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소수도는 낙담을 감추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현재 그의 기분은 굉장히 복잡했다.오늘 저녁, 소이연의 생모인 하영수가 그를 만나기 위해 특별히 이룸 그룹을 방문했던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나자마자 하영수는 딸 이연의 행방에 대해 걱정스럽게 물었다.그러나 소수도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 왜냐하면 그 역시도 소이연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딸 이연은 현재 흔적도 없이 세상에서 증발해 버린 것 같았다.한 쪽 팔이 없는 하영수는, 소수도의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소이연을 소수도의 딸로 생각하며 그녀의 행방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며 간절히 애원했다.소수도 역시도 하영수의 말에 동의했다. 소이연은 DNA 결과로 뒷받침되는 그의 생물학적 딸이며, 하영수는 당시 그의 생명을 구한 적이 있었다. 하영수가 팔을 잃은 이유는 전적으로 그를 구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따라서 소수도는 자신의 딸을 위해서도, 자신을 구한 하영수를 위해서라도 그녀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너무나도 답답했다. 왜냐하면, 소수도에게 이런 일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정말 처음으로 자신이 찾는 인물의 행방에 대한 단서가 하나도 없었다.엘에이치 그룹은 늘 많은 정보원들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그들이 조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찾을 수 없는 단서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엘에이치 그룹의 많은 정보원을 통해서 아무리 찾았지만, 소이연에 대한 단서를 하나도 찾지 못했다.따라서 소수도도 소이연의 현재 상황에 대해 매우 걱정하고 있었다. 그가 두려워한 것은 소이연을 찾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소이연이 목숨을 잃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는 집에 돌아온 뒤에 계속해서 마음이 무거웠다.집으로 돌아온 소수도가 침실 문을 열자마자, 아름다운 중년 여성이 침실 욕실에서 걸어 나왔다. 이 여성은 화장만 지우고 샤워를 하고 나온 모습이었고, 긴 머리를 마른 수건으로 감싸고 있었다. 화장을 지웠지만, 그녀의 피부는 매
박혜정은 소수도와 결혼 한 이후로, 딱히 소수도의 일에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자신은 남편의 일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는 소수도에게 자세한 내용에 대해 묻지 않았다.그녀는 소수도가 매우 피곤해 보이는 것을 보고 말했다. "그럼 먼저 가서 옷을 갈아입어요. 제가 물을 좀 받아 둘게요. 목욕을 하고 밤에 잠자리에 들 때 휴대폰을 꺼 놓아요. 내일까지 푹 잠에 들지 않으면 아침에 일어나지 못할 거예요.”소수도는 감동을 받아 재빨리 답했다. “여보,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내가 직접 물을 받으면 되니 괜찮아요.”"아니에요, 조금 전에 욕조의 물을 사용해서 물을 가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거예요. 그러니 옷을 갈아 입고 잠시 쉬어요.”소수도는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당신이 씻은 물에 잠시 몸을 담그면 되니까~”박혜정은 약간 수줍게 말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내가 몸을 적신 물은 깨끗하지 않다고요. 잠시만 기다려요~ 물을 갈아줄 테니까요~”"괜찮아요 괜찮아~" 소수도는 웃으며 급히 욕실로 들어갔다. 그는 옷을 벗으면서 소리쳤다. "대체 왜 내 아내가 몸을 적신 목욕물이 더럽겠어! 걱정 말아요~ 난 잠시 몸만 담그면 되니까~”그가 옷을 모두 벗은 것을 보고 박혜정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휴.. 알겠어요~ 그럼 몸을 담그고 물이 식었으면 따뜻한 물을 좀 틀어요~ 그럼 난 침대에서 책을 좀 읽을게요.”소수도는 급히 웃으며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어서 가서 쉬고 있어요!"박혜정은 욕실을 나와 문을 닫고,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침대에 누웠고 머리맡에서 《안나 카레리나》라는 책을 꺼냈다. 이 책은 바로 러시아 작가 톨스토이의 걸작으로, 안나 카레니나의 사랑과 관련된 비극을 다룬 작품이었다. 박혜정은 이 책을 수없이 읽었기 때문에 많은 구절을 그대로 외우기도 했지만, 여전히 이따금씩 집어 들고 이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가끔 그녀는 자신이 이 책의
박혜정은 은서준을 깊이 사랑했다.은서준과 시후의 어머니는 유학 중에 만났고, 시후의 어머니와 달리 박혜정은 은서준의 어린 시절을 함께한 친구였다. 박혜정과 은서준은 둘 다 재벌가의 자녀였으며, 어릴 때부터 같은 학교에서 공부를 했었다. 그들은 최고의 유치원, 최고의 사립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녔다. 그래서 은서준과 박혜정은 늘 같은 졸업 사진에 얼굴이 있었다.은서준은 어렸을 때부터 뛰어난 재능으로 사람들에게 유명했고, 박혜정은 초등학교 때부터 그와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중학교 때 박혜정은 이미 자신이 은서준에게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도 그녀는 은서준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었고, 은서준에 대한 사랑을 한 번도 숨기지 않았다.은서준이 농구 코트에서 뛰고 있을 때, 그녀는 늘 옆에서 그를 응원했고, 은서준이 동아리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도 그녀는 늘 무대 아래에서 그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그래서 머지않아 많은 재벌가들 모두가 박혜정이 은서준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그녀의 가족과 LCS 그룹은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다. 그녀의 가족의 어른들과 LCS 그룹의 은 회장은 친한 친구 사이였다..! 당시 두 회장은 박혜정이 은서준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굉장히 기뻐했다. 따라서 두 가족의 부모들은 두 사람이 결혼을 할 수 있도록 이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박혜정은 자신이 은서준과 결혼하고 그의 아내가 되기를 바랐다.그러나, 은서준은 박혜정의 바람을 거부한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는 항상 박혜정을 마치 자신의 여동생처럼 여겼는데, 어떻게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느냐고 사람들에게 물었다. 은 회장은 아들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뺨을 때리고 아들을 나쁜 놈이라고 욕하기까지 했다. 은서준은 이 때문에 아버지와 크게 다투고는, 해외로 나가버렸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박혜정은 한 치의 고민 없이 가방을 싸서 미국으로 은서준을 쫓아갔다.하지
소수도와 박혜정은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어떤 가수가 우승을 할 것 같은 지 예상하며 누가 더 노래를 잘하고 감동을 주는 목소리를 가졌는지 이야기를 나누었고, 두 사람은 즐겁게 시청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유명한 여가수 박정현이 2000년 대에 소냐라는 여성 가수가 부른 를 선곡하여 커버해서 불렀다.박혜정은 이 노래를 듣고, 다시 감정이 격해져 혼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TV 앞에서 통곡하며 울었다.노래의 가사는 지금도 소수도의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박정현의 목소리는 원곡의 분위기를 잘 살리고 있었고, 노래는 클라이맥스 부분에 이르자 듣는 사람의 가슴이 쓰라리며 아프게 만들었다.당시 소수도는 박혜정이 통제 불능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기에, 손을 뻗어 그녀를 안아 주려고 했으나 박혜정이 그의 포옹을 거부할 줄은 몰랐다. 박혜정은 혼자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끝까지 듣고는, 침실에 틀어 박혀 한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소수도는 이 일을 겪을 당시 기분이 굉장히 언짢았다. 박혜정이 이 노래 때문에 그렇게 우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죽은 지 십 년이 넘은 은서준 때문일 것이었다.이 노래의 가사는 은서준에 대한 박혜정의 감정과 너무나도 비슷했다. 박혜정에게는 은서준이 그녀의 삶에서 가장 소중했던 사람이었고, 세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은서준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늘 사진첩을 열어
엘에이치 그룹의 맏며느리인 박혜정은 이 알람을 본 후 빠르게 내용을 터치하여 기사를 읽어 보았다. 그녀는 남편과 엘에이치 그룹의 일에 대해서는 거의 묻지 않았지만, 자신도 엘에이치 그룹의 일원이라고 생각했기에 엘에이치 그룹에 대해 많은 것을 듣고 있었다. 게다가 이전에 그녀의 아들과 딸이 일본에서 납치되어 죽을 뻔한 사건이 발생한 뒤로, 그녀는 일본의 상황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그녀는 소이연이 마츠모토 그룹 일가를 몰살시킨 것에 대해 알고 있었고, 이러한 문제 해결 방식이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했지만 당시 소수도는 굉장히 분노한 상태였고, 그가 이런 명령을 내렸을 때 그의 태도는 매우 단호했고 협상의 여지가 없을 정도였다.이 일로 인해 소이연과 엘에이치 그룹의 많은 경호원들은 모두 일본 자위대에 포로로 잡혔고, 박혜정 역시도 이 사건이 엘에이치 그룹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룹의 전반적인 힘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그 날 이후로 소수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박혜정은 이 모든 일련의 과정을 모두 목격했다. 그러나 그녀는 소이연을 구하려는 소수도의 계획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래서 그녀는 이 기사의 제목을 보고 무척이나 내용이 궁금했다. 기사를 터치한 후, 그녀는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이 발표한 발표문의 일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엘에이치 그룹이 경호원들로 일컬어지는 무술 고수들에게 마츠모토 그룹 구성원 수십 명을 살해하도록 지시한 후, 경호원들은 일본 자위대에 체포되었다. 그 중에서 주범인 소이연도 함께 체포되었으나 엘에이치 그룹이 자위대의 고위 간부들과 결탁해 소이연을 중간에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왔고, 이 문제의 책임을 도쿄 경찰청으로 떠넘기려고 했으나 결국 소이연이 행방불명되는 바람에 속셈이 드러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은 엘에이치 그룹에 대해 항의를 제기하며, 엘에이치 그룹이 가능한 한 빨리 소이연을 도쿄 경찰청으로 돌려보낼 것을 촉구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엘에이치 그룹은 일본
더욱 가증스러운 사실은 바로 지난 몇 년 동안, 소수도의 사생아가 엘에이치 그룹의 경호원으로 그녀의 주변에서 지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박혜정은 완전한 배신감과,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통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기사를 계속 읽었다. 그녀는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오히려 일본 국가안전보장국보다 엘에이치 그룹 사람들이 짐승보다 못한 인간들이라고 느꼈다..! 이익을 위해서 자신의 딸, 그리고 손녀라는 아이의 생명을 팔아 넘기려고 하다니.. 이건 너무나도 사악한 속내가 아닌가..? 박혜정은 이 글을 읽으면서 머리가 마비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방 한 쪽 벽에 걸려있는 자신과 소수도의 결혼 사진을 흘끗 바라보았다. 이런 짓을 일삼는 소수도와 이렇게 몇 년 동안이나 결혼 생활을 이어 오다니.. 이를 생각하자 박혜정은 속이 쓰리어왔다. 그러나, 순간 그녀는 또 다른 안도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녀는 말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휴대품 보관소에서 여행가방을 꺼내 옷 몇 벌을 챙겨 넣었다. 묵묵히 짐을 싸고,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박혜정은 망설임 없이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갈 준비를 했다.이때 욕실의 문이 막 열렸다. 타월에 싸인 채 밖으로 나온 소수도는 갑자기 박혜정이 여행 가방을 들고 밖으로 나가려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 "여보, 이렇게 늦게 어디 가는 거예요?"박혜정은 남편을 바라보며 침착하고 무표정하게 말했다. “소수도, 우리 이혼해."순식간에 벼락이라도 맞은 듯 소수도는 깜짝 놀라 초조하게 물었다. "여보, 무슨 일이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왜 그래? 말해 봐, 내가 뭐 잘못했어? 얼른 말해 봐~ 내가 고칠 수 있지 않겠어?”박혜정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가볍게 물었다. "소수도.. 그럼 내가 오랫동안 당신과 함께 살아온 아내로서 하나 물어볼게.. 한 치의 거짓 없이 사실대로 대답할 수 있어?”소수도는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지만, 매우 단호하게 답했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비통하게 눈물 흘리고 있는 소수도를 본 박혜정은,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나 그의 손에서 몸을 빼내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소수도, 당신 내 성격 알지? 내가 당신과 결혼하기로 약속했을 때.. 당신과 세 가지 약속했던 것.. 기억해?”소수도는 붉어진 눈으로 약간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하지... 다 기억해! 그대로 기억하지~! 여보, 나 정말 한동안 정말 혼란스러워서 그런 것 뿐이야.. 그러니 너그럽게 용서해줘.. 이번 한 번만, 어때요..!?”박혜정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수도, 그럼 그 세 가지 계약이 무엇인지 먼저 말해 봐.”소수도의 마음은 갑자기 아파왔고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언제나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도 그저.. 오직..”박혜정은 다시 한 번 물었다. "오직..?”소수도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오직 은서준이 당신과 결혼하겠다고 한다면.. 나는 당신과 무조건 이혼해야 할 것이고 결코 당신을 붙잡지 않는다..”박혜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두 번째는..?”"둘째, 결혼 후 은서준을 친구 사이로 만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했었지.”"그럼, 세 번째는?”"세 번째는..." 소수도는 중얼거렸다. "세 번째는 바로 당신이 나와 결혼하는 것이 사랑 때문이 아니라, 그저 안정적인 가정을 갖기 위한 것이므로 우리 둘 다 도덕성을 지켜야 한다는 것.. 혼인 중에는 다른 이성과 모호한 관계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심지어 실제적인 바람을 피워서는 안되며, 마음이 바뀌면 미리 상대방에게 알리고 원만하게 이혼할 것..”박혜정은 짧게 응한 뒤 말했다. “그럼.. 이렇게 세 가지 항목을 다 기억하고 있으니? 내가 굳이 반복해서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되겠네..? 난 그럼 오늘 친정으로 돌아 갈게. 내일 오전에 이혼 절차를 밟을 테니, 오늘 밤 이혼 관련 서류를 준비해줘. 우리 애들은 둘 다 성인이니 양육권 문제는 없을 거야. 그리고 난 그룹의 재산은 한 푼도 원하지 않으
박혜정은 그에게 물었다. "소수도, 내가 왜 은서준 상무를 그렇게 사랑했는지 알아?"소수도는 잠시 당황했다. 그는 박혜정을 보고 쉰 목소리로 "왜..?"라고 물었다.박혜정은 쓰라린 미소를 지으며 연민과 고통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당시.. 서준 씨가 결혼식을 올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하영수가 당신에게 고백 한 것처럼 나도 그에게 내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달려갔어.. 그에게 내 몸을 줄 생각까지 했고, 내 이유도 하영수와 똑같았지.. 당시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어. 그리고 난 또 이렇게 말했지.. ” 이 말을 하던 박혜정도 목이 메어 오는 것 같았다.. 그녀는 소수도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은서준 상무와 당신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뭔 지 알아?! 은서준 상무는 그 당시 나를 주저없이 거부했다는 거야..!! 그는 절대!!! 결코, 내 미래를 망칠 수 없다고 말했어..!! 그러니 이 한 마디 만으로도 당신은.. 영원히 그 사람보다 나은 사람이 될 수 없는 거야..!” 소수도는 이 말을 듣고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는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꼈다.그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박혜정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소수도.. 우리 두 사람.. 깔끔하게 그냥 이혼하자고.. 알아 들었어?”소수도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용서를 빌기 위해 몇 마디 더 하고 싶었고, 박혜정에게 자신을 용서해줄 것을 구걸하며 두 사람의 관계를 유지할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