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강현우가 윤홍주를 연모한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는 손수 그녀의 혼례복을 지어 주었고, 목숨 걸고 세운 군공으로 그녀에게 누구도 부러워하지 않을 성대한 혼례를 마련해 주었다. 또한 한평생 오직 그녀만을 연모하겠노라 맹세까지 했다. 그러나 윤홍주는 꿈에도 몰랐다. 그 한평생이 그토록 짧게 끝날 줄은. 그가 이미 다른 여인과 합방하여 부부의 정을 나누었다면, 그녀 또한 이곳에 더 머물 까닭이 없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그의 곁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미련 하나 남기지 않고.
Voir plus강현우는 경성으로 돌아가지 않고 윤홍주가 사는 곳과 이웃한 작은 마을에 머물렀다. 그녀의 곁에 있고 싶었지만, 너무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두려웠기 때문이다.강현우는 영안후가 보낸 사람들을 모두 돌려보냈고, 이현이 뒤에서 베푸는 도움도 끝내 받지 않았다.그는 길거리에서 편지를 대신 써 주며 생계를 이어 갔다. 그 덕분에 종종 윤홍주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그녀가 정서대장군으로 봉해져 온 조정의 칭송을 받는 최고의 여장군이 되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윤홍주가 전장에서 다쳤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그는 참지 못하고 장군부 밖까지 달려갔다. 그리고 그녀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조용히 자신의 거처로 돌아왔다.그러다 깊은 밤, 모두가 잠든 시간이면 달을 바라보며 한참을 멍하니 앉아 윤홍주와 산이를 그리워했다.어느덧 5년이 흘렀다. 그의 몸은 갈수록 쇠약해져 이제는 침상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버거워졌다.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그는 책상 앞에 앉아 한 획 한 획 윤홍주의 모습을 그려 나갔다.그녀는 흰옷을 입고 옥비녀를 꽂은 채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마지막 붓을 놓는 순간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와 화폭 위에 흩어졌는데, 마치 윤홍주의 흰옷 위에 붉은 꽃이 피어난 듯했다.그는 그림 속 윤홍주의 얼굴을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눈을 감고 가볍게 미소 지었다.“홍주야...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땐 절대 널 저버리지 않겠다.”그렇게 강현우는 세상을 떠났다.윤홍주는 그 소식을 듣는 순간, 찻잔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그래... 이게 낫다.’‘강현우, 다음 생에는 부디 다시는 만나지 맙시다.’“산이에게도 알릴 것이냐?” 이현은 화로에 장작을 하나 더 넣으며 말했다. “요즘 아주 잘 지내더구나. 나 장군만 졸졸 따라다니며 말이다.”“왕야, 산이는 나 장군님 곁에 있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앞으로는 그 아이 이야기를 제게 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그저 그 아이가 바르게 자라, 그릇된 길로만
한때 강현우가 중병에 걸렸을 때, 윤홍주는 영약을 구하기 위해 걸음마다 머리를 조아리며 빌었고, 밤낮도 잊은 채 그의 곁을 지켰다.그때의 그녀도 지금처럼 고요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손끝 하나 움직이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마치 깃털이 가슴 위에 내려앉는 듯했다.바로 그때 강현우는 평생 윤홍주를 상처 입히지 않고, 오직 그녀만 아껴주겠다고 맹세했다.윤홍주는 물었다. “저를 속이실 겁니까?”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절대 그럴 일 없다. 언젠가 내가 너를 속이는 날이 온다면,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죽는 걸로 끝날 일이 아니지요.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 우리 인연도 그날로 끝입니다.”그때 윤홍주가 하던 말이 떠오르자 강현우의 몸은 크게 휘청거렸다.도대체 언제부터 그는 자신의 맹세를 잊어버린 걸까...윤씨 가문 사내들은 배신과 기만으로 전장에서 참혹하게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그가 어떻게 윤홍주의 가슴에 또 한 번 칼을 꽂을 수 있었단 말인가.‘강현우, 너는 정말 천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야.’윤홍주는 강현우를 발견했지만 담담히 시선을 거둔 뒤, 다시 이현에게 약을 먹였다.“강현우는 어떠냐?” 이현이 물었다.“기력이 너무 쇠하였습니다. 오랜 시간 몸을 추스르셔야 한다고 합니다. 다만… 이번 일로 몸에 지병이 남을 지도 모릅니다.”윤홍주가 조용히 답했다.“앞으로는 어떻게 할 생각이냐?” 이현의 심장은 평소보다 빠르게 뛰었다. 그는 윤홍주의 표정을 세심히 살피며 작은 변화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강현우가 목숨까지 내던져 그녀를 구하려 달려들던 순간, 그녀는 그의 눈에 오직 자신만 담겨 있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그는 정말 목숨을 걸고 그녀를 구했다.윤홍주는 그에게 고마웠다.그뿐이었다.윤홍주는 담담히 고개를 들어 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그러다 마침 강현우와 눈이 마주쳤다.“달라질 것은 없습니다.”그 한마디에 강현우는 가슴이 산산조각 나는 소리를 들은 듯했다. 윤홍주의 마음속에는 이제 정말 자신의 자리가 남아 있
윤홍주가 밖으로 나오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검은 옷을 입은 자들에게 붙잡힌 이현과 한쪽에 쓰러져 생사를 알 수 없는 강현우였다.“홍주야, 오지 말아라!” 이현이 다급히 윤홍주를 막아섰다.“윤홍주, 함정에 빠지지 마라!” 이현은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부터 모든 장수와 병사들은 윤홍주의 지휘를 따른다. 모두 윤홍주를 도와 나를 구출하라!”이현을 붙잡은 자는 그의 목을 세게 조르며 고함쳤다. “닥쳐라! 저놈들에게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고 하라. 안 그러면 네 목숨부터 끊어 버리겠다.”윤홍주는 서늘한 기세를 내뿜으며 차갑게 말했다. “왕야께서는 염려하지 마십시오. 저는 반드시 왕야를 구해 내겠습니다.”그녀가 한 걸음씩 다가가자 칼날 같은 눈빛에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겁에 질린 상대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나다 뒤에 있던 동료와 부딪쳤다.“우선 물러난다! 이현을 데리고 빠져!”독이 퍼진 이현은 입술이 검게 변했고 걸음도 휘청거리더니 중심을 잃은 채 그대로 끌려 뒤로 물러났다.윤홍주는 곧장 뒤쫓으며 병사들에게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을 포위하라고 명했다. “왕야를 놓아라. 데려가 봐야 아무 소용없다. 우리 왕조에는 황자가 열 명도 넘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한량인 사람이 바로 저분이다.”“저분을 인질로 삼아 무언가를 얻으려 했다면 실망하게 될 것이다.”이현은 입꼬리를 움찔했다. 윤홍주의 말에... 반박할 말이 없었다.“너희도 들었다시피 왕야께서는 이미 모든 권한을 나에게 맡기셨다. 왕야를 붙잡을 바엔 차라리 나를 붙잡는 편이 나을 거다.”윤홍주는 일부러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돌린 뒤 그 틈을 타 공격을 퍼부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현을 그들의 손에서 빼앗아 왔다.이현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해 몸 전체를 윤홍주에게 기댔다. 그 때문에 그녀의 움직임도 잠시 둔해졌다.그 순간 검은 옷을 입은 자의 화살이 윤홍주의 등을 향해 날아왔다. 그녀도 기척을 느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윤홍주는 이현을
그날 밤, 강현우는 누군가에게 기습을 당해 정신을 잃은 채 한 객잔으로 끌려갔다.그를 납치한 자들은 적국의 첩자들이었다. 그들은 강현우에게 조건을 내걸었다. 이현만 붙잡는 데 협조하면 윤홍주를 다시 그의 곁으로 돌려놓을 방법이 있다고 했다.그들에게는 윤홍주의 기억을 지워 지금까지의 괴로운 일을 모두 잊게 만드는 약이 있었다. 그러면 그녀는 다시 강현우와 화해하고 그의 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윤홍주와 산이를 데리고 도성으로 가 일품 대신의 녹봉을 누리게 해 주겠다는 약조까지 했다.강현우는 잠시 흔들렸다. 윤홍주가 모든 괴로운 기억을 잊고, 이현만 사라진다면 그들은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하지만 끝내 그는 거절했다. 그는 나라를 배신할 수도 없었고, 다시는 윤홍주를 상처 입히고 싶지도 않았다.그들은 강현우를 다시 기절시킨 뒤 장작간에 내던졌다.변경의 겨울은 유난히 일찍 찾아와, 밤공기는 뼛속까지 시릴 만큼 차가웠다.윤홍주는 두툼한 솜옷을 걸친 채 산이의 침상 곁에 앉아 있었다. 화로에서는 장작 타는 소리가 밤의 적막 속에 유난히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잠든 산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했다. 이 아이의 마음은 이미 그릇된 길로 기울어져 있으니, 계속 강현우의 곁에 있다가는 아이의 인생까지 망가질 것이 분명했다.천천히 눈을 뜬 산이는 윤홍주를 보자, 서러움이 북받쳐 울음을 터뜨리며 이불을 걷어내고 그녀의 품으로 파고들었다.“어머니... 산이는 어머니가 너무 그리웠어요. 왜 산이를 두고 가셨어요...”윤홍주는 아이를 조용히 떼어 놓고 침상에 앉힌 뒤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산아, 그 이유는 네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잖니.”산이는 멍하니 굳어 버린 채 흐느끼기만 할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사람은 누구나 잘못할 수 있다. 허나 잘못을 저질렀다면 인정하고 바로잡을 줄도 알아야 한다. 너는 엿사탕을 먹고 싶어서, 놀고 싶어서, 어머니가 하지 말라는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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