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례는 클라우디아의 말을 듣고 나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잠시 망설이던 그는 갑자기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흐느끼며 말했다. "클라우디아!! 흐흑.. 내가 그때 순간적으로 판단을 잘못했어. 제발 나에게 한 번만 기회를 줘! 목숨만 살려준다면 무슨 일이든 할 게! 우리는 그래도 피가 섞인 친척이잖아.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 알지?! 제발 이 관계를 통해 나를 한 번만 살려줘!" 클라우디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황석례, 말하면서도 우습지? 친척이라는 혈연 관계를 무시하고 내 가족 네 명을 죽였는데, 지금 와서 나에게 용서를 구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아?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매일 밤 꿈에서 너를 수없이 죽여왔어. 언젠가 너를 직접 죽일 날을 고대하며 살아왔다고. 지금 마침내 그 기회를 얻게 된 거야. 차라리 너와 함께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너에게 자비를 베풀지는 않아!" 황석례는 이 말을 듣고 자신이 오늘 반드시 죽게 될 것임을 알아 차렸다. 그러자 그는 곧 비굴하게 구걸하는 태도를 거두고,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하하.. 생각지도 못했네... 나이도 어린데, 이렇게 독할 줄은 몰랐어. 내가 진작 알았더라면 네가 돌아온 날 바로 너를 죽였을 텐데... 네가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한 게 잘못이지..."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클라우디아가 손에 든 가짜 흉터를 가리키며 감탄했다. "클라우디아, 정말 모든 것을 계산했구나. 네 얼굴이 불에 타지 않았다는 걸 내가 알았더라면, 너를 죽이지는 않더라도 어딘가에 팔아버렸을 테니까. 네가 이토록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고, 전 이탈리아 그룹의 수장의 딸이라는 신분까지 있다면.. 너는 이소분보다 훨씬 비싼 값에 팔렸을 거야..." 황석례는 한숨을 내쉬며 후회로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하아.. 생각지도 못하게, 결국 너 같은 어린애에게 당할 줄은..." 황석례는 다시 입을 열어 말했다. "클라우디아... 내가 졌어. 목숨을 살려달라고는 안 할게. 다만 제발 고통 없
남들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냉정하고 단호한 성격은 분명히 장점이 될 수 있다. 수많은 사람들은 마음이 약해서 악인들에게 기회를 주곤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8세의 클라우디아는 지금 적어도 적에게 어떠한 여지도 주지 않으려 했다. 그래서 시후는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씨, 이 짐승 같은 놈을 데리고 가세요. 그리고 나머지도 다 묶어서 화물창고로 끌고 가고요. 잠시 후에 그들이 황석례가 재로 변하는 모습을 직접 보게 할 겁니다." 성도민은 곧바로 공손하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즉시 준비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그는 블랙 드래곤의 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대원들은 튼튼한 나일론 끈으로 이탈리아 조직의 모든 구성원의 손을 등 뒤로 묶어 한 줄로 세우고는 화물창고로 보냈다.화물선의 화물창고는 마치 철로 만들어진 깊숙한 구덩이와 같았다. 깊이는 거의 10층 건물에 달하며 내부 공간도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게다가 지금은 배가 완전히 비어 있었기 때문에 창고 안은 매우 넓고 탁 트여 있었다. 200~300명의 이탈리아 조직원들은 이곳으로 온 뒤 창고 가장자리에서 여러 줄로 쪼그려 앉아 있었다. 무장한 블랙 드래곤 대원들이 이들의 양옆에 서서 계속해서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곧 성도민의 두 부하가 황석례를 끌고 들어왔다. 그 뒤에는 두 명의 블랙 드래곤 대원이 있었는데, 그들은 두 사람이 합쳐서 겨우 들 수 있는, 두껍고 무게가 약 7~800kg 정도 되는 쇠사슬을 들고 있었다. 이 거대한 쇠사슬은 화물선에서 교체된 닻줄의 한 부분으로, 매우 두껍고 무거웠다. 황석례는 화물창고 중앙으로 끌려왔고, 뒤따르던 두 대원은 그 쇠사슬로 황석례의 발목부터 시작해 그의 하반신을 단단히 감아 묶었다. 7~800kg의 무거운 쇠사슬에 꽁꽁 묶인 황석례는 꼼짝도 할 수 없었고, 이곳이 자신의 처형 장소가 될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 순간, 황석례는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 그를 단단히 묶은 쇠사슬이 없었다면, 그는 이
황석례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클라우디아, 제발...! 날 빨리 죽여줘! 총으로 한 방에 끝내 달라고! 부탁이야! 만약 날 불태워 죽인다면, 너는 평생 그 그림자 속에서 살게 될 거다! 너 역시도 밤낮으로 괴로움에 시달리는 걸 원하지 않겠지?!" 클라우디아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앞으로 나아갈 거야. 그리고 평생을 증오 속에서 살고 싶지도 않아. 네가 불에 타서 재가 되는 것을 직접 봐야, 내가 더 이상 너를 미워하지 않게 될 것 같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주머니에서 몇 달 동안 준비했던 라이터를 꺼냈다. 이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생전에 가장 좋아하던 라이터였고, 뚜껑을 열면 맑고 경쾌한 소리가 났다. 예전에는 그 소리가 들리면 아버지가 또 담배를 피운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아버지에게 다가가 몇 마디 타박을 하곤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그녀는 같은 종류의 라이터를 하나 샀다. 그녀는 부모님과 가족들이 가장 그리울 때마다 그 라이터를 꺼내 익숙한 소리를 들으며 라이터의 불을 바라보았고, 가족들과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을 떠올렸다. 그녀는 이 의미 깊은 라이터로 황석례와 함께 죽을 계획도 세워 두기도 했다.이제, 그녀는 라이터의 금속 뚜껑을 조심스럽게 밀어 올렸다. 라이터는 다시 한번 '땅'하고 소리를 냈다. 그 맑은 소리가 넓은 화물창고 안에 울려 퍼지며 묘하게 여운을 남겼다. 그 순간, 클라우디아는 세상이 천천히 멈춰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녀는 라이터 측면에 있는 가느다란 바퀴를 천천히 굴리며, 불꽃이 그녀의 눈앞에서 천천히 터져 나오는 모습을 보았다. 그 다음, 불꽃은 라이터에서 나온 가스에 점화하며 '펑'하는 소리와 함께 길고도 굵은 불길이 솟아올랐다. 흔들리는 불빛을 통해 그녀는 극심한 공포로 인해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진 황석례의 얼굴을 보았고, 그의 히스테리컬한 울부짖음도 들을 수 있었다. 클라우디아는 고개를 들어 불빛에서 눈을 떼고, 황석례를 바라보며 평온한 미소를 지었다
이 순간, 클라우디아는 마치 꿈과 현실 그 사이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부모님과 두 남동생의 얼굴과 웃음소리가 눈앞에 계속 나타나며, 그 모습은 너무나도 생생했다. 그리고 눈앞에서 타오르는 복수의 불길은 그녀의 가까이서 그녀를 뜨겁게 달구었고, 그 뜨거운 열기는 그녀의 두 눈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눈물 마저도 모두 말려버렸다. 예전에 이 거대한 증오는 클라우디아가 혼자서 무거운 짐을 지고 힘겹게 앞으로 나아가도록 했다. 하지만 이제, 모든 증오가 눈앞에 타오르는 이 불길 속에서 사라지자, 그녀는 처음으로 해방감을 느꼈다. 그녀와 달리, 이소분은 눈앞에서 사람이 비명을 지르며 불타오르는 것을 목격하고는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 용기를 내지도 못하고, 두려움에 몸을 웅크려 시후의 팔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하지만 시후는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두려워하지 마, 이게 바로 세상의 진정한 모습이니까.”이소분은 고아였지만, 어릴 적부터 보육원에서 자라며 이씨 아주머니의 보살핌을 받았고, 여러 친구들의 보호 속에서 성장했다. 비록 생활은 다소 힘들었지만, 아무도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고 세상의 악랄함을 경험할 기회조차 없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시후는 이소분이 세상의 어두운 면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고 너무나도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0살이 넘은 그녀가 세상의 어두운 면에 대해 아는 것은 오히려 18살 클라우디아 보다도 부족했다. 게다가, 클라우디아가 시후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이소분은 황석례의 손에 비참하게 당했을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따라서 시후는 그녀가 이 세상의 잔혹함을 직시하고, 경계심을 가지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인식을 통해 그녀는 사회에 대한 경계심을 더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이소분은 시후의 의도를 어느 정도 이해했고, 그러자 떨리던 몸이 점차 진정되었다. 황석례의 형상의 숯덩이로 변한 뒤에 시후는 클라우디아에게 말했다. "클라우디아, 황석례는 이미 죽었어
시후는 그리고 뒤에 이어질 문장은 딱히 이야기하지 않았다. 기회는 분명히 주겠지만, 그들이 집으로 돌아가 개과천선하게 두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은 블랙 드래곤을 따라 중동으로 가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들이 진정으로 개과천선을 할지에 대한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힘을 써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곧이어, 클라우디아와 이소분은 몇 명의 여군들의 호위를 받으며 떠났다. 황석례의 불타버린 시신은 여전히 창고 한가운데 있었고, 그의 타버린 몸에서는 아직도 희미한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수만 톤의 화물을 실을 수 있는 이 거대한 창고에는 탄내가 가득했다. 안드레를 포함한 이탈리아 그룹의 멤버들은 황석례의 시신을 보며 하나같이 공포에 질렸다. 황석례의 비참한 죽음을 직접 목격한 것은 그들에게 강력한 위협으로 다가왔다. 특히 안드레는 너무 겁에 질려 거의 심장마비가 올 지경이었다. 그는 시후가 자신에게도 같은 방법을 사용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두려워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시후는 첫 번째 줄에 앉아있던 안드레를 가리키며 말했다. "성도민 씨, 저 자를 데려와요." "알겠습니다." 성도민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안드레를 한 손으로 들어올려 시후 앞으로 끌고 왔다.이때 안드레는 공포에 몸을 덜덜 떨고 있었고 멈출 수 없었다. 시후는 그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자, 안드레, 황석례의 일은 끝났다. 이제 네 이야기를 해보자고." 안드레는 두려움에 가득 차며 말했다. "예... 미스터... 저는 카지노에서 당신의 돈을 빼앗은 것 외에는 당신에게 해를 끼친 일이 없습니다..." 시후는 그에게 반문했다. "그래? 그럼 내 여동생을 납치하려고 한 일이 황석례 혼자서 한 일이라는 거야? 벌어들인 돈도 황석례 혼자서 다 가져갔겠지?" 안드레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 그건 대부분 황석례의 아이디어였고, 구체적인 일은 그 녀석이 부하들을 이끌고 진행했습니다. 저는
안드레는 이 말을 듣고 나서 더 이상 의심하거나 망설일 수 없었다. 황석례의 최후를 직접 목격한 그는 무엇보다도 살아남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래서 그는 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미스터.. 잘 협조하겠습니다... 블랙 드래곤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10분을 주겠다. 너와 부하들이 이 조직의 모든 명단을 작성해 나에게 가져와. 잊지 마, 한 명도 빠져서는 안 돼!" 안드레는 감히 거역할 수 없었고, 급히 부하 몇 명을 불러 조직 구성원들의 명단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10분 후, 870명이나 되는 대규모 명단이 완성되었다.시후는 명단을 확인한 후 안드레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명단에 적힌 조직 멤버 중 아직 오지 않은 자들에게 모두 연락해. 빨리 항구로 오라고 전하고. 만약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이름 옆에 표시해 둬." 안드레는 감히 반대하지 못하고, 블랙 드래곤 대원들의 감시 아래 부하들과 함께 조직원들에게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내 항구로 서둘러 오라고 재촉했다. 그때 시후는 성도민을 불러 지시했다. "성도민 씨, 사람들을 보내서 연락하지 못한 이들이 어디에 사는지 확인하고, 해 뜨기 전에 모두 잡아다 이곳으로 데려와요!" 성도민은 공손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지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이전에 시후는 성도민에게 세 가지 임무를 주었다. 첫 번째 임무는 이소분의 안전을 지키는 동시에, 그녀를 위협하려는 자들을 모두 잡는 것이었다. 이 임무는 성도민이 직접 완수했다. 두 번째 임무는 화물선에서 준비를 마치고, 안드레와 황석례, 그리고 그들의 부하들을 모두 통제하는 것이었다. 이 임무 역시 성도민이 블랙 드래곤의 대원들과 함께 완수했다. 세 번째 임무는 이탈리아 조직의 모든 구성원을 준비시키는 것으로, 이 870명의 인원을 전원 소집하여 한 명도 빠짐없이 모이게 한 후, 이들을 싣고 화물선을 출항시켜 시리아로 보내는 것이었다. 성도민은 즉시 부하
시후는 약간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탈리아 조직 하나만 해도 여성 5~6명을 납치했다면, 다른 조직들이 함께 하고, 각 조직이 비슷한 수의 여성을 제공한다고 치면.. 최소 20~30명이 되겠군.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한꺼번에 실종되는데, 너무 대담한 것 아닌가? 벤쿠버 경찰이 조사할 거라는 걱정도 없는 건가?" 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다. "저도 처음에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심문을 해보니 그들은 경찰과 매우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들의 주요 목표는 대부분 불법 이민자들이었고, 피해자 가족들을 협박하여 신고하지 못하게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벤쿠버에서 실종자들에 대한 공식 자료는 마치 정상적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성도민은 이어 말했다. "그리고 들은 바에 따르면, 이들에게 여성들을 사가는 세력은 더 거대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소분 씨와 같은, 아주 높은 품질로 간주되는 여성들은 주로 엽기적인 취향을 가진 부유층에게 제공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들 중에는 전세계에 숨겨진 최고층 부자들과 사회 명사들도 포함되어 있으니 그 배후는 매우 깊은 것 같습니다." 시후는 물었다. "그들이 어떻게 사람을 넘기는지 알아냈나요?" "예, 알아냈습니다." 성도민이 답했다. "그들은 주로 거래할 여성들의 정보를 먼저 보내고, 상대가 거래 시간을 정하면, 거래 몇 시간 전에 구체적인 거래 장소의 좌표를 그들에게 보냅니다. 그러면 그들은 좌표에 맞춰 배를 타고 가서 상대방과 접촉한다고 합니다." 시후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오늘 밤 원래 몇 시에 출항하려 했죠?" 성도민이 대답했다. "새벽 3시입니다." 시후는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새벽 2시쯤이었다. 그는 이를 악물며 중얼거렸다. "이 일이 이미 나와 관련되었으니, 앞으로는 할 수 있는 건 다 처리해야겠어.." 그는 곧 성도민에게 말했다. "성도민 씨, 여기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명단에 있는 조직원들을 한 명도 빠짐없
시후는 이런 불법 사업의 배후에 복잡한 세력이 얽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산업의 공급망은 위에서 아래까지, 아마도 유럽과 미국 전역에 퍼져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그는 이 산업망을 완전히 파괴할 수는 없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마침 이 사건에 휘말렸고, 오늘 밤 이 사람들이 거래를 하려고 하던 참이었기에 시후는 그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주기로 결심했다. 벤쿠버에 있는 이탈리아 조직의 상선이 누구인지 상관없이, 오늘 밤 이 상선이 보낸 인원들을 일망타진하고, 유용한 정보를 캐낼 생각이었다. 그리고 내일 아침, 이탈리아 조직이 전부 사라지고 거래하려던 사람들도 모두 행방불명이 되면, 그들의 진짜 상선에게 경고를 줄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그들이 벤쿠버에서 손을 떼게 할 수 있을 터였다.이때, 바다 위에 있던 저 빛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는 화물선에서 약 2킬로미터 남은 지점에서 멈췄다.시후는 시력이 남들보다 뛰어났기 때문에, 멀리서도 상대가 몰고 있는 것이 화물선이 아니라 아주 호화로운 초대형 요트라는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요트는 길이가 거의 100미터에 달해 보였고, 갑판 위 건물만 해도 6층이나 됐다. 이 모습을 본 시후는 의문을 품었다. ‘이 정도 크기의 요트라면 적어도 1억 달러가 넘을 텐데, 이런 요트를 가지고 나오다니.. 너무 사치스러운 것 아닌가?’ 그는 옆에 있던 성도민에게 물었다. "성도민 씨, 요즘 인신매매범들은 이렇게 돈을 많이 버나요?" 성도민도 그 요트를 뚜렷이 볼 수 있었기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배는 정말 비싸 보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눈에 띄는 배로 사람을 사고 파는 건 너무 과시적인 것 아닙니까..?" 성도민의 말은 시후에게 중요한 힌트를 주었다. 시후는 그제서야 손을 흔들며 진지하게 말했다. "과한 과시가 때로는 은폐의 수단이 되기도 하지.. 솔직히 말해, 만약 내가 항구를 오가는 선박들 중에 인신매매와 관련이 있을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