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한 여자가 제안했다.그 말을 듣고서 구연희는 그녀를 째려보며 이까지 악물었다.“무슨 뜻이야? 나보고 지금 쟤들처럼 꼬리 치러 가라는 거야?”“난 그런 뜻이 아니라... 오해하지 마. 윤도훈 저 사람이 꽤 대단한 거 같아서 너희 둘 잘 되면 너한테도 좋을 것 같아서...”여자는 연신 손을 저으며 멋쩍은 웃음과 더불어 해석하기 바빴다.“꺼져! 그딴 거 필요 없어. 매너라곤 일도 없는 쓰레기뿐이야.”구연희는 내내 얼굴이 얼어있다.“알았어. 근데 왜 욕하고 그래...”구연희에게 욕을 먹은 여자는 순간 억울하기 그지없어 입을 삐죽거렸다.구연희는 윤도훈에게 맞은 얼굴을 만졌는데 아직도 따끔거리는 것이 아팠다.속으로 윤도훈에 대한 미움이 배로 증가하고 있었다.앉아서 생각하면 할수록 열이 올라 미칠 것만 같았다.머릿속에는 온통 윤도훈에게 뺨을 맞았던 그 장면뿐이라 달갑지 않았다.‘당당한 구연희가 이런 꼴을 당하다니.’욕이라도 해서 윤도훈 체면이 구겨지면 모를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구연희는 윤도훈이 있는 방향으로 째려보며 콧방귀를 뀌었다.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를 갈았다.“그래! 너한테 굽신거리러 가는 게 아니라 나, 구연희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걸 알려주려고 갈련다.”말을 마치고 구연희는 잔뜩 엄숙하고 차가운 얼굴로 윤도훈을 향해 걸어갔다.윤도훈은 아직도 공짜인 음식을 사수한 채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그 모습을 보고서 그에 대한 마음이 더더욱 언짢아진 구연희이다.구연희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윤도훈은 자기도 모르게 멍해졌다.두 눈에는 의혹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무슨 일이시죠?”곁눈으로 구연희를 흘겨보며 아무런 표정도 없이 물었다.구연희는 차갑게 웃으며 조롱하는 표정을 드러냈다.“네가 아주 대단한 거 같지? 내가 보기엔 넌 그냥 하찮은 짓만 하는 쓰레기야. 허씨 가문에서도 정씨 가문에서도 너한테 굽신거리니 모두가 너한테 굽신거릴 것 같지? 천만에! 난 절대 그럴 리 없으니깐.”그
윤도훈은 어이가 없는 동시에 우습기만 했다.돈 있고 권력이 있으면 평범하게 입으면 안 되는 걸까?버스 타러 버스 터미널에 가면 안 되는 걸까?택시 정도도 타지 못하는 걸까?어디 가나 고급 차를 끌고 다녀야 하는 걸까?바닥에 돈이 떨어졌는지 줍지 말아야 할 이유는 또 무엇일까?이런한 마인드로 세상을 살아가다니 천박하기 짝이 없었다.아무리 예쁘다고 한들 겁데기에 불과할 뿐 안은 텅 비어 있으니 말이다.윤도훈은 더 이상 뭐라고 설명하기조차 귀찮았다.폭발로 요행이 살아남았지만, 옷도 차도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걸 말한다고 한들 믿을 것 같지도 않았다.“너...”구연희는 윤도훈을 삿대질하며 얼굴이 당장 터질 것만 같았다.처음으로 남자한테서 이런 기분을 느끼는 그녀이다.강양 대학의 얼짱으로 명문 도령들이 줄을 서서 자기를 여왕처럼 모시는데 지금 이러한 천대를 받고 있으니 말이다.“뭐? 그만 떠들고 가서 일이나 봐. 귀찮게 하지 말고.”“왜? 한 대 더 맞고 싶어?”윤도훈은 말하면서 제스처를 취했다.순간 구연희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한 걸음 물러서게 되었다.터질 것만 같은 얼굴과 두 눈에는 억울함과 분노가 가득했다.매너라고는 일도 없는 쓰레기만도 못한 윤도훈이 정말로 때릴 수도 있다는 생각이 팍 들었다.“너 딱 기다려! 딱!”구연희는 이를 갈며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만 같은 눈물을 참아냈다.윤도훈에게 다가와 마음속의 억울함과 달갑지 않음을 제대로 분출하고 싶었지만 되려 모욕을 당하게 될 줄은 몰랐다.구연희는 그 한마디만 덩그러니 남기고 뒤돌아 떠났다.돌아서자마자 누군가와 부딪힐 뻔했는데, 그 사람의 얼굴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모르는 이가 봤으면 무척이나 억울한 일을 당한 것만 같았다.“연희야, 왜 그래?”구교훈은 손녀의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할아버지...”구연희는 울먹이며 고개를 돌려 윤도훈을 바라보았는데, 두 눈에는 한이 가득했다.그 모습을 보고서 구교훈은 윤도훈을 매섭게 째려보았다.“대체 뭐 하자는
“그럼, 황보 도련님 배후에 있는 세력은 수도권 사대 가문이 감히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야. 하지만 모든 전제는 황보 도련님의 병부터 고쳐야 한다는 거야. 그럴 수 없다면 윤도훈한테 복수하는 건 나중에 다시 생각해 봐야 해.”구교훈은 미리 구연희에게 가장 나쁜 상황을 알렸다.구연희는 대답하고서 되물었다.“이번 교류회도 이것 때문에 주최하신 거예요?”구교훈은 고개를 끄떡였다.“그래. 내 의술로는 힘들어. 부디 오늘 오신 손님들 가운데 그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해.”구연희는 눈동자를 굴리며 물었다.“근데 무슨 병인데 그러는 거예요?”“아주 이상한 피부병.”“네? 피부병이요?”구연희는 순간 화들짝 놀라며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전염하는 건 아니죠?”구교훈은 고개를 저었다.“그런 건 아니야. 피부 조직에서 이상이 일어나면서 생긴 병인데, 처음 보는 병이야.”확답을 듣고 나서야 구연희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또다시 눈동자를 굴렀는데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 없었다.이때 구교훈은 시간을 한 번 보더니 급히 말한다.“그만 얘기하자. 황보 도련님께서 곧 오실 거야. 얼른 마중가야 겠어.”“저도 같이 가요.”구연희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구교훈은 그런 그녀를 한 번 보고서 다른 꿍꿍이라도 품은 듯했다.잠시 망설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같이 가자.”구연희의 속셈을 모를 리가 없고 반대하는 것 같지도 않은 모습이다.구연희의 외모가 황보 도련님의 마음에 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어쩌면 두 사람이 눈이 맞아서 인생 역전극을 펼칠 수도 있고 말이다.그때가 되면 구교훈두 구씨 가문 전체도 기세가 하늘을 찌를 것이다.이윽고 두 사람은 홀에서 걸어 나왔다.한의약 협회의 조수들을 몇 명까지 함께 입구에서 황보 도련님을 맞을 준비를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고급 차 여러 대가 QS 리조트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대박! 스케일 장난 아니야.’구연희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앞장서서 오든 마이바흐 차에서 젊고 잘생긴 남
구연희의 뜻을 알아차렸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구 회장님, 준비는 다 되셨나요?”구교훈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구연희의 외모에 황보 도련님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모습이었기에.“네,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시죠.”“네.”황보 도련님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때, 뒤에 있던 중년 남자가 구교훈에게 협박하는 뉘앙스로 말했는데.“오늘만큼은 꼭 우리 도련님 치료할 수 있길 바랍니다. 아니면... 흥!”“네... 네...”“최선을 다해 의학계에서 저명하다는 분들은 모조리 다 모셨습니다.”구교훈은 파르르 떨며 대답했다.한쪽에 서 있는 구연희는 세상 멋쩍게 서서 두 눈에는 또다시 달갑지 않은 정서가 피어올랐다.또 남자한테 무시를 당했으니 말이다.‘마가 꼈나? 오늘따라 나한테 왜 이러지?’...홀에 앉아 있던 윤도훈은 슬슬 지쳐만 갔다.가만히 앉아서 멍때리고 있을 때 이천강과 이은정을 보게 되었는데 두 사람은 여기저기 다니며 인맥을 넓히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하찮고 저질스러운 웃음까지 팔아가면서.윤도훈은 입을 삐죽거리며 속으로 개의치 않아 했다.다만 자기한테 시비를 걸지 않았으니 못 본 척 하기로 했다.그렇게 슬슬 기다리다 못해 짜증이 나려던 순간이었다.교류회 홀안에서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들어 인맥 자랑을 하지 않으면 인맥을 넓히려고 애를 쓰는 모습들이었다.의술에 관한 교류 따위는 일도 보이지 않고.표현이 가장 뛰어난 사람한테 천년설련을 준다고 했는데, 의술이 아니라 교제 능력으로 시합하는 건 아닌지 의문도 들었다.바로 이때 입구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는데.이윽고 젊은 남자가 모두의 환대를 받으며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구교훈과 구연희 역시 옆에서 아첨을 떨며 열정적인 모습을 띠었다.윤도훈은 눈을 가늘게 뜨더니 곧 살짝 얼굴이 굳어지고 만다.‘고수.’‘무슨 고수가 저렇게 많지?’‘저 젊은 남자는 결단 초기 강자?’‘나랑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벌써 결단 강자인 거야?’그리고 그의
“네... 자, 그럼,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구교훈은 아첨을 떨며 웃었다.모두가 황보신혁에게 시선이 쏠렸고 다들 의문이 가득한 얼굴이다.“누구지? 뭔가 대단해 보이는데.”“구 신의께서 저러는 시는 걸 보면 보통이 아닌 거 같아.”“저 옆에 있는 사람도 관자놀이가 툭 튀어나온 것이 고수인 것 같아.”“못 봤어? 구 신의 손녀도 저 사람 옆에 바짝 달라붙어 아첨떨고 있잖아.”“늘 도도했던 구연희가 저랬던 적 있어? 주동적으로 저러는 거 본 적 있어?”다들 나지막이 의논하기 시작했다.“어머.”바로 이때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름다운 그림자가 군중들 속에서 불쑥 튀어나오더니 발을 헛디딘 것처럼 황보신혁쪽으로 넘어갔는데, 이은정이었다.황보신혁 옆에 있던 중년 남자는 즉각 반응하여 팔을 내밀어 이은정을 막았다.“뭡니까?”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이은정은 순간 당황한 모습을 연출하며 머리를 다듬고 흩어진 아름다움을 드러내려고 했다.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가녀린 모습을 연기하며 입을 여는데.“죄송합니다. 누가 저를 밀치는 바람에... 절대 고의는 아니었어요.”“황보 도련님, 부하께 저 부축해 주시라고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니면 저 넘어질뻔했어요.”비록 구교훈은 황보신혁에 대해 소개를 끝내지 못했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그의 신분이 비범하다는 것을 눈치 차릴 수 있다.이은정은 기회를 잡아 어떻게든 얼굴을 익히려는 작전이다.황보신혁은 이은정을 보고서 눈 밑 깊은 곳에 알 수 없는 희롱의 빛이 반짝였다.그는 고개를 돌려 구교훈에게 말했다.“계속하세요.”구교훈은 고개를 끄덕이고 소리를 높여 모두에게 말했다.“여러분, 오늘 교류회에 참석하신 분들은 모두 의학계를 빛내주고 계시는 거장들이십니다. 그러므로 이번 기회를 빌려 의술을 겨루어볼까 합니다. 가장 뛰어나신 분은 명성을 떨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천년설련도 가져갈 수 있습니다.”“어떻게 겨루는데요?”한 중년이 평온하게 물었다.“그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황보 도련님의 병
내내 황보신혁 옆자리를 지키고 있던 구연희마저도 아연실색하며 연신 뒤로 물러섰다.이은정 역시 황급히 물러서면서 ‘안전거리’를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우에 옷을 벗자, 섬뜩하기 그지없는 그의 피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마치 오래된 나무껍질처럼 군데군데 성한 곳이 하나도 없었다.흘겨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닭살이 돋고 머리가 아찔해지는 것만 같았다.살짝만 움직여도 ‘나무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말이다.준수한 외모와 달리 이처럼 섬뜩한 피부병을 앓고 있으리라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받으며 황보신혁의 두 눈은 한껏 어두워졌다.특히나 조금 전까지 어떻게든 달라붙으려고 애를 썼던 두 여자가 뒤로 물러서는 걸 보고 더더욱 음침해졌다.“여러분 놀라실 필요 없습니다. 도련님이 앓고 계시는 피부병은 전염성이 없습니다.”구교훈은 연신 손을 흔들며 사람들을 진정시키려고 했다.이윽고 그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주위를 살펴보며 물었다.“누가 먼저 해보시겠습니까? 제약 회사에서 특효약과 같은 걸 꺼내셔도 됩니다. 도련님의 병만 치료할 수 있다면 미미한 효과라도 있다면 천년설련 바로 드리겠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도련님과 친구가 될 수 있으며 저 또한 평생 고마워할 것입니다.”말이 떨어지자마자 장내는 순간 떠들썩해졌다.“제가 해 볼게요.”백발이 성성하신 신의가 먼저 앞으로 나왔다.“청암시의 박두현 신의시네요. 앞으로 모실게요.”박두현은 대답하고서 황보신혁 앞으로 다가가 상태를 관찰하기 시작했다.맥을 짚어 보고 눈도 보고 혀까지 보고...모든 걸 보고 묻고 나서 박두현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저었다.피부가 나무껍질처럼 변하는 희귀한 병은 본 적이 없다며 말하고 만다.그러한 결과에 구교훈은 쓴웃음이 새어 나왔다.황보신혁도 그와 함게 온 고수들도 저마다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그러나 이미 예상한 바였다.“또 있습니까? 되든 안 되든 일단 시도해 보시죠.”구교훈의 부추김 없이도 황보신혁 옆에 있던 남자가 먼저 나서서 말했다.이윽
의학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명의들로만 모인 자리.황보시혁의 피부병을 보고서 다들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고개를 끄덕이는 이가 단 한 명도 없자 황보신혁은 실망한 나머지 마침내 이성을 잃어가고 말았다.모두가 있는 앞에서 히스테릭을 부릴 정도로.게다가 그는 이은정과 구연희를 타깃으로 삼아 ‘한’을 풀 생각이었다.어디서 쓴소리 하나 들어본 적 없는 명의들은 그가 자기를 ‘X신’이라고 하자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하지만 대놓고 이름 석 자까지 밝히면서 욕한 것이 아니므로 감히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황보신혁에게 미움을 사게 되면 어떠한 나쁜 결과를 펼쳐질 것인지 그 또한 잘 알고 있기에.황보신혁의 집안 배경은 고사하고 지금 그의 뒤에 있는 고수만으로도 모두의 기를 죽일 수 있었다.“쟤, 그리고 쟤 데리고 가.”“내가 오늘 기분이 하도 잡쳐서 그래. 쟤들이라도 데리고 가서 좀 놀아야겠어.”이윽고 황보신혁은 구연희와 이은정을 가리키며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네, 도련님!”두 사람이 나서서 단번에 이은정과 구연희를 제압해 버렸다.“아! 뭐 하는 짓이야!”“이거 놔! 놔... 놓으라고! 싫다고!”조금 전까지만 해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들이대던 두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사색이 되어 비명만 지르고 있다.미친 듯이 발버둥을 치면서 어떻게든 반항하려고 했다.만약 황보신혁에게 피부병이 없었더라면 두 사람은 아마 이미 주동적으로 그의 품에 달려들었을 것이다. 안달 난 모습으로.그러나 지금 황보신혁의 윗몸을 바라보면서 으스스 소름이 돋아 두 사람은 저절로 눈이 감겨버렸다.윗몸이 이러하니 아랫몸도 좋을 리가 없다면서.두 사람을 잡고 있는 건 기운이 강한 고수이므로 연약한 두 여인이 감당해 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구교훈과 이천강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하면서 화까지 치밀어올랐다.“도련님, 지금 이게 뭐 하시는 겁니까? 연희는 제 손녀예요. 저를 봐서라도 우리 손녀 좀 놓아주세요. 절대... 우리 연희 다치면 안 됩니다.”이
바로 그때 황보신혁은 감히 자기를 업신여기는 이은정과 구연희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그 말을 듣고서 사람들은 저마다 표정이 다양했다.이은정과 구연희를 바라보며 콧바우귀를 뀌거나 조롱하는 이들도 있었다.‘듣고 보니 그러하네. 저 사람한테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별의별 짓을 다 한 여자들이잖아.’‘자업자득. 너희들은 남을 탓할 자격도 없어.’‘쌤통이다!”구교훈은 입만 벙긋거리면서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러 말한 입장이 되지 못했다.짙은 회한과 어색한 기색이 얼굴에 고스란히 나타나면서 오늘 이 자리에 구연희를 오지 못하게 했어야 했다며 후회하고 있었다.“꼬리 쳐? 내가 언제? 당장 놔! 내 몸에 손끝 하나 대기만 해 봐!”“아!”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구연희는 노발대발하며 소리를 질렀다.이은정 역시 고개를 저으며 어떻게든 발을 빼려고 했다.“나도 아니야! 너한테 꼬리 친 적 없고 그저 부주의로 넘어진 것뿐이야. 너한테 그러고 그런 마음 하나도 없어!”“살려줘! 제발 살려주세요.” 황보신혁은 입가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아니라고? 네 할아버지가 나 마중 나왔을 때, 후배인 너는 네 할아버지보다 더 앞으로 다가와 나한테 찰싹 매달렸어. 그래도 아니라고?”“그리고 너, 부주의로 넘어져? 널 밀어버린 사람이 네 아버지 맞지?”순간 구연희와 이은정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면서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듣고 있던 다른 이들도 야유성을 내보내며 고소해하는 사람도 많았다.그중에서도 특히 구연희와 이은정을 바라보는 다른 여자들의 눈빛에는 희롱과 비웃음이 가득했다.어쩌면 마음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조금 전 두 사람처럼 황보신혁한테 꼬리를 치지 않은 것에 대해.구교훈과 이천강은 표정이 변화무쌍했다.“그럼,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고 이 두 여자는 내가 데리고 간다.”“병에 관해서는 얻은 게 하나도 없지만 그 대신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 여자들이라도 ‘특템’할 수 있어서 허탕 친 건 아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