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가 되면 배호영은 무대 위에서 한인회 회장과 부회장에게 아마 VIP가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으니, 곧바로 VIP 대기실에 가 혜리를 데려오라고 말할 계획이었다. 이어 두 회장이 VIP 대기실에 갔을 때는 시체들만 널려 있을 뿐, 혜리는 흔적조차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장은 혼란에 빠질 것이고, 자신은 주최자로서 침착하게 대응하며, 곧바로 경찰에 신고한 뒤 용의자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연회장 건물을 폐쇄하라고 명령할 것이다. 그러면 경찰이 대거 출동해 현장을 조사하게 되고, 최종적으로 크리스가 주요 용의자로 떠오르면서 그가 체포될 것이다. 사건의 방향은 완전히 크리스 쪽으로 향하게 되고, 배호영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이렇듯 모든 계획이 촘촘히 짜여 있었기에, 배호영은 닌자들이 실패할까 걱정이 컸다. 초조해진 그는 준비한 휴대폰을 꺼내 제임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제임스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배호영은 재촉하며 말했다. 제임스도 배호영이 무대에 오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즉시 핫토리 카즈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제임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는 혜리의 대기실 근처에 신호 차단 장치가 설치된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핫토리 카즈오의 전화가 불통이라는 것은 그들이 아직 현장에 있다는 뜻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사실은 그들이 아직 일을 완수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제임스는 더욱 긴장되었고, 현장의 구체적인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초조해졌다. 그는 배호영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배호영은 그 메시지를 보고 화가 나서 답장을 보냈다. 지금까지 분명 문제없다고 해놓고 이제
손진호는 이 말을 듣고 땀을 뻘뻘 흘리기 시작했다. 마음속으로 경악하며 생각했다. ‘혜리가 정말 떠난다면? 이렇게 되면 도련님과 제임스의 계획이 완전히 수포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배호영의 가장 신뢰받는 비서인 손진호는 배호영의 모든 계획을 거의 다 알고 있었다. 심지어 제임스가 몰래 뉴욕에 도착했을 때 그를 케네디 공항에서 데려온 것도 손진호였다. 따라서 배호영의 오늘 계획을 이미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이때 혜리가 떠나려고 하자 손진호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고, 즉시 말했다. "신호가 없다고요? 그럴 리가 없는데, 무슨 오해가 있는 것 아닐까요?"시후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보디가드가 아까 무전기 신호와 휴대폰 신호가 모두 갑자기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분명히 이상한 일이에요. 그들은 이미 밖에 있는 다른 보디가드와 협의 중이고, 곧바로 혜리 씨를 모시고 떠날 예정입니다." 이렇게 말하며 시후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나 오해라 할지라도, 혜리 씨의 안전을 위해 모험을 감수할 수는 없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손진호는 당황하여 말했다. "그,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희는 철저한 경비를 갖추고 있어 절대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없습니다! 신호 문제는 아마도 기술적인 문제일 거예요. 이곳에서는 전자 장비가 많이 사용되는데, 특히 음향 장비와 무선 마이크 등이 많다 보니 신호 간섭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제가 도련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시후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좋아요. 도련님께 가서 잘 설명해 주세요. 저희는 먼저 떠나겠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전화로 연락하세요."손진호는 이 말을 듣고 다급 해져서 소리쳤다. "안 됩니다! 저희 도련님께서는 곧 무대에 올라가서 연설을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혜리 씨가 VIP 손님이라는 것을 모두 앞에서 발표할 예정인데, 혜리 씨가 그냥 떠나시면 도련님의 체면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페이셔스 그룹의 도련님이신데, 이 정도는 봐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배호영은 닌자들이 대체 뭘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지금 당장 혜리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혜리를 보내면 다시 이런 기회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손진호에게 말했다. "가자, 같이 가보자고!"지금 배호영의 머릿속에는 어떻게든 혜리를 붙잡아 놓고, 그 후에 닌자들에게 연락해 사태를 수습할 방법을 찾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것이 자신을 겨냥한 함정일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곳은 자신의 페이셔스 그룹이 운영하는 장소였기에 자신의 영역 안에서 위험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손진호와 함께 급히 VIP실로 걸음을 옮겼다.배호영이 VIP실에 도착하자, 혜리가 시후를 포함한 사람들의 동행 하에 VIP실 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혜리를 보자마자 물었다. "아니, 혜리 씨! 왜 그러시는 겁니까? 갑자기 아무 말도 없이 떠나시려고요? 제가 곧 무대에 올라 인사 말씀을 드려야 하는데, 그때 혜리 씨를 특별 게스트로 소개할 예정이었어요. 혜리 씨가 지금 떠나시면 제가 무대에서 체면이 서지 않는데...."혜리는 말없이 그를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그 눈빛은 배호영을 움찔하게 만들었다.그때, 시후가 냉소하며 말했다. "배호영 씨, 무대에 오르지 않아도 되니 걱정 마세요. 왜냐하면, 당신은 무대에 설 기회조차 없을 테니까!"배호영은 놀라서 되물었다. "무, 무슨 말이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무언가 날아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배호영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의 비서 손진호는 앞으로 쓰러졌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손진호가 바닥에 엎어지며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배호영은 깜짝 놀라 손진호의 등을 보니, 네 개의 새까만 단검이 꽂혀 있었다. 그 단검은 바로 닌자 핫토리 카즈오가 던진 수리검이었다!배호영은 놀라움과 공포에 휩싸여 도움을 청하려 했지만, 뒤에서 누군가 그를 순식간에 제압했고, 목에 강한 충격을 받고 그
뉴욕 한인회의 회장인 김사년이 연설을 막 끝내고 배호영에게 연설을 부탁하려던 순간, 현장에 갑작스러운 소란이 발생했다.페이셔스 그룹의 부하들과 호텔 직원들이 시후의 외침 소리에 이끌려 그쪽으로 몰려가자, 그들은 충격적인 광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혜리를 보호하던 6명의 보디가드가 현장에서 즉사했고, 배호영의 비서 손진호 역시 처참하게 죽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호영 본인은 행방 불명된 상태였다.배호영의 몇몇 보디가드는 겁에 질려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그들은 도련님이 페이셔스 그룹이 관리하는 호텔에서 실종될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그 중 보디가드 중 한 명인 나동우라는 중년 남성은 배원중의 경호원인 원서훈의 조카로, 배호영의 안전을 담당하는 무술 고수였다. 하지만 배호영은 그를 자신의 사람으로 여기지 않았기에, 그를 여러 가지 이유로 쫓아내곤 했으며 종종 계획을 바꿔 그를 따돌리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동우는 배호영에게 불만을 품게 되었고, 결국 원서훈에게 자신을 대신할 다른 사람을 보내 달라고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원서훈은 그의 요청을 들어주기로 했지만, 당분간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이 미국으로 돌아갈 때까지만 참아 달라고 당부했다. 오늘의 자선 만찬 행사에서도 나동우는 배호영을 가까이서 보호하려 했으나, 배호영이 그를 연회장에만 머물게 했고 한 발자국도 나가지 말라고 지시했다. 만약 큰일이 났다는 소식을 듣지 않았다면 그는 경솔하게 연회장을 떠나지 않았을 것이다.나동우는 VIP실 앞에 급히 도착했고, 현장에 있는 시신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한눈에 이 시신들에 꽂혀 있는 단검이 닌자들의 전용 무기임을 알아챘다. 그는 즉시 물었다. "누가 이곳을 가장 먼저 발견했습니까?"문가에 서 있던 시후가 대답했다. "제가 발견했습니다!"나동우는 시후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세히 말해 보세요!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시후는 그의 강경한 태도에 한 발 물러서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맞받아쳤다. "당신들이 감히 우리
말을 마친 후, 시후는 다시 말했다. "혜리 씨의 안전을 위해 지금부터 이 문은 닫겠습니다. 경찰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열지 않을 것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시후는 방 문을 쾅 닫았다.그 시각, 혜리와 계약을 맺은 보안 회사의 외부 보디가드들도 이 소란을 듣고 달려왔다. 그들은 6명의 동료가 사망한 모습을 보며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고, 호텔 측에 설명을 요구했다.호텔 책임자가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으나, 그 역시도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간신히 침착함을 유지하며 보디가드들을 진정시키려 했다. 사건이 경찰에 보고되고 소문이 퍼지면 페이셔스 그룹의 큰 치부가 될 수 있기에, 그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책임을 지기 어려웠다. 하지만 다른 미국인들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곧바로 911에 신고했다. 호텔 책임자는 상황이 완전히 통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재빨리 사람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배호영의 아버지인 배한빈에게 연락을 취했다.그 시각, 배한빈은 맨해튼의 한 고급 레스토랑에서 몇몇 사업 파트너들을 접대하고 있었다. 아들이 실종되었고, 그것도 자신의 호텔에서 실종되었다는 소식에 그는 크게 충격을 받았다. 거리는 호텔과 5km도 채 되지 않았지만, 배한빈은 헬기를 타고 빠르게 현장으로 향했다.뉴욕 경찰국 NYPD 역시 WF 호텔에서 일어난 7명 사망 사건의 신고를 접수하고는 대규모 경찰 병력을 현장으로 파견했다. 그와 동시에 고위급 인사들이 경찰 헬리콥터를 타고 사건 조사를 주도하기 위해 현장으로 향했다.몇 분 뒤, 배한빈은 불안한 얼굴로 현장에 도착했고, 호텔 책임자는 직원들과 함께 그를 맞이하며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대표님, 잘못했습니다. 벌을 주십시오.."배한빈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손을 들어 책임자의 뺨을 때리고는, 아주 어두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말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호텔 책임자는 거의 울먹이며 말했다. "대표님, 저도 구체적인 상황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호영
'일본 닌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배한빈의 첫 번째 생각은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전에 부하들에게 일본 닌자들을 처리하라고 지시한 경험이 있었고, 따라서 그의 생각에 일본 닌자는 결코 페이셔스 그룹에 맞설 엄두조차 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배한빈의 아들을 납치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그래서 배한빈은 나동오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일본 닌자가 맞아?”“확실합니다!” 나동오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수리검 같은 무기는 일본인이 아니면 쓰지 않고, 이런 즉사성 독약 역시 그들만 쓰는 무기입니다.”배한빈은 냉정하게 말했다. “이런 투척 무기와 즉사성 독약을 쓰는 이들이 없다는 말인가?”나동오는 서둘러 말했다. “대표님, 물론 예전에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이런 무기를 쓰는 이들이 있었지만, 그것은 옛날 이야기입니다. 과거에는 이런 것들이 존재했지만, 시간이 흐른 후 사실상 이런 비열한 암살 무기는 이제 더 이상 무술계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그는 이어 말했다. “사실 20세기 이후 전 세계가 검과 창 같은 무기 제거 열풍에 휩싸였지만, 유독 일본 닌자들은 그 전통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래서 이 무기는 이제 그들만 사용하고 있지요.”배한빈은 매우 화가 난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자신의 비서에게 지시했다. “즉시 집에 연락해서 보낼 수 있는 인원들을 전부 파견해. 닌자들을 반드시 찾아내고, 호영이를 무사히 데려와야 해!” 그리고는 덧붙였다. “그리고 뉴욕의 모든 조직과 단체에 통보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자에게는 정보의 가치를 따져 1천만에서 5천만 달러까지 보상하겠다고. 만약 누군가 내 아들을 구출해 준다면 1억 달러로 보상하고, 아들을 구함과 동시에 닌자들을 체포한다면 2억 달러를 보상하겠다고!”비서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곧바로 진행하겠습니다!”배한빈은 다시 자신의 보디가드 장천을 바라보며 말했다. “장 선생, 당신과 당신의 형제들도 도와 호영이를 구할 수 있는
배한빈은 아들이 이 기회를 이용해 혜리를 만나려 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아들이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번 행사를 준비했던 이유가 그녀를 겨냥한 것이 아닌가 짐작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하게 일본 닌자들이 그 틈을 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그래서 그는 혹시 혜리가 이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 아니면 그녀가 배후에서 이 모든 일을 주도한 건 아닌지 의구심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호텔 책임자에게 말했다. “혜리에게 문을 열라고 해. 물어볼 말이 있다.”호텔 책임자는 급히 말했다. “대표님, 조금 전 혜리 씨의 측근이 경찰이 올 때까지는 문을 열지 않겠다고 전했습니다.”“뭐?!” 배한빈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모르는 건가? 여기가 우리 페이셔스 그룹의 영역이라는 것을?!” 그는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VIP실 문에 발길질을 하며 소리쳤다. “문을 여시죠!”그러자 안에서 시후가 말했다. “우리는 경찰과만 이야기하겠습니다. 관계없는 사람은 저 멀리 물러서세요! 그리고 무례한 자는 더 멀리 떨어지십시오!”배한빈은 이를 듣고 곧바로 격노했다. 지금 자신의 아들이 실종되어 이미 속이 뒤집힌 상태인데, 모르는 녀석이 문 뒤에서 자신을 조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화를 참지 못하며 소리쳤다. “감히 나에게 그렇게 말하다니, 내가 누군지 알고는 있나?”시후는 경멸스럽게 대답했다.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아. 당신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으면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지도록 해. 우리는 경찰과만 이야기하겠어. 다른 사람은 대통령이라도 소용없다고!”배한빈은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디에서든 항상 최고라고 존중 받는 자신이 지금 무명의 남자에게 무시당하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이를 갈며 말했다.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이곳에서 본 모든 것을 고스란히 말하는 것이다. 경찰 같은 것은 필요 없어! 이곳은 페이셔스 그룹의 영역이다. 뉴욕 경찰 따위가 감히?!”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한 중년 남자가 불쾌한 목소리
시후는 배한빈의 극도로 적대적인 시선을 느끼고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가 보기에 이 남자는 배원중과 닮은 점이 많아 보였다. 방 안에서 들은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시후는 이 사내가 바로 배호영의 아버지, 바로 배한빈임을 확신했다.현재 배한빈은 극도로 화가 난 상태였다. 그는 시후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바로 따져 물었다. "아까 내가 문 열라고 했을 때, 왜 열지 않았지?"시후는 약간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당신을 몰라서죠. 당신이 누구인지 내가 어떻게 압니까? 이렇게 긴급한 상황에서 경찰이 아닌 사람을 내가 믿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배한빈은 답답한 듯 말했다. "나는 페이셔스 그룹의 배한빈이라고 한다. 내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는 건가?"시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얼마 전에 한국에서 왔고, 당신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게다가,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아들을 찾는 것이지 여기서 나에게 위세를 부릴 필요는 없지 않나요? 그럴 시간에 아드님의 행방을 찾는 게 더 나을 겁니다.""너..!?" 배한빈은 너무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그는 분노를 억누르며 이를 악물고 물었다. "방금 전에 뭘 봤는지 어서 말해!"시후는 냉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 일에 대해 나는 법적 권한을 가진 경찰에게만 이야기하겠습니다. 당신에게는 말할 수 없습니다."배한빈은 평생 동안 자신을 이렇게 대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기에 순간적으로 이 젊은이를 당장 보디가드에게 명령해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제이크 한이 옆에 있음을 떠올리자 화를 참아야 했다.이때 제이크 한이 시후를 보며 물었다. "젊은이, 나는 뉴욕 경찰청의 경감입니다. 나에게 본 것을 말해줄 수 있습니까?"시후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 일곱 구를 가리키며 얼굴을 찌푸린 채 말했다. "뭘 봤겠습니까? 당연히 문을 열자마자 죽은 사람들을 봤겠죠! 미국에 오기 전에는 치안이 정말 좋은 줄 알았는데, 문을 열고 보니 죽은 사람들이 잔뜩 있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
시후가 말했다. “예전에 아버지 측근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것이 바로 이런 암살자들의 습격 때문이었다고요. 그들은 임무를 마치자마자 입 안의 독약을 깨물고 현장에서 즉사했다고 들었는데... 이번 사건에서 만난 자들과 방식이 동일했습니다. 비록 두 사건 모두 20년 전 일이긴 하지만, 상대가 수백 년 동안 존재했던 조직이라면, 같은 무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제이크 한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시후 도련님, 그렇다면 조직이 이미 수백 년이나 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시후는 대답했다. “내가 한 명을 생포한 한 명에게서 죽음의 전사들이라는 암살자에 대한 정보를 들었습니다.” 그리곤 당시 ‘547’이라는 자로부터 들었던 내용을 모두 제이크 한에게 이야기해 주었다.그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지난 수백 년 동안 세상에 많은 나라들이 사라졌고, 수많은 전쟁과 재난을 겪었습니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고, 유럽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으며, 아시아 역시 아편 전쟁, 러일 전쟁 등을 겪었고, 미국은 남북전쟁까지 겪었죠. 지난 2~300년 동안 이 세계는 혼돈 그 자체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비밀 조직이 존재해 왔다니, 대체 어떻게 그들이 유지될 수 있었을까요...”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도 그게 가장 궁금한 부분입니다. 그 조직은 단지 살아남은 게 아니라 수세기 동안 세력을 키워온 것 같더군요. 말씀하신 그 모든 국제 정세의 급격한 변화와는 무관하게요. 난 그게 오히려 더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러곤 시후는 제이크 한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 당신의 상황은 조금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그 조직에서 당신을 본 사람은 내가 일부러 생포했던 그 한 명 외에는 모두 죽었고, 당신이 그날 현장에 나타난 것도 계획된 게 아니라 우연이었으니, 그 조직은 당신을 주목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랜
제이크 한도 자신이 이렇게 물이 빠진 수조에 그냥 앉아 있는 모습이 아무래도 뭔가 창피한 일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는 난처한 듯 물었다. "그... 갈아입을 옷이 좀 있을까요...?"시후는 옆에 있는 배유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배유현 씨, 제이크 한 경감의 옷 좀 챙겨 주시겠어요?"배유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재빨리 말했다. "이곳에는 연구원들의 작업복이 많이 있습니다. 하나 가져다 드릴게요!"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고맙습니다."배유현은 곧장 돌아가 작업복 한 벌을 들고 돌아왔고, 제이크 한은 옷을 걸친 후 시후와 함께 옆쪽에 마련된 휴게실로 이동했다.시후가 제이크 한에게 물 한 병을 건네자, 그는 받자마자 단숨에 물을 다 마시고는 입가를 닦으며 결심한 듯 말했다. "시... 시후 도련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이런 말을 잘 못하는 성격이기는 한지만, 제 목숨을 살려주신 이상 앞으로 시후 도련님께서 저를 필요로 하신다면, 무슨 일이든 목숨 걸고 따르겠습니다!"그러자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를 갖춰 답했다. "마침 잘 됐네요. 내가 부탁할 일이 몇 가지 있어서..."제이크 한은 공손히 손을 모으며 말했다. "말씀만 하십시오!"시후는 손가락 두 개를 펴며 담담히 말했다. "그럼 내가 요청하고 싶은 건 두 가지입니다. 첫째, 당신이 여기서 나간 이후엔, 나를 봤다는 이야기를 그 누구에게도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사람들... 특히 Samson 그룹 사람들이 묻는다면, 당신은 이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냥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센터에서 깨어난 뒤 나왔다고만 하세요."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시후 도련님, Samson 그룹 식구들을 구해 주셨는데 왜 아직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으시는 겁니까?"그러자 시후는 담담히 말했다. "그건 내가 곧 말하려는 두 번째 이유와 관련 있어서... 조금만 기다리세요."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였고, 곧 이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만약 Sams
시후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호, 당신도 회춘단 얘기를 들은 적 있군? 내 큰 외삼촌에게 들은 거지?”“큰 외삼촌...” 제이크 한은 순간 어리둥절했지만, 곧 시후가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 그가 안충주의 조카라고 소개했던 걸 떠올리며, 갑자기 깨달은 듯 말했다. “그래, 충주가 분명 내게 얘기했었지...”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외삼촌이 회춘단 얘기까지 꺼냈다면, 경매장에서 쫓겨난 얘기도 같이 했을 텐데?”제이크 한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깜짝 놀라 말했다. “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회춘단도, 지금 얘기한 중소단도 다 내가 소유자니까. 그 경매도 내가 주최한 것이고, 당시 그 자리에서 내가 직접 외삼촌을 쫓아내기도 했거든.”제이크 한은 경악하며 물었다. “그 사람이 네 외삼촌인 걸 알면서도 쫓아낸 거라고?!”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쫓아낼 땐, 외삼촌의 정체를 내가 몰랐어. 그땐 외삼촌이 가명을 쓰셨으니까.” 그러고는 다시 말했다. “하지만, 설령 내가 외삼촌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해도, 역시 쫓아냈을 거야. 왜냐하면 외삼촌은 내가 정한 규칙을 어기려 했기 때문이야. 경매 시작 전에 분명히 말했지. 회춘단은 누구든 낙찰 받으면 현장에서 즉시 복용해야 하며, 절대 외부 반출이 안 된다고. 그런데 외삼촌은 돈으로 그 규칙을 깨려고 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그를 내쫓은 거지.”제이크 한은 조용히 탄식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난 정말 안 죽은 거란 말인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네가 정말 안예선의 아들이라면, 자신의 출신을 알고 있으면서, 왜 이토록 오랜 세월 동안 외가 쪽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 거야?”시후는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왜? 당신은 지금도 내 정체를 의심하는 건가?”제이크 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으며, 진지하게 말했다. “의심이라기보다... 난 그냥 이 모든 게 너무 이상해 보이
시후의 말은 제이크 한을 한순간 혼란에 빠뜨렸다. 그는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가설이, 지금 이 순간 서로 모순된다는 걸 깨달았다. 우선, 만약 지금 이 모든 것이 현실이라면, 총에 맞아 벌집이 됐던 자신의 몸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지 도무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지금 이 모든 게 단지 의식 속에 있던 환상이라면, 또 하나의 의문이 남게 된다. 그 끔찍한 상황 속에서, 자신의 뇌가 어떻게 뇌사 판정을 받지 않고 살아남았는가...?인간의 몸은 일정 시간 동안 혈액 공급을 받지 않았을 때, 대뇌는 최대 5분 밖에 버티지 못하는데, 그 당시 상황으로 판단하기에 자신이 의식을 보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것은 대체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시후는 제이크 한이 계속 고민에 빠진 모습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말해주지, 당신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그는 이렇게 말한 뒤 잠시 멈추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날 당신이 총을 맞았을 때,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이 뇌사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 두었어. 그래서 이곳까지 무사히 옮겨 냉동할 수 있었지.”제이크 한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 “당신 방식? 무슨 방식을 쓴 거야?”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굳이 알 필요는 없고.”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그럼 내가 입은 부상들은? 설령 네가 내 뇌를 살렸다고 쳐도, 내 몸은 어떻게 된 거야?”시후는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 “그건 중소단 덕분이지. 이 약의 약효는 매우 간단해. 당신의 신체가 어떠한 손상을 입었든 간에, 완전히 재구성, 즉 회복하게 해준다는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이 직접 확인해 봐. 몸에 상처 자국이 하나라도 남아 있는지.”제이크 한은 반사적으로 자신의 저온 보호복을 찢고, 고개를 숙여 가슴을 들여다봤다. 그런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가슴에는 상처는커녕 흉터 하나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소리쳤다.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