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유현은 아랫사람들과 함께 공항에 도착한 뒤에 곧 바로 한 대의 비행기를 탔고, 다른 한 대의 준비된 비행기는 그림자의 역할을 하며 전 구간 동반했다. 미국 대통령의 경우에도 다른 비행기가 행적을 보호하는 방식과 마찬가지로, 배유현이 탄 비행기가 어디로 가든 다른 비행기도 함께 따라갔다. 만약 배유현이 탄 비행기에 문제가 생겨 운전을 할 수 없게 되면, 배유현의 일행은 즉시 다른 비행기를 타고 아무 문제없이 계속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었다. 만약 그녀가 한국으로 가는 동안 이 비행기에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다른 비행기의 수백만 달러의 진행 비용은 전부 낭비될 테지만, 배유현은 그런 것에 대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추구하는 것은 100%의 문제 해결이었기에 다른 것들은 그녀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그 후, 그녀의 비서는 태블릿 PC를 배유현에게 건네며 말했다. "아가씨, 조사해 보라고 하신 세 호텔의 자료입니다. 확인해 주세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태블릿을 받아 자료를 살펴보았다. 그리고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서울 국제 호텔... 버킹엄 호텔... 힐튼 호텔..." 배유현은 약간의 불만을 표하며 말했다. "보니까, 다들 그저 그런 것 같네.."지수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가씨, 그래도 한국의 호텔들은 미국 최고의 호텔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서비스 등은 뒤쳐지지 않습니다.”배유현은 무표정하게 대답했다. "음... 어쩔 수 없네.. 오늘 밤은 어느 호텔에 머물든 상관없지만, 이번에 서울에 오래 머물 가능성이 있으니, 비행기가 착륙한 후 이 세 호텔과 협의해서 한 달 동안 계속 머무를 수 있는지 확인해 줘. 업무 중간에 장소를 바꾸고 싶지 않으니까."지수연은 즉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아가씨. 알겠습니다!"...30분 후, 두 대의 비행기는 인천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지수연은 자신의 아랫사람들에게 비행기 대기 상황을 확인하게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세 호텔에 각각 전화를 걸어
사실, 예인방은 아직 버킹엄 호텔과 공동으로 경매를 개최할 것이라는 소식을 내부에 발표하지 않았다. 이는 시후의 의도였다. 최근에 LCS 그룹이 블랙 드래곤에 의해 통합되었다는 소식이 돌면서, 많은 사람들이 LCS 그룹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버킹엄 호텔의 사업은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었다.시후는 이번 경매를 통해 이러한 가식적이고 의리가 없는 사업가들을 제대로 한방 먹이고, 경매에 참석하려면 반드시 버킹엄 호텔에 숙박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러나 시후는 이 소식을 곧바로 외부에 공개할 생각이 없었다. 만약 일찍이 경매 장소를 공개하면, 많은 사람들은 경매 장소에 대해 미리 조사하고 파악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 회춘단을 노리는 사람들이 미리 경매장에 뭔가를 설치하려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시후는 경매 장소에 대한 정보를 마지막까지 비밀리에 부치기로 결정했다. 경매에 참여하려는 부자들이 서울에 도착하면, 주최 측인 예인방이 나서서 그들을 버킹엄 호텔에 체크인 시키도록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하룻밤 객실가격은 백 만, 천 만, 혹은 억 단위가 되더라도 상관없게 될 것이다. 그래서 시후는 버킹엄 호텔을 미리 폐쇄 관리하고, 이곳에 숙박하지 않는 사람은 경매에 참여할 기회가 없도록 할 계획이었다. 또한, 이 기간 동안 버킹엄 호텔의 연회장을 개조하고 보안을 강화하는 작업을 비밀리에 준비하여 만반의 대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후는 자신의 의도를 단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한 여성이 간파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배유현과 소민지는 모두 재벌가에서 정성껏 키운 엘리트 계층이었지만, 유일한 차이점은 바로 배유현의 경우 10대 때부터 사업과 관련된 실전 경험을 쌓았고, 소민지는 시후가 엘에이치 그룹의 회장으로 임명하기 전까지는 계속 학생의 신분이나 마찬가지였으며, 원래는 미국으로 유학을 갈 계획이었다는 점이었다. 두 사람은 나이도 비슷하고 성장 환경도 비슷했지만, 일 처리
그 나이가 조금 더 많은 남자가 급히 말했다. "송 회장은 이미 도착했습니다." 말을 마치자, 그 두 사내는 빠르게 배유현의 옆을 떠났다. 두 사람이 그녀의 곁을 스쳐 지나갈 때, 배유현은 두 사내의 옆모습을 보았고, 속으로 든 첫 번째 생각은 바로 ‘이 사람, 꽤나 잘 생겼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옆을 스쳐 지나간 두 사람은 바로 시후와 안세진이었다.시후는 송민정을 불러내 안세진과 함께 경매의 다음 단계를 논의하기 위해 호텔 입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안세진이 이미 입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나자, 안세진은 먼저 구현 제약에 잠복하고 있던 블랙 드래곤이 어제 밤과 오늘 점심에 걸쳐 몇 명의 스파이를 붙잡았다고 알렸다. 이들은 현재 모두 엄중히 통제되고 있지만, 아직 다른 곳으로 이송되지는 않았다. 동시에, 블랙 드래곤들은 또한 구현 제약 근처에서 수상한 행동을 하는 한 사내를 발견했다고도 전했다. 이 사내는 겉으로는 한국인의 외모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지만, 이전에 인천에 도착해 출입국 심사를 받을 때, 이화룡의 부하가 사진을 찍어 둔 덕에 구현 제약 근처에서 그를 발견하자마자 즉시 그를 감시하게 되었다. 안세진에 따르면, 그 사내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고, 단지 구현 제약 근처에서 흙을 파고 식물 표본을 채집하는 등의 행동을 했으며, 구현 제약 내부로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게다가, 블랙 드래곤의 조사에 따르면, 그 사내는 나카무라 슌페이라는 이름의 미국 국적 일본계 미생물학자이자 제약 연구원이었다.시후는 당연히 산업 스파이들을 이화룡에게 보내 엄중히 감시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시후는 나카무라 슌페이가 의약품 연구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그를 붙잡지 않기로 했다. 대신, 그는 안세진에게 지시해 그를 그냥 내버려 두고 약을 계속 연구하도록 했다. 왜냐하면 시후는 현재 미국에서 자신의 약을 복제하기 위한 연구를 하다가 막다른 길에 몰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배유현이 버킹엄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 체크인했을 때, 시후는 송민정과 안세진을 불러 경매의 후속 세부 사항을 확정하고 있었다. 지금 시후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버킹엄 호텔의 보안 문제였다. 언제든지 100억 달러를 돌파할 수 있는 회춘단의 가치는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큰 유혹을 불러 일으킬 것이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를 노릴지는 알 수 없었다. 게다가, 그때 경매에 참석할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최상위에 위치한 부자들일 것이기 때문에, 이들의 안전을 반드시 보장해야 했다. 그렇지 않다가 혹시 그들의 신변에 문제라도 생기게 되면, 앞으로 누가 먼 한국까지 직접 와서 경매에 참여하려 하겠는가..? 그래서 시후는 버킹엄 호텔의 보안 시스템을 향후 15일 내에 새롭게 업그레이드할 것을 요구했다. 동시에, 성도민에게 경매 시작 전에 블랙 드래곤에서 대량의 정예 인원을 파견하여 버킹엄 호텔의 안전을 철저히 보장할 것 역시 통지했다.안세진은 큰 압박을 받았지만, 여전히 확고하게 시후에게 약속했다. "도련님 안심하십시오. 경매가 반드시 무사히 끝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올해, 우리는 좋은 시작을 해야 합니다. 나는 이태리 부회장에게 새로운 경매 센터를 설립하도록 지시했어요. 경매 센터가 완공되면, 회춘단의 경매는 전용 시설에서 열리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말한 뒤 시후는 송민정에게 말했다. "송 회장님, 경매 센터에 이룸 그룹의 투자 지분 20%를 예약해 두십시오. 앞으로 이곳은 LCS 그룹과 이룸 그룹이 함께 만드는 새로운 사업 공간이 될 것이고, 우리의 회춘단 경매도 계속해서 개최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경매 센터는 회춘단 경매 외에는 나머지 시간 동안 예인방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즉, 그곳이 당신의 주무대가 되는 셈이죠."송민정은 시후의 말을 듣고 놀라움과 기쁨에 가득 차면서도 약간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은 선생님, 이 경매가 상류 사회에서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송민정은 말을 이어갔다. "게다가, 얼마 전 그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여러 명품 브랜드를 연달아 인수하는 대규모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그 중에는 명성이 자자한 에르메스도 포함되어 있었죠.. 명품 분야에서 거의 독점적인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그의 자산 가치는 1700억 달러에 달하며, 이를 환산하면 이미 270조를 넘었어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렇군요... 그는 전 세계 여성들의 친구라고 할 만하네요..!" 시후는 이 버나드 아르노의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이미 70대인 그는 분명 장수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을 것이다.사실, 고대로부터 전 세계의 최고 권력층들은 모두 이런 식이었다. 사람은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는 젊고 무모하며, 시간이 소중하다는 것을 모르는 단계이다. 이 나이 대의 사람들은 미래를 고려하지 않고 현재만 신경을 쓰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신장을 팔아 돈을 벌거나, 작은 이익을 위해 건강을 희생하며 위험을 무릅쓰기도 한다. 하지만, 20대 후반부터 50~60대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정으로 인생의 기초를 다지게 된다. 특히 최상위 부자들에게는 이 소중한 시간들은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번창하는 시기라고 할 수 있었다. 거의 모든 부자들은 이 나이대에 자산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사업이 점점 더 발전하고, 개인의 부가 계속 축적되면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이 부자들은 자연스럽게 '목숨을 더 연명하고자 하는' 단계에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사람들은 자신이 이룬 성과를 더 오래 누리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크게 성공한 사람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짙다. 고대에는 많은 왕들이 장수를 갈망했다. 현대에 들어서면 대부분의 억만장자들이 고대 왕들처럼, 막대한 비용을 들여 불로장수를 찾기도 한다. 미국 록펠러 가문의 계승자인 데이비드 록펠러는 수억 달러를 들여 여섯 번의 심장 이식을 받으며 101세까지 살았다. 이 외에도 미국의 IT 사업가 브라이언 존슨은 45세의 나이로 6개월 동안
시후는 계속해서 자료를 살펴보았다. 명단에 있는 '배원중'이라는 이름은 그의 관심을 끌었다. 배원중은 등록된 자산 금액이 400억 달러였지만, 포브스 순위에는 그의 정보가 없었다. 그리고 배원중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도 여러 명 있었다. 이들은 포브스 순위에는 이름이 올라 있지 않았고, 인터넷에서도 별다른 뉴스가 없지만 자산 신고한 내용을 보면 모두 수백 억 달러에 달했다.시후는 이러한 자료들을 살펴보며 그들의 실제 자산은 1천억 달러를 넘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굳이 달러를 적은 금액으로 신고한 이유는 과도하게 자신들의 자산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확실한 자리를 확보하고자 한 것 같았다. 그리고 시후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명단에 영국 왕실의 이름이 등장한 것이었다. 그는 감탄하며 말했다. "영국 왕실은 이번에 안 올 줄 알았는데..?"송민정은 웃으며 말했다. "그들은 몇 분 전에 신청서를 제출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영국 왕실에서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은 여왕이 아니라, 그녀의 장손인 아서 왕자예요." 송민정은 조금 놀란 듯 말했다. "아서 왕자는 80년대 생으로 나이가 40대 초반밖에 안 되는데, 왜 회춘단 경매에 참여 하려고 하는지 그 이유는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아서 왕자는 몇 년 전 평민과의 결혼으로 화제가 되었고, 영국 왕위 계승 서열 2위로서 최근 몇 년간 지속해서 주목을 받아왔다. 따라서 아서 왕자의 갑작스러운 경매 참여는 시후에게도 약간의 의외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시후는 곧 영국 왕실의 의도를 깨달았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영국 왕실은 올해 경매에 경쟁하려는 생각은 없었을 것 같아요. 아서 왕자를 보내서 회춘단의 신비한 효능을 직접 확인해보려는 것 같네요.." 시후는 이어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영국 왕실의 자금으로는 참가 자격은 얻을 수 있지만, 진정으로 회춘단을 낙찰 받기에는 능력이 없을 수 있으니.. 그저 그 약효를 구경하기 위해 동참할 뿐인 거예요.” 시후는 이러한 구경꾼들의 참여도 마다하지 않았다. 왜냐
시후는 명단을 끝까지 훑어보고 나서야 노르웨이 왕실의 곤란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엘리사가 노르웨이 왕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자산을 모아 증명을 제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자산은 1조가 살짝 넘어가는 금액이었다. 이는 참가 자격을 얻기 위한 최소 기준을 겨우 충족하는 금액이었다. 그래서 이 700명 중, 그녀는 거의 꼴찌에 해당하는 존재였다. 700명 중 200명을 선발해야 하기에, 이 순위로는 그녀는 경매에 참여할 자격이 없을 것이었다. 이를 본 시후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아, 노르웨이 왕실은 정말 곤란하군요.. 자산이 영국 왕실의 10분의 1도 안 되니..”“맞아요..” 송민정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유럽의 왕실들은 모두 엄청나게 부유할 줄 알았는데, 노르웨이 왕실의 재정이 이렇게 부족할 줄은 몰랐어요……”사실, 멀리 노르웨이에 있는 엘리사는 자신의 왕실이 몇 년 동안 어떠한 발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겨우 조상들이 물려준 자산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만약 조상들이 물려준 자산들을 잘 정리해서 고가의 골동품이나 그림 등을 포함시킨다면, 몇 억 달러는 더 벌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전통적으로 전해 내려온 문화재이며,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가치를 산정하기 어렵다. 게다가, 그런 자산을 포함시킨다고 해도 순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700명 중 200명을 선발하여 경매 참석자를 정한다고 하니, 하위 6위든, 16위든, 60위든 결과는 기본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이다.엘리사는 헬레나를 찾아가 부탁했다. “헬레나, 시간 있을 때 은시후 씨에게 연락해서 내가 경매에 참가할 수 있도록 부탁해 줄 수 있니?”헬레나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할머니, 은시후 씨가 우리를 도와준 덕분에 우리는 그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어요.. 이런 부탁을 또 하는 것은 은시후 씨에게 너무 큰 부담이 될 것 같아요..”헬레나의 생각을 엘리사도 이해했다. 시후는 이미 헬레나에게 큰 은혜를 베풀어
할머니의 질문을 듣고, 헬레나는 순간 깜짝 놀랐다. 그녀의 마음 속에 있는 부끄러움이 얼굴을 붉히기도 전에, 그 자리를 깊은 슬픔이 차지해버렸다. 원래 헬레나는 그 말에 부인하고 싶었으나, 왠지 모르게 속 시원히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들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제가 그를 그리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제가 여왕이 된 이후로는 제 신분에 대해 민감해져서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고, 무슨 말을 하고, 무엇을 하든지 모두 제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되었어요. 꿈에서라도 한국에 가서 그를 만나고 싶지만, 외교 채널을 통해 가지 않는 한 방법이 없죠.. 그리고 그는 단기간 내에 다시 노르웨이에 올 일도 없으니, 앞으로 그를 만날 기회가 없을까 봐 걱정이에요....” 이 말을 하면서 헬레나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차올랐고, 눈가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급히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고 나서 다시 말했다. “할머니, 솔직히 말해서 제가 여왕이 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엄마를 구하기 위해서 였고, 그 다음은 올리비아에게 복수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제 엄마는 안전하고, 올리비아도 응당한 벌을 받았어요. 그러니 제게 지금 이 여왕 자리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요......”엘리사는 급히 말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돼! 왕실에는 이제 직계 혈족의 왕위 계승자가 없어! 네가 그렇게 쉽게 퇴위할 수는 없단다!”헬레나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무심코 물었다. “할머니, 다시 여왕이 되고 싶지는 않으세요?”엘리사는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 난 싫어! 다시 등극하는 건 전 세계에서 없는 일이다. 퇴위했다가 다시 등극하면, 왕실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될 거야......”헬레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럼 언제쯤 적절한 왕위 계승자가 생길까요?”엘리사는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그건 너에게 달려 있지 않겠니.... 우리 노르웨이 왕실은 원래 인구가 적어서, 너는 아직 첫 번째 왕위 계승자도 없어.. 네가 퇴위하면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