을 이제는 심청하가 직접 보러 갈 것이다.

심청하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추한 일로 마마의 귀를 더럽히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마마께서 제 뜻을 이루어주시기만을 바랍니다."

"저는 앞으로 햇빛을 좇는 자주꽃처럼 살아가고 싶습니다. 사방이 막힌 담장 안에서 시들고 싶지 않습니다."

장공주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잠시 한숨을 내쉬었지만 심청하가 화리를 원하는 이유를 더 묻지는 않고, 그저 돌아가 기다리라고 했다.

충의후부로 돌아온 심청하는 서재로 향해 민구영과 함께 정리해 엮었던 시집을 찾아냈다.

심청하는 손수건으로 손바닥을 감싼 뒤, 서책을 손수건째 화로 안에 던져 넣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 있던 자신이 직접 빚은 한 쌍의 흙인형도 바닥에 내리쳤다.

흙인형 밑바닥에는 심청하와 민구영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글자는 민구영이 심청하의 손을 잡고 직접 써준 것이었다.

심청하는 몸을 숙여 산산조각 난 흙인형을 주워 들곤, 손가락으로 으깨어 화로 안으로 던져 넣었다.

불빛이 심청하의 얼굴을 붉게 비추었다.

속눈썹은 가늘게 떨렸고, 억누르던 눈물은 끝내 뺨 위로 흘러내렸다.

민구영이 돌아왔을 때, 그가 본 것은 화로 곁에 웅크린 채 무릎을 끌어안고 하염없이 울고 있는 심청하였다.

순간 민구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급히 다가가 심청하를 품에 안고 걱정스레 물었다.

"청하야, 왜 그러느냐? 무슨 일이 있었느냐?"

"흙인형이 깨졌습니다. 없어졌습니다."

심청하의 눈은 붉게 물들어 있었고, 그 안에는 슬픔과 절망이 가득했다.

민구영은 그제야 긴장했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심청하가 무언가를 알아챈 줄 알았던 것이다.

민구영은 조용히 심청하를 달랬다.

"그게 무슨 큰일이냐. 나중에 다시 만들면 된다."

"예. 큰일이 아니지요."

그 말을 들은 민구영은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민구영은 손을 뻗어 심청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착하구나. 이제 울지 말고, 식사부터 하자꾸나."

"주방에 약선 요리를 끓여두라고 했다. 요즘 네 안색이 좋지 않으니 몸을 보해야 한다."

민구영이 심청하를 안아 옮기려 하자, 심청하는 고개를 저으며 비틀거리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인들이 보면 좋지 않으니 직접 걷겠습니다."

식탁 앞에서도 민구영은 하인이 건넨 그릇에 약선 요리를 덜어 심청하 앞에 놓아주었다.

"조금 뜨거우니 식혀서 먹어라."

민구영은 그릇을 내려놓은 뒤 젓가락으로 심청하가 평소 좋아하던 음식들을 하나하나 집어 담아주었다.

모두 심청하가 평소 좋아하던 음식들이었다.

심청하는 그저 민구영을 바라보았다.

그가 자신을 얼마나 깊이 아껴주는지를.

그러다 탁자 아래 숨긴 오른손으로 왼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 살을 힘껏 움켜쥐었다.

'거짓이다.'

'전부 거짓이야.'

심청하가 한참 젓가락을 들지 않자, 민구영은 웃으며 물었다.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이라도 있느냐?"

심청하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럼 오늘 외식은 어떠냐?"

"동료들에게 들었는데, 취선루에서 새로 나온 양고기 국이 맛있다고 하더구나."

"오늘은 시간이 있으니, 내가 데리고 가서 맛보게 해주마."

말을 마친 그는 심청하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섰다.

원래 심청하는 먹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혼인한 첫해에는 민구영의 손을 잡고 동쪽 성문에서 서쪽 성문까지 경성 곳곳의 맛집을 찾아다녔다.

경성 안 크고 작은 음식점을 하나씩 모두 맛보았다.

새로운 음식이 나온 곳이 있다면, 심청하는 반드시 가장 먼저 찾아가 맛을 보곤 했다.

민구영은 심청하를 위해 한 상 가득 음식을 주문하고 물었다.

"더 먹고 싶은 것이 있느냐?"

심청하가 대답하지 않자, 민구영은 심청하의 시선을 따라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곳의 밤과자 가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심청하와 함께 왕진을 다녀오는 길이면, 직접 줄을 서서 갓 만든 밤과자를 사다 주곤 했다.

그때의 심청하는 입가에 밤과자 부스러기를 묻힌 채 달콤하게 말했다.

"역시 부군이 제일 좋아요."

그러면 그는 심청하의 입가에 묻은 부스러기를 닦아주며 장난스럽게 물었다.

"내가 제일 좋으냐, 아니면 밤과자가 제일 좋으냐?"

'밤과자를 사다 준 지 꽤 오래되었군.'

그런 생각이 들자 민구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내가 가서 밤과자를 사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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