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이어 생일잔치가 시작됐다.시후는 상석으로 모셔져 권여빈, 고수빈과 함께 할머니 곁에 앉아 있었다.연회가 시작된 후 네오플램 그룹 사람들은 시후에게 번갈아 술을 권했는데 표정, 말투, 몸짓에서 모두 아첨하는 빛이 가득했다.시후는 거만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그저 누군가 술을 권하러 오면 함께 마시고 설령 공은찬이 술을 권해도 쿨하게 마셨다.고수빈도 옆에서 시후에게 조심스럽게 술을 권하며 그의 비위를 맞췄다. “은 선생님.. 제가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시후는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었다. 아마도 불임을 치료 해달라는 것이겠지.. 하지만 고선우 일가에게 네 사람이 저지른 악행을 생각해보면, 시후는 지금 그들을 예전처럼 회복시켜줄 생각이 없었다. 성인이라면 응당 자신의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디서 어떻게 교훈을 얻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는 고수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수빈 씨, 오늘 이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죠..? 내가 왜 공은찬 씨를 서울로 보내 1년 동안 뉘우치게 하는지.. 당신도 알고 있겠죠?"라고 담담하게 말했다."네 네 네!" 고수빈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은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정직하고 공평한 사람이시죠.. 그런데 이 일은.. 공은찬을 처리하신 것처럼 저희 네 사람에게도 시간을 주실 수는 없습니까? 그럼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하세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도 알겠지만, 공은찬은 그간 나쁜 짓을 많이 하지 않았고 그냥 입만 좀 천했어요. 내가 공은찬에게 1년 동안의 시간을 줬지만, 당신 네 사람은 고선우 회장님의 목숨까지 위협하려 했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건 공은찬보다 훨씬 나쁜 짓을 한 것이죠.”고수빈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가득했다. 그는 시후의 뜻을 알고 있었다. 공은찬은 그와 입씨름만 했을 뿐.. 내기에서 져서 1년 동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과 아버지, 막내 작은 아버지와 사촌 동생 네 사람은 큰아버지
"에에? 그렇게 일찍이요? 안성에 며칠 더 있지 않고요?""내 일은 이미 끝났으니, 더 이상 머루를 이유가 없어서요. 그러니 내일 떠나려고요."여빈은 이 말을 듣고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그럼 나도 내일 갈 테니, 같이 가요. 같은 비행기로 돌아가게요.”시후는 거절하려 했지만, 그녀의 간곡한 얼굴을 보고 거절할 수 없었다. 사실 친구끼리 비행기를 타는 건 딱히 이상한 것은 없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일부러 그녀와 다른 비행기를 탈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그러자 시후는 "그래요, 그럼 같이 가죠."라고 답했다.여빈은 "그럼 내가 표를 살게요."라고 바삐 말했다."그래요."......생신 잔치가 진행되었을 때, 공은찬의 큰 삼촌과 둘째 삼촌은 이미 그에게 서울까지 타고 갈 자전거를 준비해 주었다. 그들은 회사 직원에게 중고 자전거를 구입한 뒤에, 자전거 뒤에 짐칸을 설치한 뒤 헬멧, 두꺼운 패딩, 침낭, 텐트, 물통 등을 챙겨줬다. 그들은 사실 조카에게 관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서둘러 길을 떠나게 하여 꾸물거리지 않고 더 이상 시후를 화나게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빠른 준비를 했던 것이다. 혹시라도 다시 시후가 화가 난다면 네오플램 그룹에도 굉장한 화를 가져올 것이다!권순화는 이를 알고도 화를 낼 겨를이 없어 일을 끝내고 생신 잔치에 오기로 한 남편 공영룡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이야기한 뒤, 서둘러 아들에게 짐을 챙겨주고, 옷가지, 간식 등을 챙겨 달라고 했다.공영룡 대표는 이 일의 자초지종을 듣고 화가 나고 두려웠는데, 다행히도 오늘 일이 Koreana 그룹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았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장모님 생신 잔치에 참석할 틈도 없이 황급히 집으로 돌아가 아들의 짐을 챙겼다. 생신 잔치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야 그는 차를 몰고 서둘러 왔다.공은찬은 아버지가 오시는 것을 보고 두말없이 아버지를 끌어안고 통곡했다. 곧 서울로 가서 1년을 혼자 지내야 하는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힘들지, 그는
생일 연회가 끝나고 손님들이 자리를 떴을 때, 공은찬은 삼촌들이 준비해주신 삼천리 자전거를 타 보았다. 공은찬은 문득 얼마 전 유튜브에서 본 오토바이 영상이 떠올랐다. 그리고 이 낡고 성능도 안 좋아 보이는 자전거를 보며 "하아.. 오토바이로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아? 차 막히는 것도 신경 안 쓰고 서울에 바로 도착할 수도 있고, 그 많은 고생도 하지 않아도 될 텐데..”라고 안타까워했다. 다만 아쉽게도 시후는 그에게 흥정의 여지를 주지 않을 것이고, 결국 그는 자전거를 타고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큰 삼촌 권강해는 자전거 헬멧을 들고 그에게 씌우려고 했다. 그는 몸을 피하면서 "큰 삼촌!! 어떻게 이런 헬멧을 써요?!”"에이! 다들 자전거용 헬멧을 안 판다고 해서~ 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구한 줄 아냐?! 군말 말고 얼른 써! 안전이 가장 중요한 거야!! 이 녀석아!”공은찬은 울 것만 같았다. 안 그래도 두 발 자전거를 잘 못 타는데, 헬멧까지 이렇게 크고 무겁다니..! 이런 것을 쓰고 어떻게 자전거에 올라타 균형을 맞춘단 말인가? 하지만, 속으로는 정말 극혐하고 있었지만, 그는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헬멧을 쓰지 않다가 만약 차에 부딪혀서 넘어지기라도 한다면 머리가 깨져 끝장나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를 악물고 외삼촌에게 헬멧을 받아 머리에 썼다.권강해는 그를 위해 헬멧 고정대를 만들어주었고, 또 자전거 손잡이에 달린 핸드폰 거치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은찬아, 이건 삼촌이 특별히 같이 설치해 달라고 부탁한 핸드폰 거치대야, 핸드폰을 위에 올려놓고 끼우면 네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있어, 지도를 꼭 잘 보고 다녀라! 길을 잘못 들지 말고!”공은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외삼촌, 왜 보조배터리를 안 사주신 거예요?? 만약에 제가 자전거를 타다가 휴대폰 배터리가 없으면 어떡해요..?"“아이고 그러네!!! 그건 잊어버렸다..! 아니면 잠시 기다려! 내가 바로 다른 사람에게 하나 구해볼게!”여빈의 아버지 권강
"그래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만하고, 출발하시죠?"라고 말했다.이때 권강하도 보조배터리를 들고 달려와 배터리와 충전선을 모두 공은찬에게 건넸다. "은찬아, 보조배터리를 잘 챙겨!”공은찬은 보조배터리를 가방에 넣고 눈물을 훔쳤다. "외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 삼촌들 저 갈게요!!”그러자 다들 "그래! 잘 가고! 조심히 가라!!"라고 손을 흔들었다.공은찬은 또 시후를 바라보며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선생님..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시후는 "어서 빨리 출발해요, 시간을 지체하면 벌을 받습니다.”라고 말했다.공은찬은 "안심하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시후는 "됐어요, 가세요!"라고 말했다.공은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애틋한 눈빛으로 가족들을 바라보다가 커다란 자전거에 힘겹게 올라타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갔다.권순화는 통곡을 했고 옆에 있던 공영룡 대표가 얼른 그녀를 품에 안으며 위로했다. "자, 은찬이도 컸으니 이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때가 됐잖아요.”권순화는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고, 마음이 아팠지만 다시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시후는 이때 여빈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사촌이 서울에 도착하면 그를 엄격히 감시하도록 해요. 만약 그가 성실하게 죗값을 치른다면 아마 나도 마음을 바꿀 수 있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이 사람은 이렇게 살다 죽게 될 거고요.”여빈은 얼른 대답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반드시 엄격하게 감시할 테니까요.”"그래요. 그럼 나 먼저 갈게요."여빈은 "그럼 비행기표를 예매하면 알려 줄까요?"라고 시후에게 물었다."그래주면 좋죠?"“그럼 내가 시후 씨 데리러 가면 되는 거예요?”시후는 손을 내저었다. “아니요. 내가 직접 공항으로 가면 되니까 그럴 필요 없습니다.”그러자 고수빈이 얼른 다가와 함께 웃으며 물었다. "은 선생님, 큰아버지 댁으로 돌아가시려는 거죠? 여기는 택시 잡기 어려운데.. 제가 태워드릴까요?”
시후가 고수빈의 차를 타고 Koreana 그룹으로 가는 길에, 여빈은 그에게 카톡을 보내왔다. 시후는 여빈이 돈을 받지 않겠다고 하자 진지하게 답했다. 여빈은 콧방귀를 뀌었다. 시후는 대뜸 말을 잇지 못하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자 옆에 있던 고수빈은 긴장하며 물었다. “은 선생님, 혹시 내일 돌아가시는 거예요?”"맞아요.""은 선생님, 그럼 언제 다시 돌아오십니까?""확실하지는 않은데..?"고수빈은 가슴이 서늘해졌다. 그는 시후가 계속 이곳에 있다면, 앞으로 몇 번이나 큰 아버지 댁에 가서 아부를 떨 것이고, 곧 자신의 불임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후가 내일 이곳을 떠난다고 하니, 앞으로 아부할 기회도 없을 것이고.. 이를 어떡해야 좋을지 고민되었다. 만약 시후의 말대로 정말 3~5년 후에야 회복된다면, 3~5년은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시후는 그의 마음을 간파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이곳에 있지 않더라도, 당신은 큰 아버지 가족들에게 잘 할 수 있어요. 만약 그들이 수빈 씨의 행동에 만족한다면, 나는 당신을 미리 정상으로 돌려 놓는 것을 고려할 수도 있겠죠."고수빈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은 선생님 그건 걱정 마세요! 제가 열심히 하겠
시후가 돌아오자 은서는 기뻐하며 일어서서 당장 시후에게 달려가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시후 오빠!!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 나는 밤이 되어서야 돌아올 줄 알았는데!!?? 헤헤헤!!"시후는 자신의 팔이 그녀의 두 손에 단단히 잡힌 것을 느끼자 자신도 모르게 정신이 팔리는 것을 느꼈지만 감히 생각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말했다. "그냥 지인 생신 잔치에 간 것뿐인데 뭐, 마치고 바로 왔지~” 그러더니 시후는 "아저씨, 아줌마는 안 계셔?"라고 물었다."응. 아버지는 회사에 가셨고, 어머니는 자선 만찬에 가셨어. 자선 경매 후에는 뒤풀이가 있어서 저녁은 집에서 먹지 않는다고 하셨는 걸?”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임지연 역시도 유명인사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남편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컴백했기 때문에, 그녀도 남편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 위해서는 나름의 방식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할 테니까 더 바빠지겠지..은서는 이때 "시후 오빠, 내일 떠나는 건 정해졌어? 확실해??"라고 집요하게 물었다."응, 내일 가지?”그러자 은서는 잠시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잠시 머뭇거리다가 무슨 생각이 난 듯 입을 열었다. “오빠, 그럼 나랑 산책하러 가자! 응?!!”시후는 그녀에게 "은서야, 너 톱스타야!! 그렇게 아무렇게나 거리에 나가면 파파라치한테 찍히지 않겠어??"라고 물었다."지난 번에 공항에 마중 나갔던 것처럼 위장하면 되는 거지 뭐?! 어릴 때 놀던 곳으로 데려다 줄게, 혹시 진구호 기억나 오빠?"“진구..호?” 시후는 얼굴을 찡그리며 이 지명이 낯설고 낯익다고 생각했다."우리가 어렸을 때, 부모님들끼리 자주 우리를 데리고 가던 곳이잖아~ 포장마차랑, 가게들, 맛있는 음식, 장난감들!! 그리고 무엇보다 어렸을 때 우리 겨울 되면 이곳에 가서 썰매 엄청 탔었다고! 기억 안 나 오빠??!"은서의 이야기를 듣자 시후의 머릿속에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잠깐 떠올랐다. 화면 속에 있는 자신과 은서는 양가 부모님의 안내
시후의 확답을 받은 은서는 신나게 춤을 추며 방으로 뛰어 들어와 곧바로 두꺼운 롱패딩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기 위한 마스크와 뽀송뽀송한 털이 달린 귀여운 토끼 귀 모자도 함께 챙겼다. 이뿐만 아니라, 동그란 뿔테 안경을 쓰니 귀엽고 깜찍한 소녀로 변신했고, 수많은 남정네들을 열광시키는 연예인 ‘혜리’와는 꽤 거리가 먼 스타일로 바뀌었다.사실, 은서는 귀엽고 엉뚱한 매력이 있는 소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녀는 단순하고 연애 경험도 없기에 이성과의 얽히고설킨 문제들이 없었으며, 남자들을 꼬시기 위해 무장하고 있는 여성들과는 달리 가식이나 내숭도 전혀 없는 솔직한 성격의 소유자였다.시후는 지금 은서의 얼굴에서 그녀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발견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은서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함께한 달콤하고도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왜 은서를 달콤하다고 할 수 있는가 하면, 은서는 늘 자신의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서 ‘시후 오빠’라고 불러 댔는데, 이렇게 계속 자신을 따라다니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느낌을 시후도 즐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은서는 시후가 멍하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 갑자기 예쁜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수줍게 말했다. "시후 오빠!! 왜 나를 그렇게 보고 있는 거야..?”시후는 정신을 차리고 어색하게 웃음 지었지만, 정중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우리 어릴 때 생각이 나서.. 잠시 정신이 팔렸어..”은서는 내심 달콤하면서도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눈꺼풀을 살짝 내리깔며 속삭였다. "그럼 오빠, 우리 어서 가자~~!”은서의 정체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기 위해, 시후와 은서는 낡은 중고 볼보를 몰고 시내로 나갔다. 진구호는 안성의 중심부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기에 꽤 번화가라고 할 수 있었다. 진구호는 사실 금광호수의 옆에 있는 곳인데, 금광호수보다 조금 크기가 작아서 아이들이 겨울에 놀기에 적절한 크기였다. 게다가 이곳은 자연 경관을 해치지
이것은 창덕궁에 소장되어 있는 십장생도와 비슷하며, 해·산·물·돌·구름·소나무·불로초·거북·학·사슴 10가지 모두가 새겨져 있었다. 현대에는 이런 조각을 집에 두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고대에는 왕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이렇게 고급스러운 무늬와 조각을 집에 함부로 들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단 왕가에 들키면, 그것은 반역죄가 되고, 잘못하면 삼족을 멸하는 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은서가 살던 이 전원주택은 4개의 출입구가 있으며, 조선시대 최고의 민간 정원이라고 알려진 담양 소쇄원의 축소판과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건물은 한옥으로 되어 있으며, 마치 궁궐과 같은 웅장한 느낌을 주었다. 게다가 정원에는 인공산, 작은 정자, 연못이 있으며 연못과 연결된 나무 수로와 물레 방아까지, 마치 창덕궁의 후원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지금은 계절이 겨울이라, 연못물이 얼어 푸른 빛을 띄지는 않지만, 봄이 되면 꽃이 피고 여름 되면 시원한 대나무 숲을 감상할 수 있으며 가을이면 정원에 심어져 있는 각양 각색의 단풍 나무들을 바라보며 힐링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었다.이 주택은 지금 관리하는 몇 명의 직원만이 남아있고 다른 사람들은 없기에 은서는 별 거리낌 없이 마스크를 벗고 시후의 팔짱을 낀 채 "시후 오빠~~~ 여기여기!!! 이 마당 기억나? 우리 어렸을 때 여기서 숨바꼭질을 하곤 했는데~”라고 꺄르르 웃음 지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은 나는데.. 뭔가 예전이랑 달라진 것 같은데..?”"리모델링을 했으니 아마 예전이랑 같진 않을 거야~” 이렇게 말하면서 은서는 얼어붙은 연못 물을 가리켰다. "이곳에는 항상 비단잉어가 많았는데, 어떤 녀석은 이미 30년 이상 길렀고, 어떤 녀석은 오빠가 전에 본 적이 있는 걸 수도 있어! 하지만 지금은 날씨가 추워서 옆에 수족관으로 옮겨 기르고 있어. 봄이 되면 다시 연못에 풀어주려고~ 한 번 볼래?”“비단잉어의 수명이 이렇게 길었어??!”"오빠, 비단잉어의 수명은 60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