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충주는 사려 깊고 꼼꼼한 스타일이었고, 비록 행동 방식이 활발하지는 않았지만 문제를 보는 깊이는 일반인들 보다 훨씬 뛰어났다. 얼마 전 한국에서 회춘단을 입찰할 때, 그는 배원중과 만난 적이 있었다. 당시 경매장에서 그는 한때 가격을 배원중조차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린 적이 있었다. 게다가 안충주가 인상 깊게 기억하는 장면은, 그 날 자신이 경매장에서 쫓겨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배해산이 배원중의 회장직을 빼앗고 심지어 배원중의 목숨에 현상금을 걸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었다. 그래서 안충주는 즉시 자신이 경매장에서 쫓겨난 이후에도 배원중이 회춘단을 손에 넣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당시 안충주는 한동안 배원중은 이미 90세가 넘은 사람으로 죽음이 머지않았고, 이를 돌이킬 수 있는 기회는 절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배원중이 갑자기 이렇게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 했다. 그는 즉시 뭔가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뿐만 아니라 배호영이 납치되고, 이와 같은 거대한 스캔들이 폭로되기 위해서는 배후에 전문가가 숨어 있다고 확신했다.제이크 한은 그의 판단을 듣고 매우 단호하게 말했다. “나도 지금 그렇게 느끼고 있어. 이 모든 일이 뭔가 이상하단 말이야.. 배호영 납치 사건이든, 배원중 회장의 뉴욕 복귀든, 이 두 사건의 배후에 분명히 뛰어난 전문가가 있을 거야.. 문제는 지금 단서를 전혀 잡을 수 없다는 거지...”안충주는 진지하게 말했다. “제이크, 배호영 납치 사건과 관련해 경찰 쪽에서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을 지금까지 아무도 못 찾았지?”“없어.” 제이크 한은 솔직하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목격자조차 한 명도 못 찾았다고.”안충주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럼 내 생각엔, 배원중 회장 쪽의 사람들을 철저히 조사해보는 게 좋겠어. 얼마 전 한국에서 배원중 회장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었는데, 지금은 당당히 뉴욕으로 돌아왔잖아. 게다가 당시 그와 함께 쫓기던 배유현이 페이셔스 그룹의 회장이 됐어. 이
“걱정 마!” 제이크 한은 망설임 없이 바로 약속하며 말했다. “뭔가 발견하게 되면 바로 너에게 알려주지!” 제이크 한은 전화를 끊고 즉시 배원중의 입국 기록을 조회하도록 지시했다. 배원중은 VIP 라운지를 통해 입국했기 때문에 해당 시간대의 입국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제이크 한은 곧바로 해당 시간대 입국한 20여 명의 정보를 조회했다. 그 중에서 배원중, 배유현, 원서훈 외에 같은 시기에 입국한 유일한 인물은 소이연이라는 사람 한 명 뿐이었다. 제이크 한은 소이연이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다! 그는 이 여성을 만난 적은 없었지만 이름은 들어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소이연은 일본에서 마츠모토 오시토 일가를 몰살시키고 난 뒤, 일본 자위대의 철저한 경비를 뚫고 탈출했으며 동시에 자위대에 엄청난 손실을 입혔다. 그래서 이 소식을 제이크 한도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소이연이 배원중과 함께 뉴욕에 왔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래서 그는 즉시 인터폴의 오래된 동료에게 연락해 소이연의 자료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일본 인터폴은 소이연에 대한 수배령을 발표하며 그녀를 일본으로 압송하려고 했지만, 블랙 드래곤이 소이연을 받아들였다고 발표한 후, 일본 측에서는 블랙 드래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수배령을 조용히 철회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각국 인터폴의 데이터베이스는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제이크 한의 동료는 즉시 소이연의 자료를 정리해 그에게 전달했다. 제이크 한은 소이연의 자료를 자세히 읽은 후, 곧바로 안충주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그는 말했다. “충주, 내가 조사해보니 배원중과 함께 입국한 사람 중에 소이연이라는 여자가 있어. 그녀는 예전에 한국에 있는 엘에이치 그룹의 사생아였고, 얼마 전에 일본에서 한 집안을 몰살시켰다고 해!”“엘에이치 그룹?” 안충주는 놀라며 물었다. “한국의 엘에이치 그룹에 대해 내가 좀 아는데, 우리 누나의 시댁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집안이지. 하지만 페이셔스 그
안충주는 블랙 드래곤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그 이유는 이전에 블랙 드래곤이 LCS 그룹을 공격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매형 은서준의 시신을 가루로 만들어버리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안충주는 동생 안태풍과는 달랐다. 안태풍은 누나 안예선과 조카 시후만 중요하게 여겼고, 매형 은서준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는 아무래도 안태풍이 나이가 더 어리고, 누나 안예선이 은서준과 결혼할 당시 그는 아직 대학생이었으며 은서준과의 접촉이 적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충주는 누나와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은서준과도 꽤 접촉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는 내심 은서준을 매형으로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었다. 바로 그 때문에, 블랙 드래곤이 관을 들고 LCS 그룹을 찾아갔다는 소식을 듣고서, 그는 안태풍에게 이 일을 언급하며 Samson 그룹을 대표해 블랙 드래곤에 압박을 넣어 LCS 그룹을 협박하지 못하게 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안태풍은 이를 거절했다. 그가 거절한 이유는 간단했다. 안태풍은 LCS 그룹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 때문이다. 이전에 LCS 그룹의 은충환 회장이 한 번 비즈니스 회의에서 안태풍에게 접근하기도 했지만, 안태풍은 당시 분명히 말했다. LCS 그룹은 시후 한 사람만 인정할 뿐, 그 외에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 당시 시후가 나타나지 않았으니, 안태풍은 LCS 그룹을 도와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일은 나중에 안태풍에게 큰 후회를 안겨주었다. 그는 성도민이 구름산에 올라가 누나와 매형의 유골을 가루로 만들려 했다는 사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행히 LCS 그룹이 재산의 절반을 내놓고 화해를 청했기에 일이 무사히 끝났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누나의 유골이 훼손되었을 것이고 안태풍은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일 이후, 안태풍은 LCS 그룹에 대한 감정이 조금은 부드러워졌고, 안충주에게도 언젠가 적절한 기회가 온다면 LCS 그룹을 돕겠다는 태도를 내비쳤다
"기억하지." 안충주가 물었다. "왜? 이 일이 그녀와 관련 있어?" 제이크 한은 입술을 떼며 진지하게 말했다. "아직 그녀와 관련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뭔가 연관성이 있는 것 같아." 그러자 안충주는 오늘 밤 고은서가 아버지에게 약을 가져다 주고 목숨을 구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물었다. "네 생각은 어떤데?" 제이크 한이 말했다. "난 이 친구가 보통이 아닌 것 같아!" 그러면서 덧붙였다. "자 잘 들어 봐, 배호영이 실종된 밤에 벌어진 일을 보면, 그가 준비한 자선 만찬은 분명히 혜리를 노리고 만든 함정이라고. 그의 변태적인 욕망을 채우기 위해 혜리를 납치하려 했던 거지. 그런데 멀리서 찾아온 혜리는 그 함정에 빠지지 않았고, 오히려 배호영이 자신이 만든 함정에 걸려 들었지. 그 동네에서 내로라하는 거물인 배호영이 외국에서 온 여성을 제압할 수 없다니. 그녀가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가졌는지 알 수 있지 않아?" 안충주는 이 말을 듣고 약간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그는 말했다. "제이크, 혜리가 우리 집과 어떤 관계인지 알아?" 제이크 한이 놀라 물었다. "뭐? 너 혜리를 알아? 내가 조사한 바로는 그녀는 한국의 재벌가인 Koreana 그룹의 외동딸이고, 그 집안은 네 누나의 시댁과 관계가 좋다고 하는 것 같던데.. 네 누나의 시댁보다는 조금 세력이 약한 것 같더라. 그런데 너희 Samson 그룹 입장에서 보면 별 것 아니지 않아?" 안충주가 진지하게 말했다. "혜리라고 불리는 연예인인 고은서는 내 조카의 약혼녀야!" 제이크 한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진짜야? 그럼 조카를 찾았어?!" "아니." 안충주가 말했다. "혜리와 내 조카의 혼사는 누나가 두 아이가 어릴 때 정해 놓은 거야." "아.... 약혼이라니...." 제이크 한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이 얘긴 한 번도 나에게 안 했잖아." 안충주는 진지하게 말했다. "나도 오늘 밤에 알았어. 우리 아버지가 위독했는데 심장이 이미 멈추셨어. 그런
제이크 한의 말에 안충주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그는 즉시 속으로 이 사건의 합리성을 따져보기 시작했다. 곰곰이 생각해본 끝에, 그는 제이크 한의 의견이 매우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만약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우연이라면, 아버지가 살아남은 것을 단순히 운이 좋다고 표현하기도 부족했다. 이 일은 마치 신이 도운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은서의 타이밍은 너무도 완벽했다. 만약 그녀가 10분만 늦었더라도, 아버지의 뇌는 산소 부족으로 뇌사에 이르게 되었을 것이고, 그 누가 와도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더욱이, 그녀가 오늘 밤 갑자기 뉴욕에서 이렇게 먼 거리를 날아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한 것도 분명히 수상한 일이었다. 미국 동부와 서부 해안 간의 거리는 4000km가 넘는다. 이는 서울과 부산의 직선 거리가 300km 정도 되는 것을 생각할 때 10배가 넘는 먼 거리였다. 하지만 이처럼 늦은 밤에 이런 거리를 방문한다는 것은 매우 이상한 일이다. 더구나, 고은서는 이미 미국에 머문 지 며칠이 지났다. 만약 그녀가 Samson 그룹을 방문할 계획이었다면, 더 일찍 일정을 잡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 아니면 나중에 로스앤젤레스에서 공연을 할 때 들르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굳이 이 시점을 택해서 그들 가족을 만나러 왔다. 이는 아마도 제이크 한이 말한 대로,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황급히 달려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렇게 생각하니, 안충주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고은서 양은 대체 어디서 이런 소식을 들은 걸까? Samson 그룹의 식구들이 많고, 내가 모든 사람을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고 보장할 수는 없지만, 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인데.. 이렇게까지 빨리 유출되었을 리는 없어."제이크 한이 말했다. "정말 알고 싶다면, 그녀가 Samson 그룹에 도착한 순간부터 역으로 그녀의 전체 동선을 추적해 봐야 할 거야. 예를 들어 그녀가 어떤 공항에서 출발
제이크 한은 안충주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드디어 실마리를 하나 잡았다! 내가 공항의 정보와 CCTV를 철저히 조사해서 이 고은서라는 여성이 대체 어떤 능력을 가졌길래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소식을 알 수 있었는지 밝혀내고 말겠어!”안충주는 순간 당황하며 급히 말했다. “제이크, 이 일은 여기서 그만두자. 더 이상 조사하지 않는 게 좋겠어.”제이크 한은 놀라며 물었다. “왜? 이게 지금 우리가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단서인데? 게다가 나는 점점 내 판단이 맞다는 확신이 들어. 네 아버지가 위독하셨던 상황이 너무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고은서 양도 자신이 남긴 흔적을 제대로 처리할 시간이 없었을 거야. 만약 시간이 충분했다면, 뒤에 숨어있는 누군가가 철저히 계획을 세웠을 거고, 우리가 지금 이 단서조차 잡지 못했겠지!” 그러면서 제이크 한은 다시 물었다. “설마 너 고은서 양이 대체 어떤 경로로 네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지 궁금하지 않다는 거야?”안충주는 서둘러 대답했다. “제이크, 고은서 양이 어떤 경로로 아버지의 위독 소식을 알게 됐든 간에, 나는 그녀가 우리 집안에 결코 적대적인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확신해. 적대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녀는 우리 Samson 그룹의 엄청난 은인이야. 만약 그녀가 그 먼 길을 날아오지 않았다면,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나셨을 거라고.” 안충주는 잠시 말을 멈추고 이어서 말했다. “이렇게 큰 은혜를 아직 갚지도 못했는데, 그녀를 조사한다는 건 말이 안 돼. 이 일이 알려지기라도 한다면, 사람들이 우리 Samson 그룹을 정도 없는 집안이라고 생각할 거야.”제이크 한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진지하게 말했다. “충주, 이건 너희 Samson 그룹을 위해서만 조사하는 게 아니야.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조사가 필요해. 내가 이미 말했듯이, 고은서 양이 배호영의 함정에서 무사히 빠져나온 데다, 오히려 배호영이 자업자득한 걸 보면 그녀 곁에는 분명히 강력한 누군가가
제이크 한의 부하는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미국과 같이 법 집행 권한이 명확하고 제한된 나라에서, 상급자의 허가 없이 공인을 마음대로 추적 조사하다가 들키면 엄청난 여론의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그는 제이크 한의 가장 신뢰받는 심복으로서 그의 명령에 철저히 복종했기 때문에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말했다. “팀장님, 그렇다면 지금 바로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제이크 한은 당부했다. “절대 어떤 단서도 놓쳐서는 안 돼! 사소한 발견 하나가 사건 전체의 해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말이야!”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경감님과 함께 일한 지가 몇 년인데, 제 일 처리 방식을 모르십니까?” 그는 시간을 확인한 뒤 말했다. “지금은 새벽 2시가 넘었습니다. 아침 9시까지는 경감님께서 원하시는 모든 단서를 가져오겠습니다!”제이크 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수고 좀 해줘!”부하가 떠나자, 제이크 한은 내심 은근한 흥분을 느꼈다. 배호영이 납치된 이후 단서를 찾지 못해 오랫동안 답답함을 느꼈던 그는, 이제 비로소 한 줄기 희망을 잡은 듯했기 때문이다.한편, 뉴욕은 이미 깊은 밤이었지만, 이 도시는 아직 잠들지 않았다. 배호영의 영상은 여전히 인터넷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다. 수많은 뉴욕 시민들이 이 영상에 충격을 받아 잠들지 못하고 있었고, 이 사건을 둘러싼 감정도 매우 복잡했다. 누군가는 분노하고, 누군가는 긴장하며, 또 누군가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사람들은 끊임없이 온라인에서 의견을 나누며, 동시에 페이셔스 그룹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 모든 일이 배호영 개인의 행동임을 알고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가 이러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페이셔스 그룹의 권위와 재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이로 인해 페이셔스 그룹의 명성은 곤두박질쳤고, 모두의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특히 대중들이 보기에 아직 페이셔스 그룹의 공식적인 회
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아마 모든 사람이 크게 불만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정체불명의 납치범들이 이 두 인간 쓰레기를 제거했으니, 이보다도 통쾌한 일이 있겠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정체불명의 납치범들을 더 이상 단순히 납치범이라 부르지 않고, 의적이라 부르며 칭송하기 시작했다. 대다수 네티즌들에게, 이 미스터리 의적들이 배호영을 납치하고 그의 악행을 폭로하지 않았다면, 배호영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은 채 얼마나 많은 무고한 여성들을 해쳤겠는가. 따라서, 이 의적들은 잔혹행위를 막아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그 범죄자를 지옥으로 보냈으니 그 공적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이와 함께, 영상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며 ‘인과응보’라는 말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한국어를 모르는 수많은 미국인들이 이 글자의 의미를 검색한 후 큰 감동을 받았고, 자신의 SNS 프로필 서명에 이 문구를 추가하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문신 마니아들은 이른 아침부터 타투 아티스트에게 전화를 걸어, 이 문구를 자신의 몸에 새기고 싶다며 성급히 요청하기도 했다.이때,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제이크 한은 막 커피 한 잔을 타며 자신을 달래려 하고 있었다. 사건을 빨리 해결하고 싶었던 그는 밤새 자신의 사무실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부하들이 가져올 조사 결과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고, 한 부하가 다급하게 뛰어들어오며 외쳤다. “경감님, 큰일 났습니다!”밤새 잠을 못 잔 제이크 한은 이 말을 듣자마자 머리가 지끈거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엔 또 무슨 일이야?”부하는 황급히 대답했다. “배호영이 죽었습니다! 그리고 제임스도 죽었습니다!”“뭐라고?!” 제이크 한은 이 말을 듣고 놀라며 물었다. “언제 일어난 일이냐?”“조금 전입니다!” 부하는 설명했다. “영상이 올라왔는데, 영상 속에서 배호영과 제임스가 이미 화장되었습니다!”제이크 한은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을 받으며 서둘러 말했다. “어서, 나도 보자고!”
시후의 외할머니가 시후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말하자, 배유현은 급히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여러분들을 살려주신 은인께서는 행방이 일정하지 않으셔요. 이번에도 저에게 약을 전달해주신 후, 아직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많다며 바로 떠나셨기 때문입니다.” 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배유현이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시후는 정말 자주 이동했기 때문에 행방이 일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캐나다, 미국, 홍콩, 멕시코를 오가는 터라 시후의 구체적인 계획은 배유현도 알지 못했다. 게다가, 시후는 이미 페이셔스 그룹의 냉동 센터를 떠난 상태였다. 그는 지금 버킹엄 호텔로 돌아가, 이토 그룹과 하영수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배유현의 말을 듣고 매우 아쉬운 듯 말했다. “그분께서는 우리 집안 구성원들을 모두 구해주셨고, 이번엔 제이크 한 경감까지 살려주셨어요. 이처럼 큰 은혜는 우리 자손 대대로 다 갚지 못할 만큼 대단한 것인데, 그분은 단 한 번도 우리에게 보답할 기회를 주지 않으셔서...”배유현은 위로하듯 말했다. “사모님,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은인께 큰 은혜를 입었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보답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저 그분을 위해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곁에서 도울 수 밖에요.”이때 안충주가 말을 이었다. “배유현 회장, 예전에 한국의 경매장에서 당신의 할아버지인 전 회장님께서 갑작스레 몸져 누우셨고, 그 틈을 타서 당신의 큰아버지가 권력을 빼앗았죠. 그런데 전 회장님께서는 다시 건강을 회복하셨고, 당신과 함께 뉴욕으로 돌아오셔서 결국 페이셔스 그룹을 다시 맡으셨는데... 내가 짐작하는 게 맞다면, 그 당시 우리의 목숨을 살려준 은인이 당신 역시 도와주신 겁니까?”“네 맞습니다.” 배유현은 숨김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분이 아니었다면, 제 할아버지는 한국에서 목숨을 부지하셨다 해도, 저와 함께 큰아버지의 추격에서 벗어날 수 없었을 겁니다.”안충주는 눈빛이 번뜩이며 말
안산과 안충주는 재빨리 두 사람을 AB 빌딩 안으로 데리고 갔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층으로 올라갔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안산은 제이크 한을 이끌고 회의실로 향했다.현재 Samson 그룹의 구성원들은 안산의 뜻에 따라, 모두가 배유현에게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응접실에 모여 있었다. 안산이 응접실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앉아 있던 Samson 그룹 구성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그들은 문 너머로 들어오는 사람이 배유현이 아니라, Samson 그룹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던 제이크 한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제이크 한을 본 순간, Samson 그룹 식구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고, 어느 누구도 이 상황을 쉽게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모두 제이크 한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그것도 Samson 그룹과 관련된 일에 휘말려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제이크 한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을 때, 현장에 있던 모든 Samson 그룹 사람들은 마치 사고 기능이 정지된 것처럼 얼어붙고 말았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앞으로 다가가 안산에게 물었다. “여보... 이... 이 사람이 정말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아요?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혹시 내 정신이 이상해진 건가요?”“맞아. 제이크 한 그 친구가 맞다고!” 안산은 흥분하여 말했다. “정말로 제이크 한이 맞아! 이 친구가 살아 있었어! 배유현 회장이 데려온 거요!”그제야 가족들은 뒤따라 들어온 배유현을 발견했다.시후의 외할머니는 놀람과 기쁨이 교차된 표정으로 배유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배유현 회장...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요? 그날 사건이 벌어졌을 때, 우리를 살려준 분께서는 제이크 한은 이미 살릴 수 없는 상태라고 하지 않으셨나요?”배유현은 사실대로 말했다. “그때 그 분은 제이크 한 경감의 뇌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하지만 신체의
배유현은 안산이 자신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곧바로 공손하게 말했다. "회장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시지요?"안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배유현 회장 덕분에 요즘 꽤 잘 지내고 있습니다."배유현은 재빨리 말했다. "안 회장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나이도 많이 어리고,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없습니다!"그러자 안산의 곁에 있던 안충주도 이때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배유현 회장님, 안녕하십니까."배유현 역시 공손히 인사했다. "안충주 선생님, 안녕하세요."안충주는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님, 실례가 안 된다면... 제 친구 제이크 한은 지금 어디에 묻혀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가능하시다면 주소를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조만간 찾아가 조의를 표하고 싶어서요.”배유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녀의 옆에서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있던 한 남자가 갑자기 소리쳤다. "충주! 나 제이크 한은 아직 안 죽었어!"그 말이 떨어지자, 안충주와 그 곁에 있던 안산은 모두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들은 그 목소리가 분명 제이크 한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가 제이크 한이 맞을 것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듯했다.왜냐하면 그날 체육관에서 Samson 그룹 최정예 경호원들이 암살자들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을 때, 그들은 직접 시체를 보지는 못했지만 가장 먼저 총알에 맞은 제이크 한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을 구해준 시후도 분명히 제이크 한이 이미 죽었으며, 신 조차도 그를 살릴 수 없을 거라고 말했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어떻게 제이크 한이 죽은 뒤 살아 돌아왔다는 걸 믿을 수 있겠는가?제이크 한은 Samson 그룹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고만 있자, 참지 못하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확 벗으며 외쳤다. "나야! 나! 아직 안 죽었다고!""이런 젠장!" 안충주는 너
안충주는 서둘러 휴대폰으로 인터넷에서 배유현의 사진 몇 장을 검색해 안산에게 보여주었다.안산은 몇 번 사진을 훑어본 후 휴대폰을 돌려주었지만, 순간적으로 멍하니 한 사람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듯하더니 갑자기 물었다. “충주야... 제이크 한, 그 친구를 배유현 회장이 데려간 거 아니었나?”안충주는 놀라며 되물었다. “아버지, 제이크 한을 기억하신 거예요?”안산은 멍하니 말했다. “조금 전 머릿속에 뭔가 스치듯 지나갔어. 그날 우리를 구해준 은인이 ‘제이크 한은 이미 죽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재빨리 물었다. “충주야, 그날 그 은인이 그러지 않았니? 제이크 한의 시신은 자신이 사람을 보내 정중히 장례 치르겠다고?”안충주는 아버지가 그날의 일부를 기억해낸 것에 놀라면서도,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네... 그 은인은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마 그 일을 배유현 회장에게 맡긴 것 같아요.”그러자 안산은 눈가가 붉어지며 자책했다. “나는 제이크 한 그 친구에게 정말 면목이 없다... 그 친구의 부친에게도, 그 친구의 아내와 딸에게도... 나는 그들에게 모두 죄인이나 마찬가지야...”안충주는 서둘러 위로했다. “아버지, 이건 아버지 혼자만의 잘못이 아니에요. 우리 집안 전체가 큰 빚을 진 거니까요.”안산은 다시 물었다. “그럼 제이크 한의 아내와 딸은 어떻게 됐냐?”안충주는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쪽은 제가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그날 은인이 분명히 당부했었으니까요. 제이크 한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알려선 안 된다고...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도요. 그래서 제이크 한의 아내가 저에게 계속 전화를 걸어 남편의 행방을 묻고 있는데, 저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은 모른다고 둘러댈 수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아마도 이미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뉴욕 경찰은 아직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하아...” 안산은 깊게 한숨을 쉬며 당부했다. “방법을 좀 찾아서, 그의
안산의 갑작스러운 분노 섞인 외침에 Samson 그룹 삼형제는 일제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비록 모두가 이미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인 안산이 직접 그렇게 말하자, 그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안태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도무지 이해가 안 돼요... 저 자들이 우리와 도대체 무슨 원한이 있기에, 20년 동안이나 집요하게 우리를 노린 거죠?”안재남도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 “우리 집안이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큰 잘못을 저지른 일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그동안 우리 집안의 자산 대부분은 당시 엔젤투자에서 비롯됐고, 게다가 누나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던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누가 우리와 그렇게 원한 관계에 있다는 거죠?”안충주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어쩌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뭔가를 얻어내고자 하는 걸 수도 있지.”안재남이 물었다. “형 말은... 돈을 노린 다는 거야?”“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안충주가 말했다. “하지만 저들이 이토록 정교하고 집요하게 움직이는 걸 보면, 단순한 증오심이나 원한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보이는데.”그러자 안산 역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만약 돈이 목적이라면, 굳이 우리 전부를 죽일 필요는 없지 않겠니? 요즘은 대부분 자산을 디지털 형식으로 가지고 있기에 은행 계좌나 증권 계좌, 신탁 계좌에 숫자로만 남아 있다. 그러니 우리를 죽인다고 해도 그 자산이 그들 손에 들어가는 건 아닐 것 아니냐!”안충주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게 바로 저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네 사람은 곧 깊은 침묵에 빠졌다.그때, 막내딸 안유진이 문을 두드리며 밖에서 말했다. “아버지, 배유현 회장이 조금 뒤에 찾아 뵙고 싶다고 전화가 왔는데요.”“배유현...?” 안산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배유현 회장이 누구냐?”안충주가 얼른 말했다. “아버지, 또 잊으신 거 아니죠? 아침에 말씀드렸잖아요. 우리가 사건을
그 순간, 안태풍, 안충주, 그리고 안산 모두의 얼굴이 일제히 굳어졌다.안태풍은 반사적으로 외쳤다. “큰 누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 후, 너는 권아현을 만났고... 권아현은 이번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네 곁에서 무려 19년 동안 숨어 지냈어... 우리를 죽이려 한 자들과 누나가 그 해에 죽었던 일은 분명 관련이 있는 거야!”안산은 경악하며 말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 놈들은 예선이와 은 서방을 죽이고도 모자라, 재남이 곁에 무려 19년이나 묵혀 놓은 시한폭탄을 이번에 터뜨린 셈이군... 대체 이 놈들은 뭘 노리고 있는 거지?! 만약 우리 집안을 없애는 게 목적이라면, 왜 지금까지 이렇게 오랫동안 기다린 거냐고?”“그러게 말입니다...” 장남 안충주 역시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라면, 뭔가 깊은 원한을 품고 있을 때 진작에 손을 썼겠죠. 굳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없을 텐데...”안산이 말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이 자들이 우리에게 대체 얼마나 큰 복수심을 품고 있길래, 이렇게까지 큰 판을 벌이는 건지 말이야...”안재남은 참다 못해 말했다. “아버지, 형님들... 꼭 제 아내를 19년 전에 그 조직에서 일부러 저에게 심어놓은 인물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잖아요? 중간에 회유되었거나, 협박을 받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그럴 리 없어.” 안충주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만약 네 아내가 중간에 회유된 것이라면, 그 집안 가족들 역시 그때 함께 배신했겠지. 그런데 그 집안의 일련의 행동들은 그런 식으로는 설명이 안 되잖아. 그러니 나는 오히려 권아현과 그 일가 전체가 애초부터 철저하게 설계된 함정이라고 판단한다.”안태풍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고, 이어서 안재남을 바라보며 물었다. “재남아, 너와 권아현이 처음 만났을 때 구체적인 상황을 떠올릴 수 있겠어?”안재남은 말했다. “그 당시 내가 석사 2학년이 막 시작되었을 때였는데, 아내는 막 석사에 입학했었지. 신입
유럽과 미국에서는 가족 신탁 상품이 매우 신뢰할 수 있는 자산 보호 방식으로 여겨진다.한국에는 ‘부자는 삼대를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부모 세대가 어렵게 일군 부를 자손 세대가 사치스러워 함부로 낭비하고, 눈은 높지만 능력은 부족하여 유산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은 쉽게 가족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하룻밤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만든다. 이것은 자손 세대의 능력과 인품이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단 능력이나 인격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가문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데, 하물며 인재 외에도 천재지변 같은 변수도 존재한다.그러나 가족 신탁은 이러한 인재와 천재지변의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먼저 자신의 자산을 신탁에 넣는 순간, 겉으로 보기에는 본인조차 해당 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통제권을 포기하게 된다. 이후 자산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에만 자녀나 지정된 상속인이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훗날 중대한 문제가 생겨 가문이 빚더미에 앉게 되거나 파산을 하게 되더라도, 이 가족 신탁은 정부나 채권자에 의해 임의로 처분될 수 없다. 이것은 바로 유럽과 미국에 있는 유서 깊은 가문들이 여러 세대, 심지어는 수십 세대에 걸쳐 부를 유지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것이다.비록 권아현 집안 식구들은 현재 모두 자취를 감췄지만, 그들의 자산은 이미 모두 가족 신탁으로 옮겨졌다. 이는 더없이 안전한 보관 방식으로, 권아현의 집안 식구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기업 운영에는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거나 예기치 않은 상황이 생길 걱정도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 돈은 신탁에 들어가 있는 이상 줄어들기는커녕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불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방 정부조차 이 자산에는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이런 행동은 곧 권아현 집안 식구들, 혹은 그들 뒤에 있는 그 미스터리한 조직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그들의 입장은 바로 잠적하는 것은 단지 일시적인 전략적 후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날 밤 외가 식구들은 나를 만났고, 내가 부른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갔다는 건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겠죠. 그러니 당신과 외가 식구들이 다시 만났을 때, 어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알약 하나를 먹인 뒤 당신을 구했다고만 알려주고, 이후 배유현 양에게 당신을 그들에게 데려다 주라고 했다고 말하세요. 그리고 정체불명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모른다고 하시고요. 그러면 그들은 당신을 살린 사람과 자신들을 살린 사람을 연결 지으려 할 거고, 그 뒤는 외가 식구들이 스스로 추측하게 내버려 두면 됩니다.”“알겠습니다, 도련님!” 제이크 한은 진지하게 말했다. “기억해 두겠습니다.”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배유현을 불러들였다. “배유현 씨, 헬기를 좀 준비해주시고, 제이크 한 경감을 맨해튼의 AB 빌딩까지 모셔다 드리세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먼저 내 외삼촌께 연락을 드려 방문 의사를 전해주시고요. 그 날 그들을 구한 후 현장을 수습한 사람은 배유현 씨이기 때문에, 그들은 당신에 대해서는 크게 경계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배유현은 공손히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바로 Samson 그룹 측에 연락하겠습니다.”......같은 시각, 맨해튼 AB 빌딩.Samson 그룹은 함께 모여 회의를 열고는 최근 각종 정세를 종합하여 토론하고 있었다. 안산은 최근 알츠하이머 증상이 계속 악화되고 있었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아내와 자식들은 그에게 현재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오랫동안 설명해주곤 했다. 다행히도 안산은 수많은 풍파를 겪어온 인물이라, 그날 어떤 사건들이 일어났는지 직접적으로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식들의 설명을 들으면 곧바로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 날 암살 사건이 발생한 이후, Samson 그룹 사람들은 줄곧 뉴욕을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가족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가족들의 안전을 위해 안산은 당분간 가족
이야기를 들은 제이크 한은 매우 놀라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듯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이전의 경력 때문에 블랙 드래곤에 대해서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여 영구 거점을 건설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용병 조직에게 있어 영구 거점을 보유한다는 것은, 단번에 다른 용병 조직들에 비해 훨씬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병이라는 존재는, 이화룡이 거느리는 조폭들에 비해 각국 사법기관이 훨씬 더 경계하는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용병 조직은 세계 각국에서 길거리의 쥐와 같은 존재로 비밀리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오직 정부와 깊이 협력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절대로 대놓고 간판을 걸고 활동하지 못한다.물론 미국에도 용병 조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백악관과 협력하며 그들의 총알받이 노릇을 하는 일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은밀히 활동할 수밖에 없다. 용병 조직의 대다수는 미국 퇴역 군인 출신으로, 본국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개개인으로 위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서 임무를 수행하곤 한다. 예를 들어, 한 용병 조직은 100명 남짓한 구성원들에 불과한데 그들은 평소 각자 합법적인 직업과 신분으로 위장하여 일반 시민처럼 지내다가 임무가 떨어지면 관광객을 가장해 출국을 한다. 비록 이들이 본국에서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무장 전투 요원이기 때문에 정부의 감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조용히 움직여야 한다는 제약이 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대부분의 용병 조직의 성장이 제한되는 것이다.하지만 용병 조직이 대놓고 합법적인 영구 거점을 보유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블랙 드래곤이 시리아와 협력했을 당시 미국 CIA는 그 이유를 조사했는데, 조직이 시리아에서 너무 빨리 성장하는 걸 우려해 개입까지 시도했었다. 하지만 시리아는 블랙 드래곤과의 협력을 고수했고, 그 뒤에는 시리아 내 영향력 있는 반정부 인사 하미드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