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안 풀리게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변 교수는 이 네 단어를 들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안 풀린다는 말씀이시죠..?”노인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신년 운세 본 적이 없소?? ‘모든 것이 불운하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른다는 말이오? 그냥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안 된다는 뜻 아니오?!" 그는 이렇게 말한 뒤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 "즉, 무슨 일을 하려고 하든 불운해질 거라는 거요! 만약 결혼을 했으면 사이가 안 좋아지고, 직업과 돈을 얻게 되면 운이 좋지 않을 것이며, 모든 일이 내리막길을 걷고, 큰 재난을 당하게 될 거라는 거 아니요?!”"뭐라고요..?!" 이 말을 들은 변 교수는 불안해하며 초조하게 물었다. "저.. 그렇다면 제 딸이 겪게 될 재난을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까?!""흠.. 그건.." 노인은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좀 더 생각해보면 뭔가 생각이 날 수도 있겠지만.. 뭐.. 이런 상황은 굉장히 복잡해서..” 그는 애매모호하게 말하면서 주제를 바꾸어 덧붙였다. "하지만... 내가 전력을 다해 상황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면 아직 생존 가능성이 있을 지도 모르지요..!?”변 교수는 이미 상대방의 말에 완전히 당황하여 그의 말에 빠져들었다. 그는 지금 딸의 안전에만 관심이 쏠린 나머지 지금까지 배운 지식들은 전혀 효과가 없었다. 그는 긴장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르신, 그럼 제발 제 딸을 도와주십시오..!”노인은 미끼를 물어버린 변 교수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간절하게 원하는 것 같으니 나도 한 번 노력해 보지.. 그러나 이 위험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것은 나에게 너무 큰 손해가 될 것이므로, 비용을 좀 더 내야지.. 조금 전에 보내준 금액만큼 좀 더 보내줘야 나도 열심히 해결할 수 있을 거요!”변 교수는 50만 원을 더 내야 된다는 이 상황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겨우 50만 원을 더 내서 딸이 무사 귀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증가하
변 교수는 이 말을 듣고 즉시 불안해졌다. 그래서 그는 다급하게 물었다. "어르신, 그렇다면 제발 무슨 일이 있어도 제 딸을 구해주십시오..!”시후는 잠깐 혼란스러워졌다. 왜냐하면 노인이 던진 엽전들은 실제로 고대에 사용하던 엽전이 분명했지만, 이 점괘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바로 겹겹이 쌓인 안개 속에서 꽃을 본다는 뜻과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점괘가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점을 쳐보는 대상의 미래가 혼란스럽기 때문이 아니라, 점을 치는 점쟁이의 수준이 제한되어 있어서였다. 이 점괘는 시후에게 뭔가를 깨닫게 만들었다. ‘이 늙은이..! 당신은 이 점괘를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거잖아?!’ 노인은 지금 분명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점괘임에도 아는 척 하며 변 교수의 딸이 피비린내 나는 재앙을 당할 것이라고 과장하여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 늙은이는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겁을 주어 돈을 뜯어내려고 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시후는 이 늙은이가 거짓말쟁이라고 확신했고 점술에 대해 조금밖에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 늙은이의 지식 수준으로 예를 들자면, 의료 현장에 배치되었을 때 엑스레이의 앞면과 뒷면을 구별하는 방법만 배우고 다른 의학지식은 전혀 모르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러므로 그가 이런 낮은 수준에서 점을 치러 세상에 나온 것은 완전히 기만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에 시후는 놀란 척 물었다. "어우..! 엽전 몇 개를 땅에 던지면 사람의 미래 운세를 점칠 수 있다는 말씀이신 겁니까?”"그건 당연하지!!!" 노인은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이 기술을 50년 동안 배웠고, 이미 능숙해졌다고!!!"시후는 입술을 삐죽였다. "어휴.. 정말 믿기지가 않습니다..! 그럼 저도 한 번 해보고 싶은데요..?!" 그렇게 말한 뒤 시후는 노인의 동의도 기다리지 않고 엽전을 바닥에서 집어 들고는 변 교수와 변지현을 생각하며 『구현보감』에 기록되어 있던 엽전을 활용하는 점술에 대한 내용을 떠올렸다. 잠시 침묵한 시후는 바닥에 동전을 던졌다..!
점괘로 미루어 판단해본다면, 변지현은 거의 죽음을 맞이할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그녀의 유일한 생존 기회는 서울에 있었다. 시후는 변지현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음을 즉시 깨달았다. 아무래도 자신 외에는 누구도 그녀를 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이 점괘로 보면 변지현은 이제 위험에 휩싸여 있었다. 자신이 변지현을 구하지 않으면 그녀는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변지현을 구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서 시후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그녀를 구하기로 결정했다..! 변지현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시후는 이미 그녀를 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시후는 변지현을 만난 적도 없었고 그녀와 쌓아둔 우정도 전혀 없었지만, 그녀를 구해야 하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 이유는 바로 해상 무역 시장에 진출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시후는 하루라도 빨리 해상 운송 무역 시장에 진출하고자 했는데, 이 사업을 담당할 수 있는 인재는 바로 변지현이 가장 적합해 보였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한국으로 돌아와 자신을 도울 수 있다면 그녀의 아버지 변 교수 역시도 시후에게 반드시 도움을 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업은 기본적으로 안정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변 교수가 시후의 어머니의 오랜 친구이자 동기였고, 부모님의 사고 이후 그 역시 시후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변 교수에게는 변지현이라는 딸 한 명 뿐이기 때문에 그가 필요한 도움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하지만 시후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구하라고 한다면 그녀를 구할 수는 있겠지만 어떻게 구해야 할 것인지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그녀는 시리아에 있었고, 어디에 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점괘를 사용하면 대략적인 위치는 알 수 있지만 사람을 찾기 위한 정확도는 한참 부족하며, 그러니 점괘를 사용하여 직접 위치를 알아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러자
노인의 자녀들은 모두 결혼을 했지만 가난하게 살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러 나갔는데, 한편으로는 자신과 아내의 생활비를 벌고 싶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녀들에게 용돈을 좀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평소에 그는 속앓이를 하면서 감히 누구에게도 이 스트레스를 쏟지도 못하고, 마치 모든 것을 아는 것 마냥 남들을 속여왔는데, 갑자기 어린 녀석에게 자신의 상황이 폭로되다니.. 그는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시후가 관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생각했고, 그저 고의로 자신의 사업을 망치려고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 전에 엽전을 던진 것으로 자신을 비꼬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즉시 코웃음을 치며 경멸적으로 말했다. "하 참!! 평생 열심히 일해야 한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 사실 나는 어렸을 때 이미 경제적 자유를 얻었고, 아이도 있어~! 나는 이미 가족들도 많고 자식 복도 많아~ 그래서 행복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고! 내가 이렇게 나이가 많지만 다른 사람들의 점괘도 봐 주고 사주도 봐 주고 하는 건 많~은 일반인들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 후 그는 변 교수를 보더니 조금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오만한 청년을 데려가시게! 당신의 문제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당신과 나에게는 기회가 없는 것 같으니.. 그러니 조심해서 가시오!”변 교수는 약간 불안해하며 목소리를 낮추고 시후에게 말했다. "시후 씨, 이 어르신을 믿지 않는 것보다 차라리 이런 일이 일어날 지도 모른다고 믿는 편이 낫지 않겠어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100만 원은 딱히 큰 돈이 아니야~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난.”시후는 손을 저으며 노인을 바라보고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볼이 얇고 통통한 체격을 갖고 계시네요. 언뜻 보기에도 복이 많으실 것 같지는 않아요. 어르신의 체형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리고 이마도 넓지 않은데, 이것은 마치 어린 소년과 같아서 심지어 자식 복이 없는
늙은 점쟁이는 점잖게 앉아 있던 중년 남성 역시도 자신에게 반론을 제기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황하며 분노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무슨 말도 안 되는 과학을 따지고 드는 거야?! 과학이 그냥 과학이지! 그냥 기본적인 상식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 용이 용을 낳고 쥐도 쥐를 낳는데 내가 AB형이니까 AB형 혈액형을 가진 아들 놈을 낳는 것이 뭐가 문제냐 이 말이야!”변 교수는 무기력하게 말했다. "어르신, 과학을 정말로 믿으셔야 합니다. 저는 의학이나 생물학을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대학 교수입니다.. 그러니 기본 상식은 가지고 있지요.”노인은 변 교수가 대학 교수라고 하자 갑자기 당황하고 말았다. 그는 변 교수가 거짓말쟁이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뭔가 빌어먹을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그는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교수님은 왜 내 아들이 AB형 혈액형을 가질 수 없는지 설명해 줄 수 있습니까?”그러자 변 교수는 진지하게 말했다. "음.. 이 혈액형의 유전 법칙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몇 마디로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인터넷에서 찾아보시면 될 겁니다.”노인은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한참 동안 진지하게 검색을 했고, 갑자기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가 찾아본 바에 따르면 인터넷에서 말하고 있는 답변들 모두 변 교수의 진술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AB형과 O형 부모에게서는 A형 또는 B형 아이만 나올 수 있으며, 절대 O형 아이나 AB형의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인즉슨, 그의 장남은 분명 자신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피를 토할 뻔했다. 당황한 그는 곧바로 둘째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둘째야, 네 혈액형이 뭐지?”둘째 아들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제 혈액형이요? O형인데요. 엄마와 똑같았잖아요?”“뭐!? O형!?” 노인은 갑자기 벼락을 맞은 듯한 느낌을 받더니 다시 소리쳤다. “정말이야? 잘못 기억한 것 아니고?!”"아닌데요.
그는 자신의 세 아들 중 그 누구도 자신의 아들이 아닐 줄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는 고통 속에서 얼굴을 가릴 수밖에 없었다. "하아... 내가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나는... 내 평생 남의 자식과 손자를 키우기 위해 이렇게 평생 열심히 일해 왔다는 거야..?!!!" 이 말을 남긴 뒤 그는 바닥에 쓰러져 큰 소리로 눈물을 흘렸다.변 교수도 깜짝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금까지 시후가 노인에게 일부러 화를 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시후의 말이 진짜일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는 서둘러 시후에게 물었다. "시후 씨... 이게... 무슨 일이야..?"시후는 어깨를 으쓱했다. "음.. 말한 대로죠.. 제가 본 관상과 점괘로 본다면 분명 아들이 없을 텐데.. 세 명이나 있다고 하니, 그건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사실이 밝혀졌으니, 정말 아들이 없었던 것이죠.."변 교수는 놀라며 물었다. "그렇게 점괘가 정확하다는 건가요? 이렇게 놀라울 수가..?”시후는 일어섰고, 변 교수를 끌어당기며 속삭였다. "삼촌, 사실.. 저는 그냥 입을 놀린 것일 뿐이에요.. 그런데 이게 이렇게 정확할 줄은 몰랐어요..”"으응??!" 변 교수는 어이가 없어 물었다. "그게 정말인가?!”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은 격이라고 해 두시죠..”변 교수는 다시 물었다. "그럼 조금 전에 저 노인이 지현이가 곤경에 처해 있다고 했던 건..?”시후는 손을 저었다. "그건 분명 전부 말도 안되는 소리일 겁니다. 마음에 두지 마세요."이 말을 들은 변 교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또한 늙은 점쟁이가 거짓말쟁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긴장이 많이 풀렸다.시후는 조금 전에 점을 쳤던 내용을 떠올리며 변 교수에게 말했다. "삼촌, 혹시 오후에 시간이 있으시면 시리아 현지 상황에 대해 조금 더 주의를 기울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현 씨는 정부군과 함께 군사 작전에 참여했으니, 일단 현재 안전은
택시를 타고 버킹엄 호텔로 가는 길에도 시후는 계속해서 변지현을 걱정하고 있었다. 시후는 변지현에게 사고가 일어난 후에 다급히 달려가야 할 상황을 막기 위해 지금이라도 당장 시리아로 떠나고 싶었지만, 상황이 너무 특수해 지금은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했다.안세진은 다방면으로 강력한 자원을 갖고 있다고 생각이 들자, 시후는 그에게 조언을 구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침, 안세진과 앞으로 엘에이치 그룹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의논할 일이 생겼기에 시후는 버킹엄 호텔에 도착한 후 바로 안세진의 사무실로 갔다.이때 버킹엄 호텔에서 소수도는 이토 유키히코와 접촉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현재 버킹엄 호텔에 조용히 잠입한 것이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감히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채 객실에만 머물고 있었다.그의 아내 박혜정, 큰 딸 소민지, 사생아 소이연 역시도 이 호텔에 살고 있었는데, 이 세 사람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시후는 안세진의 사무실에 왔고, 시후를 만나자마자 안세진은 급히 그에게 보고했다. “도련님, 모니터링 하라고 하신 두 사람에 대해 제 부하들이 감시를 시작했습니다. 혹시 동향이 있으면 빠르게 소식을 전하도록 하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그 두 사람은 엘에이치 그룹이 보낸 겁니다. 아마도 나에 대한 단서를 찾고 싶어할 거예요. 계속해서 주시하고, 최근에 이쪽 주변으로 온 다른 사람들도 주시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안세진은 이 말을 듣고 즉시 분노하며 이렇게 말했다. "도련님, 이 두 사람이 감히 도련님께 해를 끼치려고 한다면 제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시후는 손을 저으며 침착하게 말했다. "아, 일단 그 노인과 청년 두 사람은 도술을 배운 사람 같아 보였습니다. 그러니 고결함이 있을 테니, 먼저 그들은 가만히 두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 지 지켜보시죠.”안세진은 서둘러 말했다. "알겠습니다 도련님.”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부
안세진은 이 말을 듣고 더 이상 시후를 설득하지 않고 즉시 휴대폰을 꺼내 여러 곳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 통화를 마친 후 안세진은 시후에게 이렇게 말했다. “도련님, 제 지인들과 상의를 하고 해외 채널에 대해 문의해보았는데, 지금 시리아에 가고 싶다면 터키나 이라크로 가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경로라고 합니다.. 주변국에서 육로를 통해 시리아로 가는 방법이 있다고 하네요.. 그런데 조금 당황스러운 점은 터키가 시리아 북쪽, 이라크는 시리아 동쪽에 있는데.. 시리아의 수도인 다마스쿠스가 시리아 남서쪽에 있다는 겁니다.. 즉, 이라크에서 가든 터키에서 가든 다마스쿠스에 가려면 수백 킬로미터의 거리를 가야 한다는 것이죠. 게다가 중동은 지형이 복잡하고 교통도 그리 편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이번 여행에는 최소 20시간은 걸릴 겁니다."시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시리아 서부는 레바논과 접해 있겠죠..? 그리고 두 나라의 수도는 매우 가깝고요. 직선 거리는 100km도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비행기를 타고 레바논으로 가서, 레바논에서 시리아로 들어가는 것이 더 쉽지 않을까요?”안세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도련님, 저도 그 생각이 나서 물어 봤습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레바논이 다마스쿠스에 더 가깝지만, 민간 항공기가 한국에서 레바논으로 비행한다면, 시리아를 통과해야 할 겁니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은 끊임 없이 싸우고 있고, 여러 서방 국가들의 군대도 함께 뒤섞여 있죠.. 이들 모두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니 어떤 국가의 민간 항공기도 감히 영공으로 쉽게 날아갈 수 없습니다.. 모두들 큰 원을 그리며 시리아 영공을 피해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죠.. 민간 항공 노선에 따르면 시리아를 우회하려고 하면 비행 거리가 거의 2,000km 증가한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우리 비즈니스용 비행기는 횡단이 불가하게 될 것이고, 연료를 보충하기 위해 들러야 할 공항을 찾아야 할 겁니다.. 이렇게 연료를 보충하기 위해 잠시 공항에서 경유하게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