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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그래. 그럼 내일 아침에 바로 창양 지사로 가서 원하는 대로 한번 해 보거라. 회사 쪽은 내가 자리를 마련해 놓으마,어때?”

류충재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네!”

임운기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류충재는 임운기가 거절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시원하게 받아들여 더욱 기뻤다.

그러면서 임운기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너만 괜찮다면 네가 졸업한 후 바로 화정그룹을 너에게 물려주마.”

류충재는 이렇게 잠시 머물다 회사로 돌아가며,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라고 했다.

류충재가 떠난 후.

“내가 류충재의 외손자라니, 내가 화정그룹의 상속자라니!”

임운기는 속으로 감탄했다.

‘평생 성공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갑자기 금수저로 변하다니!’

손에 든 은행 카드를 보며 임운기는 자신을 괴롭혔던 모든 사람한테 복수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나를 무시하고 조롱하고 비웃었던 놈들, 꼭 본때를 보여줄 거야!’

……

류충재가 집에서 나온 후 뒤따르던 비서가 말했다.

“회장님, 창양 지사장의 자리를 아무것도 모르는 도련님에게 맡기시다니요. 도련님이 막 나가기라도 하시면 지사가 바로 망할 수도 있습니다.”

“이 또한 테스트 중의 하나야. 만약 그 아이가 지사를 말아먹게 되면 쓸모없는 부잣집 도련님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설명하겠지. 화정그룹의 상속자가 될 자격도 없을 거고.”

류충재가 말했다.

지사는 경험이 풍부한 고위직 직원들의 관리하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안정적인 궤도로 운영이 되고 있었다. 따라서 임운기가 일부러 말아먹으려 하지 않는 이상 가만히 둬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류충재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정상적인 수익을 벌어드리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그럼…… 만약 도련님께서 지사의 이익을 더 높일 수 있다면요?”

비서가 물었다.

“물론 그러면야 더 좋겠지만 그러기는 쉽지 않을 거야.”

류충재가 고개를 저었다.

류충재는 임운기가 회사를 더 발전시키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단지 회사를 잘 지키고 말아먹지만 않는다면 그룹의 차기 회장은 바로 임운기의 것이었다.

지금의 류충재는 단 1도 상상 못했다. 미래의 임운기가 창양지사를 얼만큼이나 크게 발전시킬 줄은.

다음 날 아침 8시.

화정그룹 빌딩 밖.

빌딩은 아주 웅장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화정그룹이라는 빽이 있었으니 창양지사의 사업은 안될 수가 없었다.

빌딩 밖에는 직원 백여 명이 줄서 있었다.

맨 앞에 선 건 사장 오대용과 부사장 유보성이었다. 두 번째 줄에는 다섯 명의 부장이 서 있었는데, 임운기의 여자친구를 빼앗은 오소천도 그 중에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부서의 책임자와 회사 직원들은 도로 양쪽 길에 서 있었다.

그들은 새로 취임하게 되는 지사장님이 오늘 바로 회사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사장의 지시하에 전부 밖으로 나와 새 지사장님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새로 온 지사장님이 어떤 분일지 참 궁금하네.”

한 직원이 말했다.

“당연히 대단한 인물이겠지.”

이때 직원들 사이에 있던 보람이가 말했다.

“내가 알기로는 새로 온 지사장님이 류충재 회장님의 친척이었거든.”

“뭐? 류 회장님의 친척이라고?!”

모두가 놀랐다.

류충재는 화정그룹의 회장이자 서남 지역의 갑부이니, 류충재의 친척이라면 금수저 중의 금수저는 분명했다.

“보람아, 진짜야?”

“어디서 들었어?”

직원들 모두 보람이를 쳐다보았다.

“물론 정말이지, 오소천이 말해줬는 걸? 걔가 나를 속일 리가 없잖아.”

보람이가 의기양양해서 말했다.

“보람아, 너 진짜 오소천이랑 사귀는 거야? 그럼 앞으로 우리도 많이 챙겨줘야 해.”

“나도! 네가 신입이었을 때 내가 많이 챙겨줬잖아. 그러니 앞으로 나도 챙겨줘!”

“보람이라니! 이제는 보람 언니라고 불러야지!”

“맞아, 맞아! 보람 언니! 보람 언니!”

주위의 직원들이 아부하기 시작했다.

보람은 이런 상황을 아주 즐기고 있었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임운기와 잘 헤어졌다고 자신을 칭찬했다.

때마침, 한 사람이 그들 앞으로 나타났다.

바로 임운기이었다.

‘임운기가 왜 여기까지 온 거지?’

보람은 임운기를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앞에 서 있던 오소천도 임운기를 알아보았다.

“야, 너 거기 서!”

오소천이 앞으로 다가가 임운기의 앞을 가로막았다.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으니 너랑 놀아 줄 시간 없어. 그러니 빨리 꺼져!”

오소천이 말했다.

“야,오소천, 내가 장담하나 할께. 니가 건방지게 내 앞에서 이럴수록 니 결말은 더욱 비참해질 거야.”

임운기가 냉소하며 말했다.

류충재의 외손자라는 신분이 그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주었다.

“뭐? 내가 비참해진다고? 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보자기로 보이나? 이새끼 진짜 웃기는 놈이네? 지금 네 처지를 잘 생각해봐. 여자친구도 못 지킨 병신아!”

오소천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이때 보람도 달려왔다.

“보람아, 또 만났네?”

임운기가 웃으며 말했다.

“야! 임운기, 우린 이제 끝났어. 너 같은 루저랑 다시 사귈 일은 없을 거라고.”

보람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

“보람아, 뭔가 오해하고 있는 거 같은데, 나 너보러 온 거 아니야. 그리고 네가 내 바짓가랑이 잡고 울고불고 난리 쳐도 난 너랑 다시 사귀는 일도 없을 거라고.”

임운기가 냉소하며 말했다.

“뭐? 내가 너 같은 거지한테 빈다고? 임운기! 평생 그럴 일 없어. 자기 주제도 모르는 놈!”

보람이 비웃었다.

이때 사장 오대용이 앞으로 나와 말했다.

“아들, 누구야? 왜 여기서 소란이야? 오늘이 무슨 날인지 몰라? 새 지사장님이 보시면 어떡하려 그래!”

“아빠, 그냥 지나가던 거지놈이에요. 제가 바로 쫓아낼 게요.”

오소천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임운기를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어서 꺼져. 안 그러면 경비원을 불러서 쫓아버릴 거니까.”

“오소천, 내가 바로 그 새 지사장이야. 그러니 넌 나보고 꺼지라고 할 자격 없어.”

임운기가 차갑게 말했다.

“뭐? 네가 새 지사장이라고? 하하, 진짜 웃긴다!”

오소천은 임운기의 말을 듣고 크게 웃었다.

주위에 있는 직원들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싸구려 옷을 입고 다니는 지사장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거니까.

보람이가 창피해하며 말했다.

“임운기, 그만 찌질하게 굴고 당장 꺼져. 전 여자친구로서 진짜 쪽팔린다고!”

“진짠데.”

임운기가 말했다.

“임운기, 그만 장난 쳐. 너의 집안을 내가 모르니?”

보람이가 비웃으며 말했다.

“경비원! 경비원! 이 녀석을 끌어내!”

오소천은 경비원을 불렀다.

그러자 곧 십여 명의 경비원이 달려왔다.

그런데 이때, 벤틀리 차 한 대가 천천히 달려왔다. 바로 어제 임운기가 집 앞에서 본 그 차였다.

“왔다, 왔다! 새 지사장님 왔다!”

직원들이 잇달아 소리쳤다.

그러자 사장 오대용이 큰 소리로 말했다.

“다들, 정신 차리고 새 지사장님을 맞이할 준비 해!”

그러면서 바로 고위직 직원들을 데리고 벤틀리 차를 향해 달려갔다.

“운기야, 네가 새 지사장님이라고? 하지만 지금 진짜 지사장님이 왔는데?”

보람이 임운기에게 냉소하며 말했다.

“그럼 두고 보자고.”

이에 임운기가 씩 웃었다.

이때 벤틀리 차 문이 열리고, 한 중년 남성이 차 안에서 내려왔다.

임운기는 한눈에 그 사람을 알아보았다. 어제 외할아버지의 곁을 따라다녔던 비서였다.

벤틀리 차 앞.

“장 비서님, 왜 혼자 오셨어요? 새 지사장님은요?”

사장 오대용이 웃으며 말했다.

“이미 도착하신 거 같은데 못 보셨어요?”

장 비서가 말했다.

“도착하셨다고요? 저희는 못 봤는데요?”

오대용이 놀라며 대답했다.

이에 장 비서가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임운기를 발견했다.

장 비서는 얼른 웃음을 지으며 임운기에게 달려갔다.

사장 오대용은 어떻게 된 일인지도 모르고 재빨리 고위직 직원들을 데리고 따라갔다.

장 비서가 임운기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도련님, 정말 죄송합니다. 차가 막혀서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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