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형과 불륜하겠습니다

남편의 형과 불륜하겠습니다

作者:  지리지剛剛更新
語言: Korean
goodnovel4goodnovel
評分不足
30章節
4閱讀量
閱讀
加入書架

分享:  

檢舉
作品概覽
目錄
掃碼在 APP 閱讀

故事簡介

현대물

CEO、보스

바람

참교육

이혼물

후회남

소유욕/집착

강정연은 깨달았다. 신혼인 남편이 말한 ‘출장'의 실체는, 그의 ‘첫사랑'이자 형수인 여자의 산후조리를 돕는 것이었다. 심지어 자신의 할머니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뺑소니 사고의 범인이 바로 남편이 애지중지하던 그 형수라는 사실까지. 그 순간, 강정연은 모든 진실을 꿰뚫어 보았다. 그가 자신과 결혼한 이유는 오직 형수의 죄를 덮어줄 방패막이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강정연은 눈물을 삼키며 두 가지 계획을 세웠다. 첫째는 세계적인 신경외과 권위자를 초빙해 식물인간 상태인 아주버님을 깨우는 것이었다. 심씨 가문의 진정한 실세인 그를 깨워 제 아내가 친동생과 어떻게 뒤엉켜 애틋하게 사랑을 속삭이고 있는지 똑똑히 보게 할 작정이었다. 둘째는 은밀하고도 완벽하게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빚을 진 자들을 단 한 명도 남김없이 처절하게 파멸시키기 위해서였다. 강정연은 더 이상 누군가의 아내로 살지 않기로 했다. 그 누구에게도 양보하거나 물러설 생각 따윈 없었다. 그녀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자신과 할머니에게 빚진 정의를 되돌려 받는 것뿐이었다. 속을 알 수 없는 비정한 그 남자와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찰나,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이유 하나 묻지 않고 그녀의 곁을 지키며 섰다. “당신이 원하는 답, 내가 내주지.” 한편, 그녀를 사랑한다 자부하면서도 늘 희생만을 강요했던 남편은 그 광경에 처참히 무너져 내렸다. 강정연은 그런 남편을 조소하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형님이 당신의 그 고결한 첫사랑이라며? 내가 당신 형의 아내가 되겠다는데, 대체 왜 당신이 미쳐 날뛰는 거야?”

查看更多

第 1 章

제1화

산후조리원에서 몸을 풀고 있는 형님 허수정의 병문안을 간 강정연은 방문 앞에서 한 달째 출장 중이라던 남편 심주혁을 발견했다.

방 안에서 심주혁은 침대 옆에 앉아 가녀린 여인에게 조심스레 국을 떠먹여 주고 있었다.

여인이 국을 몇 모금 마시더니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

“주혁 씨, 요 며칠 주혁 씨가 아니었으면 나 혼자 아이를 데리고 정말 막막했을 거예요. 그런데 자꾸 마음이 무거워요. 그 사고는 어쨌든... 내가 그 사람한테 죽을죄를 지은 거니까. 얼른 돌아가서 달래줘요.”

그 말에 강정연의 발걸음이 굳어졌다.

“형수님, 너무 마음 쓰지 말아요. 일부러 박은 것도 아니고 실수였잖아요. 그리고 그 사람 할머니는 지병으로 돌아가신 건데 형수님이랑 무슨 상관이에요.”

심주혁은 여자가 손을 뻗어 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낼 수 있도록 순종적으로 몸을 숙여주었다.

“난 그 여자랑 결혼했으니, 보상이라 생각하고 책임지고 살 거예요. 그러니까 형수님은 그 일 잊어버리세요.”

‘교통사고... 책임을 져?’

심주혁의 그토록 가벼운 말투에 강정연은 몸을 휘청거리며 전신이 얼어붙는 듯한 한기를 느꼈다.

1년 전 비바람이 몰아치던 밤, 뇌경색으로 위독하신 할머니를 살리기 위해 그녀는 백방으로 뛴 끝에 유명한 교수님의 수술 승낙을 받아 직접 공항으로 모시러 갔었다.

병원은 이미 수술준비를 마친 채 집도의만 기다리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병원을 불과 한 블록 앞둔 곳에서 신호를 위반한 과속 차량이 그녀의 차를 들이받았고 그녀와 교수님은 찌그러진 차체에 끼여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가해 차량은 그 자리에서 도주해 버렸고 그들도 우여곡절 끝에 구조되긴 했지만, 할머니는 이미 골든타임을 놓쳐 수술대 위에서 차갑게 숨을 거두신 뒤였다.

단 10분만 일찍 도착했어도 할머니는 살 수 있었다.

다만 강정연이 차갑게 식은 할머니의 시신 앞에서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그 순간, 이별을 앞두고 있던 남자친구 심주혁이 홀연히 나타났다.

그는 그녀의 곁을 지키며 다정하게 위로했고 할머니의 장례를 누구보다 성대하게 치러주었다.

심지어 장례가 한창이던 중, 한쪽 무릎을 꿇고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밀며 청혼까지 했다.

그제야 강정연은 그가 주경시 최고 재벌인 심씨 가문의 둘째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주혁은 할머니의 영정 앞에서 굳게 맹세했다.

할머니의 몫까지 다해 평생 그녀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것이며 심씨 가문의 막강한 전담 변호사팀을 동원해 뺑소니범을 반드시 잡아넣겠다고 말이다.

어떻게든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안겨주겠다는 그의 약속에 깊이 감동한 강정연은 그 자리에서 청혼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결혼 후, 강정연은 형님 허수정 역시 그날 밤 사고를 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사고로 허수정 본인은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으나 동승했던 아주버님 심현호는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

그날 이후 극심한 자책감과 우울증에 시달린 허수정은 수차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고 그때마다 그녀를 진정시킬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심주혁뿐이었다.

강정연은 그 상황을 개의치 않고 오히려 남편에게 형님을 살뜰히 보살펴 주라며 배려했다.

누구보다 가족의 생사가 오가는 참담함과 무력감을 뼈저리게 겪었던 그녀였기에, 자신의 과실로 남편을 잃을 뻔한 허수정의 지옥 같은 심정을 깊이 동정한 탓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세상에 어떻게 그런 기막힌 우연이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뒤늦게 깨달은 진실 앞에 강정연의 가녀린 몸이 걷잡을 수 없는 배신감으로 사시나무 떨듯 떨려왔다.

“저기요, 면회 오신 보호자분이세요? 왜 안 들어가고 계세요.”

불쑥 끼어든 간호사의 목소리가 그녀의 상념을 끊어놓으며 병실 안 두 사람 사이의 은밀하고 묘한 공기를 단숨에 깨뜨렸다.

그 순간 심주혁은 수유를 돕기 위해 허수정의 옷을 벗겨주려던 찰나였다.

목소리가 들리자 그는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즉각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나더니 당황한 기색으로 문 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문 앞에 서 있는 그녀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그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정연아?”

두 사람이 자신을 의식하자, 강정연은 표정을 갈무리하며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아이를 안은 채 눈에 띄게 당황한 남편을 보며 그녀가 입을 열었다.

“심주혁, 당신 출장지가 병원이었어?”

얼음장 같은 아내의 눈빛에 심주혁은 흠칫 몸을 굳혔다.

조금 전 두 사람이 나누던 은밀한 대화를 그녀가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스친 듯했다.

그는 황급히 아이를 내려놓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다.

“정연아, 언제 왔어? 형수님이 우울해하셔서 산후 회복에 지장이 갈까 봐 내가 와서 좀 도와준 거야. 너...”

강정연이 그의 손을 피하며 무표정하게 응시하자, 심주혁의 목소리는 기어들어가듯 잦아들었다.

강정연은 대꾸 없이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는 허수정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입가에는 미소가 띠었으나 눈빛만은 서리가 내린 듯 차가웠다.

“형님, 회복 상태가 아주 좋아 보이시네요.”

허수정은 그녀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며 웃어 보였다.

“네, 다 주혁 씨가 잘 챙겨준 덕분이에요. 아기 낳을 때 분만실까지 들어와서 곁을 지켜줬거든요.”

그녀는 수줍은 듯 심주혁을 바라보았는데 그 모습은 영락없이 제 소유권을 과시하는 태도였다.

그 말에 심주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불렀다.

“형수님.”

은근한 질책이 담긴 그 말에 허수정은 억울하다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는 입을 다물었다.

심주혁은 이내 아차 싶었는지 강정연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정연아, 너도 알잖아. 형수님이 우울증 있으셔서 내가 좀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거.”

골백번도 더 들은 핑계였다.

강정연은 헛웃음이 났지만 그와 말싸움을 벌일 기운조차 없었다. 오직 문밖에서 엿들은 그 대화만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맴돌 뿐이었다.

병실 안을 한 바퀴 훑어본 그녀는 침대 가에 걸터앉아 칭얼거리는 아이를 능숙하게 안아 들었다.

“이해해. 굳이 변명할 필요 없어.”

강정연이 허수정 앞으로 아이를 내밀며 무심하게 덧붙였다.

“아이 젖 물리려던 거 아니었어요? 옷을 안 벗고 어떻게 먹이려고요?”

반년이 넘도록 사건은 아무런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날 밤의 장면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뺑소니범이 덜덜 떨며 차에서 내려 상태를 살필 때 허리춤에 얼핏 드러났던 붉은 반점을.

만약 허수정의 몸에도 그 반점이 있다면, 방금 병실 밖에서 들었던 그 기막힌 말들은 모두 진실이 된다.

할머니를 죽음으로 몬 진범이 누구인지 걸린 문제였으니 강정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밝혀내야 했다.

허수정은 입술을 꾹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물기 어린 처연한 눈동자로 강정연을 지나쳐 오직 심주혁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형님, 설마 옷 단추 하나 풀 힘조차 없는 건 아니시죠.”

짐짓 고민하는 척하던 강정연이 이내 생각났다는 듯 심주혁을 향해 손짓했다.

“이리 와서 형님 단추 좀 풀어드려.”

“정연아, 나는...”

심주혁의 변명이 미처 이어지기도 전, 허수정은 세상에서 제일 억울한 피해자라도 된 양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주혁 씨, 신경 쓰지 말아요, 난 괜찮으니까. 행여나 나 때문에 정연 씨랑 싸우지 말고. 어서 정연 씨 데리고 집에 가세요. 간병인은 지금 바로 알아보면 되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아픈 몸을 이끌고 억지로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다.

하지만 통증 탓에 바닥에 고꾸라질 뻔했고 짧은 비명을 내뱉으며 고개를 숙인 채 연신 눈물만 훔쳐냈다.

옆에 서 있던 심주혁은 본래 찔리는 구석이 있어 눈치를 보던 참이었으나 허수정의 그런 가련한 모습에 앞뒤 잴 것 없이 다급히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그는 허수정을 조심스레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을 덮어주며 꼼꼼하게 이불깃까지 여며주었다. 그러고는 마치 그녀를 보호하듯 침대 앞을 가로막고 섰다.

“정연아, 너 밖에서 무슨 소리라도 들은 거야?”

심주혁은 굳은 얼굴로 강정연을 쏘아보았다.

“어찌 됐든 형수님은 방금 출산한 환자야. 이렇게 사람을 닦달하면 안 되는 거라고. 무슨 일이든 집에 가서 다 설명해 줄게.”

그의 두 눈에 담긴 짙은 경계와 원망을 마주하자 강정연의 마음은 한층 더 싸늘하게 식어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의아한 표정으로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물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신, 나한테 뭐 찔리는 짓이라도 했어?”

그 순간, 심주혁의 동공이 일순간 미세하게 흔들리며 시선을 회피했다.

“그럴 리가 있겠어. 형이 저렇게 된 마당에 형수님이 아이까지 낳아주셨으니 우리 집안엔 일등 공신이잖아. 그래서 내가 좀 거들어드리려던 것뿐이야... 네가 왔으니 수고스럽겠지만 형수님 좀 잘 도와드려. 난 먼저 나가 있을게.”

심주혁은 옆에 있는 허수정을 힐긋 쳐다보고는 몸을 돌려 병실을 빠져나갔다.

방 안에 두 사람만이 남게 되자, 강정연은 허수정이 채 눈물을 닦아내기도 전에 그녀에게 손을 뻗어왔다.

“형님, 걱정 마세요. 수유하시는 것쯤은 저도 거뜬히 도와드릴 수 있어요.”

산후조리 중이라 허약해진 허수정은 반항할 기력조차 없었고 윗옷 단추는 순식간에 풀려나갔다.

시선이 닿은 순간, 강정연이 내심 품고 있던 실낱같은 요행은 처참하게 짓밟혔다.

정말로 그녀였다.

희고 부드러운 허리춤에 선명하게 자리 잡은 장미 같은 붉은 반점은 그 비 내리던 밤에 보았던 것만큼이나 잔인하게 시선을 찔러왔다.

허수정의 허리에 새겨진 그 붉은 반점을 뚫어질 듯 노려보며 강정연은 눈동자 깊은 곳에서부터 소용돌이치는 맹렬한 증오를 도저히 감출 길이 없었다.

이 순간, 그녀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우스꽝스러운 피에로가 된 기분이었다.

심주혁은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자신을 구해준 구원자이자, 유일하게 사랑을 확신했던 남편이었다.

결혼 후 뺑소니 사건을 함께 조사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그의 모든 다정함이, 사실은 제 형수라는 살인마의 죄를 은폐하기 위한 기만적인 연극에 불과했다니.

살아 숨 쉬던 우리 할머니의 목숨값이 고작 ‘다 책임지겠다'는 그의 가벼운 말 한마디로 퉁쳐질 무게였던가.

그런 줄도 모르고 할머니를 죽인 살인마와 그 공범을 진짜 가족이라 믿으며 한 지붕 아래서 부대껴온 시간들이 뼈아픈 수치심으로 밀려왔다.

아이가 젖을 물자 칭얼대던 울음소리가 멎었다.

포대기 아래 감춰진 강정연의 손끝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꽉 쥔 손톱은 당장이라도 손바닥 살점을 파고들 기세였다.

지독한 원통함과 분노, 그리고 처절한 무력감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할머니를 죽인 진범이 지척에 있다고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의 강정연으로서는 저들을 어찌할 도리가 전혀 없었다.

허수정이 낳은 아이는 심성 그룹 총수의 유일한 핏줄이었기에, 심씨 가문 사람들은 아이의 생모인 그녀에게 단 한 점의 오점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방어할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심주혁은 심현호가 쓰러진 틈을 타 심성 그룹을 장악했고 이제는 누구나 그를 ‘심 대표님'이라 부르며 머리를 조아리는 처지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진실을 드러내는 것은 저들을 자극해 남은 증거마저 인멸하게 만들 뿐, 아무런 실익이 없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강정연의 머릿속은 오히려 무섭도록 차분해졌다.

그녀는 심주혁을 다시 불러 아이를 그의 품에 덥석 안겨버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거실로 나와 자리를 잡았다.

고개를 숙인 채 멍하니 휴대폰만 응시하는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꽤 많은 시간이 흐른 만큼, 겉으로 드러난 단서들은 심주혁이 이미 흔적도 없이 인멸했을 터였다.

하지만 단 하나, 그조차도 감히 손댈 수 없는 치명적인 증거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展開
下一章
下載

最新章節

更多章節

致讀者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暫無評論。
30 章節
제1화
산후조리원에서 몸을 풀고 있는 형님 허수정의 병문안을 간 강정연은 방문 앞에서 한 달째 출장 중이라던 남편 심주혁을 발견했다.방 안에서 심주혁은 침대 옆에 앉아 가녀린 여인에게 조심스레 국을 떠먹여 주고 있었다.여인이 국을 몇 모금 마시더니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주혁 씨, 요 며칠 주혁 씨가 아니었으면 나 혼자 아이를 데리고 정말 막막했을 거예요. 그런데 자꾸 마음이 무거워요. 그 사고는 어쨌든... 내가 그 사람한테 죽을죄를 지은 거니까. 얼른 돌아가서 달래줘요.”그 말에 강정연의 발걸음이 굳어졌다.“형수님, 너무 마음 쓰지 말아요. 일부러 박은 것도 아니고 실수였잖아요. 그리고 그 사람 할머니는 지병으로 돌아가신 건데 형수님이랑 무슨 상관이에요.”심주혁은 여자가 손을 뻗어 제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아낼 수 있도록 순종적으로 몸을 숙여주었다.“난 그 여자랑 결혼했으니, 보상이라 생각하고 책임지고 살 거예요. 그러니까 형수님은 그 일 잊어버리세요.”‘교통사고... 책임을 져?’심주혁의 그토록 가벼운 말투에 강정연은 몸을 휘청거리며 전신이 얼어붙는 듯한 한기를 느꼈다.1년 전 비바람이 몰아치던 밤, 뇌경색으로 위독하신 할머니를 살리기 위해 그녀는 백방으로 뛴 끝에 유명한 교수님의 수술 승낙을 받아 직접 공항으로 모시러 갔었다.병원은 이미 수술준비를 마친 채 집도의만 기다리는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하지만 병원을 불과 한 블록 앞둔 곳에서 신호를 위반한 과속 차량이 그녀의 차를 들이받았고 그녀와 교수님은 찌그러진 차체에 끼여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가해 차량은 그 자리에서 도주해 버렸고 그들도 우여곡절 끝에 구조되긴 했지만, 할머니는 이미 골든타임을 놓쳐 수술대 위에서 차갑게 숨을 거두신 뒤였다.단 10분만 일찍 도착했어도 할머니는 살 수 있었다.다만 강정연이 차갑게 식은 할머니의 시신 앞에서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그 순간, 이별을 앞두고 있던 남자친구 심주혁이 홀연히 나타났다.그는 그녀의 곁을 지키며 다정하게 위로했고
閱讀更多
제2화
심현호, 심주혁의 친형이자 심성 그룹의 진짜 실세, 그가 바로 사고 당시 그 차에 동승했던 인물이었다.만약 그가 의식을 되찾는다면, 그는 이 사건의 유일한 생존 목격자가 될 터였다.강정연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비록 병원에서는 심현호가 깨어날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고 판정했지만 기막히게도 그녀의 은사인 이도훈 교수는 해외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신경외과 권위자였다.그녀는 이도훈의 과거 수술 성공 사례 중, 심현호와 매우 흡사한 케이스가 있었음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마침 지난주 관련 학술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귀국한 이도훈 교수는 현재 주경시에 머물고 있었다. 교수님이 직접 나서준다면 심현호가 의식을 되찾을 가능성도 충분했다.오늘 그녀가 산후조리원을 찾은 것은 국을 챙겨주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본래는 이 희소식을 전해주기 위함이었다.그러나 눈 앞에 펼쳐진 기막힌 상황을 마주하니 저들에게 굳이 사실을 알릴 이유가 사라졌다.생각을 정리한 강정연은 곧바로 이도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교수님, 머리를 다쳐 1년 가까이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가 있습니다. 혹시 시간을 내어 한 번 봐주실 수 있을까요?]문자를 보낸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흔쾌히 수락하는 답장이 돌아왔다.휴대폰에서 시선을 뗀 강정연의 눈매가 얼음장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방 안에서는 여전히 심주혁이 침대 곁을 지키고 있었고 허수정은 그의 품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면서도 곁눈질로 강정연을 힐끔거리며 도발적인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저들의 구역질 나는 치정극을 더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강정연은 미련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심현호가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주경시를 주름잡는 최고 명문가, 심성 그룹의 현세대 실세인 심현호는 국제 병동 1인 중환자실에 머물고 있었고 오직 그 한 사람만을 위해 전담 의료진 및 간호 팀이 24시간 내내 대기 중이었다.강정연은 신분을 밝히고 면회를 요청했다. 그러고 나서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소독을 마치고 무균복을 입은 뒤에야 비로소 병실 안으로 들어설 수 있
閱讀更多
제3화
“다 지나간 일이야. 우린 아직 젊으니 아이는 다시 가지면 돼.”심주혁의 몸이 굳어지며 얼굴에서 미소가 가셨다.그는 강정연 앞에 쪼그려 앉아 눈을 맞추며 말했다.“내가 형수랑 거리를 두라고 한 것도 네가 괜히 옛날 일을 떠올리며 괴로워할까 봐 그랬던 거야. 정연아, 약속할게. 반드시 범인을 법의 심판대에 세워서 할머니랑... 우리 아기 한을 풀어줄게.”심주혁은 엄숙하게 맹세했다.하지만 그 모습은 강정연의 눈에 그저 황당하고 가증스러울 뿐이었다.그녀는 아무런 대꾸 없이 무심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런 그녀의 태도가 생경한 듯, 심주혁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나직이 이름을 불렀다.“정연아?”그의 눈에 미안한 기색이 서렸다.“내가 잘못했어. 형수님께는 전담 간병인을 붙여뒀으니까, 이제부턴 온전히 네 곁에만 있을게. 약속해.”강정연이 입을 떼기도 전, 테이블 위에 놓인 심주혁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전화를 받자마자 당황한 여자의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주혁 씨, 어떡해요. 애가 계속 울어요. 아무리 달래도 안 돼요...”“형수님, 진정하세요. 지금 바로 갈게요.”심주혁은 휴대폰을 꽉 쥔 채 곧장 발걸음을 옮기려다, 방금 아내에게 했던 약속이 떠올랐는지 난처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정연아, 형수님이 지금...”너무나 익숙한 상황이었다.허수정은 수없이 많은 밤, 이런 식으로 심주혁을 불러내곤 했다.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일들이 이제야 선명해지며 지난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강정연은 자신이 한심할 정도로 어리석게 느껴졌다.‘심주혁이 형님과 이토록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왜 이제껏 몰랐을까? 설마 아이를 지운 것도 허수정과 마음 편히 놀아나기 위해서였을까?’심장이 차갑게 식어 내려앉았다.할머니의 복수만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이혼 서류를 내던지고 그를 쫓아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강정연은 외투를 챙겨 입으며 심주혁의 의구심 어린 시선에 답했다.“나도 같이 가.”심주혁은 잠시 미간을 좁혔을 뿐, 거
閱讀更多
제4화
‘심주혁과 허수정, 두 사람의 관계는 정말 단순히 모호한 수준에 불과한 걸까?’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강정연은 스스로도 소스라치게 놀라 전율했다.“정연아, 무슨 생각해?”심주혁의 의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정신을 차린 강정연의 눈에 비친 그의 미소는 지독하리만치 가식적이었다.그녀는 다가오는 그의 손길을 옆으로 피하며 무심하게 대꾸했다.“아니야, 가서 형수님 곁이나 지켜. 난 혼자 돌아가면 되니까.”지난 1년, 심주혁은 그녀가 아프거나 간절히 그를 필요로 할 때조차 늘 허수정에게 달려갔다. 그때마다 강정연은 화를 내거나 서운해하며 그를 붙잡으려 애썼다.하지만 이제 그들의 역겨운 관계를 깨닫고 나니, 서운함은커녕 그저 심주혁이 눈앞에서 당장 사라져 줬으면 하는 혐오감뿐이었다.심주혁은 그녀의 배려가 당연하다는 듯, 평소처럼 나직하게 덧붙였다.“그래, 그럼 승우 불러줄 테니 차 타고 가.”승우는 그의 전담 기사였다. 강정연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만 까딱이고는,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약 봉투를 챙겨 밖으로 향했다.욱신거리는 통증에 다친 손이 자꾸만 위로 들렸다.깊은 밤의 응급실은 사람들로 북적였으나, 다들 가족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그들 사이에서 홀로 남겨진 강정연은 지독히도 고립되어 보였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심주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뒤쫓아왔다.“안 되겠다, 내가 먼저 데려다줄게.”그는 다정하게 말하며 약을 대신 받아 들고는 그녀의 오른손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그러자 강정연이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형님은 병실에 혼자 있는 걸 무서워한다며?”심주혁은 별일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대답했다.“너도 밤길 무서워하잖아. 혼자 가면 겁날 텐데.”그는 눈가에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채 다정하게 덧붙였다.“게다가 넌 내 아내잖아. 아내를 집까지 바래다주는 건 남편으로서 당연한 일이지.”그의 말대로 남편으로서 마땅한 도리였다.애초에 이 결혼 자체가 그가 말한 ‘보상’에 불과했으니, 부부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것 또한
閱讀更多
제5화
[감정 결과, 피검사자들 간의 생물학적 부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음.][감정 결과, 피검사자들 간의 생물학적 부자 관계가 성립함.]결과지 속 마지막 문장은 유독 선명하게 눈에 박혔다.아이는 정말로 심주혁의 핏줄이었다.휴대폰을 쥔 손끝을 타고 차가운 한기가 심장까지 번져 나갔다.이미 각오했던 결과였기에 가슴 한구석이 조금은 무너져 내릴 줄 알았다. 어찌 됐든 한때는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남자였으니까.하지만...강정연은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하긴, 그럴 만도 했다. 지난 이틀간 그 인간의 추악한 진면목을 뼈저리게 확인했으니, 더 이상 마음을 다쳐가며 아파할 가치조차 남지 않은 것이다.이제 그녀에게 남은 건 심주혁과 허수정에게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뿐이었다.강정연은 문을 열고 안으로 발을 들였다.현관에 들어서자마자 거실에서 흘러나오는, 소름 끼치도록 달콤하고 교태 섞인 여자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입맛 없어요. 그런데 주혁 씨가 뽀뽀해 주면 못 이기는 척 한 입 더 먹을게요.”“형수님, 장난치지 마세요.”시선이 닿은 곳에는 허수정이 식탁에 앉아, 죽사발을 든 채 곁에 서 있는 심주혁에게 입술을 내밀며 아양을 떨고 있었다.심주혁은 말로는 하지 말라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강정연은 비릿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참으로 눈꼴사나울 정도로 당당하고 파렴치한 행각이었다.문득 의문이 스쳤다.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심주혁은 그녀가 나쁜 마음이라도 먹을까 봐 그림자처럼 곁을 지켰고 그 지극정성은 결혼 후 두 달이 지나서야 겨우 느슨해졌었다.그런데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앞뒤가 맞지 않았다. 그때 이미 허수정은 임신 2개월 차였으니, 대체 이 남자가 제 곁에서 헌신적인 남편 노릇을 할 때 그와 그의 ‘사랑스러운 형수님’은 언제부터 눈이 맞아 굴러먹었단 말인가.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찰나, 그녀를 발견한 허수정의 눈에 당혹감이 스쳤다. 하지만 이내 짐짓 놀란 척 물었다.
閱讀更多
제6화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심주혁이 구급함을 들고 돌아와 다정하게 약을 갈아주었다.처치가 끝나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스럼없이 옷을 벗으며 말했다.“늦었네. 이제 자자.”강정연이 쳐다보니 심주혁은 마침 마지막 셔츠 단추를 풀고 있었다.그녀의 시선을 느낀 심주혁은 미소 지으며 다가와 그녀의 손을 끌어당겨 자신의 복부에 갖다 댔다.“왜, 넋이라도 나갔어?”노골적인 유혹이었지만 강정연은 훑어보듯 시선을 던지더니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전에는 몸이 꽤 좋았던 것 같은데, 몇 달 사이에 관리를 안 한 거야?”심주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어졌다.“전이라니?”강정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아주버님 생일날 말이야. 호텔에서 내가 만졌을 땐 분명 빨래판 복근에 허리도 훨씬 탄탄했거든. 형님 수발드느라 운동할 시간이 아예 없었나 봐?”예전 심주혁이 그녀를 쫓아다니던 시절, 복근 있는 남자가 좋다는 그녀의 무심한 말 한마디에 그는 죽어라 운동에 매달렸었다.그날 밤, 어둠 속에서 그 노력의 결실을 맛보았을 때만 해도 강정연은 생각했었다. 단지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 이 정도 정성을 들이는 남자라면 참 괜찮은 선택일지도 모른다고.하지만 지금 눈앞의 몸뚱이는 그때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쯧, 자기관리조차 못 하는 남자는 어디 하나 쓸모가 없는 법이지.’심주혁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그가 무어라 입을 열려던 순간, 날카로운 노크 소리가 무거운 정적을 갈랐다.“주혁 씨, 자요?”문밖에서 허수정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심주혁은 대꾸도 없이 여전히 묘한 눈으로 강정연을 응시할 뿐이었다.강정연은 그런 그가 가소로우면서도, 그와 더 이상의 스킨십은 피하고 싶었다.썩은 오이 같은 놈, 더러워서 싫었다.“형님, 무슨 일이세요?”강정연이 일부러 소리 높여 물으며 소파에서 내려와 거침없는 손길로 방문을 활짝 열어젖혔다.문밖에는 헐렁한 하얀 잠옷 차림에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허수정이 처연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문을 연 사람이 강정연인 것을
閱讀更多
제7화
신호가 바뀌었음에도 차가 움직이지 않자 뒤에서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려댔다.어쩔 수 없이 차를 갓길에 세운 심주혁은 수화기 너머 상대방의 설명을 묵묵히 들으며 이따금 짧은 대답만을 내뱉었다.통화가 길어질수록 그의 안색은 흙빛으로 변해갔고 마침내 통화가 끝나자마자 참아왔던 분노를 터뜨리듯 휴대폰을 거칠게 내던졌다.일그러진 미간 사이로 숨길 수 없는 초조함이 배어 나오는 그때, 침묵을 지키던 강정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커뮤니티 건강 쉼터 프로젝트 때문이야?”심주혁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사전 준비를 다 마쳤는데 안성 측에서 갑자기 말을 바꿨나 봐. 계약을 잠정 보류하겠다네.”“그럼 회사로 가서 처리해. 병원은 나 혼자 가도 되니까.”강정연은 말을 마치며 차 문을 열고 내리려 했다.하지만 심주혁은 고개를 저으며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억누른 채,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야, 일단 너부터 데려다줄게.”그는 심호흡을 몇 번 하며 감정을 추스른 뒤 다시 차를 출발시켰다.병원 입구에 도착하자 그는 직접 내려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고 뒷좌석에 늘 두던 겉옷을 강정연의 어깨에 걸쳐주고서야 다시 차에 올라탔다. 다시 운전석에 앉은 그는 창문 너머로 미소 지으며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얼른 들어가 봐, 나올 때 맞춰서 승우 보낼게. 저녁엔 네가 계속 가고 싶어 했던 그 레스토랑에서 밥 먹자.”강정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비로소 차를 돌려 그곳을 벗어났다.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그는 그녀를 최우선에 두는 태도를 보였다.지난 세월 동안 심주혁이 고수해 온 방식이었다. 허수정 때문에 그녀를 소홀히 대하더라도, 사후에는 반드시 그 이상의 보상과 다정함으로 그녀를 달랬다.그 교묘한 다정함 때문에 강정연은 지난 1년 동안 남편이 제 형수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으리라고는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사랑이 깊었던 만큼 배신감의 농도도 짙었다.강정연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띠며 휴대폰을 열어 메시지를 보냈다. [선배,
閱讀更多
제8화
바로 지금, 승우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던 그 다정한 대표님이 살구색 원피스를 입은 한 여성을 조심스레 부축하며 자리에 앉히고 있었던 것이다.여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놓인 99송이의 거대한 줄리엣 장미 꽃다발이 그녀를 완전히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이제 봤죠?”강정연은 창밖에서 시선을 거두며 손에 들고 있던 값비싼 꽃다발을 길가 쓰레기통에 미련 없이 던져버렸다.“여기서 잠시 대기하다가 나오면 집까지 데려다주세요.”승우에게 짧게 이르고 강정연은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섰다.심주혁과 허수정은 한창 대화 중이었고, 그녀가 나타나자 심주혁은 일어나 직접 의자를 빼주며 자리를 안내했다.“검사가 왜 이렇게 오래 걸렸어? 승우 말로는 병원에서 바로 왔다던데.”강정연이 입을 떼기도 전에 허수정이 죄책감 서린 얼굴로 먼저 말을 가로챘다.“정연 씨, 정말 미안해요. 그날 내가 너무 불안해하는 바람에 정연 씨까지 다치게 했네요. 마음이 너무 무거워서 주혁 씨한테 부탁해 같이 밥이라도 한 끼 하자고 했어요. 이렇게라도 사과하고 싶어서요.”그러더니 그녀는 강정연의 손 쪽을 슬쩍 살피며 테이블 위의 꽃다발을 옆으로 살짝 밀어 놓았다.“주혁 씨도 참 센스 없네요. 내가 꽃을 갖고 싶다고는 했지만, 정작 나한테만 주면 어떡해요. 주혁 씨처럼 무뚝뚝한 사람이 어떻게 우리 동서 같은 사람이랑 결혼했는지 몰라.”허수정이 애교스럽게 심주혁을 흘겨보자 강정연은 무심하게 툭 던졌다.“아, 아까 그 장미들 정말 주혁 씨가 보낸 거였어? 난 쓰레기인 줄 알고 버렸는데.”심주혁이 당황하며 서둘러 해명했다.“정연아, 원래는 네게 주려던 꽃이었는데 오늘... 안성 쪽에서 협력을 철회했잖아. 그런데 형수님이 친정에 들러서 아버님께 중재를 부탁드렸나 봐. 오후에 안성 쪽에서 다시 한번 검토해보겠다고 연락이 왔더라고. 알다시피 안성 프로젝트는 나한테 정말 중요하잖아. 형수님이 큰 도움을 줬는데 당장 준비한 게 없어서 급한 대로 형수님한테 먼저 준 거야.”허수정이 미소
閱讀更多
제9화
영롱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에 허수정은 넋을 잃고 연신 심주혁에게 달콤한 감사를 쏟아냈다.평소라면 그 말들에 기분이 고조되었을 심주혁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옆에서 조용히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강정연을 보자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그는 새우 한 마리를 까서 그녀의 접시에 놓아주며 말했다.“정연아, 걱정 마. 계약 끝나면 너한테도 다른 거 사줄게.”강정연은 새우를 옆으로 밀어내며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가방을 챙겨 일어났다.“두 분이서 천천히 드셔. 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심주혁이 서둘러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정연아, 갑자기 왜 그래.”강정연이 차분하게 되물었다.“내가 뭘 어쨌다고 그래?”그녀가 그를 똑바로 응시하자 심주혁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하긴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지난 1년 내내 그는 그녀를 소홀히 대하며 형수를 챙겼고 형수의 산후조리를 곁에서 지키는 것도 모자라 집으로 들여오기까지 했다. 방금은 100억짜리 핑크 다이아몬드 주얼리 세트까지 선물했지만 강정연은 단 한 번도 화를 내거나 언짢은 기색을 비친 적이 없었다.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심주혁은 굳었던 미간을 풀며 손을 놓아주었다.나중에 보상해주면 될 일이었다. 강정연은 배려심 깊고 착하니 형수와 사사건건 따지려 들지는 않을 터였다.“그래, 그럼 먼저 들어가. 배 안 부르면 아줌마한테 다른 것 좀 해달라고 하고.”강정연은 대꾸 없이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입구 쪽에서 종업원이 실수로 레드 와인을 그녀의 옷에 쏟았지만 당황하며 사과하는 종업원을 뒤로하고 그녀는 담담히 화장실로 향했다.하지만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닫힌 칸 너머로 날카롭게 치솟는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안성 쪽 문턱도 못 넘었다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강정연은 거울 앞에 멈춰 서서 얼룩을 닦아내며 흥미진진하게 귀를 기울였다.“안성이랑 우리 집이랑 협력 관계 아니었어요? 아빠가 직접 가셨는데도 그 권 대표라는 사람이 안 만나줬다고요? 알았어요. 엄마, 아빠한테 다시 한번 잘 좀 말해봐요.
閱讀更多
제10화
심주혁은 본능적으로 허수정을 밀어내려 했다.비록 방 안엔 아무도 없었지만, 누워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심현호였기 때문이다.하지만 허수정은 그를 더욱 세게 끌어안으며 울음을 터뜨렸다.“현호 씨가 저렇게 되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요. 주혁 씨, 제발 그냥 이렇게 좀 안아줘요. 주혁 씨까지 날 모른 척하면 난 어떻게 살라고요...”처량하고 가련한 모습에 심주혁은 밀어내려던 손을 멈추고 결국 그녀의 등을 가볍게 다독였다.이에 용기를 얻은 듯 허수정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그의 울대뼈 근처에 살짝 입을 맞췄다.“형수님...”당황한 심주혁이 말을 뱉기도 전에 허수정은 입술로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찰나의 순간, 심주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거칠게 밀어냈다.그러자 허수정의 눈동자에 서렸던 기대감이 서서히 꺼져가더니 이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됐어요. 주혁 씨도 가정이 있는 사람이니 그동안 도와준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더는 번거롭게 안 할게요. 앞으로는 아기랑 나 둘이서 어떻게든 알아서 살아 볼 테니까.”말을 마친 그녀가 뒤돌아서려 하자, 두 걸음도 떼기 전에 심주혁이 다시 그녀를 붙잡아 세웠다.두 사람의 시선이 끈적하게 얽혔다.허수정은 수줍어하는 척 뒷걸음질 치다 병상 난간에 몸을 기댔다.하지만 심주혁을 마주한 그녀는 다리를 살짝 들어 그의 가랑이 사이를 문지르기 시작했다.‘아주 가관이네?’이 광경을 목격한 강정연은 지체 없이 휴대폰을 꺼내 사진과 동영상을 일사불란하게 찍어 내려갔다.발각되지 않으려 거리를 둔 탓에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았으나 장면만큼은 확실했다.병실 안에서 심주혁이 그녀의 다리를 꽉 눌러 잡자, 허수정이 그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그러자 심주혁의 몸이 굳어지더니, 의식 없이 누워 있는 형을 앞에 두고 보란 듯이 허수정의 입술에 먼저 입을 맞췄다.결정적인 장면을 모두 촬영한 강정연은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역겨움을 억누르며 휴대폰을 거두고 영상을 백업해 클라우드에 올렸다.모든 걸 마친 그녀는 밖으로 나
閱讀更多
探索並免費閱讀 優質小說
GoodNovel APP 免費暢讀海量優秀小說,下載喜歡的書籍,隨時隨地閱讀。
在 APP 免費閱讀書籍
掃碼在 APP 閱讀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