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연은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끄덕였고, 잠시 후 배유현에게 물었다. "아가씨, 그럼 여전히 회장님과의 식사는 유효한 건가요?”"우선 식사는 하지 않도록 하겠어." 배유현은 서둘러 말했다. "은시후 씨가 바쁜 일이 끝나면 나를 초대해 식사를 하겠다고 했으니, 할아버지는 예정된 시간에 맞춰 오시도록 해 줘. 만약 경매에서 회춘단을 낙찰 받지 못하면, 그때 내가 할아버지를 데리고 가서 은시후 씨를 만나게 해야겠어."……이틀 후.인천 공항은 새벽 4시부터 굉장히 바쁜 하루를 맞이하고 있었다. 평소 인천 공항의 하루 평균 항공기와 화물기, 비즈니스 제트기 이착륙 횟수는 1,500건 정도이다. 그러나 오늘은 인천 공항에 평소보다 약 300회 더 많은 착륙이 이루어졌다.. 새벽부터 대규모의 개인 제트기들이 쉴 새 없이 인천 공항에 착륙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 개인 제트기들은 예외 없이 모두 서울에서 열리는 회춘단 경매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었다. 경매 주최 측의 요구에 따라, 참석자들은 오늘 안에 인천에 도착해야만 했다. 또한, 그들은 착륙 이후부터 경매가 끝날 때까지 주최 측의 지시에 따라야 하며, 규정을 위반하는 어떠한 행위라고 있을 경우, 경매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래서 이 부호들은 인천 공항에 착륙한 후, 주최 측의 추가 지시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오전 10시, 인천에 착륙한 개인 제트기만 해도 이미 100대 가까이 되었고, 인천 공항의 주기장을 가득 채웠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심지어 주기 여건이 되지 않아 승객을 하차 시킨 후 주변 다른 도시의 공항으로 이동해 임시 주차를 해야 하는 개인 제트기들도 생기기 시작했다.이때, 인천에서 1,000km도 채 되지 않는 상공 1만 미터 위에서는 보잉 747을 개조한 개인 제트기가 인천을 향해 빠르게 비행하고 있었다. 넓은 기내의 내부는 이미 공중에 떠 있는 이동식 별장으로 개조되어 있었고, 비행기 앞쪽의 호화로운 응접실에는 두 명의 노인이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모두 머리
배원중은 말을 듣고 나서,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점괘를 부탁했더니, 노래 가사 같은 말로 얼버무리면 어쩌자는 건지..”"무식하기는!" 박청운은 작은 목소리로 외치며, 눈썹을 치켜세우고 물었다. "그저 조금 더 시적으로 설명한 것인데 무슨 노래 가사 같은 말이라는 건가?”배원중은 급히 말했다. "청운이! 그런 뜻이 아니네! 내 말은, 애매한 표현 말고 조금 더 명확하게 설명해 줄 수 없겠느냐는 것이었지."박청운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말 그대로, 분명하게 보이지 않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야. 이 일은 내적으로도 복잡하고, 외부 요인도 많아서, 변수가 매우 커. 상황이 매 순간 변화할 수 있기에, 이미 내가 점을 칠 수 있는 능력 범위를 넘어선 거라네.”배원중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탄식했다. "자네 조차 이 일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나는 더더욱 알 수 없겠군." 그는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감탄했다. "아,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어....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 돌아오는 것 같으이...." 박청운은 창밖을 한 번 보고 나서 그에게 물었다. "자네 조상님들은 고향이 어딘가?”배원중은 입을 열어 말했다. "우리는 강원도 토박이었지..”박청운은 감탄하며 말했다. "조상들이 강원도 분이셨군.. 자네는 이렇게 평생 미국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었는데 대단하군." 그리고 나서 박청운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도 이제 나이가 적지 않으니 내가 하나 물어보지.. 부디 불쾌하게 생각하지 말게.”배원중은 서둘러 말했다. "그래 물어 봐.”박청운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물었다. "자네 사후에 일을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 미국에서 영면할 것인지, 아니면 한국 땅에 묻힐 건지 말이야.”배원중은 쓴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이 문제는 내가 20~30년 전부터 생각하기 시작했지만, 지금까지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어.." 그리고 나서 배원중은 잠시 말을 멈춘 뒤 다시 말했
배원중은 자신의 몸 상태가 거의 끝에 이르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이번 서울 방문에서 회춘단을 얻지 못한다면, 현재의 건강 상태로는 서울을 살아서 떠나기조차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이 자신의 생명을 늘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느끼며, 성공을 간절히 기도했다.비행기가 착륙한 후, 지상의 유도차가 비행기를 안세진이 미리 빌려 둔 한 격납고로 안내했다. 비행기가 완전히 멈추자, 비행기의 문이 열렸다.그러자 안세진의 부하 중 한 명이 승강 계단을 타고 비행기 문 앞으로 다가왔다. 승무원이 기내 문을 열자, 그 부하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가 배원중 씨가 탄 비행기입니까?"배원중의 수행원 중 한 명이 분노하며 말했다. "이봐, 말 조심해! 우리 대표님의 성함을 그렇게 함부로 불러?”안세진의 부하는 그를 무시하며 말했다. "대표님은 무슨, 당신 대표는 내 대표가 아니야. 난 여기서 참가 신청자의 이름만 알고 있다고. 지금 당장 배원중 씨에게 가서 우리의 초청장과 신분증을 가지고 나와서 직원에게 확인 받으라고 전해!"수행원은 젊은이가 이렇게 무례하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했고, 당황하며 차갑게 물었다. "자네 그 태도는 뭐야?! 누구한테 말하는지 알고 있기나 한 거야?"안세진의 부하는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누구한테 말하는지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아. 하지만 우리의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너무 느리게 보고하면, 나도 우리 상사에게 바로 보고할 거야. 그때 당신 대표의 참가 자격이 취소되면, 우리 측에서 미리 경고하지 않았다고 뭐라고 하지 말라고."배원중의 수행원은 이 말을 듣고, 온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상대가 말단 직원 같은 느낌임에도 이렇게 건방지게 행동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리고 이번 참석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그는 얌전히 말했다. "젊은이, 화내지 말고 잘 들어 보게. 내가 조금 전에는 아무런 생각 없이 말한 거니까, 너무 기분 상해하지
일반적으로 비즈니스에서는 고객을 극진히 대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말하듯이, 고객은 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를 할 때가 되면 고객을 최대한 편안하게 대접해야 사업이 번창할 수 있다. 하지만 시후는 이런 방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이 회춘단의 거래가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하므로, 그의 태도가 어떻든 간에 부자들은 여전히 그에게 몰려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시후는 이들에게 친절을 베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부자들은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아부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니 이들에게 아무리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제공해도, 그들은 감동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반대로 행동하여, 그들의 자만심을 눌러버리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 높은 위치에 있던 부자들에게 남에게 지배당하고 명령 받는 느낌을 한 번 제대로 경험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에게 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그래서 안세진의 훈련을 받은 이 직원들은 이렇게 비싼 고급 비행기를 타고 한국까지 온 부자들 앞에서 조금도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 그들은 무례할 때는 무례하게 굴고, 질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는 질책을 하기로 한 것이다. 배원중은 이렇게 먼 길까지 와서 회춘단의 경매에 참가하려고 하는데, 회춘단을 보기도 전에 라는 코드명을 먼저 받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불만을 드러낼 수 없었고, 웃으며 말했다. "젊은이, 아직 경매에 참여할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그러나 직원은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아까 말했지 않습니까? 일단 저곳으로 가서 우리 직원들에게 보고하고, 그들의 지시에 따르면 된다고. 다른 것은 물을 필요 없습니다!"배원중은 마흔 살이 된 이후로 아무도 자신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없었다. 이런 대우를 받자 그는 속으로 분노를 느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지금 남에게 부탁하는 처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
박청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이름은 박청운입니다."직원은 박청운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거만한 태도가 갑자기 극도로 공손해졌다. 그는 급히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박 선생님, 안녕하세요! 부장님께서 미리 말씀하셨습니다. 저희 VIP 중 한 분이시니 여기서 따로 등록할 필요가 없습니다. 잠시 후 차량에 먼저 타 주시면 호텔로 모셔 드리겠습니다. 호텔에서는 전담 직원이 숙박 절차를 도와드릴 겁니다." 박청운은 건방지던 젊은 직원이 자신에게 이렇게 공손하게 대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는 곧 시후의 사전 지시 때문임을 깨닫고, 시후에게 더욱 감사함을 느꼈다. 시후는 나이는 자신보다 훨씬 어리지만, 그의 운명을 보면 시후야 말로 최고로 위대한 존재였다. 물론 자신은 백세가 넘었지만 시후에게는 존경을 표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시후가 먼저 이렇게 노쇠한 자신을 챙겨주려는 마음에 그는 더욱 감동을 받았다. 이어서 그는 배원중을 가리키며 직원에게 말했다. "젊은이, 이분은 내 친구요. 내가 이 분의 등록을 마친 후 함께 호텔로 가고 싶은데.. 그게 가능합니까?”직원은 급히 대답했다. "박 선생님, VIP과 다른 경매 참가자들은 같은 건물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굳이 기다리실 필요는 없으십니다."박청운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우리 둘은 사이가 좋으니, 같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예 알겠습니다." 직원은 급히 대답했다. "박 선생님, 우선 차량에 올라타서 기다려 주십시오. 이분은 아직 해야 할 절차가 많고, 의복도 받아야 합니다."옆에 있던 배원중이 놀라서 물었다. "의복을 받아야 한다니? 무슨 옷인가요?"직원의 얼굴은 다시 차가워졌다. "부장님께서 경매 참가자들이 모두 복장을 통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전에 이미 키와 체중 등의 데이터를 확인했었는데요..? 등록 절차가 완료되면 두 벌의 맞춤 의복을 드릴 겁니다. 앞으로 며칠 동안, 경매가 끝날 때까지 이 복장을 착용해야 합니다."배원중은 속으로 불
배원중이 안세진이 준비한 차량을 타고 서울 시내로 향했을 때, 그는 매우 우울한 기분으로 왼쪽 뒷좌석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오른편에는 이미 백세가 넘은 박청운이 앉아 있었다.박청운은 배원중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웃으며 물었다. "원중이, 보아하니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은데."배원중은 무겁게 말했다. "기분이 좋을 수가 없지... 사실 비행기에서 내린 순간부터 짜증이 났다네!"박청운은 미소를 지으며 조언했다. "원중이, 이미 도착했으면 마음을 편하게 먹게.. 좀 더 침착하게 받아들이는 게 좋을 거야."배원중은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차 안에서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며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박청운은 그가 이런 차량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눈치챘다. 배원중이 평소 타고 다니는 차량의 좌석 하나만 해도 이 차 전체 가격보다 비쌀 테니 말이다. 그래서 박청운은 웃으며 배원중에게 말했다. "원중이, 이 차를 무시하지 말게.. 이건 그래도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현대차야.."배원중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현대라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이 차를 타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말이지.."박청운은 진지하게 말했다. "현대는 국내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는 기초를 다진 브랜드야. 또한,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이 지도자들의 전용 차량으로 사용되어 왔고, 그 때문에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지.. 주최 측에서 우리를 이 차로 데려가는 것도 그런 의도가 있을 거라네."배원중은 말했다. "그렇게 말하자면, 이 경매의 주최자는 애국심이 강한 사람인 것 같군.""그런 것 같아.." 박청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도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은 존중 받아야 하지 않겠나..”배원중은 말없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차량 행렬이 버킹엄 호텔에 도착했을 때, 호텔 전체는 이미 봉쇄되어 있었다. 출입이 가능한 버킹엄 호텔의 전용 차량을 제외하고는 모든 외부인은 출입이 금지되었다. 하지만 호텔 로비는 이미 사람들로
배유현이 서둘러 말했다. "할아버지, 이건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걸요."배원중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번 경매에서 회춘단을 순조롭게 낙찰 받을 수 있어야 할 텐데.. 그러면 경매가 끝난 후, 너도 나와 함께 뉴욕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 말이다.."배유현은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 저는 할아버지가 꼭 성공하실 거라고 믿어요."...수많은 최상급 부자들이 계속해서 버킹엄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있을 때, 시후는 유나와 함께 서울의 가장 번화가에 도착했다.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스쿨의 마스터 클래스 초청장을 받은 후, 유나는 켈리 웨어슬러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고 느끼고 있었다. 오늘 업무가 많지 않았기에 유나는 시후를 끌고 나와, 켈리 웨어슬러에게 줄 선물을 고를 계획이었다.시후는 유나에게 물었다. "여보, 어떤 선물을 줄지는 생각해 봤어요?"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미 생각해 놨어요. 에르메스 핸드백을 하나 선물하려고요.. 전에 그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에르메스를 아주 좋아한다고 하더라고요.. 또 에르메스 백을 수집하는 취미도 있다고 했으니, 그녀의 취향에 맞춰 백을 선물하는 게 좋을 것 같기도 해요.. 그래야 내 진심이 전해질 테니까요."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들어가서 비싼 걸로 골라요. 돈 걱정은 하지 말고요, 내가 충분히 모아 뒀으니까요."유나는 서둘러 말했다. "괜찮아요, 여보. 나도 최근에 적지 않게 돈을 저축해 놨어요. 그러니 이번 일은 제가 할 게요. 그렇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요." 시후는 더 이상 고집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 무리하지 말고 너무 비싼 건 사지 말아요."유나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미 인터넷에서 봤어요. 버킨 시리즈 중에서 요즘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이 있더라고요.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고요. 희귀한 소재나 고급 장식을 선택하지 않으면, 대략 2천만 원 정도 할 거예요."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정도 가
시후가 직접 구매 금액을 물어보자, 판매원은 시후를 약간 비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제가 이미 말씀드렸듯이.. 구매를 원하시는 이 제품은 최근에 정말 인기가 많아서, 먼저 저희 매장에서 금액을 어느 정도 쓰셔야 합니다. 다른 고객님들 보다 구매 금액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이 백을 구매하실 수 있고요.”시후는 비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어느 정도 금액을 쓴 다음에도 백이 없다고 하면 어떡하죠? 그러면 내가 바보가 되는 거 아닌가요?"판매원의 표정이 잠시 굳었지만, 곧 다시 평소처럼 돌아왔고 판매원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만약 일정 금액을 쓰셨는데도 백을 못 받으신다면, 유일한 이유는 다른 고객님이 더 많은 금액을 쓰셨기 때문일 겁니다..”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이런 식으로 뒤에서 구매 금액을 조작할 수 있겠죠. 누가 나보다 더 많은 제품을 구매했는지는 전부 당신들의 말에 달린 거니까요. 어떠한 데이터도 보여주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을 믿을 수 있죠?"판매원은 시후가 공격적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그가 돈도 없으면서 그냥 구경이나 하러 온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판매원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 어쩔 수 없이 이게 저희들의 규칙입니다.. 얼마나 돈을 쓰셨든지 간에, 저희 측의 규칙을 따르셔야 해요. 만약 이 백을 원하신다면, 먼저 일정 금액을 소비하셔야 하고, 그렇지 못하신다면, 다른 브랜드를 살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대부분의 명품 브랜드 판매원들은 매우 능수능란하다. 그들은 고객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있으며, 상당한 관찰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들 중 많은 이들은 영업 직원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윤리 의식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다.유나가 사고자 하는 이 버킨 30 핸드백은 구매 조건이 천차만별로 다른데, 어떤 경우는 2천만 원 정도, 어떠한 경우는 3천만 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금액의 차이가 나는 이유는 바로 판매원들이 고객에 따라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