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와 같은 자동차는 사실 일반인들이 쉽게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은 아니었다. 국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롤스로이스는 1415대 정도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중에 1125대가 법인 및 사업자 차량이라는 것을 보면 더욱 쉽게 구할 수 있는 차량은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는 ‘롤스로이스, 마이바흐, 벤틀리’ 등은 잘 나가는 회장님들이 타는 차량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 경사는 조금 전 류차남이 롤스로이스를 요구했을 때 중고 롤스로이스 직접 구입해야 하나 고민을 했었다. 사실 아무리 비싼 차량이라도 ‘중고’라는 단어가 붙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손상을 입었거나 오래된 것이라는 말이므로, 가격이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사는 큰 돈을 들여 신차를 뽑는 것보다, 오히려 중고로 차량을 구매하면 쉽게 차량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류차남 같은 깡패 놈들은 눈치가 굉장히 빠르기 때문에 쉽게 속일 수 없을 거야... 그러니 지금 필요한 최우선의 과제는 바로 이 자식을 건물에서 빨리 밖으로 끌어내는 거야..! 그 놈이 서울 시내에서 빨리 나가면 나갈수록 좋지.. 그러니 지금은 괜히 돈을 써서 중고 롤스로이스를 몰고 오는 것은 위험할 지도 몰라..! 잘못하다가 저 자식을 짜증나게 하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그리고 안세진 부장의 차량이 롤스로이스인 것으로 알고 있어.. 그리고 운영하는 호텔에 각기 다른 모델의 롤스로이스 4대가 있는 걸로 알고 있지.. 다른 사람들이 대부분 롤스로이스 한 대만 보유하고 있어 매우 귀중하게 생각하는 반면, 안세진 부장은 아무래도 여러 대를 가지고 있으니 한 대를 빌려주실 수도 있겠지..’ 이를 생각한 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안세진에게 전화를 걸었다.그 때, 안세진은 시후와 함께 시후의 부모님이 살았던 오래된 주택 앞에 차를 주차하고 시후와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시후는 낡은 마당을 바라보며 다소 우울한 듯 한숨을 쉬었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 이 작은 마당을 구입하셨을 때도
안세진은 웃으며 말했다. "어휴 경사님 오랫동안 서로 알고 지낸 사이 아니십니까? 왜 제가 경사님의 부탁을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무슨 일이십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이 경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부장님.. 제가 현재 인사동에 있는 인사가나 아트센터에 있는데, 엄청난 사건이 발생해서요.. 국내 A급 수배범이 이 건물로 들어와 100명이 넘는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자식이 몸에 폭탄을 여러 발 묶어 협박을 하고 있는 상태이고요! 일단 이 자식이 요구하는 것이 자신이 탈출할 수 있도록 롤스로이스를 가지고 오라고 하는데, 사실 한국에서 롤스로이스를 모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런데 부장님께서는 그 비싼 롤스로이스 여러 대를 소유하고 계시잖아요~ 제가 마침 부장님과 친분이 있으니 제발 차 한대만 빌려주십시오.. 여럿 살리실 수 있습니다..!”"예? 인사가나 아트센터요? 정말 가나아트센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맞습니까?" 안세진은 놀라 소리쳤다."예 맞습니다..!" 이 경사가 서둘러 말했다. "저는 지금 센터 밖에서 그 자식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아마 우리 서울시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경찰 병력이 여기에 모여 있을 겁니다."안세진은 유감스러운 듯 말했다. "저는 10~20분 전에 가나아트센터에서 나왔는데..."이 경사는 다행인 듯한 한숨을 쉬었다. "하아아아.. 그럼 정말 운이 좋으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조금만 늦게 나오셨으면 아마 류차남 그 놈에게 막혀 나오지도 못하셨을 겁니다!”"부장님, 롤스로이스 한 대만 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혹시라도 차량에 문제가 생기면 우리 경찰서에서 다 물려 드릴 테니 걱정은 하지 마시고요~”안세진은 주저 없이 말했다. "경사님, 그렇게 예의 바르게 대하실 필요 없습니다. 시민으로서 경찰에 도움을 주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이겠습니까? 그리고 많은 시민들을 살리는 일인데요..” 그렇게 말한 뒤, 그는 즉시 이렇게 말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제가 전화를 해
시후의 분석을 듣고 안세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네요.. 정말 이상한 일이군요.. 일반적으로 쫓기면 멍청이가 아니고서야 건물에 뛰어들지는 않을 텐데.. 일반인들은 모두 탈출하려면 최대한 멀리 탈출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요..”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류차남은 오랫동안 도피 생활을 한 A급 수배자이기 때문에, 그가 그런 낮은 수준의 실수를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오래 전에 잡혔을 거예요. 따라서 지금 상황으로 판단해보자면, 류차남은 의도적으로 센터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고의로 센터에 들어가다니..." 안세진은 중얼거리며 혼란스러워했다. "대체 센터에서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 거지? 오늘 센터에는 큰 경매가 없는데.. 그저 사법 경매 밖에 없지 않습니까? 여기서는 부동산, 자동차 등 대형 물건들을 경매하는데 이런 것들을 류차남 같은 사람이 가지고 싶어할 리는 없고..”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잊지 마세요. 그는 경찰에 쫓겨 센터로 들어갔습니다.. 즉, 그는 고의로 경찰에 의해 센터로 쫓겨난 척했다는 것이죠. 따라서 그는 센터에서 딱히 뭔가 물건을 훔치러 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요.”안세진은 혼란스러워서 물었다. "도련님, 만약 그가 무엇을 훔치려고 도망친 것이 아니라면.. 대체 왜 그곳에 들어간 걸까요..? 정말 경찰을 따돌리기 위해서..?”시후는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무언가를 훔치려 든 것이 아니라면, 사람을 납치하거나 죽이기 위해 갔겠죠?”"예?? 류차남이 사람을 쫓고 있다고요? 그 놈은 A급 수배범입니다.. 그러니 일단 경찰에게 발각되면 체포되거나 심지어 종신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사람이 그렇게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납치하고자 하는 사람이 대체 누굴까요..?”시후는 진지하게 말했다. "오늘 센터에 나타난 VIP라고 불릴 만한 사람은 다섯 명 정도로 추려볼 수 있어요. 한 명은 나, 한 명은 부장님, 그리고 센터장
이한신은 이미 안세진의 롤스로이스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안세진이 전화 통화 후에 매우 빠르게 오기는 했지만 지금 상황이 정말 위급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서둘러 이렇게 말했다. "부장님 드디어 오셨군요!! 이렇게 직접 운전해서 도움을 주러 와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혹시 센터 정문까지 차량을 몰고 가는 주실 수 있으십니까? 혹시 불편하시다면 차량을 저에게 맡겨 주시면 제가 운전해서 몰아가겠습니다.”안세진은 돌아서서 시후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시후도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럼 직접 가보죠.”안세진은 이한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경사님, 그럼 제가 직접 차를 몰고 가겠습니다.""알겠습니다!" 이한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급히 물었다. "부장님, 혹시 연료는 가득 차 있습니까? 류차남이 연료를 가득 채워오라고 요청해서요.. 혹시 가득 차 있지 않으면 제가 부탁해서 주유하도록 주하겠습니다.” 안세진은 연료 게이지를 바라보며 “연료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가득 차 있습니다.”"그렇습니까? 좋습니다!" 이한신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서둘러 말했다. "그렇다면 부장님, 센터 입구까지 직접 운전해 주시되, 너무 가까이는 가지 않도록 주의해주십시오. 그리고 차량이 가까이 가면, 주차하신 뒤에 열쇠는 차 안에 두시고 최대한 빨리 차량에서 내리십시오..!”"알겠습니다." 안세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이한신은 즉시 사람들에게 안세진의 롤스로이스가 통과할 수 있도록 설치된 장애물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다.안세진의 차가 센터에 진입했을 때 그는 정문에서 5~6미터 떨어진 곳에 차를 주차했다. 그러자 안세진은 시후에게 말했다. "도련님, 차에서 내리시죠!""알겠습니다." 시후가 말했다. "하지만, 나중에 경사님에게 말씀드려서 우리가 돌아가면 격리 구역 밖으로 우리가 현장에 머물면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볼 수 있을지 확인 부탁드립니다.”안세진은 서둘러 말했다. "예 아마도
류차남이 안세진과 시후에게 떠나라고 말했을 때, 안세진의 머릿속에 처음 든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도련님이 이렇게 떠나시려나..? 혹시.. 도련님이 류차남을 직접 공격하실 생각인가..? 도련님의 능력이라면 천둥을 쳐서 류차남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도련님이 행동을 취하는 것을 꺼린다고 해도, 도련님의 능력이라면 류차남을 상대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지..’ 그래서 그는 시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알아보기 위해 즉시 시후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시후가 자신에게 손짓하며 "그럼 어서 돌아가시죠."라고 말한 뒤, 돌아서서 나갈 줄은 몰랐다. 안세진은 잠시 시후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가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그를 쫓아갔다.두 사람이 센터를 떠나 돌아오자, 이한신은 급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이고 부장님~ 이렇게 도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 부장님과 같이 오신 분까지 두 분을 모셔가도록 하려는데.. 목적지가 따로 있으십니까?”안세진은 손을 저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 경사님.. 혹시 저와 이 분도 함께 머물면서 재미를 좀 봐도 되겠습니까..?”"재미를 본다고..요..? 흐음.." 이한신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부장님, 지금 상황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부장님께서도 아시다시피 류차남이라는 이 자식은 폭탄을 몸에 감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 놈이 정말 모든 사람을 죽이고 폭발물을 터뜨린다면.. 그럼 여기에 있는 모두가 고통을 겪게 될 겁니다..”안세진은 손을 저었다. "괜찮습니다. 이 류차남이라는 사람은 생존에 대한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렇지 않았다면 롤스로이스를 얻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을 겁니다. 그는 분명 생존에 대한 강한 열망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목숨을 던지려고 들지는 않을 겁니다.”안세진의 말에 이한신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돌봐 드릴 수 있도록 우리 경
만약 상대방이 응답하지 않으면, 류차남은 계속해서 아트센터에서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이제 상대방이 명쾌한 대답을 내놓았으니, 류차남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복도에 웅크리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차갑게 소리쳤다. “자, 이제 차량이 왔으니 여기서 벌벌 떨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떠날 시간이다! 모두의 협조에 감사하다고 인사하지..! 내가 떠난 후에는 자유로워질 거야."이 말을 듣고, 이곳에 있던 100여 명의 사람들은 즉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모두 재난에서 살아남은 미소가 보였다. 한국은 치안이 워낙 좋아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일들은 평생 한 번이라도 겪지 않을 텐데, 만약 이런 일을 만나더라도 무사히 살아남기만 한다면 정말 행운아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모두가 완전히 긴장을 풀고, 이 범죄자가 빨리 이곳을 떠나기 만을 기다리며 이 위기에서 완전히 무사히 헤쳐 나갈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이때 류차남은 갑자기 다시 말했다. "하지만 여러분, 한 가지 도움이 필요한데 말이야.. 내가 당신들을 이렇게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줬는데 내 요구를 거부하지 않기를 바란다!”이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즉시 약간 긴장했다. 류차남에게 또 무엇이 필요한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돈을 원한다면 그것은 딱히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었다. 류차남이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모든 사람들은 기꺼이 자신의 소지품을 그에게 넘겨줄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류차남은 사람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때 류차남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말이야..? 롤스로이스를 준비해 달라고 했는데, 내가 혼자 그 차에 타면 아쉬울 것 같아서 말이야..? 그리고 내가 혼자 그 차량에 타게 된다면.. 저기 밖에 있는 경찰 놈들이 날 떠나지 못하게 잡을 거야..! 그리고 도중에 날 죽일 수도 있겠지..? 그래서 나와 동행할 두 사람을 데려갈 생각이야. 내가 서울에서 완전
류차남이 박혜정과 소민지의 운명을 발표한 순간, 두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드디어 그들은 완전하게 안전해진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달리 소민지는 매우 절망적이었고, 왜 류차남이 백 명이 넘는 사람들 중에서 자신의 어머니와 자신을 선택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한숨이 나오기는 했다. ‘하아.. 자랑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외모로 따져 본다면 이 백 명이 넘는 사람들 중에 나와 내 어머니가 가장 뛰어나기는 하지.. 류차남은 겉으로 보기에 상남자 스타일이며 사나운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하필 어머니와 나를 선택한 이유도 이런 그의 성격에서 나오는 것이겠지..? 이 사람이 나와 내 어머니를 인질로 삼으려는 것 외에 다른 의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그녀는 불안한 표정으로 옆에 있는 어머니를 바라보았다.박혜정은 딸의 시선을 보고 딸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며 낮은 목소리로 딸을 위로했다. “민지야 너무 걱정하지 마.. 네 엄마가 여기 있잖아.. 그러니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난 널 지켜낼 거야.”소민지는 "엄마, 아빠나 할아버지에게 연락할 방법을 찾아보는 게 어때요...?"라고 속삭였다.박혜정은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지근 우리를 구할 수 없어. 그러니 만약 손에 휴대폰을 들고 있을 때 저 사람이 널 발견하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그러자 소민지의 표정이 불안해졌다. "하지만 우리는 저 사람을 함부로 따라갈 수는 없어요...! 이건 너무 위험한 일이잖아요...! 우리를 풀어주지 않을 지도 모르고요..”소민지가 어머니와 말을 하고 있을 때, 류차남은 이미 모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고, 소민지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류차남은 두 사람의 앞에서 어슬렁거리며 어깨를 으쓱한 뒤 미소를 지었다. "하하.. 나와 함께 동행해주기로 한 미녀 두 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죠~”박혜정은 서슴지 않고
“탕!!!”하는 소리가 나더니, 여자의 이마에 손가락만한 붉은 구멍이 생겼다..! 그 직후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뒤로 넘어가 버렸다..! 곧 땅바닥에는 커다란 피 웅덩이가 생겨났고, 홀 전체는 피 냄새의 비린내로 가득 찼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잔인한 이 상황을 보고 겁에 질려 죽을 지경이었고, 류차남이 이 정도로 무자비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여자가 몇 마디 밖에 하지 않았지만 그는 시끄럽다는 이유 때문에 그 여자를 총으로 쏴 죽여 버렸다!사실 류차남이 여자를 죽인 이유는 그녀가 정말 역겨워서가 아니라, 박혜정과 소민지의 앞에서 협박을 할 기회를 잡기 위해서였을 뿐이다. 그는 사람을 한 명 죽인 뒤 겁을 주어 박혜정 모녀가 자신에게 100% 복종하게 만들기 위해 이렇게 행동했던 것이다. 그래야만 계획대로 둘 다 제거할 수 있을 테니.. 그래서 그는 겁을 먹어 창백하게 질린 박혜정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아름다운 아가씨, 어때? 아직도 여기서 나와 흥정을 할 생각이 남아 있나..?"박혜정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극악무도한 남자가 살인마라는 것을 알았고, 그녀는 그의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그의 제안을 거절할 수도 없었고, 질문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녀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계속 이 남자와 흥정을 하면 그 자리에서 살해당할 확률이 매우 높아... 나는 죽어도 상관없지만, 중요한 건 내가 죽더라도 이 남자가 민지를 놓아주지 않으면 모든 것이 끝나게 돼..!’ 이렇게 생각한 그녀는 딸 소민지의 손을 잡고 류차남을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아뇨. 우리는 함께 갈 겁니다.”류차남은 즉시 미소를 지으며 유쾌하게 말했다. "하하!! 역시~ 말을 잘 알아듣는 구만!?! 얼굴이 예뻐서 그런지 머리도 명석하구만? 두 사람이 순종하고 나와 협력하여 탈출하는 한, 나는 결코 당신들을 해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만약 당신이 감히 나에게 장난을 친다면.. 지옥이 무엇인지 보여주겠어!”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